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HOT TREND! 아징
일본에서 건너온 전갱이루어낚시
부산에서 시작해 동해 전역으로 급속 확산
박경식 부산, 프리라이터
바다루어낚시의 대중화가 ‘낚시’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있다면 물고기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다. 릴찌낚시 중심의 바다낚시는 대상어종 이외의 고기는 무조건 ‘잡어’라 칭한다. 그런 까닭에 충분히 대상어종으로써의 가치가 있었음에도 ‘4대돔’ 낚시에 밀려 설움을 당해왔던 많은 어종들이 바다루어낚시의 득세와 함께 어엿한 대상어종이 되어 당당하게 장르낚시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전갱이는 환골탈태의 전형이다. 밑밥이나 축내고 미끼나 따 먹는 애물단지에서 2016년 가장 화려한 ‘씬스
틸러’로 우뚝 섰다. 힘과 스피드, 바깥으로 내달렸다가 옆으로 째는 종횡무진한 움직임까지, 가느다란 로드로 한 번에 받아내기에는 벅찬 전갱이루어낚시(글에서는 편의상 던질찌를 이용해 전갱이를 낚는 이른바 ‘한국형 전갱이루어낚시’는 전갱이 루어낚시로, 일본식의 전용장비와 채비를 이용한 전갱이루어낚시를 ‘아징’이라 부르기로 한다)의 매력에 바다루어낚시인들이 순식간에 중독되고 만 것이다.
▲아징으로 전갱이를 낚은 바다루어클럽 린 회원들. ⓒ낚시춘추
시작은 볼락루어
대개의 루어낚시가 그렇듯,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즐기는 대부분의 낚시는 일본에서 전해왔다. 현재 유행하는 거의 모든 낚시, 적어도 바다낚시의 경우에는 민장대낚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일본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갱이루어낚시의 시작은 조금 다르다. 지금은 대중화된 바다루어낚시가 처음으로 흥행에 성공한 것은 볼락루어낚시의 도입이었다. 이미 가장 많이 알려진 농어루어낚시라는 장르가 있었으나 볼락루어낚시는 그 시작부터 농어루어낚시를 능가하
는 인기를 구가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인기낚시가 될 수 있는 4가지 요소 씨알, 마릿수, 맛, 생미끼낚시보다 더 나은 조과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해안의 볼락낚시 시즌은 겨울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볼락낚시 시즌의 피크는 ‘보리누름기’라 부르는 5~6월인데 이 때 가장 씨알이 굵고 많은 마릿수가 낚인다. 볼락루어낚시를 통해 바다루어낚시에 재미를 붙인 루어낚시인들은 이 시기까지 낚시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는데, 몇몇 낚시인들은 에깅이 시작되기 전인 7월까지도 볼락루어낚시를 계속하게 되었다.
남해안에는 6월 말부터 7월 장마 직전까지는 전갱이의 산란이 시작되면서 유난히 굵은 씨알이 갯바위나 선상에서 많이 낚이는데, 이렇듯 크고 많은 전갱이가 야들야들한 볼락루어대를 씹어 먹으면서 루어낚시인들을 그야말로 ‘손맛 패닉’에 빠뜨려버린 것이다. 겨울에도 종종 계절을 잊은 잔 씨알의 전갱이가 손님고기로 낚이며 잔재미를 주기도 했으나 본 시즌의 ‘알부시리급’ 전갱이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특히, 부산권에서 볼락루어를 하던 낚시인들은 12g 이상의 무거운 자작 레진볼(일종의 던질
찌)을 이용해 40~50m 가량 캐스팅을 해 강한 조류가 흐르는 본류대에서 큰 전갱이를 낚아냈는데, 이 낚시가 동해남부권 전갱이 루어낚시의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단기간에 전갱이루어낚시가 주목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볼락, 무늬오징어, 농어 등이 저조황의 늪에서 헤맬 때도 특별한 어려움 없이 시즌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많은 개체수와 높은 활성도, 씨알과 마릿수를 고집하더라도 시즌 중에는 어디서라도 이처럼 수월한 루어낚시가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볼락시즌이 끝나는 늦봄부터 에깅 시즌이 시작되는 늦여름까지 2개월 정도의 기간동안 대신할 만한 마땅한 대상어가 없었다는 점도 있다. 물론 이 시기는 농어루어 낚시의 시즌이기도 하나, 농어루어낚시는 포인트가 국지적이고, 마릿수가 떨어진다는 약점으로 인해 초보자들이 쉽게 도전하기 힘든 장르다. 그래서 이 기간에 잘 낚이는 대체어종으로서의 전갱이가 쉽게 주대상어종이 될 수 있었다.
