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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 (315)] 낚시… 낭만에 대하여(하)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 (315)] 


낚시… 낭만에 대하여(하)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당연히 그렇지유. 백조기 출조한다는 낚시점은 불이 꺼진 채 어둠에 쌓여 있었슈. 왠지…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어유.

“와… 씨… 이거 조진 기분이다.”

호이장놈이 불 꺼진 낚시점을 보며 중얼거렸슈.

“개눔! 전화두 받았는지 기억도 못하는 개눔.”

총무놈이 호이장놈을 보며 욕을 중얼거리드만유.

“시끄러워! 내는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니께, 왜 자꾸 지랄여!”

“그라문 니놈이 잘 혔다는겨? 선사에서 낚시가 취소되었는디, 얘기두 안 해줬다는겨?”

“니놈은 친구인 나를 못 믿고, 선사에서 하는 말은 찰떡같이 믿는 거여?”

“시끄럽고! 전화나 걸어봐!”

보다 못해 소리치니께 그제야 낚시점이루 전화를 하대유.

“이 새퀴들은 꼭 소리를 질러야만 말을 들어요, 개눔들.”

“저기, 우덜이 대전서 왔는디유, 저기… 문어낚시를 갈라했는디유…”

“뭔 문어낚시를 가려고 혔다는 까지 알려주는겨? 백조기 나가냐구 허문 되는 거지.”

전화하는 호이장놈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슈.

“그려서 날씨가 개판이잖여유? 저기… 그려서 우덜이 다른 낚시라도 갈라구유… 그러지유. 근디, 저기 그짝이서 오늘 백조기 간다고… 그러지유. 그려유… 근디… 그… 그렇지유. 그려유? 아… 알겄구먼유.”

호이장놈이 심각하게 전화를 끊었슈.

“뭐랴?”

“간대?”

“간다구 허지? 간대지?”

우리는 호이장놈의 입술만 쳐다보며 떠들었지유. 제발 백조기라도 갈 수 있으면 오죽 좋겄어유.

“안 간댜.”

호이장놈이 시무룩하게 대답했어유.

“뭣이? 지금 내가 뭐 잘 못 들은 거지? 그치?”

“안 간대잖여! 배 안 뜬다고! 옘병!”

“왜?”

“날씨 나쁘다고 손님덜이 죄다 취소혀서 배 안 뜬대!”

“그람 우리라도 데리고 나가면 되잖여!”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슈.

“그라문 니놈이 전화를 혀! 오늘은 안 나간대잖여!”

호이장놈도 같이 소리를 질러대대유?“

“그라문 오늘 낚시는 좃 됐다는겨?”

회원놈이 여전히 비가 쏟아지는 창밖을 보며 말했슈.

“좃된 거는 애 저녁에 좃된겨!”

“그려! 저 호이장놈이 취소 전화를 받고도 잊어버리고 달려올 때버텀 좃된겨!”

“또 나한테 지랄여! 취소 전화는 받덜 못했다고! 이 시방새들아!”

“그라문 다른 낚시점이라도 찾아보자구. 분명히 어딘가는 출조하는 배가 있을껴!”

총무놈이 조용히 시키며 말했어유. 그러지유. 아무리싸우고 지랄혀봐야 답이 없는디, 비좁은 차 안에서 떠들어봐야 우덜만 손해여유. 결국 어딘가에 불 켜지고, 배에 탈 낚시꾼을 기다리는 낚시점이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 붙잡고 근방의 낚시점을 모두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유.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그 사이 비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어유.

그려유… 이런 날에 배 띄우는 선사도 있을 리 없고, 출조 나갈 선장도 없지유. 그려두 내심 속으로는 한 곳만이라도 있기만 바랄 뿐이었지유. 비 내리는 포구에 어스름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슈.

“끝난겨! 더 돌아댕겨봐야 힘만 들어.”

총무놈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쥬.


“이놈은 우째 끈기가 없어? 그라니께 니놈이 낚시질을 못하는겨! 지주 집안의 부루조아 새퀴!”

“또 왜 나한테 지랄여? 애초에 이 사단이 난 것은 호이장놈이 출조 취소 전화 받구서는 잊어버려서 그렇다니께.”

“촘만놈들아! 나는 그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니께!”

결국 호이장놈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어유. 이래서 살인이 나는구나 싶드라구유. 그때였어유!

“저기! 저기! 저 낚시점에 불 켜져 있다!”

회원놈이 포구 끄트머리의 낚시점을 가리키며 소리쳤슈. 정말로 우리의 마지막 희망처럼, 포구의 마지막 끄트머리의 낚시점에 불이 켜져 있는겨유. 모든 낚시점과 선사들, 모든 밥집과 상점이 문을 닫은 시간, 오롯이 불이 켜져 있는 낚시점 하나. 왠지 모를 희망이 솟아오르고 있었지유.

“근디… 배 뜨겄냐?”

막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총무놈이 불길한 소리를 냈슈.

