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드론으로 촬영한 지포지(왼쪽)와 신야리수로 양수장 일대.
신야리수로에서 31cm 월척을 올린 필자.
신야리수로 양수장 일대 커브길에 자리 잡은 일행의 포인트.
지난 11월 23일 새벽 4시에 조용히 일어나 집을 나섰다. 전날 이미 낚시 장비를 모두 실어 놓았기에 이른 시간에 출발할 수 있었다. 이번 출조는 늘 그러했듯이, 태안 원산도 앞바다에서 주꾸미 배낚시를 겸한 출조였다. 밤에는 붕어낚시를 하고 낮에는 주꾸미낚시를 하는 힘든 일정.
일단 이날도 주꾸미낚시부터 해보기로 했다. 토요일이고 물때도 조금물때라 주꾸미 출항지에 장박꾼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아침 6시에 도착한 오봉산해수욕장 입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나 도로 양쪽 옆으로 차량이 가득했다. 큰 바위로 진입로를 막아 놓은 지점까지 진입한 뒤 보트를 준비하였다. 동출을 약속한 김복용 씨(닉네임 반딧불) 씨도 마침 도착해 있었다.
이날이 조금물때라 물살은 약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보트가 빠르게 밀리는 바람에 낚시가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도 주꾸미가 간간이 나왔고 이따금씩 큼지막한 갑오징어도 손님으로 나와 주었다.
마침 동출 하기로 했던 박원길 씨도 보트를 타고 와 주꾸미를 낚고 있었다.
오후 2시까지 낚시해 저녁에 먹을 만큼 주꾸미를 낚았기에 철수를 하기로 했다. 바람에 밀려 너무 멀리 왔기에 후배의 보트까지 견인해 오봉산해수욕장 슬로프로 돌아왔다.
붕어터로 낙점한 신야리수로
보트를 정리한 후 오늘 낚시할 붕어터를 물색했다. 우선 중장리수로에서 씨알 굵은 붕어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찾아가 보았다. 그러나 그 넓은 수로에는 단 한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황을 물으니 잔챙이만 나온다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조언해 주었다. 주말에도 꾼이 없다는 것은 조황이 좋지 못하다는 뜻! 다시 돌아 나와 신야리수로로 향했다.
신야리수로는 지포지 퇴수로와 연결된 곳으로 바닷가에 제방이 있고 그곳에 물을 저장하여 옆에 있는 사기점소류지(신야지)와 지포지(중장저수지)에 공급하는 유수지 역할을 한다. 두 곳에서는 펌프로 신야리수로 물을 퍼 올려 저장한다. 수로라고는 하지만 웬만한 저수지 크기이며 규모는 약 5천평 가량이다. 수심도 깊고 큰 씨알의 붕어들도 많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로로 진입하다 보니 부들이 잘 발달 되어 있는 곳이 있었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지포지로 물을 끌어 올리는 양수장이 있었고 그곳을 지나면 양쪽으로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었다. 수로의 폭은 약 50m. 펌프장 왼쪽으로 더 들어가면 저수지처럼 넓은 유수지가 있었다. 수로에는 이미 여러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모두 살림망까지 담가 놓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본 후 다시 양수장으로 나와 건너편의 멋진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수로 전역이 석축이라 좌대를 펼 경우 자립다리가 필수일 듯 보였다. 이미 해가 지고 있었기에 서둘러 좌대를 펴고 텐트까지 올려 준비를 마쳤다. 대편성 중에 이미 어둠은 내렸고 마침 박원길 씨가 도착하였다.
