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섬에서 올린 53cm 벵에돔을 보여주는 필자.
제주도 정착 3년 만에 벵에돔 개인 기록어를 올렸다.
배경 사진은 범섬 서쪽의 새끼섬.
정밀하게 실측한 결과 53cm가 나왔다.
필자가 53cm 벵에돔을 올린 새끼섬 포인트.
지난 7월 4일, 목요일 지인과 함께 제주도 범섬으로 벵에돔낚시를 떠났다. 육지에서 제주도에 정착한 지 올해로 3년째. 나는 제주도의 많은 섬 중에 범섬을 특히 선호한다. 깊은 수심과 빠른 조류 덕분에 재밌는 낚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을 3시간밖에 못 잔 채로 새벽 2시30분 알람에 깨어 출발했다. 밑밥을 사기 위해서 평소 자주 가는 낚시점이 있어서 그곳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장님이 오지를 않았다. 시작부터 뭔가 삐거덕 거렸다. 시간은 정체 없이 흐르기만 하고 이러다는 첫배 시간을 놓칠세라 성급히 법환항 근처 낚시점을 검색하여 출발했다.
가는 길에 안개가 짙게 깔려있었다. ‘혹시 해무라도 끼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을 하며 낚시점에 도착하였고 무사히 시간 내에 첫배를 탈 수 있었다. 승선 명부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범섬 직벽 포인트를 적었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선장님께서 너울이 심하기 때문에 남단 직벽에는 내릴 수 없다고 하셨다. 어쩔 수 없다. 좋아하는 낚시도 살아야 많이 다니지 않겠는가? 동쪽 포인트도 너울로 인해서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 그때 새끼섬이 떠올랐다. 새끼섬은 서쪽에 배를 대기 때문에 배 접안이 가능했다.
원줄 1.7호, 목줄 1.2호로 제압
지인과 나 그리고 다른 낚시인까지 총 9명이 한 포인트에 내렸다. 너울이 있다 보니 낚시자리가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옆에서 탄곡하는 소리가 들린다. 함께 내린 낚시인의 밑밥통이 너울에 쓸려 간 것이었다. 육지에서 오셔서 제주도 남서풍 너울을 잘 모르시는 거 같아 조심하도록 설명 드렸다. 이후 5명 낚시인들의 밑밥통이 차례대로 너울에 쓸려갔다. 난리였다.
너울의 포말을 이용해 발 앞에 밑밥 2주걱을 준 뒤 포말 끝부분에 캐스팅 후 밑밥 4주걱 투여. 그렇게 몇 차례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사이 줄이 와라락~ 풀려나갔다. 처음에는 당겨가는 힘이 강하지 않아 잔챙이 긴꼬리벵에돔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슬슬 릴을 돌려가며 릴링하는데 갑자기 낚싯대가 들리지 않았다. 마치 바위에 걸린 것처럼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속으로 ‘고기가 수중여로 처박았나? 어디 걸렸나?’하고 생각했다.
요즘 고기들이 예민해서 원줄을 1.7호, 목줄을 1.2호로 세팅한 터라 천천히 달래가며 녀석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어느새 고기가 수면 위로 떴다. 사이즈가 예사치 않은 놈이었다. 순간 ‘4짜구나!’라고 생각하며 뜰채에 담았는데 막상 올려보니 4짜 그 이상의 씨알 같았다. 그때 옆에 있던 낚시인이 “이건 5짜야!”라고 소리쳤지만 나는 쑥스러워하며 “48cm 정도 되려나?”하고 대답했다.
오후 2시30분에 조기 철수했다. 선장님이 마침 줄자가 있어서 계측을 하였더니 54cm 나왔다. 이게 말이 되는가? 벵에돔 54cm라니. 이후 정밀하게 실측하니 54cm에서 약간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 정도 사이즈의 고기를 내가 또 언제 잡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