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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105] 호수의 바퀴(wheel) 벌레 윤충류(輪蟲類) 동물플랑크톤
202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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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105]

호수의 바퀴(wheel) 벌레
윤충류(輪蟲類) 동물플랑크톤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윤충류는 입 주위의 바퀴 모양 섬모를 회전시켜 수중의 미생물을 잡아먹는다.<사진 Wikipedia>



호수의 물속에도 ‘바퀴 벌레’라 불리는 동물이 있다. 물론 육상 곤충인 바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바퀴 벌레라고 부른 이유는 영문명이 로티퍼(rotifer)인데 라틴어의 바퀴를 뜻하는 로타(rota)에서 따온 이름으로서 바퀴를 가진 동물(wheel animal)이라는 뜻을 가지기 때문이다. 바퀴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입 주변에 둥근 고리 모양으로 섬모가 나 있고 이를 회전하면서 물을 움직여 미생물을 잡아먹어 현미경으로 보면 둥근 고리를 빙글빙글 돌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라틴명 로티퍼를 한자로 변역하니 바퀴 륜(輪)을 사용하여 윤충류(輪蟲類)라는 학명이 만들어졌다. 이를 만일 우리말로 번역하여 학술명을 새로이 만든다면 ‘바퀴 벌레’가 되어야 하는데 이미 육상 곤충 바퀴가 있으니, 혼동을 우려하여 아무도 이러한 번역을 시도하지 않는 것 같다.


윤충류는 크기 1mm 이하의 동물플랑크톤

유럽에서 자연과학이 시작될 때 과거 로마제국의 언어인 라틴어를 사용하여 학술용어를 만드는 전통이 있었는데 로마가 멸망한 이후 근대에도 이어졌다. 18세기 스웨덴의 생물학자 린네에 의해 생물 분류학이 탄생하고 생물의 학명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 생물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그리스어나 로마어를 조합하여 라틴어 문법을 사용하여 만들었다.

별 모양으로 생긴 규조류 식물플랑크톤은 그리스어의 별을 뜻하는 아스테르를 사용하여 ‘아스테리오넬라’라고 이름 짓는 식이다. 이후 유럽의 분류학이 동양에 수입되어 일본에서 학술명을 만들 때도 라틴어 학술용어를 한자로 번역하여 린네가 생물명을 지을 때 착안했던 특성이 그대로 살아 있는 학술용어가 많다. 이후 우리는 대부분 일본이 만든 학술용어를 받아들였기에 많은 학술용어를 공유하고 있고 과학의 태동기에 빠르게 용어를 만들고 정보 흡수에 도움이 되었다.

윤충류는 크기가 1mm 이하의 동물플랑크톤인데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100배 정도의 저배율 현미경으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어 17세기 현미경 발명 초기부터 관찰한 기록이 있다. 50마이크론 크기의 작은 종도 많으니 다세포 동물로서는 거의 가장 작은 크기라고 볼 수 있다. 몸 구조를 보면 입 주위를 섬모가 둘러싸고 있고 섬모의 운동으로 물과 부유미생물을 움직이는데, 물 흐름의 속도를 보면 펌프를 돌리는 것처럼 대단히 빠르다. 몸의 움직임과 헤엄치는 속도도 매우 빨라 현미경으로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그 작은 몸에 먹이를 씹을 수 있는 이빨과 턱의 역할을 하는 단단한 구조물도 가지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생물학적 하수처리에 필수 존재

더욱 경이로운 것은 먹이를 수동적으로 여과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달려 나가 잡아먹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치 눈이 있어 사냥감을 포착하는 것 같다. 식물플랑크톤은 동물플랑크톤이 먹지 못하도록 여러 세포가 모여 큰 군체를 만들기도 하는데 윤충류는 이 군체의 겉에 다가가 세포 몇 개를 입으로 물고 후진하며 뜯어내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다른 동물플랑크톤이 기피하며 먹지 않는 유독성 남조류 군체도 잘 뜯어 먹는다. 언젠가 참석했던 국제호수학회에서 일본 교수가 남조류 군체를 뜯어 먹는 동영상을 발표하여 많은 참석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예도 있었다.

윤충류는 식물플랑크톤과 박테리아 등 작은 생물을 잡아먹고 사는 동물인데, 밝혀진 종수가 2천200종이나 되며 개체수도 호수 동물플랑크톤 가운데 으뜸이니 진화에 성공한 동물 종류인 것 같다. 윤충류는 모든 호수에서 항상 출현하는데 깨끗한 물에 사는 종이 있는가 하면 오염된 하수에 사는 종류도 있어 동물플랑크톤 연구자들이 윤충류의 종류만 보면 수질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수질 지표를 만들기도 하였다.

윤충류가 나름 좋은 대접을 받는 곳이 있으니 하수처리장이다. 하수처리장의 생물학적 처리조에서는 많은 미생물을 번식시켜 물속의 유기물을 분해한 후 미생물은 가라앉히고 맑은 윗물만 방류한다. 하수처리 박테리아는 점액질과 엉켜 큰 덩어리가 되어 쉽게 가라앉으므로 분리하기 쉽고 침강 후 방류하는 윗물은 맑다. 그런데 침강하지 않고 떠있는 외톨이 박테리아들은 방류수에 포함되므로 방류수질을 나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때 윤충류는 외톨이 박테리아를 잡아먹어 방류수의 수질을 좋게 해준다. 가끔 처리장의 산소공급이 부족하여 윤충류가 죽으면 방류수질이 나빠지는 비상사태가 발생하므로 수시로 현미경으로 윤충류의 건강을 검진해야 한다.


치어의 먹잇감이 되는 윤충류

윤충류는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고 다른 더 큰 동물플랑크톤이나 어류의 먹이가 되므로 먹이연쇄에서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식물플랑크톤은 너무 작아서 어류가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붕어나 살치 같은 일부 종을 제외하면 식물플랑크톤은 아가미를 통과하여 먹기 어렵다. 그러나 윤충류 정도의 크기가 되면 치어의 먹이가 될 수 있다. 봄이 되면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하기 시작하는데 곧이어 윤충류가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며 증식하기 시작한다. 이후 더 큰 동물플랑크톤에게 먹이가 되어 풍성한 동물플랑크톤 식탁이 차려지면서 봄철에 부화한 치어를 먹여 살리는 기반이 된다. 물고기는 이 시기를 잘 알고 때를 맞추어 산란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담수에서 이렇게 번성하는 윤충류가 바다에는 별로 없다. 아마도 바다에는 더 강력한 경쟁자 동물플랑크톤이 많은 것 같다. 어디를 보아도 바퀴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육상 곤충 ‘바퀴’의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모르겠지만 ‘바퀴 벌레’라는 이름을

진정 바퀴 모양 고리를 가지고 있는 윤충류에게 내어 주었으면 좋겠다.



윤충류 동물플랑크톤을 채집하려면 망목 60마이크론 이하의 네트가 필요하다.


하수처리장 슬러지의 윤충류는 외톨이 박테리아를 잡아먹어 방류수질을 좋게 한다.<사진 www.ucmp.berkele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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