저녁 반찬으로 주꾸미, 갑오징어볶음을 해먹기로 해 인근 농협하나로마트에서 각종 양념과 야채를 구입해 요리를 시작했다. 박원길 씨가 만들어준 주꾸미볶음은 매콤하고 달짝지근해 입 안에 착착 달라붙었다. 청양고추 때문에 너무 매워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낚시터에서 획득한 재료로 음식을 해 먹는 것도 또 다른 낚시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뒤꽂이를 차고 나간 붕어
저녁식사가 늦어 밤 8시가 되어서야 마지막 대를 펼 수 있었다. 3.0칸부터 4.0칸까지 모두 11대를 편성하였고 미끼로는 옥수수어분 글루텐에 갈아 만든 새우를 조금 섞어 단단하게 반죽하였다. 수심은 2m 가까이 나왔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에는 이런 깊은 수심이 좋을 듯했다.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지만 깔짝대는 입질만 간간이 들어 올뿐 이렇다 할 입질은 보지 못했다. 새벽에 일어나 출발하다 보니 피곤해 밤 10시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 눈을 뜬 건 새벽 3시. 여전히 찌는 깔짝대는 입질만 보여 주었고 챔질 할 만한 입질은 없었다. 옆자리의 김복용 후배도 그런 입질만 있었다고 말했다.
새벽 6시에 다시 오봉산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다시 바다로 나가 주꾸미낚시를 하기 위해서였다. 주꾸미낚시는 붕어낚시와는 달리 찌맛을 볼 수는 없지만 묵직한 손맛이 있다. 특히 갑오징어의 빨고 들어가는 짜릿한 입질과 묵직한 손맛은 아기자기한 손맛을 보여준다.
붕어낚시에는 없는 입맛이 추가되기에 나름 재미도 있다. 이날은 무시물때로 바람이 전혀 없다 보니 조류가 원활하게 흐르지 않았다. 조류 흐름이 약해 주꾸미낚시에 아주 좋은 물때라고 생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낱마리 주꾸미와 갑오징어만 올라왔다. 이들 두족류도 조류가 어느 정도 흘러야만 입질이 활발하다. 다행스럽게도 마릿수는 적었지만 씨알이 너무 좋아 손맛은 대단했다. 오후 2시까지 갑오징어 서너 마리와 주꾸미 20여 마리를 낚았기에 일찍 붕어터로 돌아왔다.
돌아와 낚싯대 상황을 살펴보니 중간에 펼쳐 놓은 낚싯대 하나가 없어져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건너편 수초 자락에 찌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차를 타고 이동해 건져 보니 목줄이 터져 나가고 없었다. 요즘 뒤꽂이는 낚싯대를 단단히 물고 있어 낚싯대가 빠져 나가는 일이 없는데 처음으로 낚싯대를 빼앗긴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이왕 건너편까지 왔기에 수로 전체를 돌아보기 위해 끝까지 가보니 한 분이 낚싯대 2대만 편성해 놓고 자리를 비웠는데 살림망이 담겨져 있었다. 끝부분으로 갈대가 잘 발달 되어 있는 포인트로 바닥이 보일 정도로 수심이 얕아 보였다.
한 바퀴 돌아 사기점소류지 앞으로 와 보니 마침 철수하는 분이 있어 조황을 물어보니 34cm의 붕어 2수와 큰 씨알의 잉어 2수를 낚았다고 했지만 이미 방생해 확인은 하지 못했다. 사기점소류지로 물을 퍼 올리는 양수장 부근에도 멋진 포인트가 몇 곳 보여 다음에 찾으면 이곳에서 낚시를 해 보기로 했다. 옆에 있는 사기점소류지와 지포지는 물색이 맑고 수심이 깊어 지금은 낚시가 어려울 듯 보였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대편성을 하다 보니 이번에는 맨 오른쪽 3.0칸대의 원줄이 터지고 없었다. 낮에 중간 대를 끌고 갔고 이번에는 원줄이 터져 나간 것으로 보아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강력한 힘을 보유한 녀석들이 설치는 듯했다.
저녁 무렵 다시 박원길 씨가 찾아왔고 이때에 맞춰 멋진 입질이 들어왔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올려 주지 않던 찌가 스멀스멀 올라온 것. 급하게 챔질하니 손끝에 전해지는 힘은 그다지 크지 않게 느껴졌다. 올라온 붕어는 22cm의 잔챙이 붕어였지만 붕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신호였기에 너무나 반가웠다.
