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낚시꽁트 씁새 (317)]
안전부터 시작합시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천만 낚시춘추 구독자님들, 씁새를 애독해 주시는 선후배님들, 잘 계시지유? 우치키 낚시는 잘 댕기시남유? 시방, 쭈깨미허구 문어가 난리 파시라는디, 손맛은 보셨슈?
가을 붕어가 튼실허니 힘이 오진다는디, 찌올림은 실컷 보셨슈? 매번 허는 얘기지만, 워디 잘 나온다 혀서 꼭두새벽버텀 달려가 봐두 노바닥 꽝이여. 이게 원이 잘 안 나오는디, 언 놈이 잘 나온다고 사기를 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어복이 지지리도 없는 놈이라서 그런지 매번 꽝이여, 염병헐…
그려서 인자는 출조 헐 때마다 욕심을 내려놓고 가자고 마음을 먹는디, 그게 그렇게 쉽게 맴이 바뀌남유? 낚싯대를 물에 드리우는 순간 맴은 또 전투적이루 바뀌는겨. 그러고는 낭중에 집으로 돌아오문서 허망시런 한숨만 내뿜는 것이지유.
그건 그렇고, 지가 꼭 당부드릴 말씀이 있구먼유. 특히 선상낚시 허시는 분들은 꼭 가심에 새겨 두셔유. 지난번에 쭈깨미 낚시 갔다가 인명사고 나는 중 알았다니께유! 배에서 바다로 사람 빠지는 광경을 바로 옆에서 보는디, 다리가 후들거려서 안적두 그때 생각허문 온몸에 솜털이 다 솟아유.
지난달에 쭈깨미 잡겄다고 배를 예약하는디, 아시다시피 배 잡는 것이 그리 쉬워유? 거기다가 우덜 낚시회 사람덜이 독배를 잡겄다고 허는 것인디, 더더욱 잡기가 힘들지유. 우치키 겨우겨우 10인승 독배를 천우신조로 잡은겨. 선장 포함혀서 10명이문 월매나 작은 배인지 아실껴유. 그려두 남해 쪽에서 문어 잡으려고 10인승 배를 타 본 기억이 있으니께, 어느 정도 크기는 될 것이고 안전장치는 다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유.
근디, 서해 쪽 소형선들은 남해하고는 다르드라구유. 뭔가 어설프고, 불안했어유. 화장실도 겨우 붙어있고, 난간도 낮아서 자칫 바다로 빠질 것 같드라구유. 통로도 낚시허는 사람 뒤로 간신히 비비고 지나갈 정도로 비좁았어유. 그려두 이 쭈깨미 호시기에 이런 배라도 독배로 잡은 것이 워디냐고 타긴 했어유.
그려! 이게 탈 때부텀 문제였슈. 20인승이 넘는 큰 배덜은 포구에 접안혀서 안전하게 승선허잖여유? 근디, 이 조그만 배는 포구에 정박한 작은 배덜을 넘고 넘어서 타야 허는겨! 불안 불안허니 배에서 배를 몇 개씩이나 타고 넘어가자니 힘들고, 흔들리는 배 때문에 위험시럽더라구유. 우치키 우치키 무거운 짐보따리 들구 겨우 탔어유.
근디… 배 난간이 너무 낮은겨! 종아리 근처에 오드라구유. 아차 하는 순간 빠질 것 같다는 불안함이 뇌리를 스치는겨! 그래두 쭈깨미 욕심은 있으니께 오늘은 마릿수 좀 채워 보겄다구 선수로 올라갔어유. 역시나 선수도 배가 흔들리면 빠질 듯이 난간이 낮았어유.
그리고 문제의 회원이 내 바로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지유. 선수 쪽에 평상처럼 조그맣게 만든 자리가 있기에 짐도 올려놓고 채비 준비하려고 앉았지유. 그러고는 출항을 하는디, 뭔 선장이 억하심정이 있는지, 아니면 전날에 부부싸움이라도 대판 했는지, 냅다 달리는겨! 그 조그만 배가 달리기 시작하는디, 이건 롤로코스터여! 사람이 붕붕 뜨더라구유.
