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311)]
힘내라 손캡틴!
일러스트 이규성
드디어 봄이 왔구먼유. 꽃들이 지천이루 피고, 새파란 나뭇잎이 파릇파릇허니 돋아 나오는구먼유. 결국은 한겨울 내내 손바닥 벅벅 긁으며 봄이 오기를 기다리던 불황의 시절이 지나갔다는 것이지유.
작년에 못 잡은 월척 잡으러 저수지에 찌를 드리워야겠지유? 그리고 작년에 놓친 송어 잡으러 넓은 개울에 몸을 담궈야 할거구유. 작년에 목줄 터트리고 도망간 감생이 잡으러 갯바위에 서야 할 것이구유, 인생 농어 잡으러 흔들리는 뱃전에서 낚싯대를 드리워야 허겄지유.
저마다 올해의 꿈을 꾸며 방 한구석에 놓여있던 낚시장비들 챙기기 시작해 보자구유. 봄을 기다리던 한겨울에 우치키 어거지루 떠났던 분들두 계실 거여유.
지두 올초부텀 지난달까지 열심히 쑤시구 댕겼는디, 아마도 올해의 어복은 사라졌는 개벼유. 우치키 지만 가문 어제까정 잘 나오던 물괴기가 안 나와유. 1월에 남해로 갔었던 참돔은 열쇠고리 한 마리 잡고 꽝쳤지유, 2월에 간 열기는 겨우 두어줄 태우고는 꽝이여! 그나마 여수서 먼 바다 갑오징어가 파시를 만났다구 혀서 지난달에 갔었구먼유.
그거… 몸 상혀유! 갈게 못 돼유! 수심 90미터서 베이트릴루 올리는디, 그놈의 갑오징어가 워낙이 큰디다가 수심이 짚으니께 이건 중노동여유! 한 마리 올리구 나면, 10여 분 쉬어야 혀유. 팔이 끊어져 나가는 기분이드라구유. 여수 먼 바다 갑오징어는 갈게 못 돼유. 그니께 가시덜 마셔유. 큰일 나! 병원 가야혀유. 지만 몰래 몰래다녀 오구서니 글로다가 설명 드릴께유. 그리 아셔유.
어치키 됐든, 요 몇 달을 선장열전 올려드리다 보니께 문득 생각난 선장(?)… 그게 안적 배를 몰덜 안 허니께… 몰 예정이긴 헌디… 여허튼 지가 손캡틴이라고 부르는 친구가 하나 있어유. 이 친구가 우리 낚시회의 회원이문서 어른들 위하고, 예의도 바르고, 말도 별로 없이 헐 짓은 다 허는, 참이루 착한 친구지유. 괴기두 잘잡어유. 우리 낚시회에서 늘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실력도 갖추고 있지유. 늘 봐 오문서 ‘참이루 참한 친구다’혔지유.
그래서 늘 아끼는 친구인디, 이 친구가 작년에 참이루 해괴헌 짓을 시작헌 거여유. 그때 까정은 손군이었지유. 나이는 40대 중반이니께, 꿈 많은 창창헌 나이지유.
꿈 많은… 그렇지유? 여허튼 이 손군이 선상낚시를 즐겨 혔으니께, 우덜 허구두 여러 번 출조를 했어유.
그러다가 이게 승이 안 찬겨! 꿈 많은 40 중반의 파릇파릇한 나이에 낚시의 끝판왕을 꿈 꾼겨유! 낚시를 허다허다 끝판왕이문 뭐겄어유? 바로 낚싯배 선장이지유.
이 손군이 말도 없이 우직허니 사람만 좋은 중 알았더니, 꿈두 크드라구유. 그라더니 결국 낚싯배 한번 몰아보겄다고 목표를 세우더만, 덜컥 어선 배 면허두 따버린겨! 마침 일이 될라고 혔는지, 작년 그 당시에 무창포 쪽에 배가 하나 나왔어유.
