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지게 작대기의 달인 ‘한방 장선생’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에또, 그 양반 성씨가 진실로 장씨였는지는 모르니께 토는 달덜 말어유. 장씨면 어쩌구 단씨면 우쩌겄슈? 그냥 장씨라고 헐라니께 냅다 듣기만 허셔유.
몇 년 전이었구먼유. 지가 고향이 충북 음성이여유. 그 생극면 차평리 차평저수지 제방 밑에가 지가 태어난 곳이구먼유. 그렇다고 또 고향 생색낼라고 허는 거 아니니께 또 토달덜 마셔유. 냅다 들어보기나 허셔유.
여허튼, 5월이나 6월쯤일 거여유. 모처럼 공휴일을 맞이혀서 고향이루 내려 갔구먼유. 뭐 이유야 고향 어르신들 인사라도 챙긴다고 했지만, 낚시꾼이 그따위 난데없는 이유가 워디 있겄슈? 그저 괴기새끼 대가리라도 알현할라는 심산이지유. 안 그려유?
그려서 대충 몇몇 어르신네들 인사 땡기고는 곧바로 낚싯대 챙겨서는 저수지루 올라갔구먼유. 때는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문서 야릇한 향기를 내뿜으며 춘심이 동하는 계절이니께 시상의 어느 미물이라고 이 시상조화 이치에 어깃장을 놓겄슈?
이 자연스러운 이치에 합당한 짓거리를 물괴기덜두 허드라구유. 저수지 물가에 수초란 수초는 죄다 붕어새끼덜 요분질 허는 모텔 수준이드만유. 난리두 아녀유. 그저 팔뚝만한 붕어덜이… 그려유. 팔뚝은 좀 과허구 대충 월척을 넘나드는 놈들이 수초란 수초에 죄다 덤벼들어서 분탕질을 치는디, 워메… 지두 덩달아 가심이 두근거리덜 않겄슈?
급한 마음을 추스림서 낚싯대를 펼쳤구먼유. 개중 분탕질이 가장 요란시런 수초지역이루다가 집중적이루 낚싯대를 던졌지유. 근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이놈덜이 도통 처먹을 생각을 않는 거여유.
허긴… 지놈덜 야룻한 시간 보내는디, 시상천지에 떡밥 아니라 뭘 던져줘두 먹겄슈? 우덜두 사랑허는 그니와 매콤한 시간을 즐기는디 자장면 처먹으라구 들이밀문 그걸 낼름 먹겄어유? 자장면 처먹으라구 들이민 놈을 패대기쳐버리지. 좌우간 물탕 튕기문서 수초더미 부여잡고 요분질치는 붕어 새끼덜만 줄창 쳐다보며 애꿎은 담배만 죽이구 있었지유.
“뭐 허신대유?”
워미, 놀래 자빠지는 중 알었구먼유! 붕어 새끼덜 요분질만 하염없이 넋을 잃고 쳐다보는디, 등 뒤서 누가 물어보드라구유. 놀래서 돌아보니께 동년배 비스럼헌 놈이 지게를 지고 지를 꼬나보구 있드라구유.
지게위에는 풀더미가 수북헌 것을 보니께 소 멕일라구 꼴을 베어서 오는 모양이드만유. 근디, 이 새뱅이 창자 같은 놈이 지가 뭣을 허는지 몰라서 그렇게 물었겄슈? ‘낚시꾼이란 놈이 한 마리두 못 잡구 뭔 중뿔났다구 처질러 앉아있는 겐가?’ 뭐 이런 이야기겠지유.
욱허구 부아가 치밀드먼유. 니이미럴! 괴기 한 마리 못 잡아서 가뜩이나 열받는디 듣도 보도 못한 세숫대야가 지랄여… 뭐, 이런 심정이루 낯짝 한번 구겨준 후에 다시 미동도 없는 낚시찌루 시선을 돌렸지유.
근디, 이 새뱅이 창자 같은 놈이 가던 길 빨리 가지, 느닷없이 지게를 벗어서는 땅에 눕혀놓고서는 지게 작대기를 꼭 쥐고 저만치 수초더미 쪽이루 가드만 주저앉는 겨유. 이 미꾸라지 눈구녁 같은 놈이 누구 울화통 시험하나 싶드라구유.
