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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111] 소양호 연구 사례로 확인한 생태계 장기 조사가 필요한 이유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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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111]


소양호 연구 사례로 확인한

생태계 장기 조사가 필요한 이유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필자는 42년째 소양호의 수질과 플랑크톤을 조사해 오고 있다. 그런데 같은 호수를 계속 반복하여 조사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정부에서 장기생태연구라는 제목으로 장기간 조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소양호 조사를 처음 시작한 1981년에는 우리나라에 그런 인식과 여유가 없었다. 호수의 수질이나 생물상을 조사하는 연구비 자체가 거의 없었고, 반복적으로 같은 호수를 조사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한두 해 조사하고 나서 다시 동일한 호수를 조사하면 중복 연구이니 지원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기생태조사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1980년대 소양호에서 담수적조를 일으킨 와편모조류 플랑크톤.


1990년대 소양호의 가두리 양식장의 증가는 녹조현상의 원인이 되었다.



일본 비와호는 1880년 이후 100년간 조사

소양호 연구를 막 시작할 무렵 일본 호수학자들의 심포지엄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한 분이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호에서 1880년대부터 100년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몇 개 호수에서 간헐적으로 조사하는 수준이니 정확히 100년 뒤처진 셈이었다. 그 후 우리나라 최대 규모 호수인 소양호를 장기간 연구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당초 몇 년 만 조사할 예정이었던 소양호 연구를 계속 이어왔다.

처음에는 소양호의 수질이 좋고 유역의 오염 현상도 없어 계속 조사를 하더라도 변화가 없이 지루한 연구가 될까 우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조사를 시작한 이듬해 갑자기 와편모조류라는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하여 물이 커피처럼 갈색을 띠는 담수적조(淡水赤潮)현상이 일어났다. 소양호 전체가 갈색으로 변하자 주변 주민들은 물이 썩은 것이라거나 철분이 많아서 그렇다는 오해를 하는 사람이 많아 언론에 출연하여 갈색 식물플랑크톤이 우점하여 나타난 현상이니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을 해 주기도 하였다. 그 후 담수적조는 서서히 감소하였다.

다시 몇 년이 흐르자 소양호에서 보지 못하던 남조류 플랑크톤이 나타나며 부영양화가 관찰되었고, 급기야 호수 전체에 녹조현상이 심하게 발생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수년간 자료를 분석해 보니 소양호의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향이 명확하였다. 원인을 연구한 결과 가두리 양식장의 어류 배설물 때문이라는 것을 밝히고, 논문과 신문 기고문, TV 인터뷰 등에 의해 가두리 양식장 철거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때 논문의 근거 자료로 제시한 것이 그동안 소양호를 장기적으로 조사한 자료였다. 만일 과거의 자료가 없었다면 소양호의 수질변화, 녹조현상의 증가, 그리고 어류 배설물에 의한 인의 증가 등의 증거가 없어 가두리양식장의 영향을 밝히지 못하였을 것이다. 소양호 조사를 시작할 때는 이런 활용도를 전혀 예상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장기간 조사가 축적되니 예상치 않은 용도가 나타난 것이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투쟁한 결과 환경부는 1999년에 모든 가두리 양식장을 철거하기로 결정하였다. 소양호 뿐아니라 전국의 모든 댐에서 가두리 양식장의 허가를 중단하여 모두 철거되었고 극심한 녹조현상으로 몸살을 앓던 호수들의 수질이 회복되었다.




소양댐에서 탁수가 배출되는 모습. 2002년.


2006년 소양호 유역에서 탁수가 크게 발생해 호수 전체가 혼탁해진 모습.


근래 녹조현상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소양호. 사진은 상류 양구대교 수역(2023.7.1).




소양강으로 유입되는 객토 원인 밝혀

가두리 양식장 철거 이후 소양호의 수질은 역대 최상을 보이며 개선되었다. 그런데 서서히 여름에 탁도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소양호에서는 원래 홍수기에도 탁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비 온 뒤에도 맑은 물로 채워지는 곳이었다. 자료를 분석해 보니 1996년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탁도가 증가하다가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비오는 날 상류의 하천들을 모두 조사하며 탁수발생 지역을 추적하였더니 고랭지 채소재배가 활발한 지역이었다. 탁수가 증가한 시기는 강원도 지역에 트랙터가 보급된 추이와 정확히 일치하였다. 트랙터가 늘자 경사진 산림을 밭으로 개간하고 산의 흙을 파내어 덮어 주는 객토가 활발해졌다. 푸석푸석한 흙은 무, 배추를 재배하기에는 좋은 조건이지만 비가 내릴 때 쉽게 침식되어 탁수를 발생시킨 것이다. 심지어 지자체에서는 농업 증산을 위해 객토비용을 지원해 주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탁수발생 초기에는 아무도 탁수 증가의 위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하천은 여름이면 으레 탁수를 배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과거부터 축적된 탁도 자료를 근거로 탁수 발생이 최근에 나타난 현상임을 적시하였다. 그러다가 2006년도에 태풍이 강원도를 통과하면서 극심한 폭우가 발생하여 많은 피해를 주고, 탁수가 대량 발생하여 소양댐에서 6개월간 탁수가 방류되면서 하류의 수생태계가 파괴되는 피해가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탁수의 위해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시민단체와 함께 정부의 탁수저감 대책 수립을 촉구하여 유의한 결과를 이끌어 내었다.

토양침식의 큰 원인인 객토를 억제하고, 객토지원금을 중단하고, 산림에서 객토용 흙을 채토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눈에 띄게 탁수가 감소하였다. 이 사례도 사전에 장기간 조사결과가 있었기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


생태계 장기조사는 미래에 대비한 자산

탁수가 진정된 후에 수질이 개선되는 듯이 보였으나 2023년에는 상류에서 녹조현상이 심하게 발생하여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평소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소양호에서 최초로 발생한 녹조현상인 것으로 발표하기도 하였으나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 플랑크톤의 장기변화를 검토해 보니 매년 여름에 발생하였는데 지난 10년간 서서히 증가해 왔다. 증가의 원인은 확실치 않으나, 전국적으로 축산업이 지난 40년간 2배로 증가하였고, 그 결과 배설물로 만든 퇴비도 증가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녹조현상의 원인이 되는 인은 동물의 배설물에 기인하며 부숙(썩는 것)하더라도 분해되거나 소멸하는 물질이 아니어서 결국은 퇴비의 형태로 밭에서 유출되므로 축산의 증가는 녹조현상 증가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생태계 장기조사자료는 미래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예상할 수 없다. 수백 년 전 기온을 조사하기 시작할 때는 그 결과가 지구온난화 진단에 사용될 것을 예상하지 않았다. 사전에 생태계 조사가 축적되어 있지 않으면, 변화가 닥쳤을 때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가 없다. 4대강사업이 시작되었을 때 생태계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과거에 조사한 생물상 자료가 부족하여 준설을 하고 보를 만드는 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정확히 평가할 수 없었다. 즉, 생태계 장기조사는 미래의 활용에 대비하여 소중한 자산을 비축해 두는 것이다. 미래의 자연환경관리를 위하여 꾸준히 생태계 조사자료를 축적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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