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흥양붕어TV’ 운영자 이민성 씨가
새벽에 올린 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아침 시간에 입질을 받아 붕어를 끌어내고 있는 필자.
깊은 수심에서 입질을 받아 손맛이 대단했다.
복산지에서 필자가 사용한 천류사의 천년혼 골드 낚싯대.
초저녁에는 짧은 대, 늦은 밤에는 긴 대에서 입질이 잦았다.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여수는 바다낚시 메카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자가 십 수 년 전부터 민물낚시인들의 발길이 뜸했던 여수 지역 대물 붕어터를 발굴, 낚시춘추에 화보로 소개하면서 낚시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복산지, 풍류지, 죽림(관기)지, 소옥1지, 덕곡지, 대포지 등이 여수 지역의 대표 대물 붕어터로 낚시인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월이 흘러 기존 낚시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그간은 ‘낚이면 대물’이라던 낚시터들이 현재는 마릿수터로 뒤바뀐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그중 유독 덕곡지(6천평) 만큼은 예전 명성 그대로 대물을 배출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지난 11월 말부터 4짜 중반급과 5짜 초반 붕어가 낚여 큰 화제가 됐다.
관기지에서 4짜만 45마리 촬영했던 복산지로
지난달 화보 촬영 때 고흥 주교1지 갈수기 낚시로 마릿수 손맛을 쏠쏠하게 봤던 터라 이번에도 갈수를 맞은 저수지가 없을까 궁리하며 여러 곳을 검색해 봤다. 그 결과 여수 관기지(죽림)가 저수위로 나와 있었다. 저수위의 원인은 연안 둘레길 조성 작업 때문이었다.
지난 11월 23일에 관기지를 찾았다. 예상대로 제방권에만 물이 고여 있을 정도로 많은 배수가 이루어졌고, 연안이 거의 드러나 있던 상황이었다. 상류에서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으나 거리가 먼 하류권 낚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제방권 수심을 체크해보니 겨우 20cm에 불과했다. 담배를 꺼내 물고 한참동안 수면을 주시했지만 붕어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쯤 되면 배수가 이루어진 지 오래되었다는 방증이고, 웬만한 붕어들은 이미 뻘 속으로 파고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해야 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둔 곳은 인근에 있는 복산지. 오히려 복산지는 저수율 100%로 만수위를 기록 중이었다. 복산지는 조산마을 앞에 있다고 해서 현지 낚시인들에게는 조산지라고도 불린다. 일제 강점기 때 축조됐으며 3만6천평 규모의 준계곡형 저수지이다.
필자가 2010년 5월, 4짜붕어만 45마리가 낚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낚시춘추 7월호에 소개하면서 일약 대물터로 등극했다. 그 당시부터 몇 년 동안 꾸준하게 4짜붕어가 낚이더니 5짜 붕어도 몇 마리를 배출했다. 그러나 십 수 년이 지난 현재는 준척급 마릿수터로 바뀌면서 대물터라는 명성을 잃었고 낚시인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3칸, 3.2칸 두 대만으로 소나기 입질
복산지에 도착해 포인트를 살펴보니 물색이 뽀얗게 탁해보였다. 비교적 진입이 수월한 우측 상류 쪽 농수로 관로 시멘트 위에 자리를 잡았다. 동일레져의 전투좌대를 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상판만 깔아봤다.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다.수심을 재보니 상류였지만 2.5m로 꽤 깊었다. 북서풍이 불어왔지만 낚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깊은 수심에 물색까지 탁해 굳이 긴 대를 펼칠 이유가 없었다.
떡밥낚시를 중점적으로 할 요량으로 3칸 대와 3.2칸 대를 중앙에 배치했다. 그리고 좌우에 열 대의 낚싯대를 모두 펼쳤다. 경원산업의 옥수수어분글루텐과 오래오글루텐을 반반 섞어 미끼용 떡밥을 만들었다.
바늘에 떡밥을 달아 던지자 찌가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45도 방향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지며 빨려 들어가는 게 보였다. 잡어일까? 생각하며 챔질하자 바늘에 뭔가 ‘턱!~’하며 걸리는느낌이 났다. 그러더니 옆으로 째는 힘이 대단했다. 깊은 수심에서 느껴지는 손맛을 마음껏 즐기며 끌어냈다. 대를 펴면서 첫수로 올린 놈은 29cm짜리 붕어였다.
이후 계속해서 입질이 이어졌다. 붕어가 한 곳에 몰려있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붕어가 낚였다. 열 두 대의 낚싯대를 모두 볼 필요가 없었다. 3칸과 3.2칸 두 대만으로도 낚아내기 바빴다. 붕어의 씨알은 대부분 24~29cm짜리였다.
낚시 시작 두 시간 만에 스무 마리가 넘는 붕어를 낚았다. 그러나 월척은 없었다. 붕어 씨알이 모두 고만고만한 사이즈였다. 그래도 예전에 대물터였으니 ‘4짜 붕어는 아니어도 허리급 월척은 낚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됐다. 그러나 올라온 붕어 중에는 9cm짜리 앙증맞은 씨알도 섞여 올라왔다. 배스가 서식하는 곳에 이렇게 작은 붕어가 서식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밤에는 4칸 이상 긴 대에 입질 쏟아져
밤에는 추워진다는 예보에 방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일찍 저녁식사를 마쳤다. 밤낚시로 돌입하자 이상할 정도로 입질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회유하는 붕어가 연안에서 빠져 나갔다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긴 대라고 펴 놓은 4칸 대에서만 간간이 입질이 있었다.