“엔간히 달려유! 사람 뒤지겄어!”
그러자 선장이 그라대유.
“잘 나오는 뽀인트 선점할라문 달려야혀유!”
뭐… 선장 말도 일리는 있지유. 손님덜 쭈깨미 많이 잡게 해 드릴라고 냅다 달리겄다는디 뭐라고 헐 수는 없잖여유? 거의 허리가 끊어지는 기분이었슈. 척추 뼈가 탈골하든지 최소 디스크가 걸리든지 헐 지경였어유.
파도는 흠뻑 맞고 미친 듯이 달리는 배에서 겨우 난간 부여잡고 선실로 들어갔는디, 이건 선실이 아녀. 그냥 양쪽이루 긴 널빤지 의자 두 줄 깔아놓은겨. 마찬가지루 사람이 방방 뜨는겨. 창문도 제대로 없어서 파도는 그대로 선실로 처 들어오고 난리였슈.
그렇게 뽀인트에 도착하구서니 낚시를 시작허는디… 안 나와. 쭈깨미가 없어!
그러자 또 선장이 다른 배에 전화를 걸더니 냅다 달리는겨! 롤러코스터에 범퍼카가 시작된 거지유. 뽀인트 도착혔는디, 없어! 쭈깨미가 배에서 한두 마리 나오고는 없어! 그러자 선장이 또 다른 배에 전화를 걸대유?
“그짝은 나와? 없어? 여기두 그려! 그라면 oo 쪽이루 네가 가봐. 나는 xx 쪽이루 가볼라니께.”
다시 위험천만한 레이스가 시작됐어유. 그렇게 우리가 탄 소형 낚싯배와 다른 소형 낚싯배 두 척와의 협업 아닌 협업을 하고 있었던 거지유. 소형 낚싯배 세 척이 뿔뿔이 흩어져서는 좀 나온다 싶으문 다른 두 배를 불러 들여서는 파먹는 모양새였어유. 그 소형 낚싯배 주위에는 어느 큰 낚싯배도 보이지 않았어유.
아마도 큰 배들은 멀리 나갔을 것 같더라구유. 작은 배들만 그저 연안에서 겨우 파먹는 상황인거지유.
그렇게 미친 듯이 돌아다니면서 오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어유. 포인트 옮길 때 마다 요동치는 배 위에서 가슴 조이며 흔들리길 여러 차례였어유. 그리고는 마침내 그 끔찍한 순간이 온 거여유.
모처럼 흩어져 있던 세 배가 모여서는 그나마 드문드문 나오는 주꾸미를 잡고 있었어유. 선수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데, 다른 배가 움직이드라구유? 그러자 우리 배도 갑자기! 왜, 배가 이동하려면 두 번 신호를 주잖여유? 삑삑! 그 신호도 없이 우리 배가 느닷없이 출발을 한 거여유. 놀라서 우리 회원들은 부랴부랴 낚싯대 걷기 시작했고, 내 낚싯대도 급하게 거두어들이기 시작했지유.
그때 그 회원이 주꾸미를 한 마리 잡아서는 망에 넣고 돌아설 때였어유. 갑자기 출발하면서 속도가 붙자 배가 출렁 한 거여유! 아! 내 눈 앞에서 그대로 비틀거리더니 그 낮은 난간 너머로 떨어지대유!
“세워! 세워! 사람 빠졌어! 세워!”
“스톱! 배 세우라고!”
우리들이 소리치며 바다로 빠진 회원을 봤어유. 근디… 순식간에 사라졌어유! 선장은 영문도 모르는 얼굴로 배를 세웠구유. 순간! 머릿속으로 별 끔찍한 장면들이 마구 스쳐 지나갔어유. 돌아가는 스크류와 밧줄… 처참한….
그리고 그 광경을 다른 배에서도 봤어유. 그 배들이 우리 쪽으로 모여들고 물 밑으로 사라진 회원을 찾느라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아… 떨어진 자리 뒤 쪽으로 그 회원이 나타났어유. 갑자기 다리가 풀리면서 뱃전에 주저 앉았어유. 다른 배에서 물에 빠진 회원에게 뜰채를 건네주고 끌어 올린 후 우리배로 넘어왔지유.