“이런 개…새…”

“시방 초 치는겨? 저 바다에 수장되고 싶은겨?”

“이 자식의 조동아리를 꿰매 버려라!”

모두 한 마음으로 총무놈을 후드러팼지유. 알지유? 살인은 아주 작은 것에서도 일어 날 수 있다는 것. 별 쓸데없는 이유로도 살인은 나는겨유.

“지랄들 말고 바다를 한 번 봐! 저게 낚싯배가 뜰 상태여?”

후드러까지고 있던 회원놈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바다 쪽을 가리켰어유. 그려유. 우리도 이런 날씨에 낚싯배가 뜰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유. 그저 어찌되었든지 출조해보겠다고 떠나온 이상, 일말의 희망이라도 걸어보는 것이지유.

포구에는 정박된 배들이 파도에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고 있었고,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파도가 포구로 처 들어 오고 있었지유. 비는 쉼 없이 들이치고, 바람도 더욱 거세지고 있었어유.

“그려두 한 번 믿어 보자구.”

지가 힘없이 말했어유.

“그려… 혹시라도 아침나절에 파도가 죽고 비가 그치면 출조 할 배가 있을 수도 있으니께.”

총무놈도 힘없이 대답했슈.

“그려, 여름 날씨라는 게 시시때때로 달라지니께.”

“맞어. 태풍이 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날씨가 나쁠 리 없으니께.”

쓸데없는 희망이지유.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대체로 일반적이루 낚시꾼이 아닌 사람덜은 이해하지 못할 낚시꾼들만의 고집스런 느낌들이 있지유. 그렇게 꽝을 치고는 또다시 다음 출조를 위해 장비를 정리하고, 그렇게 개고생을 허구두 또 다음번 출조를 계획하는 낚시꾼들의 어처구니없도록 굳건한 고집들 말여유.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라면 그렇게 집착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유. 골프도 그렇고, 등산도 그렇고, 테니스도 그렇지유. 하지만, 낚시라는 취미는 그런 취미생활과는 다르게 아집과 지독한 집착 때문에 광기라는 이름으로도 설명이 되지유. 그래서 ‘낚시광’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는 것이겠지유. 우리처럼 그 비바람과 파도를 보면서도 어떻게든 출조를 하려는 어리석은 고집 말이지유.

“헉!”

불 켜진 낚시점으로 들어서자 낚시점을 지키던 젊은 주인이 소스라치게 놀라대유. 그도 그럴 것이 웬 낚시꾼 차림의 후줄근하게 젖은 놈들이 이 날씨에, 신새벽에 들어섰으니 말이지유.

“저기… 낚싯배 떠유?”

“예? 뭐… 뭔 말이래유? 뭐가 떠유?” 

“낚싯배유. 낚시 할라구유. 백조기나 뭐… 그런거…”

“그… 오늘유?”

젊은 주인이 창밖을 한번 쳐다보고는 우리를 번갈아 보며 물었슈.

“그려유. 문어 낚시 헌다구 왔는디, 취소 되었다네유? 근디… 이 정도 날씨면 가까운 근해서 백조기 낚시라고 떠나는 배가 있을까 하구유.”

젊은 주인이 이런 미친놈들이? 이런 덜 떨어진 놈들이? 하는 눈초리로 우릴 쳐다 봤어유.

“저 날씨에 죽을라고 나가유? 여기 말구두 서해상에 주의보 떨어져서는 어디두 나가는 배가 없을 건디유?”

그렇지유. 그저 혹시나 허는 마음에 작은 희망이라도 가져보려 했건만, 역시나 그건 우리들의 어리석은 생각이었을 뿐이여유.


낭만에 대하여 

그렇게 덜 떨어지고 무식하며 아집으로 가득 찬 세 놈이 다시 낚시점을 나와 비바람 몰아치는 밖에 서 있었어유.

“뭐여? 호이장놈 워디 갔어?”

분명히 낚시점 앞에 차를 대 놓았던 호이장놈이 사라진겨유. 여기저기 찾아봤는디, 없대유?

“뭐여? 너 워디 있는겨?”

부랴부랴 호이장놈헌티 전화를 했지유.

“뭐여? 못 들은겨? 내가 낚시구 뭣이구 다 조졌으니께 나는 집이루 간다구 전화했는디, 못 들은겨?”

녀석은 우리를 내 팽개치고 집으로 달려가는 중이었어유. 갑자기 내리는 비가 포근하게 느껴지대유? 모든 궂은일들을 내려놓으면 이리도 편해지고, 포기하면 조바심조차 사라지는 것을.

“비 내리는 포구가 정말 낭만적이지 않냐?”

다시 돌아와 앉은 편의점 의자에서 회원놈이 거센 파도와 비바람에 흔들리는 포구를 보며 말했슈. 그렇지유… 그렇게 낭만적이라고 위안을 삼아야만 또 다시 힘내서 이 든적시럽고 어리석은 낚시질을 또 떠날 수 있겠지유. 안 그려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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