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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한국형 팁런의 완성1] 역방향 팁런을 아시나요? 바닥 찍기 쉽고 밑걸림 덜한 신기법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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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형 팁런의 완성]




팁런(Tip-Run)이란 낚싯배를 타고 무늬오징어를 낚는 방법으로, 어업에서 하는 ‘끌낚’처럼 묵직한 에기를 바닥으로 내려 무늬오징어를 낚는 방법이다. 일본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국내에 팁런이 보급된 지는 10여 년이 지났다.

일본에서 시작한 팁런의 목적은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깊은 바다에 스쿨링하는 큰 무늬오징어를 낚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초여름부터 가을(11월 초)까지 수심 10~20m 구간에 있는 모든 무늬오징어를 낚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이런 현상은 현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팁런이 연안 에깅보다 무늬오징어를 낚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팁런 시즌이 길어지면서 그에 맞는 새로운 테크닉이 등장하고 새로운 포인트도 개발되며 ‘한국형 팁런’이 완성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팁런의 최신 트렌드와 더불어 곧이어 시작될 대물 팁런 시즌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역방향 팁런을 아시나요?


바닥 찍기 쉽고 밑걸림 덜한 신기법


김진현 기자




김정호 회원. 포항에서는 역방향 팁런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에기를 캐스팅 한 후 바닥으로 가라앉혀 배 밑으로 흘리는 역방향 팁런을 시도 중인 피딩타임클럽.


오후 6시, 양포항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피딩타임호.

오후 6시, 새벽 1시 2회 출항하며 상황에 따라 출항, 철수 시각을 변경한다.



10여 년 전, 팁런이 국내에 보급되던 초창기에는 조류가 강해 낚싯배를 흘리기 좋은 남해와 제주 해역이 주 무대였다. 하지만 동해안 전역이 무늬오징어 소굴로 밝혀지며 에깅에 이어 팁런까지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다. 그런데 기존 팁런은 낚싯배를 조류에 흘리는 방식이었지만 동해안의 경우 조류가 흐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큰 낚싯배를 약한 조류에 흘리기에는 무리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동해안 선장들은 조류보다는 바람에 배를 흘리는 ‘도테라나가시(ドテラ流し, 연날리기 혹은 흘림기법)’ 방식을 택했고 그것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도테라나가시는 바람에 보트가 천천히 밀리게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낚싯배가 조류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조류가 흐르지 않는 상황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면 낚싯배는 바람 방향대로 밀리게 된다. 이처럼 바닥을 찍은 에기를 살짝 띄워 배가 흐르는 방향대로 끌어주는 방식이 동해의 팁런 스타일이며 이 방식은 통영, 거제, 여수권 내만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낚싯배가 빨리 밀리면 에기로 바닥을 찍기 어려울뿐더러 계속해서 라인을 풀어주더라도 배가 밀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 팁런 에기는 계속 동일 자리만 반복해서 찍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역방향 팁런’이다.


바람 반대 방향으로 서서 낚시한다고?

지난 10월 24일, 포항 양포항에서 출항하는 피딩타임호를 타고 무늬오징어 팁런 취재에 나섰다. 이날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피딩타임클럽(방장 엄다윤)’으로 활동 중인 낚시인들과 출조했다.

배에 타기 전까지는 피딩타임호와 피딩타임클럽이 같은 소속(?)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 피딩타임호 최호영 선장에게 물어보니 이름만 같을 뿐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고 했다. 팁런의 경우 선장과 회원들이 서로 잘 알면 손발이 맞아서 더 나은 조과를 거둘 수 있는데, 처음 보는 사이라고 하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피딩타임클럽에는 팁런낚시를 처음 해보는 회원들도 있어서 만족할 조과가 나올지 걱정되었다.

