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6일, 겨울 시즌을 보내기 위해 제주항에서 모슬포항으로 낚싯배 이항 후 손님이 없는 날은 포인트 탐사 목적으로 종종 출조를 나가게 됐다. 이날도 빅게임 탐사를 해볼 생각으로 오전 7시30분경 출항, 첫 포인트로 가파도 넙개 해상을 찾았다.
포인트에 도착해 펜슬베이트를 던지자 첫 캐스팅부터 부시리들의 체이스가 시작됐다. 느낌이 좋았다. 이날 내가 사용한 펜슬베이트는 시마노의 다이브플랫 240. 로드는 JSCOMPANY P4 83XXXH로 평소 많은 부시리를 낚아냈던 녀석들이라 믿음이 갔다.
세 번째 저킹 만에 덜커덕!
펜슬베이트를 걷어 들여 방금 체이스가 일어난 곳에 다시 캐스팅. 한 번, 두 번, 세 번째 저킹에 들어가는 순간 강한 물보라가 일었다. 속으로 ‘너무 빨리 고기가 무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려던 찰라, 이미 14000번 스피닝릴의 스풀이 윙윙 소리를 내며 역회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원줄이 70~80m 풀려나갔고 이후 몇 초 만에 스풀 바닥이 보일 정도가 됐다. 더 이상 풀려나간다면 영락없이 고기를 놓칠 상황. 다행히 녀석도 지치는지 멈칫멈칫하는 움직임이 로드를 통해 전달됐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조금식 릴을 감으며 원줄을 회수하기 수 십 회. 어느덧 시간은 10여 분이 후딱 흘러가 버렸다.
녀석도 지쳤는지 원줄을 감는 속도가 차고 나가는 속도보다 앞서기 시작했고 스풀에 감기는 라인도 풍부해졌다. 이런 식으로 15분 정도를 밀고 당기기가 반복됐고 드디어 수면 위로 녀석이 모습을 비쳤다. 그런데 그 크기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눈대중으로 봐도 16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녀석이 아닌가. 과연 저 큰 녀석을 어떻게 뜰채에 담을지 걱정이 앞섰다. 이날 출조에 동행한 일행도 부시리를 보더니 흥분했는지 뜰채질 미스로 그만 펜슬바이트의 바늘이 뜰채망에 걸리는 위기도 찾아왔다.
결국 재빨리 다른 뜰채를 하나 더 갖고 와 뒤쪽에서 부시리를 집어넣었고 그 상태로 뜰채 두 개를 포개어 배위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뜰채망에 바늘이 걸릴 때부터 등줄기에서 식
은땀이 줄줄 흘렀고 호흡도 가빠졌는데 녀석을 끌어낸 후로도 그런 멍한 상태는 지속되었다.
배에 설치한 150cm 계측자로는 측정불가
정신을 차리고 계측자가 있는 선두로 끌고 와 계측하는데 기존 배에 설치한 150cm 계측자로는 측정이 불가했다. IGAF 공인 줄자를 다시 꺼내 계측해보니 대략 쟀을 때 166~167cm가 나왔다. 이 소식을 듣고 항구로 찾아온 지역방송국의 취재 요청에 응하면서 재차 정밀 측정해 보니 165cm가 나왔다. 무게는 34kg. 올해 낚시춘추에 접수된 부시리 중 두 번째로 큰 녀석이었고 역대기록으로도 2위라는 말에 기쁨이 밀려왔다. 낚은 부시리는 평소 단골로 찾는 낚시인에게 선물로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