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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현대적인 주요 낚시태클의 기원(17회) 일본제 릴의 세계 진출-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202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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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현대적인 주요 낚시태클의 기원(17회)
일본제 릴의 세계 진출-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생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릴 메이커라고 한다면, 누구나 시마노와 다이와를 손꼽지 않을까 한다. 생산량과 소비량은 물론 소비자의 기호도 등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당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메이커는 모두가 알다시피 일본의 회사이다. 이들이 언제부터 어떻게 최고가 되어 낚시시장을 선도하게 되었는가? 되짚어보면, 그 시기를 꼭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걸친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유럽에서 릴은 기호품으로서 소규모로 만들던 수제품의 성격이 있었다면, 미국 시장으로 건너온 릴은 점차 대중적인 생활용품으로서 대량생산, 대량소비 제품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미첼300(좌)과 올림픽81(우). 올림픽조구가 1952년에 세계적인 인기 제품이던 프랑스의 미첼300을

복제해 생산하였다. (The Bail Arm Goes Around The World, 國吉 昌秀, 2008, 釣り人, Japan 인용)




올림픽조구, 1931년에 일본 최초로 릴 제조

일본의 릴 제조 역사를 슬쩍 들여다보면 의외로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조구회사라면 지금은 없어진 ‘올림픽조구(Olympic釣具, 현존하는 올림픽과는 다른 회사)’다. 이 회사가 최초로 릴을 제조, 판매한 것은 1931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제품인 ‘올림픽300’이라는 단순 구조의 양축릴이 남아있다. 처음 ‘우에노제작소(植野製作所)’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올림픽조구는 1950년대 초반,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프랑스의 ‘미첼300’ 스피닝릴을 외형은 물론 내부 구조까지 완벽하게 복제하여 일본 최초의 스피닝릴인 ‘올림픽81’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런 복제품에 당당하게 자사 마크를 붙여 판매하는 것은 지금이라면 상상조차 못 할 불법행위이지만, 그 당시의 일본에서는 이런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곤 했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쳐 어느 회사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모를 유럽제 릴의 복제품이 일본의 낚시시장에 얼마든지 나왔다.

이후 올림픽조구는 1960년대에 백사장 원투용 글라스로드의 개발과 원투낚시 전용 스피닝릴의 개발로 일본의 낚시업계를 선도하며 전성시대를 누렸다. 백사장 원투낚시라는 일본식 낚시를 통해 일본의 낚시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올림픽조구는 내수시장에 적극적이었던데 비해 해외시장,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이나 OEM에는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후발 주자인 다이와나 시마노와 같이 미국 낚시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던 회사에 뒤처지고 말았다.


미국 브랜드의 하청공장으로 활약 시작

1950년대~1960년대의 일본은 낚시도구 제조회사가 여럿 창업하는 시기였다. 다이와정공(大和精工), 오모리제작소(大森製作所), 스기타제작소(杉田製作所), 이스즈공업(五十鈴工業), 히요시산업(日吉産業) 등 중소기업은 물론, 1970년대에 들어서는 시마노(SHIMANO)와 료비(RYOBI) 등 대기업도 낚시도구 제조에 뛰어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회사라면 1958년에 창업한 ‘다이와정공(현 GLOBERIDE)’. 일본 메이커 중에서 누구보다도 빠르게 미국시장으로 진출하여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저가격 릴을 선두로 낚시도구 전반에 걸친 미국시장 공략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미국에 세길 수 있었다.