근디 그놈의 배가 사연이 좀 많어유. 언젠가 지가 올려드린 글 중에, 낚시 도중에 시동 꺼져서니 해경 배에 견인되어 온 배, 얘기 드렸지유? 바로 그 배여유! 한 마디루 써금써금헌 배란 거지유. 이눔의 배가 고장이 잦아서 수리해두 금세 고장나구, 또 수리해두 고장이 나는 문제의 배였어유. 근디, 이 손군이 그 배를 몰겠다는겨유. 면허 따자마자 그눔의 배에 눈이 돌아간 거지유. 허긴, 면허 딴지 월매나 됐다고 선사에서 좋은 배를 덜컥 주겄어유? 더구나 우리들도 말렸지유.
“인자 면허증에 잉크두 들 말랐는디 배를 몰겄다면 우치키 혀? 우선이는 배에 사무장이루 한두 해 경험두 쌓구 혀야지, 이건 너무 빠른디?”
근디 그게 통허덜 않았어유. 이눔의 고집이 또 쇠심줄이여. 몇 번인가 사무장이루 선배 선장님덜 배 따라 댕기드만, 결국 그 써금써금 헌 배를 몰기 시작헌 거여유.
지 혼자 몇 번인가 운전 해보구 나서는 드디어 첫 출조를 하기루 헌 거지유. 그 영광시러운 첫 출조가 누구겄어유? 바로 우리 낚시회였어유. 그려두 우리 낚시회의 회원이구, 누구나 좋아하는 손군이고, 낚시두 잘 허는 손군이지만... 아... 참이루 불안시럽드라구유.
물론 우리들이 타기로 한 이전에 몇 번인가 손님덜(그래봐야 지인들 네댓 명) 모시구 운행 했다고는 허드라구유. 허지만 20인승 배에 손님덜 가득 태우고 나가는것은 그야말로 모험이었지유. 거기다가 그 써금헌 배라니… 좌우간 불안 반, 설렘 반이루 손군을 믿고 타게 되었어유.
때는 작년 가을. 그리고 주꾸미 호황의 시기이며 갑오징어가 100갑씩 터지던 가을이었어유. 그런대루 날씨좋고 물 때 좋으니께 기분은 그야말로 상큼 했어유. 더구나 이 배의 선장이 손군여유. 선장을 마구 부려 먹어도 되고, 승질나문 욕지거리 해두 된다는… 그렇다구유. 허지만 잊지 말아야 허는 것이 있었으니… 이 배가 써금헌 배라는 것이지유. 거기다가 선장은 이제 면허막 딴 초짜선장! 우치키 우치키 100갑을 꿈꾸며 배가 출항을 했어유.
“손캡틴! (이때부터 지가 손캡틴이라구 불렀지유.) 우치키 선장님덜만 안다는 비밀 뽀인트는 좀 있는겨?”
“성님! 주꾸미 시기에는 뽀인트 필요 없어유. 그냥 다른 낚싯배 따라 댕기문서 잡아두 평타는 해유.”
그려유… 맞는 말이긴 헌디… 이 손캡틴이 초짜라는 것이 문제지유. 가뜩이나 느려터진 써금써금헌 배에 선장이 초짜다 보니, 다른 주꾸미 배들을 못 따라 가는겨유.
힘겹게 따라 가문 주꾸미 배가 다른 포인트로 가고 없어! 넘들이 버리고 간 포인트에 대충 낚싯대 드리우고 잡다 보문 꽝이여유!
이게 아는 동생이고, 우리 텐피싱 낚시회의 회원이다보니 궁시렁대다 말았지만, 모르는 선장이었으문 수장시켰을껴! 그렇게 오전이 지나갔어유. 다른 낚싯배 쫓아다니느라 오전의 황금시간이 다 지나간 거지유. 물론 우리 손캡틴도 거의 사색이 되어서니 배를 몰기에 정신이 없었구유. 그러고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누구 하나 만족헐 조과를 못 올리니께, 이 손캡틴이 뭔가 결심을 했나봐유. 냅다 배를 한참이나 몰고서는 낚시 끝날 무렵인 오후 3시쯤에 워디 한 포인트에 배를 댄 거여유.
근디, 이제부텀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가 시작 된 거여유. 마침 그때가 느나느나의 황금시간인 모양인디, 포인트가 기가 맥힌겨유! 이게 낚싯대 드리우고 바닥 찍고 셋을 세면 주꾸미가 달려 나오고, 갑오징어가 물려나오는 겨유! 이눔의 손캡틴이 요 포인트를 숨겨놨던것 같어유! 순식간에 모두의 아박(아이스박스)이가 차오르기 시작허드라구유!
