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엔으로 낚은 무늬오징어. 전갱이를 미끼로 사용하며 무늬오징어가 전갱이를 감싸 안으면 야엔바늘을 내린 후 챔질해서 잡는다.
처음 야엔을 경험한 것은 국내에 에깅이 퍼지기 시작한 2007년 무렵이다. 부산의 한 조구업체 초청으로 일본 야엔 명인과 거제도로 취재를 나갔다. 하지만 만족할 조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는 에깅 인기도 좋지 않던 때라 야엔은 더 이상 흥미를 주지 못했다.
그런데 2009년 여름, 한국다이와 주최로 제주도에서 진행된 FTV 그레이트피싱 촬영에서는 야엔이 성공적인 활약을 보였다. 제주 현지인들은 에깅보다 더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낚시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 후 육지에서도 야엔에 도전하는 낚시인이 늘었지만 육지에서는 조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았다. 루어낚시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야엔이나 무늬오징어 생미끼낚시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언제나 에깅보다 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한동안 야엔과 무늬오징어 생미끼낚시를 잊고 살았다.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부산, 거제도 근교에서 무늬오징어 산란터가 밝혀졌고 에깅보다 생미끼낚시에 조과가 좋다는 말에 많은 낚시인들이 야엔과 생미끼낚시를 시도해 좋은 조과를 거두었다.
3~6월 봄이 생미끼낚시 최적기
야엔이나 생미끼낚시를 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은 무늬오징어 산란터 여부다. 무늬오징어 생미끼낚시가 잘 되는 시기는 봄이며 3월부터 6월까지가 가장 좋다. 봄에는 무늬오징어가 산란을 앞두고 해초가 많은 얕은 연안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낮은 수온으로 인해 활성이 낮기 때문에 먹이활동을 잘 하지 않아 에깅에는 쉽게 낚이지 않고 그나마 생미끼에 반응이 좋은 편이다.
반대로 활성이 올라가는 7월 이후에는 무늬오징어가 미끼를 너무 빨리 먹기 때문에 생미끼낚시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더구나 무늬오징어가 민첩한 시기라 전갱이 미끼에 금방 달려들지만 야엔바늘을 내리거나 생미끼낚시용 바늘이 거치적거리면 순식간에 먹이를 놓고 달아나버린다. 일본에서도 야엔이나 생미끼낚시는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큰 무늬오징어를 노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며 가을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 죽은 전갱이를 사용한 무늬오징어 생미끼낚시 채비.
무늬오징어가 너무 차고 나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게 유리
야엔을 경험한 낚시인이라면 알겠지만 야엔은 바늘을 내리는 타이밍을 잡는 것이 핵심 테크닉이다. 일반적으로 무늬오징어가 전갱이를 잡으면 1분~1분30초 뒤에 바늘을 내리는 것이 정석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 낚시할 때는 시간에 차이가 생긴다.
산란터에는 해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봄에 야엔 미끼를 감싸 안은 무늬오징어는 본능적으로 해초 속에 몸을 숨기는데, 이것을 가만히 두면 해초에 라인이 엉켜 야엔바늘을 내릴 수 없다. 따라서 해초든 암초든 무늬오징어가 야엔바늘을 내리기 힘든 곳으로 숨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큰 무늬오징어는 내항에서 전갱이를 잡은 후 방파제 외항까지 벗어날 정도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야엔바늘을 내리기 힘들뿐 아니라 라인이 완만한 각을 이루기 때문에 야엔바늘이 전갱이까지 닿지 못한다.
그래서 최근 일본 야엔꾼들은 무늬오징어가 전갱이를 잡은 후 멀어지면 드랙을 닫고 로드를 가로로 눕혀 무늬오징어가 더 이상 멀어지지 못하도록 한다. 3~4번 강하게 물을 뿜으며 저항하지만 초리가 부드러운 루어대를 사용하면 낚싯대의 반발력만으로 무늬오징어가 멀어지는 것을 제압할 수 있다. 이때 무늬오징어 역시 필사적으로 전갱이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낚싯대를 세우면 무늬오징어가 전갱이 미끼를 놓을 수 있다. 일본 야엔꾼들의 경험에 의하면 농어나 배스를 제압할 때처럼 로드를 세우면 바늘털이를 당하기 쉽지만 로드를 눕혀서 버티면 바늘털이를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한다.
야엔바늘은 무늬오징어가 전방 10~15m 지점에 있을 때 내린다. 너무 가까우면 야엔바늘이 전갱이를 강하게 타격해 무늬오징어가 떨어질 수 있고, 너무 멀면 야엔바늘이 힘없이 내려가기 때문에 챔질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 빨리 챔질해서 전갱이 머리만 잘린 상태.