오후 6시. 피딩타임호에 승선 후 양포항을 빠져나가 10분 정도 달린 뒤 낚시를 시작했다. 팁런 장비에 3호나 3.5호 팁런 전용 에기를 사용했고 에기가 빨리 가라앉도록 10~15g 헤드싱커를 채웠다. 그런데 회원들이 낚싯배에 자리 잡은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보통은 낚싯배 한쪽 통로에만 서서 조류가 뻗어 나가는 방향으로 낚시하는 게 일반적이나, 이날 피딩타임클럽 회원들은 조류를 맞받는 통로에 자리를 잡았다.

선장에게 설명을 들으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람에 낚싯배가 밀리기 시작하면 기존대로 순방향에 서서 에기를 수직으로 내린 후 전방으로 흘려도 되고, 반대로 역방향에 서서 에기를 캐스팅 후 가라앉혀 낚싯배 밑으로 흘려도 된다는 설명이었다. 조류를 맞받고 서면 팁런 에기가 배 밑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불편한데 도대체 어떻게 낚시를 한다는 것일까?





출항 직후 역방향 자리에서 무늬오징어를 낚은 회원들. 김병희, 김우제, 김한솔 회원.


팁런 에기에 걸린 무늬오징어가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출항 후 첫 무늬오징어를 올리고 있는 김한솔 회원.


김정호 회원이 사용한 인터라인 팁런 로드. 라인이 로드 속에 들어가 있어 바람의 영향

을 받지 않고 입질 감도가 더 뛰어나다.


고등어 컬러 에기로 무늬오징어를 낚은 박성재 회원.


피딩타임클럽 방장 엄다윤 씨가 무늬오징어를 올리고 있다.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낚은 김채선 회원.




역방향 팁런은 강풍에 배가 빨리 밀릴 때 효과적

포인트에 도착 후 선장이 채비를 내리라는 부저를 울리자 무늬오징어 피크 시즌답게 선두는 물론 선미에서도 입질이 자주 들어왔다.

금아지 컬러 에기를 사용한 김한솔 회원이 300g이 조금 넘는 씨알을 가장 먼저 올렸고 연이어 김우제, 김병희, 김정호 회원이 700g 내외의 무늬오징어를 올렸다.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모두 역방향 자리에서 무늬오징어가 올라왔고 순방향에서는 거의 입질이 없었다. 출항 직후 1시간 정도 낚시했음에도 역시 전반적으로 순방향 쪽 조과는 좋지 못했다.

회원들은 “오후에 바람이 강해질 거라는 예보가 있으니 초반에 바짝 정신을 차리고 파이팅합시다”라고 외쳤고 최호영 선장은 부지런히 포인트를 옮기며 입질 지점을 찾아 나섰다. 이동한 포인트마다 대여섯 마리의 무늬오징어가 낚였다.

그런데 밤 9시가 되자 강한 너울파도가 쳐서 낚시하기가 힘들어졌다. 최호영 선장은 최근 무늬오징어가 호황을 보인다는 구룡포 쪽으로 이동을 시도했으나 모포~장길리 구간의 거센 물골을 넘는 것이 위험해 낚싯배를 다시 양포항 방면으로 돌렸다. 운이 좋았을까? 양포항으로 돌아오니 다시 파도가 잔잔했고 바람이 적당히 불어서 순조롭게 팁런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포인트를 옮긴 후에도 조류를 마주보는 역방향 자리에서 무늬오징어가 잘 낚였다. 순방향에서는 밑걸림이 빈번했던 방면 역방향에서는 밑걸림도 덜 생긴 것도 이유로 판단됐다. 나는 왜 역방향 자리에서 에기를 흘리면 밑걸림이 적은지 궁금해 직접 낚시를 해보았다. 조류가 흘러오는 방향으로 멀리 캐스팅 후 흘려주자 팁런 에기가 배 밑으로 흘러들어갔고 거의 밑걸림이 생기지 않았다.(이 상황에서도 팁런 에기가 바닥 가까이 흐르도록 무게를 잘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이 무게 조절에 능할수록 입질 확률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무조건 역방향이 유리할까? 그런 것은 아니다. 역방향에서는 에기를 낚싯배 밑으로 흘려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는 바닥을 찍기 어렵다. 특히 한두 번 액션 후에 라인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치면 바닥을 찍지 못하거나 반대편 낚시인의 라인과 엉키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큰 무늬오징어를 히트한 경우 순방향보다 릴링이 힘들기도 하지만 종종 무늬오징어가 배 밑창에 달라붙어 애써 입질 받은 놈을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입질 파악 위해 초리에 온 신경 집중