그 밖의 중소기업들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브랜드의 하청공장으로 활약을 시작했다. 1970년대 미국 최고의 조구회사였던 ‘셰익스피어(Shakespeare)’는 발매하는 전 품목에 대

해 일본에 외주를 시작했고 오모리제작소, 히요시산업, 이스즈공업 등에서 만든 릴에 세익스피어 마크를 붙여 판매했다. 1966년에 오모리제작소는 스피닝릴 전용 기어 시스템이라고 말할 만한 획기적인 기어 시스템인 ‘하이포이드페이스 기어(hypoid face gear)’를 개발해 현대 스피닝릴의 표준을 제시했다. 신개발 기어 시스템을 갖춘 저가격의 고성능 스피닝릴의 최초모델은 ‘셰익스피어2200(일본 내수 모델명은 마이크로7)’. 이 릴의 성공은 일본제 스피닝릴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이처럼 1970년대는 미국시장에서 일본제 릴의 인기가 차츰 늘어나는 시기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일본에서 제조한 릴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시장에서 유럽제 릴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미첼은 유통회사인 가르시아와 합병하였지만, 일본제 스피닝릴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스웨덴의 ABU는 고품질로 절대적 신뢰를 받고는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 매출이 늘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반에는 일본 회사들이 모두 자사 브랜드로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1970년대 말, 하청공장 시대를 지나 자사 브랜드로 미국 진출

1970년대에서 1980년대로 넘어가던 시기, 일본제 릴의 미국 진출에 대해 유럽의 대표적인 두 브랜드, ‘ABU가르시아(ABU Garcia)’와 ‘미첼(MITCHELL)’은 자국 생산의 신모델 릴로 대응했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스피닝릴도 베이트캐스팅릴도 일본이 주도하던 형태로 흘러가고 있었다. 스피닝릴은 인스풀에서 아웃스풀 스타일로, 베이트캐스팅릴은 원형에서 비원형 스타일로 변화하는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였다.

다이와, 시마노, 오모리제작소 등 일본 회사들이 개발해 판매하는 아웃스풀형 스피닝릴에 대해, 물론 유럽 회사들도 아웃스풀형 스피닝릴을 새로 개발해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일본제 릴이 성능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유럽제 스피닝릴이 훨씬 내구성이 좋은 고급제품인 것은 당연했다. 내구성 테스트 기준만 비교해보아도 분명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다음과 같다. 당시의 일본제 아웃스풀 스피닝릴의 베일을 여닫는 부품의 스프링 내구성은 한두 시즌 사용하면 부러지기 일쑤였다. 초기 아웃스풀 스피닝릴의 베일에 사용되던 토션스프링은 원래 내구성이 약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당시 스피닝릴의 내구성 기준은 프랑스 미첼의 경우, 베일 개폐 회수에 대한 스프링 파손 기준이 2만5천 회였고 미국 제브코(ZEBCO)는 7만5천 회였다. 이에 반해 같은 시기 일본 회사의 기준은 2천5백 회로 알려져 있었다. 결국, 유럽제 스피닝릴은 내구성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토션스프링은 사용 불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의 인스풀 스피닝릴용 베일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인스풀 스피닝릴의 베일은 자동식이다. 열 때는 손으로 열지만 닫을 때는 핸들을 돌려 자동으로 닫히게 해야 한다. 손으로 억지로 닫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웃스풀 스피닝릴의 베일은 손으로 여는 것은 같지만, 닫을 때는 자동, 수동 겸용으로 손으로 닫을 수도 있는 것이 다르다. 수치로 보이듯 당시의 베일 시스템은 인스풀 스타일의 베일이 아웃스풀 스타일의 베일에 비해 내구성이 월등했다. 더욱이 경쾌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감도 확실히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일반 대중의 선택은 그것이 아니었다.

일본 메이커들은 일본제 아웃스풀 스피닝릴의 장점으로 “손으로 베일을 닫을 수 있다”고 선전했다. 대중의 선택은 어떻든 편리해 보이고 가격도 저렴한 일본제 스피닝릴이었다.



일본에서 최초로 제작한 릴이라고 여겨지는 우에노제작소(이후, 올림픽조구)의 올림픽300 릴.



오모리제작소(大森製作所)가 개발한 하이포이드페이스 기어가 세계 최초로 탑재된

‘셰익스피어2200’(위)과 일본 내수모델 ‘마이크로7’(아래).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성능 좋고 저렴한 일본의 아웃스풀 스피닝릴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일본 오모리제작소가 제조하고 미국 셰익스피어가 판매한 Sigma시리즈 스피닝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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