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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낚시꽁트 씁새 (312)] 하반에는 도깨비가 산다
낚시 꽁트 씁새

[낚시꽁트 씁새 (312)]



하반에는 도깨비가 산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우리 독자님덜은 아실랑가 모르겄네유? 저어기, 외나로도 끝짝이루 하반이라는 마을이 있어유. 지명이루는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인디, 하반이라구 불렀지유.
지금도 하반이라구 허문 거기여유.


외나로도에 시방은 우주 센타가 세워져서니 인공위성 쏘아 올리구 허지만, 그 당시에는 인공위성은 커녕, 제대로 된 길조차두 없었슈. 아마도 그 시절에 ‘씁새’ 코너에서도 여러 번 하반에서 생긴 일에 대해 올려드리고는 했었지유.


하반이라고 부르는 예내리 밑이루 작은 선착장이 있고, 마을 끄트머리의 선장님 집에서 숙식을 하고 배를 타고 갯바위낚시를 나가고는 했지유. 아마도 외나로도 갯바위 가보신 분덜은 하반이라는 지명을 잘 아실 거구먼유.


근디 이 하반이라는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여간 대간헌 것이 아녀유. 그래서 외나로도 포인트로 들어가시는 낚시꾼덜은 차라리 내나로도에서 하루 묵고는 거기서 배를 타고 갯바위로 들어가고는 했지유. 하반으로 들어가는 길이 워낙이 험난시러우니께.


산길을 꼬불꼬불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문서 ‘진짜루 이 길 따라 가문 마을이 있기는 헌겨?’ 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나타나는 작고 예쁜 마을이지유. 마을초입에 거대한 후박나무가 서있고,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선착장이 보이지유. 좌우간 너무 예쁜 마을여유. 지금도 그 마을이 있을는지, 아니면 있더라도 예전처럼 그 조용하고 예쁜 마을로 남아있는지 궁금허구먼유.


그 당시에 우덜은 그 후덕하고 마음씨 좋은 선장님과 사모님의 음식 솜씨 때문에 그 험한 길을 헤쳐서 찾아가고는 했지유. 그러다가 우치키 갯바위보다는 민물로, 그리고는 다시 선상낚시로 종목을 바꾸는 바람에 하반은 그리운 이름으로 남게 됐슈. 어쩌다가 하반이라는 지명을 듣게 되어서니 그때의 예뻤던 마을을 추억하다가 하반에서 생긴 웃기지도 않는 사건이 떠올랐어유.


그라니께… 그게 지금부텀 25년 전쯤이지유. 그때도 외나로도 하반을 향해서 열심히 달려갔지유. 때는 바야흐로 여름으로 막 들어가는 초여름의 시기였어유. 아침 일찍부텀 떠났지만, 그때의 도로가 지금만 했겄어유?
내나로도 도착하니께 오후 3시쯤 돼 가드라구유?


그려서는 내나로도의 한 국수집이루 들어가서는 콩국수인지, 냉면인지… 아무튼 시원헌 국수를 점심이루 먹었어유. 그러고는 다시 출발을 했지유. 아무래도 하반마을에 도착하문 어두워질 것 같아서 나름대로 속도를 내긴 했어유.


그때의 차가 9인승 봉고차였을껴유. 호이장놈, 회원놈 그리고 저하고 세 놈이서 가는 길이었지유. 외나로도 들어서서는 하반이루 올라서는 산길로 접어들었어유.

안적 하반까정 갈라문 한 시간 이상 걸려유. 한참을 가는디, 총무놈이 그라는겨유.


“으미… 점심이루 먹은 것이 잘못되었는 개비다.”


그라문서 배를 움켜잡드라구유?
근디, 우째 저두 뱃속이 꾸르륵거리는 것이 영 안 좋드라구유.


“그려… 음식이 상혔든지… 너무 급하게 먹어서 그라는지…”


그러자 호이장놈도 인상을 쓰문서 얘기하대유?


“어허… 난두 영 속이… 속이…”


뭐 볼 것 있간디유? 그대루 풀섶 쪽이루 차를 세우고는 부리나케 세 놈이 뛰어 내려서는 풀로 뛰어 들어서는 아랫도리를 깠지유. 뭐 그 산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겠지만, 세 놈이 웅크리고 한참 용을 쓰는디



“스스스스스…”


뭔 이상한 소리가 풀숲에서 나는겨유! 갑자기 목덜미가 오싹 하대유? 그라드만 풀숲 저 끄트머리에서 갑자기!


“수아아아아아!”


뭔 엄청난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겨유! 분명히 바람 한점 없는 초여름의 맑은 날씨인디 말여유! 흐미 이거 좃됐다… 싶드라구유?


“야! 이씨! 뭐여! 튀어!”


급하게 부랴부랴 바지를 처 입고는 세 놈이 냅다 봉고차로 뛰었어유. 그라고는 얼른 문을 닫고 차를 몰았지유. 그때 호이장놈은 운전하니라 못 봤는디, 저허구 회원놈은 봤슈! 우리가 똥 누던 그 풀섶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웬 히끄무리하고 시커먼… 형체도 이상하게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흉측시런 놈이 서서는 우리들을 보고 있는겨유!


“뭐여! 저저… 뭐여!”
“몰러! 그냥 밟아!”


