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5일 오전 6시30분, 서귀포 새섬에서 126cm 꾀저립(꼬치삼치)을 낚은 필자가 계측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했다.
지난 9월 25일 오전 5시, 평소대로 운동 삼아 서귀포 새섬으로 쇼어 플러깅을 나갔다. 새섬은 새연교를 통해 본섬과 연결돼 있는 섬으로, 서귀포에서는 동네 생활낚시터로 인기가 있으며 가을에는 부시리, 잿방어, 줄삼치 등 다양한 어종으로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쇼어 플러깅 동호회 레츠쇼어 스탭 한 분과 평소 쇼어게임 스승으로 모시는 형님과 함께 현장에 도착, 채비를 준비하니 다른 낚시인들도 포인트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다는 ‘장판’이었고 뒤에서 부는 ‘등바람’이라 펜슬베이트도 아주 시원하게 잘 날아갔다. 액션을 크게 안줘도 물 위에 생기는 파문으로도 충분히 고기를 유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꾀저랩이 낚인 서귀포 새섬 갯바위. 멀리 보이는 섬은 문섬이다.
톱워터 펜슬베이트를 덥석
사용한 장비는 워터맨의 STR-962MH 로드와 펜의 BATTLE3 4000HS 스피닝릴. 합사는 요츠아미 8합사 2호에 쇼크리더는 저스트론 56lb 나일론, 펜슬베이트는 다미끼의 160F 그라핀 고등어 컬러를 사용했다.
첫 고기로 60cm급 잿방어가 올라왔다. 그러나 랜딩중 합사가 끊어져 채비를 교체하고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몇 번의 캐스팅에 고기가 펜슬베이트를 공격했지만 히트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계속 헛방만 이어지다가 스테이 없이 펜슬베이트를 수면 위로 통통 튀게 만들어 끌고 오자 무언가가 점프해 펜슬베이트를 물었다.
주변 낚시인들이 녀석의 파괴적인 라이징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질렀고 처음엔 얌전히 따라오던 녀석이 눈앞 15m쯤 끌려오자 오른쪽으로 엄청난 속도로 치고 나갔다. 체감으론 50m쯤 치고 나가지 않았나 싶다.
꿈이 실현돼 너무 기뻤다
녀석의 엄청난 저항에 주변 낚시인들이 채비를 회수해주어 안전한 파이팅이 가능해졌다. 파이팅을 거치며 녀석이 꾀저립임을 알게 되었고, 잿방어처럼 밑으로 처박는 고기가 아니었기에 열심히 펌핑하며 앞까지 끌고 왔다. 함께 출조한 스탭분과 스승님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랜딩해 갯바위 위로 올릴 수 있었다.
현장에서 계측하자 126cm가 나왔고 실제로 녀석을 마주하니 ‘도대체 지금 내가 어떤 고기를 낚은야?’라는 생각에 얼떨떨했다. 저립과 꾀저립은 내가 언젠간 꼭 한 번 낚아보고 싶다 생각했던 꿈의 고기였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너무 기뻤다.
제주 바다에서도 꾀저립은 출몰 빈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고기이다. 주변 낚시인들도 ‘새섬에서는 낚는 걸 본 적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귀한 고기이다. 정말 운이 좋게 잡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동이 트는 새섬 갯바위에서 꾀저립을 들고 촬영한 필자.
꾀저립은 어떤 고기?
90년대부터 제주도에서 꾸준히 포획
▲ 삼치와 모습이 비슷한 꾀저립.
꾀저립이라고 하면 생소한 이름으로 들릴 수 있으나 와후(Wahoo)나 꼬치삼치라는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꾀저립은 제주도 방언이며 정식 명칭은 꼬치삼치다.
일부 낚시인들은 꼬치삼치가 우리바다에 최근에 등장한 어종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꼬치삼치는 예전부터 제주도 인근을 회유하는 물고기로 과거부터 트롤링(당시엔 끄심바리)에 잘 낚이는 어종이었다. 1990년대 초반 서울의 유명 배서 임호기 씨가 꾀저립을 대상으로 갯바위 루어낚시 영상을 촬영해 한때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꾀저립은 삼치보다 유영 속도가 빨라 예전부터 트롤링 대상어로 주목을 받았은 세계적인 스포츠피싱 대상어다. 지금도 제주도와 동해에서는 지깅이나 캐스팅게임 중 대형 꾀저립이 걸려들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삼치 트롤링에도 종종 낚이고 있다. 다만 갯바위 루어낚시에서는 확률이 떨어질 뿐이다.
성어가 된 꾀저립은 길이 2m 이상 자라며 1년생은 길이 50~100cm, 몸무게가 15kg 넘는다. 대형은 길이가 2.5m가 넘고 몸무게는 20kg 이상(최대 중량은 96kg) 나가기 때문에 대형을 노린다면 트롤링을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