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등도 농어 씨알이 아주 굵어졌습니다.” 80cm가 넘는 농어를 낚은 팀루어테크 인기철 회원.
팀루어테크 인기철 회원이 농어를 수면으로 올리지 김규상 선장이 뜰채를 대고 있다.
동이 틀 무렵 고군산군도에서 농어를 노리고 있다.
부산 태생인 나는 20대 중반이 되어 서해 농어루어낚시를 처음 경험하며, 낚시에 대한 세계관을 바꾸었다. 2004년 4월 군산에서 농어 루어낚시를 처음 접했을 때, 농어의 압도적인 파워와 스포티함은 ‘감성돔낚시가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시는 새만금방조제가 거의 완공될 시기라 군산 내만의 개야도에서부터 야미도, 신시도만 나가도 포인트가 즐비했고 농어루어 전용선도 많았다.
그런데 2010년 이후로 접어들자 서해에서는 광어 다운샷, 타이라바, 주꾸미, 갑오징어낚시가 큰 호황을 누렸다. 그로인해 농어 루어낚시 전용선이나 갯바위 전용선을 쉽게 찾기 힘들어졌고 전문성이 강한 농어 루어낚시 출조 분위기도 예전만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도권에는 농어 루어낚시 마니아가 존재하며 이맘때는 비싼 출조비에도 불구, 농어를 찾아 나서는 낚시인들이 많다. 그 중심에는 서해 왕등도가 존재하며, 10월부터 12월까지 활발하게 출조가 이뤄진다.
고군산군도 찍고 왕등도로 이동
지난 11월 19일, 군산 비응도항에서 출항하는 팀루비나2호를 타고 일산 루어테크 이택근 대표, 위진석 회원과 함께 농어 선상낚시 취재에 나섰다. 선비는 1인당 18만원. 과거에는 10만원 정도를 받았으나 점차 뱃삯이 올라 18만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택근 대표는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했다. 최근에는 서해 주꾸미, 갑오징어 선상낚시도 선비가 10만원 선인데다, 팀루비나2호는 서해 먼바다인 왕등도까지 출조해 쉬지 않고 포인트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선비가 비싼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였다.
오전 5시에 출항해 처음 도착한 곳은 왕등도가 아닌 고군산군도. 고군산군도 중에서도 명도, 방죽도 일대를 먼저 탐사했다. 팀루비나2호 김규상 선장은 “고군산군도 상황을 보고 왕등도로 나가도 늦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군산군도가 마릿수 조과는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다소 높은 파도와 급작스럽게 떨어진 기온 탓인지 농어가 입을 열지 않았다. 취재 이틀 전 강한 북서풍이 불어 기온이 무려 13도 떨어졌고 수온도 3도 이상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보였다. 간신히 명도 옆 간출여에서 잔챙이 농어 두 마리를 낚았으나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서둘러 왕등도로 이동했다.
핀포인트 공략에는 지그헤드가 최적
왕등도로 이동하며 낚시인들의 채비를 살펴보니 모두 지그헤드+웜 채비를 쓰는 것이 보였다. 예전에는 바이브레이션이나 미노우를 즐겨 썼는데 최근에는 지그헤드 채비가 대세였다.
이택근 대표는 “저는 서해에서 농어 루어낚시가 처음 붐을 일으켰을 때부터 웜 채비를 사용했습니다. 당시에는 미노우 같은 루어가 귀했거든요. 그러다가 2000년 초반에 들어 몸통이 큰 미노우를 사용했고 이내 비거리가 길고 액션이 강한 바이브레이션 타입 루어가 유행했습니다. 바이브레이션은 낚싯배를 갯바위에 가까이 붙이지 않고 멀리 떨어져 캐스팅해도 갯바위 가장자리를 쉽게 노릴 수 있는 게 장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후반으로 가며 길이 120~140mm 서스펜딩 미노우와 플로팅 미노우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가을에 홈통으로 모인 농어가 있다면 미노우로 일망타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농어가 붙어 있을 만한 스팟을 공략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핀포인트 공략을 위해 다시 지그헤드를 쓰는 추세입니다”라고 말했다.
오전 8시경 상왕등도 북암 일대에 도착해 곧바로 캐스팅을 시작했다. 해가 제법 떠올라 농어의 활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금방 입질이 왔다. 낚시인들은 지그헤드 채비로 갯바위를 겨냥해 맞춘 후 그대로 가라앉히는 식으로 운영했다. 깔끔한 미노우 캐스팅에 비하면 어설퍼 보이기도 했으나 그 방식이 매우 잘 먹혔다. 갯바위에 맞고 떨어진 지그헤드가 바닥에 닿으면 살짝 릴링을 해줬는데, 농어만 있다면 금방 입질이 들어왔다. 가끔씩 밑걸림으로 채비를 떨구기도 했지만 미노우나 바이브레이션을 사용할 때보다 갯바위 가장자리를 훨씬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12월 이후에는 미터급 확률 높아
왕등도로 포인트를 옮긴 이후에는 기온과 수온이 떨어진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입질이 활발하게 들어왔다. 김규상 선장은 “갯바위 가장자리와 여와 여 사이를 노리세요”라고 주문했고 능숙한 낚시인들과 손발이 잘 맞아 금방 물칸을 채워갔다.
오후 4시까지 상왕등도, 대구섬, 하왕등도를 돌며 낚은 농어는 40마리가 넘었다. 대형 광어와 붉바리, 불청객(?) 삼치도 있었다. 초보 낚시인 1명과 멀미로 낚시를 하지 못한 1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승선한 조과로는 대박이었다. 기상이 좋아서 좀 더 안정적으로 낚시할 수 있었다면 이보다 더 나은 조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했다.
왕등도도 농어 루어낚시는 11월 중순부터 피크다. 그때부터 씨알 큰 농어가 입질하기 시작해 12월 중순까지 마릿수 호황을 보인다.
12월 중순 이후의 출조 여부는 날씨가 가장 큰 관건으로 작용하는데 2~3일 북서풍이 불다 잠잠해지면 그때를 노려 볼만하다. 왕등도 감성돔 시즌이 12월 중순까지이며 농어 역시 그때까지 잘 낚이고 시즌 막바지에는 미터급 농어가 붙으므로 앞으로의 조과를 주시하며 출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문의 군산 비응항 팀루비나2호 010-5644-0681
왕등도에서 낚은 70cm급 농어를 보여주는 이택근 씨. 취재 당일 총 8마리를 낚았다.
굵은 씨알의 왕등도 농어를 보여주는 이지원, 박주열 씨.
하왕등도에서 70cm 광어를 올린 박성준 씨.
이택근, 박성준 씨의 아이스박스. 낚은 농어가 다 들어가지 않았다.
팀루어테크 회원이 낚은 농어 조과.
박주열 씨가 사용한 농어 로드 3종. 모두 제이에스컴퍼니 제품으로 포인트와
사용하는 루어에 따라 로드를 교체하며 사용했다.
왕등도 농어 선상낚시 취재를 함께한 팀루어테크 회원들.
좌측부터 박성준, 이택근, 양범석, 인기철 씨.
하왕등도 첨성대 포인트.
후미에서 농어를 올리고 있는 임향빈(좌) 프로.
농어를 노리던 중 삼치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