‘30cm가 넘는 전갱이가 마릿수로 낚인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여건이 더 좋은 남해동부권에서도 전갱이루어낚시가 조금씩 시도되었다. 여밭 웨이딩이 중심이었던 동해남부권과는 달리 섬으로의 원정낚시가 주력인 남해동부권에서는 새벽에 갯바위에 내려 집어등을 켜고 지그헤드나 경량의 던질찌를 이용해 마릿수 전갱이를 낚아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에깅 시즌에도 꼭 집어등을 챙겨 전갱이루어낚시를 짬낚시로 선택, 단 시간에 쿨러를 채운 후 에깅을 하는 것이 낚시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3년 전부터 붐 일기 시작
일본의 전갱이루어낚시인 ‘아징’도 처음에는 볼락루어낚시와 같은 장르로 존재했었다. 일본 낚시의 시류를 간단하게 살펴보려면 유명조구사의 카탈로그 카테고리를 확인하면 되는데, 2009년경부터 볼락루어로드의 사양 중에 ‘아징스페셜’ 이라는 이름을 단 로드 스펙이 함께 등재되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전갱이루어낚시를 장르로 인정하기보다는 막간에 즐기는 낚시쯤으로 생각할 때라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때 나온 아징스페셜 로드는 한국에서 즐기는 전갱이루어낚시와는 전혀 다른 사양을 가진 것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저 ‘일본인들은 전갱이를 참 좋아하는구나. 전용 로드까지 출시하다니’ 정도로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점점 아징 스펙으로 출시되는 로드가 증가하더니 몇 년 후부터는 ‘아징’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생겨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때 즈음에는 우리나라에도 전갱이루어낚시가 거의 정착되어 일본 쪽 낚시에 관심이 많은 낚시인들은 ‘아징’으로 부르며 완전히 시즌을 정착한 하나의 장르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일본 쪽의 아징 전문 브랜드와 용품이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는 로드 같은 장비 보다는 웜이나 지그헤드, 전용 던질찌 같은 것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일본식 아징이 본격적으로 진출 한 것은 최근 2~3년이다. 이 시기는 한국형 전갱이루어낚시가 다소 시들해진 시점이었는데, 그 원인은 오히려 너무 ‘쉽다’는 것이었다. 잘 낚이기 때문에 단순한 패턴으로 낚시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이유로 취향에 따라서는 식상하다는 평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상어종으로서의 전갱이는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이들은 일본식 아징에 눈을 돌려 국내에 정착시키게 되었다.
아징은 전용 로드와 전용 지그헤드와 웜, 전용 라인까지 필수인 낚시로 씨알이나 마릿수를 기대하는 낚시가 아닌, 어떻게 전갱이의 입질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훅셋을 하느냐는 것에 중점을 둔 낚시다. 따라서 조과물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낚시를 섬세하게 펼쳐 최종적으로 전갱이를 낚아냈을 때의 만족함에 중점을 둔 것으로 포인트 선정이 쉽고 채비가 간단하다는 점에서 초보자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경량의 채비로 캐스팅을 해야 하고 섬세한 테크닉이 요구되어 낚시 자체는 심화과정이 요구된다. 실제로 아징을 하는 이들과 한국형 전갱이루어낚시를 하는 낚시인은 각각의 특징이 있는데, 아징 낚시인들이 전갱이의 활성도와 입질층을 찾아내기 위
해 채비를 바꾸는데 분주한데 비해 전갱이루어 낚시인들은 얼마나 더 멀리 채비를 던져 큰 전갱이를 낚아낼 것인가에 주력한다. 이는 어떤 재미로 대상어종의 낚시를 즐기느냐의 차이로 어떤 낚시가 더 재미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전적으로 개인차가 있다.
