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철수 직후 낚은 4짜 붕어를 보여주는 홍종진 씨. 거무튀튀한 4짜 붕어의 체구가 늠름해 보인다.
드론으로 촬영한 문방지.
지난 12월 4일, 초겨울로 접어들며 찬 바람이 불던 날 찾은 곳은 최근 씨알 좋은 붕어들이 제법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진 아산 문방지였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그리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현장에 도착하니 연안으로 살얼음이 잡혀있었고 기온도 영하권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미 도착해 있던 김복용 씨가 저수지 우측 하우스 포인트에서 대편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모두 8자리 정도가 있었고 장박하는 분들도 몇 분 있었다. 하우스 옆으로만 자리가 비어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유료터에서 무료터로 변신
이곳 문방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료터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하지만 낚시터를 운영하시던 분의 사망으로 농어촌공사와 재계약을 못해 무료터가 됐다. 당시 사용하던 관리실과 좌대들은 부서지거나 일부는 침수된 채 방치되고 있다. 건물들과 좌대들을 폐기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여 농어촌공사에서도 쉽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방지는 충남 아산시 인주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옆에 있다. 약 2만평의 평지지로 제방 길이는 약 200m이다. 제방 우측 관리실이있던 곳에 부들 군락이 있으며 제방 좌측 상류권으로도 부들이 잘 발달해 있다. 여름이면 저수지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마름이 무성해져 어족보호가 잘 되는 곳이다.
제방 우측 예전 관리실 부근에 주차 공간도 있고 ‘차 대고 바로 앞’ 포인트도 있지만 제방 왼쪽으로는 왕복 1차선의 좁은 도로만 있을 뿐 주차공간이 너무 부족하다. 무넘기를 지나면 5대가량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앞쪽으로는 부들 군락이 약간 발달한 멋진 포인트가 형성돼 있다. 이곳은 봄부터 장박꾼들이 포인트를 선점해 좀처럼 빈자리 차지하기가 어렵다.
상류로 올라가며 논둑 포인트가 있지만 주차 공간이 너무 없어 서너 명만 들어가도 만석이 되고 만다. 상류 부들밭을 돌아 올라가면 수초 사이 빈 공간에 찌를 세우면 금방이라도 입질을 할 것 같은 멋진 포인트가 몇 곳 나온다. 하지만 이곳 역시 주차가 어려워 주차 후 상당 거리를 짐을 지고 이동해야 한다.
상류권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마을이 있고 그 마을로 통하는 시멘트도로는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1차선 도로라 이곳 역시 주차가 큰 난관으로 보인다.
필자는 비닐하우스 앞에 짐을 내려놓고 약 20m를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정면으로 부들이 병풍처럼 자리했던 곳인데 올해는 정면에 있던 부들이 다 없어지고 뻥 뚫려 있었다. 양쪽 옆으로만 부들이 자라 있어 옆바람은 막아 주었지만 앞쪽에서 부는 바람에는 작은 파도가 일었다. 그러나 필자의 오른쪽에 자리 한 김복용 씨 포인트는 정면이 전부 부들로 막혀있어 바람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미동도 않는 찌
정면으로 4.6칸 대 등 비교적 긴 대를 편성했고, 양쪽 옆 부들 앞으로는 2.6칸 길이의 짧은 대를 펴는 등 모두 12대를 편성하였다. 수심은 1.5m가량 되었고 미끼로는 옥수수와 옥수수어분글루텐을 준비하였다. 대편성과 본부석 설치를 마친 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아침 날씨가 영하권이다 보니 한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마신 후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하였다.
문방지는 살치 외에도 블루길과 배스 등이 자생하는 등 잡고기 성화가 심한 곳이다. 하지만 날씨가 추운 때문인지 살치나 블루길 성화는 전혀 없었고 찌도 말뚝이었다.
