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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 (314)] 낚시… 낭만에 대하여(상)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 (314)]



낚시… 낭만에 대하여(상)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개뿔이나… 낭만은 무신… 개고생이지….

이게 그니께 말로는 낭만에 대하여지만, 실제로는 미친 듯이 개고생 혔다는 얘기지유. 워낙이 낚시라는 게 개고생 아녀유? 넘들이 그라대유?

낚시 갈 돈이루 물괴기 사 먹으문 엄칭이 많이 사서 먹고 편할 것인디, 뭔 짓거리루 땡볕에, 그 얼어 죽게 추운 날에, 비바람 몰아치는 든적시런 날씨에 싸돌아 댕기문서 고생을 돈 주고 허냐구유. 그때마다 낚시꾼들은 대답허지유.


“니덜이 낚시를 알어? 돈이 다가 아녀! 그 넓은 바다를 보문서! 그 고요시런 저수지를 보문서, 넘쳐흐르는 강물을 보문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그 설렘과 짜릿함을 니들이 아는겨? 니들이 낚시꾼의 낭만을 아느냐고?”


그츄? 근디, 저 얘기 들으문서 같은 낚시꾼들끼리 오글거리지 않어유? 왠지 물 없이 고구마 열 댓 개 처먹은 드끼 가심이 먹먹시럽덜 않어유? 솔직히 얘기혀서 저얘기가 그럴듯한 포장이란 것! 우린 다 알쥬.


그려유… 낚시는 개고생여유. 돈 들여서 쌩 고생허는이런 취미 개나 줘유!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다음 출조를 위해 장비를 챙기고 있지유. 뭔 짓거린지…(개고생혔던 얘기를 풀어 보겄다는 거지유. 최백호 씨의 낭만에 대하여 가사허구 잘 맞아 떨어지니께 더 씁쓸허구먼유. 낚시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일을 겪어 보셨을 거여유. 대충 가사에 맞춰서 들려드리니께 1절허구 2절이 뒤죽박죽이구 그럴겨유. 가사가 뒤바뀌었다고 태클 걸지마유!)




궂은 비 내리는 날

이게유, 선사의 잘못인지, 선장의 잘못인지, 아니면 우덜이 재수가 우라지게 드러운 놈덜이라서 그런지… 아무튼 워디선가 잘못되었겠쥬. 분명히 선사에서는 호이장놈헌티 ‘오늘은 비가 엄칭이 오구유, 바람두 빡씨게 불어서 배가 뜨덜 못혀유. 그니께 오덜 마셔유’라고 전화를 혔다는겨.


근디, 전화를 받은 놈이 없네? 선사는 분명히 전화로 출조 취소라고 연락혔다는디 말여유. 그렇게 우리는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채, 어두운 새벽을 뚫고 목적지로 달려가고 있었지유. 꾸물거리는 하늘을 보문서두 우덜은 출조의 희망을 놓덜 안 혔어유.


“얼마 만에 가는 문어낚시여?”


선상낚시 중에서 유독 문어낚시만 댕기는 총무놈이 신나서 떠들었슈.


“근디… 날씨가 아주 개판이여. 비라도 쏟아지겄는디? 이거 낚시 조지는 거 아녀?”


조심스럽게 밤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쥬.


“그려서 니놈 별명이 씁새여! 워디 신성한 낚시를 가는디 초장을 치는겨?”

“촘만놈이 나잇살을 처먹으문 아가리라도 여물어야지, 워디서 깽판을 놓는겨?”

“닥쳐! 씁새야!”


그려유…

이 샹놈덜은 뭔 한 마디 말이라두 거슬리면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물어뜯지유… 지라구 워디 날씨 삼삼허니 기분 좋게 낚시하고 싶지 않겄슈? 늦은 밤하늘이 영판 껄끔시러웠다니께유?

당장이라도 한바탕 비가 쏟아질 것 같았어유. 이놈덜두 가심 속이루는 걱정이 많았을겨유. 여허튼 불안시런 마음이루 선사의 낚시방에 도착했구먼유. 다른 때라면 발써 점방에 불이 켜져 있고, 명부 쓰고, 채비 고르는 낚시꾼들로 북적여야 헐 점방이 불이 꺼져 있는겨! 어둡고 을씨년스런 낚시 점방거리가 더욱 스산시럽드만유.


“왐마! 여기 부도난겨?”


불 꺼진 점방을 보며 대체 이게 뭔 상황인지 어리둥절했지유.


“분명히 전화드렸는디? 오늘 날씨가 안 좋아서 배가 뜨덜 못혀유. 비가 억씨게 오구유, 바람두 빡씨게 분다네유. 먼 바다 풍랑주의보 떨어졌어유!”


선사루 전화를 허니께 자다 깬 목소리로 그라대유?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여? 전화를 받은 적이 없는디?”


오늘의 출조를 기획헌 호이장놈이 뚱한 얼굴로 그라대유?


“조옷된겨!”


