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 올린 34, 35cm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드론으로 촬영한 해남천 일신리 일대.
필자가 사는 광주광역시는 따뜻한 남쪽이지만 이곳도 겨울이 본격화 되면서 조황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더욱 아랫녘으로 내려가야 붕어 만나기가 수월해졌다. 겨울이면 주로 영암, 해남, 고흥권을 찾곤 하는데 갈 때마다 항상 월척과 준척급을 내어주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껏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고천암호로 흘러드는 해남천이다.
해남천은 물길이 이어지는 해남읍에서부터 수많은 포인트가 있으며 중간에 고천암호와 보 없이 바로 연결돼 있어 고천암호 본류권 붕어가 수시로 올라올 수 있다. 그만큼 자원 고갈 걱정 없고 운이 좋으면 떼고기 조과 즉 인생낚시도 가능한 곳이다. 그동안 필자가 장소를 바꿔가며 네 번 낚시해봤고 지인들에게 추천해 줬을 때도 모두 붕어를 만나고 왔다.
소개하는 구간은 주소지상 해남군 황산면 일신리에 있으며 ‘남산농교’에서 상류쪽 약 1km 좌안. 소개하는 필승전략만 명심하면 틀림없이 손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튼튼한 대물 채비 보다는 예민성 살린 채비가 낫다
겨울에는 먹기 좋은 글루텐이 주요 미끼이며 약한 겨울 입질을 감지해내려면 예민성 높은 채비가 유리하다. 4짜급 초반이 드물게 낚이기는 하지만 감당 못 할 대물은 거의 붙지 않는다. 주로 9치와 턱걸이 월척이 가장 많이 낚이고 35~38cm급이 올라오므로 예민성 위주로 채비를 꾸려도 큰 문제가 없다.
●가장 중요한 입질시간은 찌불 밝힌 후 새벽 2시 무렵까지다
아침장에는 한두 마리 나올 때가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즉 아침대박은 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밤늦게까지 최대한 집중해서 낚시하자.
●수초에 집착하지 말자
나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현지인과 얘기 나눠보고 대편성 모습도 유심히 관찰해보는데 그 결과 이 곳은 맹탕 바닥이나 수초대나 조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차라리 글루텐을 부지런히 던져 넣어 집어하는 게 유리했다.
평소와 다른 입질 패턴에 당황
12월 4일, 점심을 먹고 집에서 출발해 오후 3시경 해남천에 도착해 보니 낚시인이 아무도 없었다. 딱 한 명의 현지 조사님이 텐트를 치고 낚시하고 계셨는데 내려가서 인사드리고 얘기를 나눠보았다. 그분에 이곳에 자주 오며 밤 12시나 새벽 2시까지만 낚시를 즐기고 들어가신다고 말했다.
최근 조황을 묻자 “해질녘부터 밤 12시까지, 어떤 날은 새벽 2시까지 입질이 온다”고 알려주셨다. 필자 머릿속에 저장된 피크 시간과 일치했다. 어제도 첫수로 허리급 월척을 낚았고 턱걸이 월척 네댓 수와 준척을 올렸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더 자세히는 초저녁에 잠깐 땟장수초 가까이에서 몇 마리 나왔고 그 외에는 대부분 맹탕바닥에서 입질이 왔다고 말했다. 감사 인사를 전한 후 현지 조사님 좌측 50m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해남천 하류 구간은 엄청나게 넓고 포인트가 많아 갈 때마다 새로운 자리에 앉아보고 특징을 파악해 나가고 있다. 짧은 대부터 긴 대까지, 수초와 맹탕 바닥에 다양하게 대편성을 완료하였다. 수심은 최고 120cm까지 나왔다. 주 미끼는 첫 번째가 글루텐, 두 번째가 지렁이였다.
낚시 준비를 마치고 찌불을 밝혔다. 평소 같으면 입질이 올 시간인데 오늘은 밤 10시까지도 미동이 없었다. 왜 이러지? 밤 10시까지 현지 조사님 역시 발갱이(잉어 새끼) 1마리, 필자는 끌고 가는 입질을 잡아 낚아낸 9치 붕어 1마리가 전부였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이에 현지 조사님은 “평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낚싯대를 접기 시작했다. 현지 조사님을 믿고 옆에 앉았는데 포기하고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니 오늘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깔짝대는 입질을 채자 올라온 월척
멀리 광주에서 해남까지 내려와서 꽝치고 철수하기는 싫어 떡밥을 더욱 열심히 넣었다. 평소에 찌를 굉장히 예쁘게 잘 올려주는 곳인데 오늘은 아주 드물게, 그것도 끌고 가는 입질에 잔챙이가 나왔다.
‘뭔가 확실히 문제가 있군!’ 그렇게 소득 없이 지쳐가던 새벽 2시. 평소 같으면 입질이 거의 끝나서 잠시 눈을 붙일 시간인데 아쉬워서 계속 글루텐을 넣으며 날새기로 버텼다. 그리고 새벽 2시40분이 되었을 즈음, 천류사의 운명 5.6칸 대의 찌가 깔짝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입질을 보면서 ‘오늘은 진짜 날이 이상해? 시원한 입질을 보기 힘드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찌를 살짝 들었다 놨다 하는 입질에 ‘잔챙이가 붙었구나’ 싶어 대를 살짝 들자 낚싯대에서 굉음이 나며 원줄에서도 피아노줄 소리가 크게 났다.(이곳 붕어들은 월척만되도 원줄에서 피아노줄 소리가 날 정도로 손맛이 대단하다)
지금까지 기다려온 묵직한 손맛이었다. 잉어를 보기 힘든 곳이라 붕어임을 직감하고 살살 끌어내보니 길쭉한 34cm 붕어가 올라왔다. 체고가 낮은 길쭉한 붕어였다. ‘우와 되긴 되는구나.’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첫 월척이 올라온 이후 긴 대 위주로 9치급이 몇 마리 더 나오면서 입질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새벽 5시 또 한 번 맹탕 바닥에 세운 운명 5.6칸 대에 잔챙이처럼 살살 끄는 입질이 들어왔다. 오늘은 입질 시간대부터 찌에 전달되는 표현까지 모든 게 달라 더욱 긴장해야 했다. 이후 또 비슷한 입질이 와 살짝 챔질해 보니 또 역시나 피아노줄 소리를 내며 주욱-주욱- 차고 나갔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손맛이었다. 역시 해남천 붕어는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전날 깔린 저기압이 요상한 입질의 원인
새벽 5시. 35cm 붕어를 마지막으로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큰 비는 아니었지만 비가 오려고 저기압이 깔렸던 것이 밤새 요상한 입질이 나타났던 원인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날 아침장은 별 재미없이 끝나고 말았다.
정리해보면, 평소에는 초저녁부터 새벽 2시까지가 주 입질 시간이었지만 이번에는 새벽 2시부터 5시 사이, 낚시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에 입질이 들어왔다. 역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낚시는 늘 변수가 많다는 것을 느낀 출조였다. 예측불허! 그것이 또한 낚시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내비 입력 전남 해남군 황산면 일신리 664-7
해남천 붕어를 낚을 때 사용한 경원사의 어분옥수수글루텐과 오래오글루텐.
드론으로 촬영한 낚시자리. 차량 통행이 적어 주차 여건도 좋다.
호봉레저의 낚시텐트를 설치해 추위를 피하며 입질을 기다리는 장면.
필자가 사용 중인 천류사의 운명 붕어낚싯대.
밤낚시에 올라온 월척.
운명 낚싯대와 매칭해 사용한 미라클 스토리 전자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