이날 밤은 박원길 씨가 저녁식사를 준비해주었다. 이번에는 갑오징어 회를 떠 왔고 낮에 주꾸미낚시 도중 낚은 물메기 한 수와 전날 밤낚시로 낚았다는 우럭도 가지고 와서 요리를 해주었다. 회로 썰어놓은 갑오징어는 연하고 끝맛이 달짝지근해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물메기로는 탕을 끓였는데 살점이 연해 모두 녹아내렸다. 그 맛 또한 처음 보는 맛이었다. 잘잘한 우럭으로 만든 간장조림 또한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이렇게 낚시터에서 직접 잡아 온 생선으로 만들어 먹는 요리는 낚시의 묘미를 더 높여 주었다.
31cm 월척 1마리로 마감
저녁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밤낚시를 시작하였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밤 10시가 지날 즈음 쌀쌀한 날씨에 나도 모르게 침낭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잠시 후 옆 자리의 후배가 “찌가 올라온다”고 소리를 질러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중간에 편 낚싯대 2대가 동시에 옆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일어나 챔질을 해 보았지만 이미 상황은 끝이 나 있었고 빈 바늘만 날아왔다.
그렇게 멋진 입질을 날려 보내고 다시 집중을 하고 있으니 얼마 후 오른쪽 3.2칸 대의 찌가 살짝살짝 움직였다. 집중하고 쳐다보다가 두 마디쯤 올라오는 찌를 보고 챔질하자 강하게 저항하며 옆으로 째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손맛을 즐기며 뜰채에 담은 녀석은 31cm의 월척 붕어였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월척 붕어를 만났기에 남은 시간이 기대가 되었다.
잠시 후 옆자리에서 날카로운 챔질 소리와 큰 물소리가 나 쳐다보니 김복용 씨가 큰 씨알의 붕어와 씨름하고 있었다. 거의 앞까지 끌어다 놓았으나 아쉽게도 목줄이 터지며 놓치고 말았다. 김복용 씨 말로는 허리급 이상은 되어 보였다고 했다.
자정이 넘도록 자리를 지켰지만 더 이상의 입질이 없어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새벽 3시30분이 지날 시점에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얼마 후 왼쪽 3.4칸 대의 찌가 몸통까지 올라왔고 이때 나온 붕어가 28cm의 준척이었다.
이후 날이 밝아 올 때까지 찌를 지켜보았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다만 옆자리의 김복용 씨 자리에서 또 한 차례 강한 물소리가 났지만 아쉽게도 또 놓치고 말았다.
날이 밝자 양수장 부근에서 낚시하던 분이 있어 찾아가 보니 마침 입질을 받아 붕어를 올리고 있었다. 준척 붕어였고 살림망에는 월척 이하의 붕어 몇 마리가 들어 있었다. 이날도 일찍 철수해 주꾸미낚시를 해보기로 했지만 강풍이 예보되어 있어 포기하고 수로에서 오전낚시를 하기로 했다.
이곳을 잘 아는 현지 낚시인의 말에 의하면, 안쪽으로 들어가 넓은 곳에서 긴 대로 낚시하면 허리급 이상의 붕어가 종종 나온다고 알려 주었다. 하지만 이날은 오전 11시까지 낚시를 이어 갔지만 붕어는 나오지 않았고 올해의 주꾸미낚시로 이렇게 마감하게 되었다.
내비 입력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리 2294-4
신야리수로 끝부분의 수초 포인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주꾸미를 쌍걸이 한 박원길 씨.
양수장 일대 커브길에 좌대를 편 필자와 김복용 씨.
갑오징어로 만든 회.
데친 주꾸미 머리(왼쪽)와 먹음직스러운 김치.
우럭으로 만든 조림.
필자가 신야리수로에서 거둔 조과.
드론으로 촬영한 사기점수류지.
34cm 붕어를 올린 김복용 씨.
드론으로 촬영한 유수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