그려유…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겄는디, 오늘 낚시 조옷된겨유. 그리고… 그 전화가 끝나기 무섭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지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그라문 다시 집이루 돌아가문 되지. 뭔 지랄루 그 야밤에 청승을 떨구 있었다는겨?’라고 얘기허시는 분이 있다면 백프로 낚시꾼이 아녀!


그 허탈함과 들뜬 마음이 사그러드는 자괴감은 쉽사리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게 하지유. 아마도 모든 낚시꾼덜이 그럴겨유. 이왕 왔으니 어두운 밤바다라도 보자는 심정이었을까유?

누가 그러자고 한 것도 아닌디, 자연시럽게 항구로 향했구먼유. 비는 우라지게 쏟아지구유.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포구도 안 보이구 희미한 가로등도 안 보일 지경여유. 어디 갈 곳도 없고, 그 새벽에 문 연 밥집도 없고… 24시 편의점 밖에 없드라구유.


허탈한 마음과 씁쓸한 마음이 범벅이 되어 편의점에서 소주와 맥주, 그리고 과자 부스러기를 사서는 편의점앞 테이블 의자에 앉았지유. 참이루 막막시럽대유. 술이 들어가는지, 빗물이 들어가는지 모르겄어유.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그려유. 도라지 위스키는 아니지만, 소주와 맥주만 한동안 들이켜고 있었쥬. 아! 뱃고동 소리는 없었슈. 그새벽에 뱃고동 뿡뿡댔다가는 살인나유!


“조옷...”

“시끄러웟, 개새야.”

“대체 전화를 받기는 헌겨? 니놈이 나이를 처먹으니께 건망증이 심해진 거 아녀?”


화살은 선사에서 전화를 해 줬다는 호이장놈에게 향했지유.


“아니라니께! 그딴 전화는 받은 적이 없어!”

“그라문 선사에서 거짓말을 혔다는겨?”


싸워봐야 엎어진 물이여유. 그저 허탈해진 마음과 맥빠진 몸으로 술만 자작할 따름이었지유. 그 사이, 비는 더욱 거세지더니 바람까지 거세지기 시작하대유? 비바람이 편의점 파라솔을 엎어버릴 듯 몰아치고 우리는 몸이 옴팍 젖어들기 시작했어유.


근디, 어느 한 놈도 일어설 생각을 않는겨! 그만큼 상실감이 컸던거지유. 낚시꾼 아니면 모른다니께! 낚시 모르는 일반 사람덜은 모를껴!


“옷 젖는다. 차에서 우비라도 가져다 입어라.”

“니 세퀴는 전화도 제대로 못 받은 주제에 비옷을 입을 작정이냐? 우산도 아깝다!”

“좃마난새퀴.”

“저 새퀴는 바다에 빠쳐야 혀!”


오랜만에 개차반낚시회 본연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쥬.

욕설과 비방, 약해보이면 물어뜯는… 세렝게티 초원의 개떡 같은 낚시회… 돌아올 사람은 없을 지라도.

그때였슈. 웬 중노인네가 우산을 쓰고 지나가대유? 그러다가 웬 미친놈덜이 내리는 빗속에서 편의점 의자에 앉아 술 마시는 요상시럽고 처량시러운 모습을 본겨유.


“낚시 왔슈?”

“그게… 그렇구먼유.”

“이 비에?”

“그… 그렇쥬.”

“풍랑주의보 떨어졌는디?”

“그게 전화를…”

“낚시할라고?”

“비가 와서 못혀유.”

“먼 바다는 바람이 장난 아니라는디?”

“전화를 못 받았다니께유!”

“낚시헐거유?”

“낚시 못 헌다매유.”

“먼 바다는 그렇지… 요 앞이루는 나갈 것인디?”

“요… 앞 워디유?”

“위도 가기 전. 그 짝이루는 나가도 된다든디?”

“우덜은 문어 잡을라고…”

“문어는 왕등도 너머루 가잖여? 거긴 못 가. 백조기는요 앞에 앞바다는 나가지.”


순간! 어쩌면 이 분이 우리의 구세주 일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들었슈!


“나가는 낚싯배가 있어유?”

“저기 초입에 ○○낚시점에 ○○호는 백조기 허잖여? 거기 오늘 비 온다니께 손님덜이 취소허구 난리나서 빵꾸났다구 울상여. 비는 오전 중에 그친다고 혔는디.”

“그… 그려유? 백조기! 백조기!”


증말루 구세주를 만난 느낌였어유. 문어는 아닐지라도 백조기면 워디여유? 소금에 절여서 꾸덕꾸덕 말리문 일 년치 반찬거리지유.


“됐다! 백조기다!”

“그려! 채비허구 갯지렁이만 사문 얼마던지 헐 수 있는겨!”


우리에게 한줄기 빛을 던져주신 귀인께서는 홀연히 사라졌어유.


“가자! 낚시점으로!”


그려유, 마시던 술을 팽개치고 우리는 빗속을 뚫고 차로 달려갔고, 그 낚시점이루 차를 몰았슈! 비록 우리가 원하던 문어는 아니지만 백조기라도 그야말로 감지덕지헌 것이지유. 그려유… 이렇게 해피허문, 낚시가 개고생이겄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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