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주호에서 올린 59cm 쏘가리를 보여주는 필자. 경황이 없어 사진을 대충 찍었다.
지난 8월 18일, 새벽 3시에 잠이 깼다. 나이 탓인지 요즘 들어 새벽 일찍 깨는 일이 잦아졌다. 일찍 일어난 김에 쏘가리낚시를 가볼까 하는데 마땅한 곳이 떠오르질 않았다. 많은 장맛비로 충주호 전역의 수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나마 확률이 높은 곳을 찾다보니 댐 선착장을 바로 지나 나오는 고갯마루공터 밑이 생각났다. 당시 충주호 수위는 135m, 원래는 124m에서 쏘가리가 잘 낚이는 곳인데 무려 10m 이상 수위가 높았다. 다른 곳 같으면 이동로가 모두 잠겨 낚시가 어렵지만 그나마 이곳은 낚시 여건이 받쳐줬다.
주차 후 아래로 내려가니 급경사에 마사토라 자주 미끄러졌다. 조심히 물가까지 접근.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30g짜리 금색 곰포 스푼으로 첫 캐스팅을 했는데 바닥걸림으로 뜯기고 말았다. 경험상 큰 루어에 큰 쏘가리가 낚일 확률이 높았던 터라 두 번째 루어도 같은 무게의 큰 스푼 루어를 캐스팅했다.
밑걸림인 줄 알았는데...
대략 13초 정도 카운트를 한 뒤 스푼이 바닥에 닿은 것을 확인하고 릴링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2m 정도 감았는데 또 밑걸림이 생겼다. 지긋이 당겨주니 밑걸림에서 빠져 나왔다. 다시 3m 정도를 감자 또 밑걸림이다. 연타로 밑걸림이 생기니 은근히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낚싯대를 살짝 들어 보는데 갑자기 ‘휙-’ 하고 낚싯대를 가져가버리는 입질이 왔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분명 배스나 강준치 입질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쏘가리라고 보기도 어려운 무지막지한 저항이었다. 어두운 밤중이라 바늘에 걸린 녀석의 정체도 모른 채 열심히 릴링을 했다. 거의 물가로 끌어내면 드랙을 풀고 도망가기를 세 차례, 드디어 녀석이 항복을 했다.
모자에 부착한 플래시를 켜자마자 깜짝 놀랐다. 내 허벅지만큼이나 굵은 쏘가리가 매달려있는 게 아닌가. 어렵사리 뜰채에 담은 후 꿰미에 꿰었는데 정말 꿈만 같았다. 대충 봐도 60cm는 돼 보이는 녀석이었다. 이후 운 좋게 41cm를 한 마리 더 올렸는데 그 녀석은 앞서 낚은 녀석에 비하면 새끼처럼 느껴졌다.
귀가해 계측해 보니 59cm. 낚시 다니면서 와이프에게 유일하게 칭찬 받은 날이었다.
▲ 59cm와 41cm 쏘가리 크기 비교. 41cm짜리는 새끼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