허지만, 대환장 파티가 주꾸미, 갑오징어 마구 잡아내는 환장파티겄어유? 갑자기 너울이 시작되드만, 써금써금헌 이눔의 배가 난리가 난겨유! 손캡틴은 죽어라 배를 잡고 있지만, 파도가 한 번 들이치면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화장실 변기에서 분수쑈가 펼쳐지는 겨유.
워미! 한 놈이 소변보러 화장실 들어갔다가 지놈이 싼오줌과 함께 해상분수에 후드려까지고는 홀딱 젖어서나오구유, 화장실 앞바닥에 뚫린 구멍이 있는디 이걸 대충 막아놨던 모양이라! 여기서 그야말로 대환장 분수쑈가 벌어지는겨유! 아박이가 해상분수에 후드려까여서는 공중으로 치솟구유, 그 안에 들어 있던 갑오징어와 주꾸미가 하늘을 날구유! 사람들이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증말루 볼만허드만유.
흔들리는 배에서 잡아 올린 갑오징어가 낚싯줄에 연 날리듯 날라댕기구유! 주꾸미, 갑오징어 담아 놓은 물통은 저짝 선수 쪽, 앞에 있는 놈헌티 달아나구유! 들이치고 솟아오르는 해상쑈에 모두들 온 몸이 젖어가고 있었어유.
근디 이게 또 미치겄는게, 그려두 그 미친 듯이 흔들리는 배에서 주꾸미, 갑오징어가 쉴 새 없이 나오는 거였지유. 그야말로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어유! 그게 어찌 보문 무서운 상황인디, 모두들 주꾸미, 갑오징어가 정신없이 나오니께 정신이 거의 나간거여유. 무섭덜 안 헌거지유.
그렇게 대환장 파티가 끝나고 모두들 가득 찬 아박이를 바라보며 흐믓하게 항구로 돌아왔지유. 하지만! 이눔의 대환장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슈! 느려터진 써금써금헌 배에 초짜선장이다 보니 너무 늦게 들어왔더니 항구에 정박 자리가 겨우 한 자리 남았드라구유. 그리고 인자부텀 또 놀이공원 대환장쑈가 진행되지유. 그 좁은 자리에 초짜선장이 배를 접안시키느라 이번에는 아까의 롤러코스터에서 범퍼카로 종목을 바꾼겨유. 이리 부딪히고, 저리 치이고 그야말로 공포와 충격의 대환장쑈였어유.
주위의 배들 모두 들이박고는 겨우 접안하고 배에서 내리는디, 다리가 후들거리드라니께유.
근디, 그날은 그리 힘들고 공포시러웠는디, 지나고 나니께 그 대환장쑈를 또 한 번 경험해 봤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피어나대유? 잡기도 많이 잡았지만, 초짜선장, 손캡틴의 진지한 얼굴과 은근한 미소가 너무 좋았던 것이지유.
날 때부텀 베테랑 선장은 없지유. 그렇게 세월이 지나가문서 우리 손캡틴도 멋진 베테랑 선장님이 되겠지유.
올 가을쯤부텀 다시 배를 몰겠다니께, 우리 독자님덜두 타보셔유. 우치키 배를 탔는디 선장이 좀 초짜여. 그러고 뭔 큰일이 나도 느긋허니 음흉시러워! 그라문 물어보셔유. “선장님이 혹시… 손캡틴여유?” 그렇다고 허문 씁새 애독자라고 허셔유. 잘 해 드릴껴유.
롤러코스터랑 범퍼카 놀이… 농담이구유, 여허튼 그렇게 우리 선장님덜은 초짜 시절을 거치문서 자신의 포인트도 알아가고, 손님들과 부때끼며 단련되어 가시는 거겠지유. 낚시꾼에서 낚시의 끝판왕인 선장님으로 올라서는 손캡틴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우리 손캡틴 파이팅! 그리고 모든 선장님들도 응원합니다. 힘내라, 대한민국 낚싯배 선장님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