그렇게 놀란 우리덜은 한참을 벌벌 떨문서 말도 없이 달려갔어유. 얼마나 달렸을까, 이제 해는 저물기 시작하고, 아주 드문드문 서 있는 산길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드라구유.


“저게 대체 뭐였을까?”


회원놈이 물었어유.


“너두 봤냐? 형체두 이상시럽구… 사람두 아니구, 뭔…”


보긴 봤는데, 당췌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드라구유.
사람의 형체 같기도 하고, 무슨 먼지덩어리 같기도 하고,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 걸 보면 사람이 맞기는 한 듯하고… 이건 설명이 너무 어려웠어유.
근디, 그렇게 한참을 가는디… 이게 안적 배설되지 않은 아랫도리가 또 꾸르륵거리는겨유. 아까의 기억을 떠올리면 괄약근에 힘을 주며 참아야 하겠지만, 생리현상이 그렇게 쉽게 참아지든가유?


“야! 인자 도저히 못 참겄다! 차 안에 쌀 지경이여!”


이게 저만 그런게 아녔어유.


“와… 염병! 나두 못 참겄다. 지리겄어!"


결국 차를 세웠는디, 아까의 그 무서웠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희미한 가로등 밑에 세웠구먼유. 그나마 빛이라도 있으문 괜찮을까 싶었던 것이지유. 그러고는 또다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풀숲으로 뛰어 들어서는 순식간에 아랫도리를 깠어유.

그리고는…
 

“스스스스스스…”


또다시 아까의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유!


“야! 이씨… 그놈 여기까지 쫓아왔다!”


결국 또다시 아랫도리 급하게 올리고는 차로 뛰었어유!


“수와아아아아아…”


뒤에서는 그 오싹한 바람소리도 아닌 신음소리도 아닌 엄청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쥬.


“씨벌! 완전 좃된겨!”

“염병! 우치키 여기까지 쫓아온겨?”
“우리 차보다 빠르다는겨? 저거 귀신 맞어? 아님 도깨비여?


이젠 정말 괄약근조차 얼어붙어서는 더 이상 아랫도리도 숨을 죽이고 있었어유.


“안적 하반은 먼겨?”
“씨벌… 이렇게 멀었었던거여?”
“길을 잘 못 들어온 거 아녀?”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유. 그리고는 뒤를 돌아 뒷 창문으로 본 그 모습! 멀어져가는 가로등 밑에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검은 형체! 도저히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어유! 마치 노이즈 걸린 텔레비전의 화면처럼 일그러졌다가는 다시 원 모양이 되었다가 다시 일그러지고 하는, 그러면서도 죽일 듯이 우리를 노려보는 모습이었어유!


“조진겨! 조진겨!”


우리 모두 거의 정신이 나가 있었고, 호이장놈마저도 이리저리 넋이 나가서는 차를 몰았어유. 거의 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니께유. 겨우겨우 하반마을 언덕을 타 넘고는 저 멀리 아름드리 후박나무와 선장님의 집이 보이기 시작했어유. 살았다 싶었쥬.




“아… 인자는 못 쫓아오겄지.”
“허다허다 별 이상한 귀신을 보다니…”
“귀신이 아녀! 저건 필시 도깨비여! 안 그러문 우리 차보다 빨리 쫓아 올 수 있었겄어?”


우쨋거나 선장님 집 앞마당에 차를 세우고 나니까 다리가 후둘거리면서 살았다는 기분이 들드라구유. 우리들이 도착하자 선장님이 나와서 반겼고, 우리는 오면서 겪었던 그 무시무시한 일을 얘기 했지유.


“긍가? 근디… 참말여? 두깨비? 뭔 얘긴지…”


선장님은 우리 얘기를 듣고는 뭔 정신 나간 소린가 싶은 표정이었어유. 영 믿지 못하는 선장님을 보며 우리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구유. 그리고 마침 회원놈이 비척비척 후박나무 아래로 가드만 아랫도리를 내렸어유. 마침, 그 후박나무 옆에 가로등이 있었어유. 그리고는 또 그 소리가 들리는겨유!


“스스스스스… 수와아아아아아…!”
“저거 저거! 저거 여기까지 쫓아 왔어유!”


우리들이 선장님 뒤로 숨으며 소리쳤어유. 가로등 밑에는 아까의 그 희끄무레한 노이즈 모양의 형체가 점점 커지고 있었지유!


“뭐여? 저거여? 저거 날파리 떼 아녀?”


응?


“날…파리유?”
“그려. 저짝 날맹이 쪽이루 뭔 시설(그게 우주센터였음)인가 그걸 맹긴다고 몽땅 뒤집어엎고, 파내고 난리를 치니께 뭔 날파리 새끼들이 아조 극성이드리고. 수천 마리가 아조 난리를 치는겨. 길 파내고 뭔 공사허겄다고 웅뎅이를 파내 놓으니께 거기 물이 고여서니 모기새끼 파리 새끼덜이 아주 지랄여! 어여 들어와. 밥 먹어야제.”


집으로 들어가는 선장님과 가로등 밑에서 웅웅거리는 수만 마리의 날파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우리는 할 말을 잊었지유…
우치키 그때 하반의 선장님은 잘 계신가유? 날파리에 놀라 자빠진 얼간이 세 놈은 안적 기억 허시남유? 이제는 참이루 그리운 시절이구먼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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