옌장… 이놈이 ‘어디 월매나 잘 잡는지 구경 한 번 해주마.’ 뭐 이러는 것 같드만유. 내심 성질이 터짐과 동시에 무한시런 쪽팔림도 급습하드만유. 우쩌겄슈? 이 끝 간 데 없는 쪽팔림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한 마리라도 주워 올려야 체면이 서지유.
결국 새로이 지렁이와 떡밥을 동시에 매달아서 낚싯대를 던졌지유. 간간이 곁눈질루 보니께 이 새뱅이 창자 같은 놈이 물가에 우두커니 앉아서는 수초더미에서 요분질에 여념이 없으신 붕어 커플들을 내심 부럽게 쳐다보는 중이드만유.
왜 그… 변태무리들 중에 관음증이라는 것이 있잖어유? 넘덜 매콤시런 시간을 조지는디, 몰래 숨어서 훔쳐보며 즐긴다는 웃기는 종자덜 말여유. 근디 이 새뱅이 창자는 왜 괴기덜 요분질을 훔쳐보는 거래유? 이놈두 관음증 무리에 속허는 거래유? 증말 소가 여물 먹다가 개트림허는 모냥새드만유.
여튼 괴기는 물어줄 생각이 없고, 날은 뜨거워지고, 저수지 물가는 요분질로 더욱 뜨거워지고… 낚싯대 던지는 손모가지는 아파오고… 낭중에는 졸음이 오드라구유. 문득,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밀어 올리는 중인데, 느닷없는 천둥소리가 나드라구유!
“뻐억!”
워미 이 시상 조지는 소리는 또 뭐여? 허문서 놀라 일어나 보니께, 월레? 이 새뱅이 창자가 지게 작대기루다가 수초더미를 후려친 거드라구유! 워따, 빌어먹을 새뱅이 창자새퀴! 이 빌어먹을 놈이 물괴기덜 요분질 허는 모양을 보다가 흑심이 발동을 하였는지, 아니문 그 요분질에 배알이 뒤틀렸는지 이게 뭔 벌건 대낮에 깨춤이래유?
가뜩이나 괴기두 안 잡히는디 이 지랄맞은 새뱅이 창자가 괴기덜 다 내쫓을라는 것 같아서 한 마디 해줄라고 허는디… 예미럴! 이건 뭔 개뿔 같은 일이래유? 그 새뱅이 창자가 지게 작대기루 후려친 곳에 잠시 후 뭔 흐여멀건헌 것이 떠오르드만유.
워따… 이건 낚시춘추서두 다루지 못했던 신종 낚시법이드만유! 허여멀건 허니 떠오른 놈이 족히 칠팔십 센티는 돼보이는 잉어드라구유. 이 새뱅이 창자가 바로 고놈을 노리고 처질러 앉아 있었던 거지유.
놀란 입을 다물덜 못하고 있는디, 이 새뱅이 창자가 지를 흘끔 돌아보드만 씨익 한번 웃어주고는 대갈빡에 정통으로 지게 작대기에 맞아서 기절한 잉어를 건져 올리드라구유. 아… 증말루 낚시꾼 뽀대 안 서드라구유. 한 대에 몇 만원은 족히 허는 고가품 낚싯대가 뒷산 중턱에서 잘라낸 나뭇가지로 만든 지게 작대기를 이겨내지 못한다니… 겁나게 얄궂은 시상이여유.
기절헌 잉어를 들고 나온 새뱅이 창자가 이번에는 지게 끝에 매달린 칡덩굴로 잉어를 묶드라구유. 그 있잖여유. 속칭 넥타이 맨다고 허는 그거. 그러고는 묶인 잉어를 물속에 던져 놓고서 지헌티 또 씨익 웃어주고는 하염없는 요분질 관음증의 세계로 빠져 들드만유.