밤 10시를 넘기면서 짧은 대를 걷어 들이고 4칸 이상 긴 대로 대편성을 다시 했다. 수심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글루텐 떡밥을 바늘에 아주 작게 달아 던졌더니 찌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느린 속도로 근사하게 올라왔다. 챔질하자 사뭇 다른 느낌의 손맛이 손목에 전해져 왔다. 뜰채에 담긴 녀석은 지금껏 낚인 붕어와는 다른 월척이었다. 계측자에 누인 붕어의 꼬리가 32cm를 가리켰다.
긴 대로 바꾼 이후 다시 입질이 이어졌다. 낚싯대를 긴 대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 낮부터 붕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온 셈인데, 밤으로 바뀌자 붕어들이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한건지 밤에는 긴 대에서만 입질이 이어졌다. 특히한 점은 붕어가 한 번 물기 시작하면 연속해서 낚였고, 잠시 잠잠한 타임이 한 시간 남짓 이어지다가 다시 또 폭발적인 입질이 이어졌다는 점이었다.
한편 오른쪽 상류에 자리했던 유튜버 ‘흥양붕어TV’ 운영자 이민성 회원도 연신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이민성 씨는 “손맛도 좋고 마릿수도 좋은데 정작 낚여줘야 할 월척 붕어가 낚이지 않습니다”라며 아쉬워했다. 이민성 씨는 옥수수 미끼와 글루텐을 준비했지만 “글루텐으로 집어를 했는데 그게 주효했는지 유독 글루텐에만 미친 듯 입질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새벽 시간으로 흐르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사방이 서리가 내려 하얗게 변했다. 본격적인 겨울 낚시를 대비해야 할 때가 다가온 듯 했다.
여명이 밝아올 즈음인 새벽 6시. 정면 4.4칸 대의 찌가 살짝 수면에 잠겼다가 오르기를 반복했다. 분명 잉어 입질처럼 보였다. 챌까 하다가 더 지켜보기로 했다.
5분여 시간이 흐른 뒤 찌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찌가 정점에 다다르다 멈추는 순간 챔질! 그랬더니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무게가 느껴졌다. ‘역시 잉어겠지’ 생각하며 놓쳐도 좋으니 실컷 손맛을 즐긴 후 뜰채에 담으려는데 막상 올라온 것은 엄청 크고 누런 붕어였다. 그러나 아뿔사! 뜰채에 녀석을 절반쯤 담았는데 마지막 바늘털이 과정에서 목줄이 끓어지고 말았다. 4짜 중반은 되어 보이는 씨알이었다. 신중하지 못한 내 불찰이었다. 밤새 한숨도 못자고, 커피 한잔 마실 여유도 없이 꾸준한 입질에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더 이상의 낚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어 일찍 대를 접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바닥에 붕어를 쏟아보니 마릿수가 엄청났다. 밤새 낚아낸 붕어가 62마리였고 그 중 턱걸이 월척은 세 마리였다. 밤늦게 도착했던 이민성 회원이 낚아낸 붕어도 40마리가 넘었다.
촬영 이후 낚아낸 붕어들은 귀갓길에 800m 거리에 떨어진 한방터이자 5짜 터로 알려진 덕곡지에 모두 방류했다.
내비 입력 전남 여수시 소라면 복산리 57
카운터를 활용해 마릿수를 세봤다. 총 62마리를 낚았다.
농수로 시멘트 구조물 위에 동일레져의
전투좌대를 설치한 필자의 낚시 자리.
여수 복산지에서 필자가 낚아낸 1박2일 조황.
대물터라는 예전 명성은 사라지고 25~28cm의 중치급에
턱걸이 월척이 2마리 낚였다.
뿌연 김을 내뿜고 있는 코펠. 겨울낚시의 묘미이다.
유튜버 흥양붕어TV 이민성 씨가 아침에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복산지에서 낚아낸 월척을 들어 보이는 필자.
유튜버 흥양붕어TV 이민성 씨가 밤새 낚아낸 붕어를 펼쳐놓고 기념촬영을 했다.
밤새 얼음이 얼 정도의 큰 일교차 때문에 낚시가방에 서리가 내렸다.
예전에 5짜 붕어까지 낚였던 복산지에 배스가 감소하면서 7cm짜리 새끼 붕어도 발견되고 있다.
잠자리를 미리 준비했지만 밤새 이어지는 입질에 루프탑 텐트를 사용을 못할 정도였다.
복산지에서 올린 월척 붕어. 월척은 마릿수가 많지 않았다.
복산지에 올린 하룻밤 조과 하룻밤 조과.
이 정도면 한겨울에도 손맛 보기 좋을 것으로 예상됐다.
만수위를 기록 중인 복산지.
12월 중순 이후 복산지 낚시는?
복산지는 겨울이 깊어져 기온이 크게 떨어져도 좀처럼 결빙이 되지 않는다. 수온이 떨어져 물색이 맑아질 수는 있겠으나 수심이 깊으므로 물색은 개의치 않아도 된다. 붕어 얼굴보기도 힘들다는 겨울, 오직 큰 놈 한 마리 승부도 좋지만 준척급으로 마릿수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복산지이다. 주차와 진입은 다소 힘들 수 있다. 겨울에는 북서풍을 피할 수 있는 포인트가 좋으며, 낮낚시보다는 밤낚시가 유리하다. 미끼는 글루텐과 옥수수 모두 먹히는 저수지였지만 이번 출조에서는 글루텐 떡밥에 붕어가 미친 듯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