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도 서포리 갯바위에 오른 한국프로낚시연맹 이상훈 자문위원이 감성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이상훈 자문위원이 첫수로 올린 30cm급 감성돔
아쉽게도 더 큰 씨알은 낚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북단 감성돔 낚시터는 어디일까? 현재로선 인천 덕적도가 그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인천 덕적도 감성돔낚시를 보도한 것은 지난 2008년 낚시춘추 10월호가 최초다. 당시 나는 안양 산내들낚시 이상훈(현 한국프로낚시연맹 자문위원) 대표, 서울 낚시인 방문일 씨와 함께 덕적도로 들어가 25~36cm급 감성돔 4마리를 낚아 덕적도 감성돔의 존재를 낚시계에 알렸다.
당시의 파장은 대단했다. 당시만 해도 갯바위 감성돔낚시는 모든 바다낚시인이 선망하는 특급 장르였다 보니 서울과 가까운 인천 앞바다 감성돔 출현 소식은 바다낚시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그 이전만 해도 낚시계에서 예상하는 감성돔 북방한계선은 충남권이었다. 그 위쪽인 경기도와 인천 앞바다는 뻘이 많아 감성돔 서식에 적당하지 않다는 고정관념도 깊이 박혀있었다. 심지어는 우리가 취재를 간 9월 1일에 대해 ‘감성돔이 있어도 이미 남쪽으로 내려갔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펴는 낚시인도 많았다. 내림감성돔 회유론에 기인한 막연한 추측이었다.
인천 감성돔 탐사는 98년에 이어 2000년에도 이어졌다. 2000년 9월 19일, 덕적도보다 더 근해인 소이작도 갯바위에서 55cm와 48cm짜리가 올라왔다. 이 두 마리는 내가 직접 낚았는데 단 두 번의 입질로 낚아낸 대형급 감성돔이었다.
입질을 받고 씨름을 하는 동안에는 ‘큰 숭어가 물었구나’라고 예상했으나 수면에 떠오른 것은 예상 못한 감성돔이었다. 취재 당시는 9월 19일로, 이 시기 남해안에선 ‘비드락’으로 불리는 잔챙이 감성돔이 득세할 시기였음에도 인천권 갯바위에서는 이런 대물들이 솟구쳐 취재팀을 놀라게 만들었다.
현지 갯바위 전용선 부재가 큰 난제
한편 바다낚시계를 놀라게 한 소이작도 5짜, 4짜 출현 직후 지속적인 포인트 탐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동력이 일찍 끊기고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낚싯배 여건이었다. 현지 선장들의 감성돔낚시에 대한 무지, 갯바위 전용선의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어쩔 수 없이 우럭낚싯배를 대절하려면 선장들이 기본 60~100만원을 요구했는데 1인 3~4만원 수준의 남해안 선비와는 격차가 커도 너무 컸다.(비싼 선비도 선비였지만 일단 선장들이 포인트에 대한 정보가 없고 갯바위에 배를 대는 것조차 꺼려하는 바람에 더 이상의 출조는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2000년 이후로는 감성돔낚시 탐사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2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인천권 감성돔 포인트는 불모지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9월 1일, 나와 이상훈 씨는 다시 한 번 덕적도 감성돔낚시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98년 9월 당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소형 고무보트를 승용차에 싣고 안산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출항하는 카페리를 타고 덕적도로 들어갔다. 현지에 마땅한 낚싯배가 없어 고무보트로 하선하기 위해서였다.
승용차에 고무보트 싣고 들어가 탐사낚시
덕적도의 관문인 진리항에 도착한 우리는 차를 몰고 북서쪽 서포리로 이동, 현지 펜션에 짐을 푼 뒤 고무보트를 조립해 갯바위로 향했다. 98년 당시 우리가 감성돔을 낚은 곳은 북서쪽 연안으로 덕적도에서 가장 수심이 깊고 암반 지형이 잘 형성된 곳이었다. 이번에도 그 기억을 살려 포인트로 이동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2차 탐사는 큰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첫날 이상훈 씨가 30cm 남짓한 감성돔을 낚으며 기대에 부풀었으나 구름처럼 몰려드는 잡어 때문에 도저히 낚시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보통 서해의 잡어라고 하면 우럭과 노래미가 단골손님인데 이번에는 남해안에서 자주 만나는 복어와 고등어가 난리였다. 여기에 삼치까지 가세하면서 낚시는 엉망이 됐다. 덕적도 바다가 이렇게 변한 줄 알았으면 옥수수를 미끼로 챙겨오는 것인데…. 예상 못한 잡어 융단폭격에 손을 들고 말았다.