어따, 니이미럴… 낚시헐 맘이 안 생기드라구유. 님들이라문 그 해괴망측한 짓거리에서 낚싯대 던질 맘이 생기겄슈? 이미 낚시는 조진겨유! 아니나 달러유? 좀 있으니께 이놈이 또 지게 작대기를 번쩍 들더만, 냅다 수초더미를 후려치드라구유.
“뻐어억!”
옌장 차평저수지 둑 터지는 소리두 이것보담 작을 것 같드만유. 또 흐여멀건헌 놈이 떠오르는디, 이번에는 월척을 훨씬 넘어서는 붕어드만유. 지는 낚시인생 40년에 한 마리두 잡아보덜 못한 월척인디… 이 새뱅이 창자는 지게 작대기로 후려 갈겨서는 잡아내다니… 인생 암담허드만유.
또 지를 쳐다보고는 씨익 웃어준 새뱅이 창자가 붕어를 건져 올리더니 아까 잡은 잉어와 같이 묶어서는 지게 끝에 묶드라구유. 그러고는 지게를 울러 메고서 “많이 잡으셔유.” 이 지랄허고는 터덜터덜 저수지 아래로 내려가드만유.
지금 많이 잡을 생각이 나겄슈? 잡긴 뭘 잡어유? 언놈은 삐까번쩍헌 낚싯대루다가 허공에 삽질허는디, 언놈은 비실비실 쳐들어와서는 썩어빠진 지게 작대기루다 후려패서 잡아가고…. 님들이문 그 상황에서 많이 잡겄슈? 화를 내서 죄송시런디, 그 날 일을 생각허니께 부아가 치밀어서 그러니께 이해허셔유. 좌우간 조져버린 낚싯대 꾸역꾸역 접어서는 지두 터덜터덜 저수지를 내려갔지유. 남 줘터지는 속 마음두 몰라주구서는 이종 형수님이 “많이 잡었슈?” 이라드만유.
예미럴… 지두 지게 작대기나 한 개 달랑 둘러메고 낚시하러 올라갈걸 그랬어유. 타는 속 진정시키고는 담에 뵐 때까정 잘 계시라고 허구서는 동네를 빠져 나왔지유.
그래서 끝이냐구유? 지금 페이지 보문 몰러유? 여기서 끝내문 비어버린 여백은 뭘루 보충해유? 가뜩이나 씁새 삽화 그려내시는 화백님두 오죽했으문 여북한다고, 삽화 그려내시기 마땅찮을 것인디!
울컥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꾸욱 눌러 참으면서 동네를 빠져나오는디, 얼레… 이건 한 번 조져놓은 낚시꾼 두 번 조질라는 모냥여유. 아까 봤던 지게 작대기 새뱅이가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떡허니 앉아 있드라구유. 그러문서 또 이지랄 허는 겨유. 씨익 웃으문서…
“많이 잡으셨슈?”
쫓아가서 4칸대 낚싯대 손잡이루 아까 저놈이 잉어 때려잡듯이 대갈빡을 후려갈길라구 했구먼유. 허지만, 낚시인생 암울시러운 씁새가 뭘 우쩌겄슈… 그저 지게 작대기 하나만 있으문 저수지 괴기덜 몽땅 도륙 낼 기세를 지니신 달인께 차마 세숫대야 꼿꼿이 들 수 없어서 황망스럽게도 고개만 푹 숙이고 지나갈 수 밖에유.
시상에 달인들 많고 도인들두 많다지만, 지게 작대기루 괴기새끼 후려 패는 양반은 처음였구먼유. 그려서 지두 그담부터는 부러지고 오래 돼서 못쓰는 4칸대 낚싯대 손잡이를 꼭 챙겨서 댕기지유.
또 알어유? 잘은 안 되지만 열심히 후려패다보면 지게 작대기의 달인이 되겄지유. 내년 봄쯤에 저수지 물가에서 괴기덜이 요분질 치는디 큼지막한 낚싯대 손잡이 꼬나들고 처질러 앉아있는 녀석 보시거든 ‘아하! 저놈이 그 씁새란 놈이구나.’ 허셔유. 증말루 달인이 돼 볼라니께.
정통낚시유? 개뿔은… 지 평생에 제대로 된 낚시꾼 되기는 애저녁에 틀렸다니께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