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낚시꽁트 씁새 (320)]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또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구먼유. 우치키 좋은 꿈들은 꾸셨슈? 낚시꾼들에게 좋은 꿈이래야 물괴기로 쿨러 채우는 게 꿈이겄지만, 그게 맘대루 되남유?
지두 작년에는 처참하리만큼 개죽을 쒔어유, 우치키 된 심산이, 낚시를 가문 꽝이여! 쿨러 한 번 지대루 채워 본 적이 없구먼유. 온갖 채비에 미끼에, 주워들은 낚시 기법까정 기를 쓰고 뎀비는디두 꽝여. 그라다보니께 늘어나는 것은 낚시 장비들이고, 새 나가는 것은 비상금여유.
괴기 안 잡히는 것이 내 장비 때문인가 싶어서 좋다는 장비는 죄다 사들이고, 누가 뭔 채비루 좀 잡았다 싶으문 그 채비 맹기느라 용품사고… 악순환이였지유.
결과적이루 괴기 못 잡는 것은 내 실력의 문제지, 장비나 채비가 아니드라구유. 실력이냐구 개뿔인디, 워디 수백만원짜리 장비 안겨줘 봐야 괴기 잡겄슈? 안 그류?
그려서 지는 올해는 소박한 꿈이루 바꿨슈. 그저 안전허니, 바다 귀경허문서 유유자적허자고… 근데 그게 말만 그렇지, 넘들이 또 대박쳤다 허문 눈이 회까닥 돌아서는 개진상이나 떨겄쥬. 그게 낚시꾼들의 인생이니께유,
말이 나와서 말인디, 그 인생이란 게 누구나 그렇게 살덜 안혀유? 지지고 볶고 울다가 웃다가… 그리 사는 거지유. 그려서 이번 판에는 우덜 개차반낚시회의 호이장놈에 대해 써보려구 해유.
지 놈이 이 슬픈 이야기를 낼름 지헌티 다 털어놓고는 낚시춘추에 기고하문 죽인다고 혔지만, 가뜩이나 소재가 바닥나서 죽겄는디, 니놈헌티 죽으나 독자님들헌티 죽으나 매한가지다 허는 심정이루 까발려 보겄슈.
벌거벗은 호이장놈
그게 한 달 전인 작년 12월이었구먼유. 지난 편에서 소개해드린 개차반낚시회 신입회원 놈, 강원도로 전근 가버린 거시기를 대신해서 들어온 놈 있잖여유? 그놈 별명이 ‘닥쳐’여유. 하도 말이 많아서 닥쳐라고 지어줬슈.
여허튼 그 놈이 개차반낚시회에 가입헌 기념이루 한턱 내기루 혔어유. 요즘 방어가 제철 아녀유? 근디 비싸! 제철인디두 비싸! 그놈이 그 비싼 대방어를 횟집서 대접을 한 거여유.
이때 아니면 원제 또 그 비싼 방어 회를 먹겄어유? 모처럼 개차반낚시회놈덜 죄다 모여서니 때려먹고 마셨지유. 그렇게 늦은 시간까정 낚시 얘기에 인생 살아 온 얘기에 무르익어 가는디, 갑자기 호이장놈의 얼굴이 사색이되는겨!
“아앗, 염병. 조졌다!”
그라드니 호이장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드만 부랴부랴 외투를 입대유?
“뭐여? 똥 누러 가?”
그러자 호이장놈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슈.
“예미… 마님 생신이여. 오늘이 마님 생신이신 것을 깜빡했네!”
그려유, 세상 조진 거지유. 우치키허문 그 엄허신 마나님의 생신을 깜빡할 수 있대유? 그렇게 호이장놈은 부리나케 횟집을 나와서는 근처의 빵집으로 향했어유. 케익이라도 사 들고 가야 이 공포스러운 사태를면할 것이다 생각헌 거지유.
허지만 동네 빵집이란 빵집은 죄다 문을 닫았어유.
그 시간이 거의 밤 10시를 넘어섰으니께유. 결국 이놈의 최선이라는 것이 마트에서 귤 한 봉다리 사 가는 것이었지유. 전장으로 끌려가는 러시아 병사의 심정으로 집 현관문을 열었다네유. 당연히 마님께서는 거실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눈길 한 번 안주고 텔레비전에만 집중하고 있었지유.
“미안혀… 내는 집이루 올라 했는디… 그 씁새놈허구 또 총무놈허구… 하두 지랄혀서… 또 신입이루 회원두 와서… 미안혀... 잠깐 앉아 있다가 오려구 혔는디… 씁새 그 놈이… 오늘은 미안혀구… 내일 외식을 시켜 줄라니께….”
이렇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빌었지유. 그러고는 사온 귤을 정성껏 까서는 마님께 공손히, 예의바르게 드렸어유. 겨우 마님께서 노여움을 거두시고는 호이장놈이 공손히 건넨 귤을 드시기 시작했어유.
근디 이 공포스러운 상황이 이대루 끝나문 상당히 애매허지유? 씁새라는 코너가 그렇게 고요시럽게 끝나겄어유? 그랬다가는 낚시춘추서 퇴출 명령이 떨어질거여유. 그렇게 호이장놈이 공손하게 마님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귤을 까서 마님께 바치고 있는디, 텔레비전에서 마침 트로트경연이 나오드래유. 요즘 트로트 열풍이 분 것인지 어마어마한 상금을 걸고는 신인 트로트맨들을 뽑는 그 프로그램 말여유. 신인들이 나와서는 상금을 걸고 트로트를 불러 제끼는 그 프로그램이지유.