이튿날은 더욱 예상 못한, 아니 방심하다 출조 자체를 하지 못했다. 물때상 출조할 당시인 오전 6시경은 들물이지만 철수 무렵은 간조에 가까워 보트를 타고 나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덕적도 내 슬로프 대부분이 중썰물만 되도 물 밖으로 드러나므로 그때는 보트를 올리기 어렵다. 간조 무렵에는 적어도 200m 이상은 뻘이 드러나기 때문에 보트를 끌고 선착장까지 이동하기란 불가능한 물때였다.
결국 우리는 둘째 날 오후 3시에 출발하는 카페리 시간을 맞추다보니 보트를 띄우지 못했고, 그 대타로 연안 갯바위낚시를 시도했으나 아침부터 장대비가 내리는 바람에 그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
감성돔 자원 미지수, 피크 시기도 베일에 가려 있어
이번 출조를 통해 또 한 번 느낀 점은 인천권 감성돔 출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갯바위 전용선과 감성돔낚시 상식을 갖춘 선장의 부제가 가장 큰 난제라고 할 수 있다.(인천권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크릴 밑밥과 미끼 등은 인터넷 주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감성돔 자원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1998~2000년 사이 덕적도로 출조해본 낚시인들은 “갈 때마다 많아야 서너 마리였고 씨알도 40cm가 넘는 것들을 보지 못했다”는 경험을 예로 들고 있다. 나는 소이작도에서 55cm와 48cm를 낚아보긴 했지만 이후로는 이렇게 큰 감성돔을 낚은 적도 없고 낚았다는 사람도 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번 촬영에 동출한 이상훈 씨는 “과거에 우리가 감성돔을 낚았던 9월 초순은 어쩌면 덕적도 감성돔의 피크 시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고흥 시산도가 초여름에 가장 씨알이 굵게 낚이는 것처럼 어쩌면 덕적도 역시 7월이나 8월이 핫시즌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초가을까지는 잔챙이가 득세하고 10월부터 12월 사이가 최고의 시즌일지도 모릅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아무튼 현재까지의 결과만 갖고는 인천권 감성돔낚시의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소한 10월과 11월에 출조해 봐야 대략의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추측되고 있다.
일부 낚시인은 “그때가 되면 북쪽의 감성돔이 이미 남쪽으로 내려 갔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시하지만 그런 ‘감성돔 회유론’ 개념은 깨진 지 이미 오래다. 어류도감에도 한국 감성돔의 서식지를 백령도까지 포함시키고 있는 만큼 실제로 도전해보지 않는 이상 어떠한 결론도 내리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오는 10월 중순 무렵 다시 한 번 덕적도로 들어가기로 계획을 잡았다. 어쩌면 백령도로 바로 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훈 자문위원이 낚시한 서포리 서쪽 갯바위. 발판이 좋고 수심도 깊어 감성돔낚시에 적합했다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을 출발하는 대부고속페리3호
덕적도까지 차를 싣고 들어갈 수 있다
서포리 해안 갯바위를 살펴보는 이상훈 자문위원
촬영팀이 타고 나간 고무보트. 승용차에 실어 덕적도로 들어왔다
잡어처럼 달려든 손바닥 씨알의 감성돔
미끼가 내려가자마자 달려든 고등어
덕적도 진입 방법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카페리 이용하면 편리해
덕적도까지 차를 갖고 들어간다면 카페리를 이용하면 되다. 현재 인천항과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카페리가 운항 중이다.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출항하는 대부카페리3호가 크고 덕적도까지의 거리도 가까워 편하다. 평일에는 1회 왕복, 주말에는 2회 왕복한다.(자세한 운항 시간과 요금은 대부해운 홈페이지 참조) 자월도를 들렀다가 덕적도로 들어가며 2시간이 소요된다. 승용차 기준 편도 5만원대이며 운전자도 별도의 요금을 내야한다. 휴가철 주말에는 차량이 몰리므로 일찍 서둘러 줄을 서야 차량 승선이 가능하다. 평일에는 여유가 있다. 덕적도에 도착한 뒤에는 서포리로 이동해 숙소를 잡는다. 현지에 민박과 펜션 등이 많다.
갯바위로 진입하려면 개인 보트를 이용하는 게 낫다. 곳곳에 슬로프가 있으니 물때를 잘 맞춰 찾아가서 이용하면 된다. 다만 중썰물과 중들물 전후로는 바닷물이 많이 빠져있어 보트를 올리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물때를 잘 선택해 들어가야 한다. 현지 어선이나 소형 선박을 섭외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으나 갯바위 하선까지 만족할 수 있는 배는 좀처럼 찾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