▲지난 7월 부산 감만시민공원에서 열린 아징 대회. ⓒ낚시춘추
전갱이낚시대회에 몰려드는 낚시인들
전갱이루어낚시가 빠르게 대중화 된 것은 새로운 낚시에 대한 갈망이 크다. 바다루어낚시가 전 낚시 장르 중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더 이상 입문자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대상어종이 없었다. 볼락은 동력을 잃었고, 에깅은 초창기와 올해 반짝 호황을 이루었을 뿐 지속적으로 내리막 조황이었다. 농어는 초보자들이 대뜸 시작해 보기에는 진입장벽이 높다.
초보낚시인들이 당장 루어낚시의 매력을 느껴보기에는 전갱이루어낚시 만한 것이 없었다. 당연히 이러한 선택은 구매로 이어졌고, 처음 볼락루어낚시가 국내에 도입될 당시 관망만 하던 국내 조구업체들은 이번에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각 권역에 맞춤한 전용 로드를 출시하여 한국형 전갱이루어낚시를 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대형 유통사들도 일본의 아징 브랜드 총판 계약을 통해 다양한 전용 장비와 소품을 공급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낚시인들도 활발하게 조황을 쏟아냈다. 특히 전갱이 루어낚시를 가장 활발하게 즐기고 있는 동해남부권에서는 3년 전부터 이미 전갱이 루어낚시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는데, 소규모 친목카페 대회임에도 이 대회에는 많은 참가자가 몰렸다. 이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전갱이루어낚시를 한 까닭에 축적된 데이터로 산출해낸 장비와 채비를 가지고 정해진 장소에서 멀리 캐스팅만 해도 전갱이를 낚을 수 있도록 이른바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전갱이루어낚시를 하는 낚시인들도 누구나 쉽게 전갱이를 낚고 대회까지 도전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를 잡아 인기몰이 중이다. 생활낚시의 선두로 떠오르다
이와 더불어 작년에 이어 올해는 일본 아징 전문 브랜드 총판인 유통사에서 자사 브랜드 제품 사용자를 위한 아징대회를 개최했는데, 참가자가 적을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접수 하루 만에 마감이 되어 아징 열기를 증명했다. 전갱이낚시대회는 다른 대회와는 달리 보는 이들도 재미가 있다. 굳이 명포인트에서 낚시를 하지 않아도 근교의 바다에서 쉽게 낚이는 고기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또 다양한 부문에서 시상도 가능하다. 총중량, 최대어는 물론 토너먼트까지 가능할 정도다. 다른 낚시 대회는 참가자들만 재미있지만 전갱이 대회는 보는 이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전갱이루어낚시는 볼락루어낚시와 포인트나 장비를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기존의 루어낚시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어자원의 한계가 있는 볼락에 비해 전갱이는 해마다 다른 어군이 접근하므로 자원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굳이 먼 낚시터로 원정을 가지 않아도 단 시간에 반찬거리 정도는 장만할 수 있는 것이 전갱이낚시의 매력이다. 지금까지 많은 낚시가 ‘생활낚시’라며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원정을 가야했고, 부담스런 지출을 각오해야만 했다. 전갱이루어낚시는 다르다. 생활낚시의 선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 무늬오징어 풍년 속에서도 전갱이루어낚시를 멈추지 않은 이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로 볼 때 앞으로의 열기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