미동도 없는 찌를 바라보다가 밤낚시를 하신 주변 분들의 조황을 살펴보았다. 4명이 낚시 중이었지만 3명은 붕어를 낚지 못했고 침수되어있는 좌대 앞에 앉은 김규윤 씨가 전날 올린 4짜 포함 4수의 붕어를 낚았다. 그러나 모두 방류하고 지금은 없다며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8치 정도의 잔 씨알도 나오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대물 붕어들이 자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초입에서 짧은 대로만 낚시 중이던 홍종진 씨는 며칠 전 찾아와 6마리의 월척급 붕어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 기억에 다시 왔지만 이번에는 3박 동안 붕어 얼굴도 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오후 늦게까지 찌를 바라보았지만 단 한 번도 찌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밤이 되자 기대를 갖고 낚시를 이어갔지만 붕어는 물론 그 어떤 생명체도 없는 듯했다. 갑자기 추워진 영향 같았다.
체색, 체구 모두 장군감이었던 4짜 붕어들
늦은 밤에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낚시를 이어갔다. 새벽 4시가 지났을 무렵 정면에 있던 3.8칸 대의 찌가 꿈틀거렸고 잠시 후 서서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오른 찌를 보고 챔질하니 덜컹하고 손끝에 짜릿한 느낌이 전달되었다. 적어도 월척 이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쯤 끌려 오던 녀석이 빠졌는지 빈 바늘만 하늘을 갈랐다.
그렇게 20여 시간 만에 찾아온 입질을 놓치고 나니 허탈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나서 다시 오른쪽 부들 앞에 세워져 있던 2,8칸 대의 찌가 솟아 올랐지만 이번에도 헛챔질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두 번의 입질을 모두 놓치고 나니 동이 트기 시작하였다. 아침 입질이 있을 것이라는 옆자리 낚시인들 말을 듣고 오전 9시까지 낚시를 이어 갔지만 더 이상은 찌의 움직임조차 보지 못했다. 옆자리의 김복용 씨에게도 몇 차례 입질이 있었지만 자리를 비울 때마다 붕어가 채비를 끌어다 놓았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1박 일정으로 마무리하기로 했고 옆자리의 김복용 씨는 하루 더 낚시한다며 눌러앉았다. 철수하며 주변 분들의 조황을 살펴보니 첫 자리에 앉았던 홍종진 씨만이 턱걸이 4짜를 낚아놓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계측자에 올려보니 밤사이 줄어 39.5cm가 나왔다. 붕어는 비늘 하나 다치지 않은 깨끗한 상태였으며 늠름한 체구와 강인한 검은 체색 등 장군의 위엄을 나타내고 있었다.
건너편 상류 논둑에서 낚시 중인 곽유근 씨를 찾아가니 살림망에 4마리의 붕어가 들어 있었다. 그중 1마리는 4짜였으며 나머지도 허리급이었다. 붕어들은 모두 상처 하나 없었고 체구이며 채색이며 너무나 좋았다. 곽유근 씨는 “옥수수에 굵은 붕어가 나온다. 더 추워지기 전에 이 포인트에서 한번 해 보라”고 권유했다.
결빙 전까지는 입질 지속될 예정
문방지는 떡붕어 자원이 의외로 많은 곳이지만 추위 탓인지 떡붕어는 보이지 않았다. 기온과 수온이 높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중층이나 내림낚시를 하는 분들도 의외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현지 낚시인 말에 의하면 “날씨가 추워도 물이 얼지 않는 한 붕어는 나온다”고 말했는데 필자가 철수한 다음 날 일행인 김복용 씨가 허리급 붕어 1수를 낚았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또한 곽유근 씨도 4짜 1수를 추가했다며 소식을 전해왔다.
문방지는 대체로 포인트가 많지 않으며 제방 왼쪽으로는 주차공간이 너무 없어 주민들의 이동이나 농번기 농기계 이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주차에 각별이 신경을 써야만 한다.
내비 입력 : 충남 아산시 인주면 문방리 487-6(예전 관리실 주소)
김유균 씨의 조과. 초겨울 조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씨알과 마릿수 모두 좋았다.
드론으로 촬영한 좌안 상류. 주차공간이 적어 아쉽지만 좋은 포인트가 많다.
곽유근 씨가 낚시한 포인트. 전방에 삭은 부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었다.
무료터로 방치돼 다소 황량해 보이는 옛 관리소 일대.
폐 좌대 앞에서 올린 두 마리의 4짜 붕어를 자랑하는 김규윤 씨.
김규윤 씨가 4짜를 올린 옛 관리소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