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사체가 분해되는 저질에서는 산소가 결핍되어
이산화탄소가 메탄으로 바뀌어 배출되므로 온실효과가 크게 증가한다.
낙엽이나 유기물이 많이 퇴적된 호수에서는 메탄 기포가 발생한다.
요즘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 변화는 인간의 온실가스 발생 때문이라는 주장과 태양에너지의 변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온도가 상승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온실가스란 지구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흡수하여 지구의 열방출을 차단하는 온실과 같은 효과를 가진 기체를 말한다.
호수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며 이산화탄소 발생
온실가스를 기여도 순서로 열거한다면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순이다. 수증기와 구름이 온실효과의 70% 정도를 차지하지만, 수증기는 온난화의 원인이면서 결과일 수도 있고, 인간이 조절하기가 어려우므로 대개 온실가스 목록에서는 제외한다. 온실가스 효과 가운데 2/3 정도는 이산화탄소가 기여하고 나머지는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효과다.
이산화탄소는 석탄과 석유를 태울 때 발생하며 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대기 중 농도는 매우 낮은 편이지만 온실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 이유는 메탄의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약 30배고 아산화질소는 약 300배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는 기체이므로 지금까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가운데 절반은 바다에 흡수되었다. 바다의 흡수능력이 크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바다에 의해 완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희망을 가지기도 한다. 숲도 식물의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낙엽이 축적되므로 좋은 탄소흡수원이다. 그러나 호수는 바다와는 달리 온실가스의 흡수원이 아니라 오히려 발생원이며, 식물이 밀생하는 습지도 숲과는 달리 온실가스의 발생원이다.
댐과 호수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첫째 이유는 외부에서 유기물이 유입하여 호수 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기물이란 식물이 광합성 작용에 의해 이산화타소로 만든 것이며, 산림에 낙엽이 쌓이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물론 산림에서도 많은 유기물이 분해되고 일부만 남아서 축적되는 것인데 낙엽이 산림에서 분해되건 호수 내에서 분해되건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자연호의 경우에는 추가로 발생하는 양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공댐의 경우에는 댐이 없다면 낙엽이 바다로 흘러 내려가 바다에서 분해되어 바닷물에 흡수되었을 이산화탄소가 호수에서 분해되어 대기로 방출되므로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메탄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 유기물이 분해될 때 생성
호수에 낙엽이 많이 유입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자연현상이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평지가 많은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64%가 경사지로 분류될 정도의 산악지형이다. 게다가 여름에 폭우가 내리는 강우 조건이 겹쳐서 낙엽의 유출이 극도로 많은 자연 환경이다.
유럽에서는 평지가 많고 폭우가 내리지 않아 낙엽과 퇴비가 잘 유출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급경사에 폭우가 내리면 많은 낙엽이 하천으로 유출된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은 바람에 의해 계곡으로 이동하여 쌓여 있다가 폭우 시에 댐으로 유출된다. 유럽에서는 낙엽이나 퇴비가 쌓여도 그 자리에 퇴적되며 유출되지 않으므로 퇴비를 많이 사용하는 유기농업이 친환경농업이라고 인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폭우가 내릴 때 많은 낙엽이 하천으로 유출되어 호수에 퇴적되며 식물잔재로 만든 퇴비의 유출도 심하기 때문에 유기농업이 친환경적이 아니다.
호수와 습지의 온실가스 배출을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유기물이 분해될 때 탄소가 이산화탄소가 아닌 메탄의 형태로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수 바닥에서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저질에 유기물이 퇴적되어 메탄이 발생하는 것이다.
메탄 기포는 낙엽이 쌓인 산간지역의 호수 또는 유기물 하수 오염이 심한 호수에서 볼 수 있다. 메탄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 유기물이 분해될 때 생성되는데, 물에 잠긴 토양에서는 대기로부터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혐기성 상태가 되어 이산화탄소가 메탄으로 변형된다. 산소는 대기 중에는 풍부하지만 물에는 잘 녹지 않는 기체라 수중에서는 산소부족이 흔히 나타난다. 호수의 저질토, 물에 잠긴 논바닥 등의 물에 잠긴 토양은 전형적인 혐기성 환경이다. 농사를 지을 때 토양이 물에 잠기면 쉽게 식물의 뿌리가 썩어서 작물이 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산소부족 때문이다.
논과 습지에서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
혐기성 조건에서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가스 효과가 월등히 큰 메탄의 형태로 배출되므로 동일한 양의 탄소가 배출되더라도 온실가스 효과는 수십 배 증가한다. 호수의 식물플랑크톤이나 습지의 수생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므로 사체가 영구 퇴적된다면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극히 일부만 영구 퇴적되며 나머지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생성한다. 결국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메탄으로 바꾸어 배출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댐의 ha 당 연간 메탄 발생량의 온실효과는 0.1~2톤의 이산화탄소 상당량이다. 소양호에서 조사한 바로는 낙엽이 많이 쌓인 상류에서는 이보다 높아 3톤을 초과하기도 한다. 그러나 논의 온실가스 발생량은 5~30톤으로써 월등히 높고, 습지는 10~200톤으로서 호수보다 매우 많은 양을 배출한다.
논에서는 질소비료가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를 생성하기 때문에 발생량이 더해진 것이다. 습지에서는 식물의 광합성이 매우 활발하여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는데, 식물사체가 많이 쌓이면 저질에서 산소고갈이 더욱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흡수한 이산화탄소가 메탄으로 바뀌어 배출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는 호수와 습지의 온실가스 발생량이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20% 정도에 해당한다고 하니 무시할 수 없는 많은 양이다.
식물이 밀생한 습지에서는 산소공급이 차단되고
식물사체가 분해되어 수중 산소가 고갈되고 메탄 발생이 증가한다.
바다로 흘러간 유기물은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방출하지만
호수와 습지에 퇴적된 낙엽은 메탄 등 온실가스를 대기로 방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