철수 시각인 자정까지 순조롭게 팁런을 한 결과 피딩타임클럽 회원들은 총 85마리의 무늬오징어를 낚을 수 있었다. 좋지 않은 기상에 14명이 승선해 거둔 조과 치고는 훌륭했다.

회원 중에서도 김우제, 김정호 씨는 10마리 이상 무늬오징어를 낚는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 김우제 씨는 올해만 20번 넘게 팁런 출조를 한 고수였다. 김정호 씨 역시 전국으로 출조를 다니는 고수로, 금호조침 국산 에기로 취재 당일 최고 마릿수를 기록했다.

김정호 씨는 초리로 입질을 파악하는 팁런의 정석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상이 나빠 파도가 높은 상황이 되자 에기를 바닥으로 가라앉힌 후 짧고 간결한 액션만 주었고 액션 후에는 바로 여윳줄을 감아 에기를 스테이 상태로 유지해 초리로 입질을 파악했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 후 초리에 미세한 반응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챔질! 자잘한 무늬오징어의 입질도 놓치지 않았다. 장비 역시 일반 낚시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인터라인 팁런 전용대를 사용했다. 라인이 바람에 날리지 않았고 아웃 가이드보다 훨신 감도가 좋은 인터라인대의 특성상 약한 입질도 쉽게 잡아낼 수 있었다.

포항의 팁런 시즌은 11월 초가 되면 종료한다. 피딩타임호 최호영 선장은 11월부터 문어 선상낚시 출조를 나가며 팁런은 마니아들 위주로 출조팀이 모집이 되면 나간다. 11월 중순 이후에는 킬로오버 무늬오징어가 야간에 무더기로 낚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며 미리 팀을 꾸려 독배로 예약하면 출조가 가능하다.


출조문의 양포 피딩타임호 010-2709-8189




역방향에 자리 잡은 낚시인이 배밑으로 에기를 흘렸을 때 나타나

는 초리의 형태. 정상 방향과는 반대로 팁런이 진행되므로 에기로

바닥을 찍거나 입질을 감지할 때 더욱 집중해야 한다.


“총 85마리를 낚았습니다.” 양포항으로 철수 후 엄다윤(좌)

방장과 전광진 회원이 취재 당일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선두에서 역방향으로 에기를 흘려 씨알 굵은 무늬오징어를 낚은 전광진 회원.


야마시타 팁런 에기 3.5호 레드그레이프 컬러를 사용해 기자가 직접 낚은 무늬오징어.

이것도 역방향에서 낚은 것이며 역방향으로 에기를 흘릴 때는 순방향에서 할 때보다 에

기를 5~10g 무겁게 사용하는 것이 채비를 운용하기 편하다.


야마시타 에기왕 TR 팁런 에기. 3호, 3.5호를 사용하며

7~60g 전용 마스크를 씌워 빠른 조류에 대응한다.


김정호 회원이 낚은 무늬오징어가 발바닥에 붙었다.


철수 직전 무늬오징어의 머리를 찔러 죽이면 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역방향 자리에서 에기를 멀리 날리는 김우제 씨. 에기를 멀리 던져 가라앉혀야 바닥에

쉽게 걸리지 않는다.


순방향 자리에서 무늬오징어를 낚은 강석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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