광주광역시 광산구 양동에 있는 복만제는 배스 블루길이 서식하는 일명 한방터다. 유명 한방터들에 비해 알려지지 않아 찾는 낚시인이 별로 없는 조용한 저수지에 속한다. 그나마 이곳을 아는 낚시인들은 주로 가을 추수 후에 논 쪽부터 제방 좌안 석축 일대에 주로 찾아 낚시를 즐기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복만제 붕어낚시의 피크기는 10월이었다. 그 이유는, 상류 대부분이 뗏장수초 덮여 있어 봄 낚시가 어중간하고 여름엔 바닥이 지저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름까지 수면을 덮기 때문에 보통 어려운 낚시터가 아니다.
오전 6시30분경, 뗏장수초와 뗏장수초 사이 공간을 노려
40.5cm 붕어를 끌어내고 있는 필자. 5.2칸 장대를 사용했다.
내가 복만제를 찾게 된 계기는 지난 4월 초, 광주 낚시인 김용일 씨의 제보 덕분이었다. 근처로 일을 갔다가 갑자기 일정이 취소되는 바람에 복만제를 둘러보게 되었는데 평소 땟장수초가 빡빡했던 상류에 적당히 틈이 벌어져 있었다고. 물색도 평소보다 확연히 좋았기 때문이었다.
붕어가 수초 사이에서 노는 모습까지 포착되자 곧바로 1박낚시에 도전하게 됐고 그 결과 하룻밤낚시에 4짜 붕어 4마리를 낚게 된 것. 이어 그 다음 주에 한 번 더 복만제로 출조했는데
역시 또 4짜를 낚게 되었고, 그렇게 3주 연속 출조 때마다 4짜를 낚자 필자에게 촬영터로 제보를 해주었다.
예상보다 지저분한 바닥에 깜놀
4월 넷째 주였던 지난 4월 21일, 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지만 큰 기대감을 안고 점심 무렵 윤원중 씨와 함께 복만제를 찾았다. 도착해보니 전날 1박 낚시한 낚시인들이 철수하고
있었다. 조황을 살펴보니 네 분이서 총 6마리의 4짜를 낚아 놓고 있었다. 아무리 봄이라지만 믿기지 않는 조황이었다. 올해 복만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곧바로 대를 폈다. 그런데 상류 첫 번째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첫 채비를 던졌는데 이상하게 찌가 내려가지 않았다.
‘응? 왜 이러지? 수심이 이렇게 얕나?’ 다시 투척을 해도 찌는 내려가지 않았고 바늘에 청태만 걸려 나올 뿐이었다. 날씨는 흐렸고 물빛이 어두운 편이라 물 속 수초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직접 던져보지 않고서는 채비가 들어갈 구멍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다. 결국 필자는 급히 도로 쪽 높은 곳에 올라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오 마이 갓! 각종 수초와 청태가 바닥에 희미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저수지에 일찍 오기를 잘했구나 싶을 정도로 바닥은 지저분했다.
결국 나는 1시간 30분에 걸쳐 가장 깨끗한 바닥만 골라냈고 글루텐 미끼를 달아 총 8대의 낚싯대를 편성했다. 내 자리의 평균 수심은 1.2cm 건너편 윤원중 씨 자리는 1.4m였다. 복만제는 원래 블루길이 설치는 곳인데 아직은 블루길이 달려들지 않아 낚시는 편했다. 한 번 투척 때마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청태를 떼어내고 다시 투척하는 과정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했다.
밤케미로 바꾸자마자 40.5cm 붕어가 불쑥
대편성을 완료하고 글루텐 미끼를 가끔 넣어주며 밤에 고생하지 않도록 구멍사이 찌 세우기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날은 날씨가 약간 흐려 ‘오늘은 일찍 찌불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오후 6시30분경, 가장 긴 대인 천류사의 운명 4.6칸 대의 찌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고개를 한번 돌렸다 다시 돌아온 불과 10초 사이에 생긴 일이었다.