그 당시에 너무 무서웠던 것은 구명조끼였어유! 그거 진짜루 터지기는 하는겨유? 그나마 믿는 구석이 구명조끼인데, 터지질 않은겨! 그대로 배 밑으로 들어가서는 허우적대다가 구사일생으로 빠져 나온 거지유.
그나마 그 회원이 수영을 오랫동안 해왔기에 빠져나왔다고 하대유? 발목을 붙잡는 그물들과 낚싯줄들, 그리고 빠지자마자 스크류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겨유.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누먼유. 온 몸이 젖어서는 창백하게 질려있는 회원을 보면서 ‘이 낚시라는 미친 짓거리를 꼭 해야 하는가’ 하는 슬픈 생각도 들었어유.
놀란 선장도, 그리고 우리 회원들도 다른 배의 사람들도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어유. 그저 살아 돌아온 것만 감사할 뿐이었지유. 그래도 낚시꾼은 어쩔 수 없나벼유. 그 회원은 선장에게 “똑바루 혀야 할 것 아녀? 그렇게 신호도 없이 달려나가문 사람 빠지는 거 당연한 거 아녀? 그러고 이 배에 난간이 위험시러운디 안전장치는 해 놨어야 하잖여?”
소리치고 난리 났건만… 그것도 잠시… 젖은 옷 벗어던지고는 팬티 바람으로 또 쭈깨미 잡겄다고 난간에 서 있는겨유. 그저 무사히… 긁힌 상처는 있지만, 큰 상처 없이… 부상 없이 우리 곁으로 돌아와 준 것만 다행이다 생각했지유.
이 생각하기도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왜 들려 드리겠어유? 그깟 쭈깨미 수 백 마리 잡아 뭐해유? 목숨이 중헌디! 우리 선후배님덜, 꼭 안전부터 지키문서 낚시 하자구유.
그리고 서해의 작은 낚싯배덜은 안전장치부터 확실허니 하고서는 운행하셔유. 그 낮은 난간과 난간 사이에 휑하니 뚫린 뱃전의 높이는 겨우 발모가지여. 그렇게 낮은 뱃전이루 사람 빠지는 거 다반사 아녀유?
남해 쪽 작은 낚싯배들은 그래도 그 사이에 밧줄이라도 걸어놓고, 통로도 넓어서 덜 위험한 편이드만, 서해 쪽은 너무 열악하다는 생각은 안 하셔유? 똑같은 선비 받으문서 좀 더 안전하게 하셔야 하는 거 아녀유?
아무리 손님덜 쭈깨미 많이 잡게 해드리겄다고 고생하시는 것도 알지만, 그리 험하게 배를 몰면 우치키 한대유? 지발 손님덜 안전부터 챙기고 운행하시자구유. 만약 그날 인명사고가 났으면 우쩔껴? 선사는 물론이고 우리 손님덜까지 트라우마에 낚시를 접을 수도 있어유.
그러고 우리 조사님덜 꼭! 구명조끼 확인 다시 해보셔유. 마지막 안전장치인 구명조끼가 터지지 않으면 수영 못하는 사람은 끔찍한 사고로 연결되는겨유. 지금이라도 구명조끼 꺼내서 오래된 카트리지 교체 하시고, 낡았으면 새거루 하나 사셔유. 괴기 잡겄다고 그 비싼 선비는 마구 내시문서 내 몸 지키는 구명조끼는 왜 그렇게 낡고 더러운 것을 그대루 입고 댕긴대유? 우리 회원놈 하는 말 들려드릴께유!
“낚시? 낚시는 뽀대여! 겁나리 근사허니 낚시복 챙겨입고 신상 구명조끼 걸치문 뽀대 나잖여? 노바닥 그지 새끼처럼 낡은 옷 입고 댕기문 괴기들두 허투루 보는겨!”
그래유. 우리 담부텀 제대루 멋진 옷 입고 신상 구명조끼 두르고 안전하게 뵙자구유.
잊지 마셔유! 안전!(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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