야엔바늘 사이즈는 전갱이 크기에 맞춰 선택
야엔바늘은 보통 S, M, L, LL 사이즈로 구분되어 있다. 그런데 야엔바늘 사이즈를 선택할 때 무늬오징어의 씨알을 감안해 선택하는 낚시인들이 더러 있는데, 야엔바늘은 미끼로 쓰는 전갱이의 크기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
야엔바늘은 사이즈가 커지면 무늬오징어가 걸리는 훅이 전갱이에게서 멀어지는 구조다. 훅이 가까이 있으면 무늬오징어가 이물감을 느껴 전갱이를 놓아버릴 수 있고, 훅이 멀리 있으면 챔질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끼로 넣은 전갱이가 작다면 S를 사용해 무늬오징어가 잘 걸리게 해야하고 전갱이가 20cm 이상으로 크다면 L이나 LL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18cm 내외 씨알을 미끼로 선호하기 때문에 바늘은 L을 가장 즐겨 쓴다. 하지만 현장에서 10cm 내외의 작은 전갱이가 낚일 수 있으므로 S나 M 사이즈 바늘도 준비해 상황에 맞게 내리는 것이 챔질 확률을 높이는 비결이다.
붕어, 벵에돔 등도 미끼로 활용 가능
미끼로 사용하는 물고기는 어떤 것이 좋을까? 일반적으로 야엔에는 전갱이를 쓰고 생미끼낚시에는 어렝이를 쓴다. 여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야엔을 할 때는 물고기 꼬리에 바늘을 건다. 그런데 일반 물고기 꼬리에 바늘을 걸면 꼬리가 금방 찢어져서 미끼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전갱이는 꼬리에 단단한 모비늘(방패비늘)이 있어서 모비늘 아래로 바늘을 꽂으면 바늘이 쉽게 빠지지 않아서 미끼로 오래 쓸 수 있다.
하지만 전갱이는 헤엄치는 데 방해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금방 죽기 때문에 등에 바늘을 꽂는 생미끼낚시용 미끼로는 부적합하다. 특히 등과 꼬리에 2개의 바늘을 꿴 상태라면 전갱이가 전혀 헤엄을 치지 못하기 때문에 금방 죽어서 생미끼 효과를 보기 어렵다. 생미끼낚시용 미끼로는 주로 어렝이를 쓰는데 그 이유가 이동과 보관이 쉽고 전갱이보다 오래 살기 때문이다.
어렝이는 헤엄을 치지 않아도 오래 버티며 무늬오징어가 먹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려 챔질 타이밍을 놓칠 확률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입질을 받는 빈도는 어렝이보다 전갱이가 훨씬 높다고 한다. 야엔의 고장 일본에서도 그렇고 제주 현지인들 역시 전갱이 미끼에 가장 입질이 빠르다고 하므로 야엔을 한다면 살아 있는 전갱이를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참고로 생선이라면 어떤 것이든 미끼로 쓸 수 있다. 한때 제주에서는 붕어를 야엔 미끼로 사용하기도 했고 벵에돔, 참돔 새끼, 꽁치도 미끼로 썼다. 붕어나 벵에돔은 의외로 빨리 죽지 않아 지금도 종종 미끼로 쓴다고 한다.
앉아서 즐기는 편하고 부담 없는 낚시
야엔이나 생미끼낚시의 인기 비결은 낚시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가장 편한 방법은 릴찌낚시 장비에 죽은 생선을 에기 훅이 달린 일자형 바늘에 꿰어 미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일자형 바늘은 따로 미끼를 거는 바늘이 없으며 쇠꼬챙이에 죽은 생선을 바로 꿰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무늬오징어의 활성이 높은 가을에 먹히는 방법으로 에깅과 마찬가지로 입질을 감지하면 무조건 강하게 챔질하면 된다. 단점이라면 바늘의 이물감 때문에 잔챙이 무늬오징어가 쉽게 미끼를 놓는다는 것. 그리고 살아 있는 미끼를 쓰는 것에 비해 입질 받을 확률이 떨어진다. 그 다음으로 편한 것이 릴찌낚시에 생미끼전용 바늘을 사용하는 것이다. 미끼를 꿰어 던진 후 찌의 상태를 관찰하며 입질을 파악한다. 그리고 가장 난이도가 높은 방법이 야엔이다.
세세한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야엔이나 생미끼낚시를 하기에 앞서 낚시하는 방법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편한 마음으로 편하게 낚시하면 그뿐이다. 일본에서는 야엔을 더러 ‘차량낚시’ 또는 ‘앉은뱅이낚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일본의 많은 낚시인들이 미끼를 투척 후 낚싯대를 거치하고는 차에 앉아 있거나 의자에 앉아 노닥거리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초리대에 알람이나 신호기를 부착해 그 신호로 입질을 파악하기도 하는 아주 느슨한 낚시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면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