아차! 싶어 곧바로 챔질하자 엄청난 무게감으로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강력한 저항으로 뗏장수초 안으로 파고드는 붕어! 대물임을 직감하고 줄이 터지지 않게 대를 천천히 세워 나갔다. 그러자 엄청난 물파장을 내며 슬슬 끌려나오는 붕어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노란 황금색이 진한 붕어였다. 발앞 뗏장수초 위까지 끌려나온 붕어를 뜰채에 담자 청태도 한 무더기 담겨 나왔다. 청태 속에서 40.5cm 붕어의 황금비늘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철수한 낚시인들이 “복만제 붕어는 체고가 높고 비늘이 큼직해 실제 사이즈보다 조금 더 커 보인다”고 말했는데 직접 붕어를 보자마자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뜰채에 담겨 있을 때는 43cm 정도로 보였는데 계측해보니 40.5cm였다. 밤낚시 시작부터 4짜가 나와 주는 바람에 엄청난 기대감으로 낚시를 이어갈 수 있었다.
동행한 윤원중 씨 아침에만 4짜 두 마리
첫 끝발이 개 끝발? 예상 밖으로 밤에는 찌에 일체의 미동도 없이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새벽 4시30분경, 윤원중 씨의 찌가 몸통까지 올라온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멀리서도 훤힐 보일 정도로 철퍼덕! 하는 물파장 소리와 함께 한바탕 소동이 인 후 사위가 조용해졌다. 올라온 녀석은 41cm나 되는 붕어였다. 윤원중 씨 역시 첫 입질에 4짜를 낚자 분위기는 더욱 업되었고 우리는 아침 입질에 집중하며 다시 의지를 불태웠다.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내 자리에서는 갑자기 6~8치급의 붕어가 붙기 시작했다. 반면 윤원중 씨의 자리는 잔챙이 성화 없는 고요함이 이어졌다. 동이 완전히 터 오른 6시30분경, 윤원중 씨의 짧은 비명에 고개를 돌려보니 힘겹게 붕어를 제압 중인 모습이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씨알이었다.
옆 낚싯대의 채비를 휘감으며 저항하는 녀석을 뗏장수로 위로 올리려는 한판승부가 숨을 죽이게 만들었다. 결국 승부는 윤원중 씨의 승리로 끝이 났고 뜰채에 담긴 붕어는 43cm짜리였다. 둘이 출조해 하룻밤에 4짜 붕어 3마리라니…. 지금 낚시하는 이 순간만큼은 복만제가 광주에서 가장 핫한 낚시터임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가는 길 내비에 복만제(광주광역시 광산구 양동) 입력
첫 입질에 황금빛 진한 41cm 붕어를 올린 윤원중 씨.
드론으로 촬영한 복만제.
윤원중 씨가 사용한 천류사의 천년혼골드 붕어대.
윤원중 씨가 41cm와 43cm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필자와 동행한 윤원중 씨가 43cm 붕어를 끌어내는 장면. 옆 낚싯대까지 휘감는 바람에 끌어내는 데 애를 먹었다.
필자가 사용 중인 미라클 스토리 전자찌. 입질이 오면 색상이 자동으로 변한다.
테스트 중인 에어봉돌과 함께 사용 중이다.
필자 일행이 4짜 붕어를 올릴 때 사용한 어분옥수수글루텐과 오래오 글루텐.
필자가 사용 중인 천류사의 운명 붕어낚싯대.
윤원중 씨가 41cm와 43cm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윤원중 씨의 대편성. 뗏장수초를 포위하듯 찌를 세워 입질을 받아냈다.
도로가의 가로등. 눈이 부셔 낚시가 어려웠지만 새벽이 되자 꺼졌다.
에어봉돌 채비에 걸려나온 뗏장수초 줄기.
진흙탕으로 변한 진입로. 비온 후에는 바퀴가 헛돌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필자에게 복만제 4짜 소식을 전해준 김용일 씨가 거둔 조과.
복만제 단골꾼들이 말하는 봄낚시 특징
● 깨끗한 바닥만 잘 찾으면 밤새 4짜 입질 두 번 이상은 들어온다.
● 맑은 날씨보다 약간 흐린 날씨 때 입질이 더 좋다. 구름 없이 맑아서 아침부터 해가 내 리쬐면 아침 입질이 빨리 끝난다. 반대로 살짝 흐린 날은 초저녁 입질이 일찍 시작되 고 다음날 아침 늦게까지도 입질 받을 때가 있었다.
● 갓낚시 형태로 연안 가까이를 노리는 것보다 3.6칸 이상 긴 대에서 입질이 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