문제는 이 호이장놈이 배우는 김혜수 씨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가수는 송가인 씨를 돌아버릴 정도로 좋아한다는 거여유. 김혜수 씨 등장하는 영화는 빠짐없이 보는 데다가 재방까지 보구유, 송가인 씨 나오는 프로그램은 미친 듯이 찾아보구유, 아마도 송가인 씨 팬클럽에도 가입이 되어있다지유?
좌우간 두 사람의 찐팬이며 덕질을 허는 놈여유. 물론 일반 가요보다는 트로트를 좋아하니께 열심히 마님과 함께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문득 마님께서 묻드래유.
“만약에 김혜수하고 송가인이 저녁을 먹자고 하면 누구하고 먹을래?”
그렇지유! 이게 인생 최대의 난제이며 잘못 대답했다가는 가정이 파탄 나는 무시무시한 질문인거여유. 그렇다면! 이 질문의 대답은 무엇일까유? 현명하신 독자님들은 답을 알고 계시겄지유.
“오! 참이루 힘든 질문이구먼… 음… 혜수 씨허구 먹자면… 가인 씨가 슬플 것이고… 가인 씨허구 먹자고 허문… 혜수씨가 실망할 것이고… 두 사람 다 같이 먹는 방법은 없는…”
퍽! 호이장놈이 행복에 겨워 대답을 하는 순간, 마님께서 드시고 계시던 귤을 냅다 호이장놈에게 던져 버렸다네유!
“왐마! 이…이게… 뭐… 뭣이여…”
호이장놈이 놀라 일어서는디, 마님께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는 귤 봉다리를 뒤집어 엎어버리고 난리가 났대유. 온 방안에 귤이 굴러 댕기고 분이 안 풀린 마님께서는 텔레비전을 끄시고는 방안으로 들어 가셨다네유.
이게 무슨 사단인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길이 없는 호이장놈은 멍하니 서서는 방안에 굴러다니는 귤들만 쳐다 봤지유. 그러다가 술기운이 오르고 혀서 낚시장비를 넣어두는 쪽방으로 힘없이 들어갔다네유.
이 쪽방이 다용도실을 개조해서 만든 창고 같은 곳이라서 난방이 안되유. 안적두 어째서 마님께서 진노하셨는지 모르는 호이장놈이 거실에 있던 전기장판을 들고는 쪽방으로 향했지유. 그러고는 쪽방에 누웠는데, 영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대유.
그렇게 이불도 없이 전기장판 위에서 쪼그리고 잠이 들었는디… 얼마 지나지 않아 춥드래유. 일어나보니께! 전기장판의 전선이 싹뚝 잘려져있는겨! 마님이 몰래 쳐들어 와서는 잘라버린 거지유.
우쩌겄슈. 그나마 거실로 나가서 담요라도 덮고 자려고 문을 여는디, 월레? 문이 안 열려! 마님께서 쪽방 문 앞에 무거운 무언가로 막아 놓은 거여유. 인자 오도 가도 못하고 쪽방에 감금된 거지유. 그렇게 개 떨 듯 떨고 있는디, 갑자기 낚시 짐 중에 침낭이 있다는 것이 생각나드래유.
그려서는 또 선반에 올려둔 낚시 짐을 내려서는 침낭을 찾는디! 이번에는 불이 나간겨! 이 쪽방 전등 스위치가 밖에 있는 게 문제여유. 갑자기 칠흑같이 되어버린 쪽방에서 어쩌지 못하고 있는디, 밖에서 마님의 조용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 오드래유.
“김혜수하고 송가인 꿈꾸면서 잘 자고 있어.”
대체 김혜수 씨하고 송가인 씨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러나 싶어서 한편으로는 야속하드라네유? 그렇게 호이장놈은 시베리아 벌판 같은 쪽방에서 쪼그리고 누워서는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지유.
아침이 되어도 마님의 진노는 풀리지 않으셨는지 방문은 열리지 않았고, 마님은 그대로 출타해 버리셨어유. 결국 호이장놈은 우리들에게 전화를 했고, 우리들은 녀석이 불러주는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는 집으로 들어가 거의 죽어가는 호이장놈을 구출할 수 있었지유.
“내가 뭔 잘못을 했다는겨? 김혜수 씨 허구 송가인 씨 좋아하는 게 죄여? 지는 송중기 좋아하잖여!”
녀석은 거의 울부짖듯이 우리에게 하소연을 시작했어유. 녀석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우리는 참이루 이 한심한 녀석에게 무어라 할 말을 잊었어유. 쪽방이 아니라 냉동실에 감금해 버려두 시원찮을 놈이지유.
“네놈은 안적두 네놈의 잘못을 모른단 말인가?”
“낼 모레면 염라대왕님 알현헐 나이에 안적두 인생을 헛살았단 말인가!”
“못난 놈!”
우리들의 질타가 쏟아지는디두 호이장놈은 무엇을 잘못 했는지 도통 모르는 눈치드라구유.
“뭣이가 워떻다는겨? 누구나 좋아하는 연예인덜은 있잖여! 그게 뭔 문제여!”그려유. 그 좋아하는 연예인이 아니고! 그 좋아하는 낚시가 문제가 아니고, 마님께서 툭 던져주신 문제의 대답이 틀린 거지유.
못난 놈…
혹시 우리 독자님덜 중에 이 문제의 해답을 모르시는 분덜은 없으시지유? “김혜수허고 송가인 중에 누구하고 저녁을 먹고 싶어?”
대답은 “저녁은 가족들 하고 먹어야지.”
올 한해도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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