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3일 울진 직산항 앞바다에서 지깅으로 118cm 대구를 낚은 필자.
지난 11월 3일,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호경(KOVEA 필드스탭) 씨가 울진 직산항 앞바다에서 118cm 대구를 낚았다. 이 기록은 지난 2020년 12월 29일,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회원 송영우 씨가 세운 종전 한국 기록 115.4cm를 2.6cm 경신한 것이다. 118cm 대구의 정확한 공인 기록은 오는 12월에 열리는 낚시춘추 ‘한국낚시최대어상심사’에서 결정된다. <편집자 주>
11월 3일(금) 아침, 필자는 울진 직산항에 정박해 둔 보트 트레일러 정비 차 대구에서 울진으로 내려갔다. 트레일러를 정비하기 위해 보트를 내린 후 선실 정리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며칠 전 보트피싱으로 직산 앞바다에서 미터급에 준하는 대구를 마릿수로 낚았던 생각이 떠올라 갑자기 대구 지깅 출조 충동이 생겼다.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오후부터는 강한 남서풍에 높은 파도가 예고되어 낚시가 가능한 시간은 고작 오전 두 시간 뿐이었다. 하지만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고 곧바로 보트를 몰아 직산 앞바다 대구 포인트로 향했다.
▲ 필자가 운항하고 있는 보트.
▲ 울진 직산항 앞바다. 수심 100m권을 노렸다.
수심 105m 지점에서 450g 봉메탈지그 사용
울진의 대구 포인트는 강원도 임원~장호 일대와 쌍벽을 이루는 곳으로 직산항에서 사동항에 이르는 앞바다부터 왕돌초까지 넓게 펼쳐져 있다. 출조 당일에는 직산 앞바다의 긴 암초지대와 사질대가 번갈아 이어지는 수심 100m 권역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는 6.3ft 슬로우 지깅 로드에 최대 드랙력 16kg 전동릴을 장착하고 PE 3호 원줄과 36lb 쇼크리더를 사용했다. 채비는 퍼플 야광 450g 봉메탈지그. 쇼크리더에 채비를 체결해 바닥을 찍으니 수심 105m가 나왔다.
대구의 활성도가 높을 거라 예상하고 처음에는 낙차가 큰 롱폴을 구사했다. 엔진이 정지된 상태에서 선속이 2.6kn로 나와 저킹 이후 채비를 바닥에 안착시키기까지 6~7m 흘러가버리는 상황이기에 자칫하면 포인트를 벗어날 수 있어 액션을 평소와 다르게 구사했다.
어군탐지기를 보며 채비를 바닥에서 30~40cm만 띄운 후 요요잉 기법으로 액션을 구사해 나갔다. 50m 구간을 탐색하던 중 ‘툭’하며 강한 입질이 들어왔다. 로드를 살짝 들어 올리니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졌다. 다년간 쌓은 대구 지깅 경험으로 미터급 대구임을 직감하고 천천히 랜딩에 들어갔다.
▲ 대구 지깅 채비에 사용한 바늘과 꼴뚜기 루어.
▲ 118cm 대구를 견인한 450g 봉메탈지그. 어시스트훅에 꼴뚜기 루어를 추가로 달았다.
98cm 대구에 이은 연타석 홈런
빠른 조류와 대구의 저항 때문에 간간이 전동릴에 부하가 걸리기도 했으나 무사히 랜딩에 성공해서 계측해 보니 아쉽게도 98cm였다. 이후 보트를 되돌려 같은 구간을 다시 탐색해 나갔다. 길게 이어진 암반 포인트를 탐색하던 중 고저 차가 5m 이상 되는 암반지대를 통과할 때 입질 같은 밑걸림이 자주 생겼다. 로드 액션으로 봉돌의 낙차를 조절하며 조심스럽게 계속 탐색하던 중 바닥에서 아까와 다른 묵직한 반응이 왔다.
강한 후킹 후 릴링을 시작하니 어마어마한 중량감에 놀라 나도 모르게 잠시 멈칫하기도 했다. 이후 몸부림치는 대구의 저항에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마구 흘러내렸다. 전동릴의 랜딩 속도를 많이 늦추고 대구가 저항할 때마다 텐션의 변화에 따른 슬랙 라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로드를 움직였다. 때론 초릿대를 물에 넣어야 할 정도로 저항이 강했다. 여태껏 낚은 여느 미터급 대구와는 달리, 수면 가까이 띄울 때까지 이렇게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빠른 조류와 저항 탓에 20분 동안 파이팅
랜딩을 시작한 지 15분 만에 전동릴 라인 경고음이 울렸고 마침내 힘겹게 대구를 수면으로 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안심하기도 잠시, 대구가 뱃전에서 10m나 떨어진 지점에서 수면으로 떠올랐고, 강한 조류와 대구의 저항이 겹쳐 제압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조력자가 없었기에 한 손에 로드를, 다른 한 손엔 뜰채를 들고 랜딩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대구가 오랜 시간 파이팅 끝에 지쳤는지 서서히 조류 반대 방향으로 끌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입질 받은 후 20분 만에 보트 위로 올릴 수 있었다. 이때 시각이 오전 11시였는데 랜딩에 성공하고 나니 그간의 피로감이 사라지고 혼자서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환호성이 절로 터졌다.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눈 앞에 놓인 대구를 내려다보니 엄청난 크기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의 종전 대구 기록은 105cm인데 낚은 녀석을 보트 위에서 차분히 계측해 보니 무려 118cm나 되었다.
▲ 낚은 직후 계측하니 118cm가 나왔다.
울진 앞바다에서는 처음 보는 대물이라 개인 기록 이상의 자부심을 느끼며 우리나라 대구 기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바람이 거세질 예정이라 서둘러 낚시를 마무리 하고 귀항해서 국내 기록을 살펴보았다. 종전의 대구 최대어 기록은 필자와 함께 활동하는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송영우(닉네임 바다아방) 씨가 울진 오산항에서 낚은 115.4cm였다.
내가 우리나라 대구 기록을 경신하다니! 행운도 뒤따랐지만 오랜 세월 주말이면 대구에서 울진으로 출조한 결실을 거둔 것 같아 감회가 새롭고 오래오래 이날이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