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런 고수 6인의 어드바이스
김진현 기자
무늬오징어 팁런은 지역에 따라, 만나는 선장에 따라 테크닉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본 테크닉은 어디가나 공통된 점이 있으며, 기본적인 사항을 잘 숙지해서 응용하면 남들보다 더 나은 조과를 거둘 수 있다. 동서남해를 아우르며 10년 넘게 팁런을 해 온 고수들의 어드바이스를 소개한다.
무늬오징어의 입질을 파악하기 위해 초리를 응시하는 낚시인.
초리와 라인의 각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초리의 변화로 무늬오징어의 입질을 감지한다.
“팁런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선장 만나야”
박상욱 라팔라 필드스탭
팁런은 낚싯배를 운항하는 방식이 기존 선상낚시와는 조금 다르다. 기존 선상낚시라고 하면 채비를 수직으로 내리는 형태가 많은데, 선장은 배가 조류에 밀리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반면 팁런은 조류나 바람에 배를 흘리며 에기를 끌어주는 방식이라 이런 과정을 이해하는 선장을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우선은 선장이 팁런의 방식을 이해하고 낚시인이 팁런 에기를 순조롭게 끌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낚시인은 순조롭게 팁런 에기를 끌고 올 상황이 만들어지면, 에기를 내린 후 라인의 각도를 잘 유지해야 한다. 라인의 각도가 바깥으로 너무 벌어지면 액션을 넣어도 움직임이 크지 않고 스테이 동작 시 에기가 뜰 수 있다. 낚싯대 초리와 라인의 각도는 수직인 90도가 가장 좋고 많이 벌어졌다고 해도 135도 이상 벌어지지 않게 유지한다. 배가 빨리 밀리면 싱커와 에기의 무게를 늘여야 하는데, 필자는 3.5호(약 30g) 팁런 에기에 20~40g까지 싱커를 장착한다. 만약 조류 반대 방향(역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면 되도록 멀리 캐스팅해서 텐션 폴링을 해 에기가 바닥을 찍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탐색용 팁런 에기로 빠른 조과 획득”
노인석 야마시타 필드스탭
팁런을 할 때는 항상 같은 액션보다 액션 사이에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액션을 줄때 1회에서 4회까지 액션의 횟수를 랜덤하게 섞어 주는 것이다. 최초에 에기로 바닥을 찍은 후 첫 액션에 두 번 액션을 줬다면 다음에는 1회에서 3회, 그다음은 4회 정도 액션을 주고 다시 바닥을 찍는다. 이런 단순한 변화에도 무늬오징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출조 시 첫 팁런 에기를 어떤 것으로 선택하는 지도 중요하다. 야마시타의 TR서치 모델을 먼저 사용하며 색상은 케이무라→레인보우→골드→레드 순으로 교체한다. 서치라는 이름처럼 빠른 탐색이 조과로 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안에서 사용하는 에기와 TR헤드를 결합해 사용할 수 있으며 팁런 시즌 초에는 3호 에기와 헤드를 결합해 빨리 조과를 올릴 수 있다. 시즌 후반에 들어서 더 깊은 곳을 노릴 때면 4호 에기에 TR헤드를 결합해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다.
“액션 후 스테이가 가장 중요”
이승호 루낚 운영자
팁런에서 가장 중요한 액션은 스테이라고 생각한다. 즉 무늬오징어에게 입질할 시간을 주고 무늬오징어가 덮치기 좋은 자세를 취해주는 것이다. 낚싯배의 움직임에 로드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거나 낚시하는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물속의 에기는 액션을 멈춘 상태라도 다시 움직이게 된다. 그러면 다가오는 무늬오징어가 입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활성도가 좋다면 상관없겠지만 무늬오징어가 일정 입질 층에서 활동하거나 활성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스테이 시간을 길게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부 낚시인들은 갑오징어의 스테이와, 무늬오징어의 스테이 액션을 혼동한다. 갑오징어낚시를 할 때 스테이 액션을 하면 에기가 제 자리에 멈추거나 서서히 이동하지만 팁런은 낚싯배가 조류나 바람에 항상 밀리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를 하더라도 일정 수심을 천천히 유형하는 형태로 움직인다. 즉, 스테이 액션을 통해 에기가 순간 멈칫한 후 수평으로 유형하듯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늬오징어가 에기에 올라탄 후 멈추거나, 뜨거나, 후퇴하면 초리에 입질의 형태가 나타나기 때문에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챔질하면 무늬오징어를 낚을 수 있다.
