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정면으로 보이는 산 주변은 낚시할 곳이 없어 보였다.
필자가 태안 사창지에서 낚은 마릿수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태안 사창지 좌안 중류 연안에서 필자가 채비를 넣고 있다.
아직 삭지 않은 수련이 있어 그 주변을 노렸다.
11월 중순,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충남권 저수지의 물색이 맑아졌다. 붕어가 입을 다물었는지 출조 때마다 낱마리 조과로 만족스럽지 못한 조황의 연속이었다. 어디로 출조할까 궁리 끝에 문득 한동안 찾지 않던 충남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에 있는 사창지가 떠올랐다.
만수면적 4만6천평 규모의 저수지로 연안에 뗏장수초와 수련이 가득 자라 있고 맑은 수질에 어자원 또한 풍부한 곳이다. 외래어종이 없는 토종터로 잉어, 붕어, 가물치, 장어 등이 서식한다.
찌불 밝히자마자 입질 러시
지난 11월 17일, 오랜만에 찾은 사창지는 옛 모습 그대로였다. 과거의 명성과 달리 최근 이곳을 찾는 낚시꾼의 발길이 많지 않은 듯 했다. 저수지를 둘러보니 좌우측 연안에 산이 인접해 포인트가 한정적이었고 일부 포인트 진입로는 주민들이 통제해 낚시할 곳이 적어 보였다. 마침 제방에서 새우를 채집하던 주민에게 말을 걸어보니 고맙게도 포인트 한 곳을 소개해 주었다.
제방 초입에서 작은 오솔길로 진입해 조금 걸어가니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이 나타났다. 수면에는 아직 덜 삭은 수련이 있었고 연안 뗏장수초 안쪽으로 새우 채집망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하지만 낚시에 방해 될 정도는 아니라 대편성을 시작했고 옥수수 미끼로 먼저 반응을 보기로 했다.
오후 5시에 찌불을 밝히고 입질을 기다리니 좌측 4.0칸 대에 반듯하게 찌를 올리는 첫 입질이 왔다. 첫수로 6치 붕어를 낚아냈고 이후 고만고만한 씨알의 붕어가 연신 올라왔다. 씨알 선별을 위해 새우로 미끼를 교체하니 동자개가 극성을 부렸다.
그러던 중 정면 4.0칸 대에 입질이 왔다. 9치 붕어가 올라왔고 밤이 깊어 가면서 씨알이 굵어지나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맨 왼쪽 4.2칸 대의 찌가 꼬물거리더니 찌불이 살짝 솟았다가 다시 내려가는 것을 계속 주시하니 다시 솟아올랐다. 챔질과 동시에 수면에서 바늘털이를 하며 연안으로 올라온 붕어는 32cm 월척이었다.
새우는 동자개 성화 심해 불편
월척 붕어를 낚은 후 6~7치 붕어와 동자개로 손맛을 보다가 자정 무렵 맨 우측 4.2칸 대에 또 입질이 왔다. 동자개 성화 탓에 참붕어를 미끼로 꿰어 놓았는데 꼬물거리던 찌가 솟기 시작했다. 챔질을 하지 않고 찌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찌몸통이 거의 드러날 즈음 챔질! 수면에서 강한 바늘털이를 시작하며 연안으로 올라온 붕어는 턱걸이 월척이었다.
자정이 되었음에도 지난 출조 때와 달리 춥지 않은 날씨라 난로를 켜지 않고 낚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정이 지나니 입질 빈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제부터는 참붕어와 굵은 새우로 미끼를 바꾸고 큰 붕어를 기다렸지만 아무 일 없이 새벽이 지났고 날이 밝아오면서 아침에 잔챙이 붕어 몇 마리를 추가하였다. 입질은 꾸준히 있었지만 대부분 잘아 낚시를 마무리 하였다.
사창지에서는 찌불을 밝히면서 입질이 시작되었다가 자정을 지나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몇 번 입질이 더 있었지만 씨알이 잘아 기대에 못 미쳤고 아침에 새우 미끼로 잔 손맛을 볼 수 있었다. 미끼는 옥수수와 채집한 참붕어를 사용했다. 유독 새우에 동자개가 달려드는 반면 참붕어에는 동자개의 반응이 없었다.
입질은 대부분 찌를 시원스럽게 올려주었지만 간혹 한두 마디만 올리고 옆으로 끌고 가는 입질도 많았다. 마릿수 조과를 원한다면 새우나 옥수수를 미끼로 사용하고 굵은 씨알을 원한다면 참붕어를 미끼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해보였다. 자생 새우와 참붕어가 많이 서식해 채집해서 미끼로 사용할 수가 있는 점은 장점이다.
포인트는 제방 주변과 최상류에 있으며 깊은 곳보다는 연안 가까이 있는 수초 주변에서 입질이 잦았다. 좌우측 연안에는 산이 있고 민가에서 낚시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주민과 마찰을 피해야 한다. 사창지는 얼음낚시 시즌에도 붕어 얼굴을 볼 수 있어 많은 낚시꾼이 찾는 곳이다.
내비 입력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 산 26-2
아침에 준척 붕어를 낚은 필자.
마을 주변에서 이어진 논밭 곳곳에 낚시 차량 진입을 제한하는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다.
제방 무넘기 옆에는 수련이 밀생한 포인트.
필자의 낚시자리. 연안에 삭지 않은 뗏장수초와 수련이 있어 채비를 던질 곳이 많았다.
필자가 사창지에서 거둔 조과. 32cm 월척 붕어와 턱걸이 월척을 포함해 총 15마리를 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