“로드 끝을 수면 가까이 대고 입질 파악”
공보성 라팔라 필드스탭
제주도는 육지에서 하는 팁런과 형식이 조금 다르다. 육지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낚싯배에서 캐스팅을 주로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조류나 바람에 낚싯배를 흘리면서 캐스팅하지 않고 에기를 수직으로 바로 내리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소형 레저보트나 낚싯배의 규모가 작을수록 캐스팅보다 수직으로 내리는 방법이 유리하다. 그 이유는 선박이 작으면 조류나 바람에 잘 밀리기 때문에 캐스팅을 하면 에기가 어디로 흘러가버릴지 모르므로 최대한 빨리 수직으로 내리는 것이 기본 테크닉이다. 겉으로 보기엔 바람이나 조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해도 본류대로 낚싯배가 진입하면 꽤 빠른 속도로 흘러가기 때문에 팁런 에기의 무게도 60g이상 맞추는 것이 좋다.
에기가 바닥으로 내려간 후에는 로드로 짧은 엑션을 준 후 로드 끝을 수면에 가깝게 내려 초리를 유심히 봐야 한다. 수면과 라인의 이상적인 각도는 30~60도고 이 범위를 벗어나거나 라인이 멀리 흘러가면 다시 감아 들여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닥을 찍기도 힘들고 찍더라도 계속 같은 자리에 에기가 머문다.
“파도 칠 땐 팁런 에기를 더 무겁게 세팅”
서경원 일산 루어테크 회원
올해는 기상이 나빠 팁런 출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날이 많다. 출조했다고 하더라도 높은 파도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평소보다 에기 무게를 무겁게 설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팁런이든 에깅이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에기가 수평에 가깝게 자세를 잡고 자연스럽게 유영하듯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파도가 높으면 낚싯배가 출렁여 이런 동작이 쉽지 않다. 하지만 에기에 마스크를 씌워 조금 더 무겁게 해주면 한결 자세잡기가 편하다. 동해의 경우 3호 팁런 에기에 10~15호 마스크를 씌우고, 남해는 3.5호 에기에 20호 내외의 마스크를 씌우지만 날씨가 나쁘거나 조류가 빠르면 마스크를 30호 이상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야마시타의 TR싱커는 60g까지 출시되므로 남해로 출조한다면 60g은 필수다. 현장에 나갔을 때 배가 빨리 밀리는 경우 무거운 싱커가 없어서 바닥도 제대로 찍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럴 때 남들보다 무거운 싱커가 있다면 혼자 조과를 올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빠른 에기 로테이션이 승부수”
이영수 울진 이프로2호 선장
팁런을 할 때 선장의 역할은 바람이나 조류에 낚싯배를 일정한 속도로 흘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제대로 된 팁런이 가능하다. 팁런을 처음 접한 10여 년 전에는 어떻게든 낚싯배가 흘러가서 에기만 끌어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낚싯배가 나가는 방향이 중요하고 낚시인들이 어떤 형태로 에기를 끌어줄지 선장 역시 감안하고 최대한 일정하게 낚싯배를 흘리는 것이 중요하다.
낚시인은 낚싯배가 움직이는 것을 감안해 에기의 무게를 설정하고(보통 에기와 싱커를 결합해 50g내외) 부지런히 에기의 컬러를 바꿀 것을 추천한다. 물속의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다양한 컬러를 사용하고 낚싯배를 흘릴 때 적어도 한두 번은 에기를 교체한다. 특정 컬러를 선호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입질이 약하거나 헛챔질이 계속 된다면 에기의 컬러를 바꾸는 것이 좋다. 팁런이 이뤄지는 9~10월에는 무늬오징어의 활성이 낮은 시기가 아니므로 입질이 예민해졌다는 것은 팁런 에기의 무게가 맞지 않거나 물속 상황에 대해 컬러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수들은 빠른 에기 교체를 위해 낚싯대 두 대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남들보다 많은 시도를 할수록 입질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