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거제 옥산지
수위 80% 줄자 떼고기 사태
정국원 객원기자, 로즈피싱밴드 운영자, 피닉스 영업이사, 피싱트렌드 영업이사
제방 초입에서 바라본 옥산지 전경. 물이 빠져 아담한 규모로 느껴진다.
아침 6시30분경 39.5cm 대물붕어를 낚아 납회 1위를 차지한 여운일 회원.
겨울다운 겨울이 온 듯 경남권도 영하 4도까지 내려가는 날씨가 도래하였다. 12월 중순경 필자는 로즈피싱 내 ‘락(樂)피싱조우회’의 납회 장소를 물색하다가 거제도에 있는 옥산지를 낙점했다.
이곳 옥산지는 5천 여평의 계곡지이며 만수 때는 최대 10m의 수심을 보이는 곳이다. 저수율이 30% 이상 줄었을 때 전역을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과거에는 붕어, 잉어, 가물치 등이 서식하던 곳인데 10여 년 전 부터 물이 자주 고갈되면서 붕어 외에 새우, 참붕어, 동사리, 밀치 같은 고기들이 많아졌다. 물이 마른 이후로는 커야 21~32cm급 월척이 곧잘 낚이며 간혹 4짜도 등장하는 편이다.
만수 때는 제방권과 제방 우측 일부만 낚시할 수 있으나 저수량이 30%만 줄어들면 전역에서 낚시가 가능한 곳인데 겨울인 만큼 충분히 물이 빠져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거제도에 사는 회원에게 답사를 요청하자 예상보다 훨씬 많은, 80% 이상 물이 빠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회원이 카톡으로 보내 준 사진을 살피니 전역으로 진입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예상 못한 복병이 하나 있었다. 해안가와 가까운 탓에 겨울이면 무섭게 불어오는 겨울바람이었다.
낮부터 솟구치는 월척
12월 14일,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친 후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뒤 거제도로 향했다. 거제대교 개통 전에는 3시간 이상 걸리던 곳을 이제는 1시간대에 들어갈 수 있어 마음이 여유로웠다.
오후 1시경 저수지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회원들이 본부석을 차려놓고 음료와 과일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부 회원들은 낮낚시를 즐기고 있었는데 필자가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동안 곳곳에서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씨알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한 회원이 “31cm급입니다”라고 소리쳤다. 옆에 앉은 회원들도 연신 중치급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그중에서 방금 월척을 낚은 황선호 회원 자리로 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바로 옆 여운일 회원도 21~29cm급까지 마릿수 조과를 거두고 있어 살림망채 사진을 찍었다. 낮에도 이렇게 많은 붕어가 낚이니 밤에는 대박을 맞겠다는 생각에 밤낚시가 기대되었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다가 제방 좌안 중류 200m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자 괜히 이곳까지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뻘이 덜 마른 상태라 발목까지 발이 빠지는 게 아닌가! 좌대와 텐트도 제대로 설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새벽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내려간다는 예보가 있어 망설여졌다. 그러나 포인트는 좋아 보여 30여분의 고민 끝에 결국 그 자리에 앉기로 했다. 낚싯대를 편성하는 사이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28cm급 붕어가 낚였다. 수심이 1m 내외로 얕은데도 붕어의 활성은 좋아보였다.
오후 4시30분 쯤 본부석에 모두 모여 맛있는 음식과 거제도 제철 수산물인 문어와 가리비등을 삶아 소주 한 잔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몇 해 만에 회원 전원이 참석한 터라 본부석이 북적였다.
제방 밑으로 자연배수 되며 매년 물 말라
어둠이 내리자 케미가 수면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낚시인에게는 이 시간이 제일 흥분되는 시간이다. 밤 8시를 조금 넘기자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는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챔질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기온이 더 떨어질수록 붕어의 활성도는 더욱 좋아지는 듯 했다.
필자도 여러 마리의 붕어를 낚을 수 있었다. 다만 21cm에서 28cm 급이 주종이라 아쉬웠지만 이 추운 겨울에 이런 손맛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녀석들은 힘도 좋아 겨울인데도 차고 나가는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밤 11시쯤 본부석에 다시 모여 옛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이곳은 예전에 故 서찬수님이 FTV와 갓낚시 촬영을 했던 곳으로 당시에는 천지어인 회원들도 많이 출조해 4짜를 비롯한 수많은 월척과 준척을 낚은 바 있음을 회원들에게 알려 주었다. 이후 무슨 이유인지 제방 밑으로 자연 배수가 되는 바람에 연중 한 번씩은 물이 말라 버려 붕어 자원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뻘이 깊어 준척급 이상 붕어는 살아남아 개체수 보존을 이어가는 곳이다.
새벽 6시 무렵 올라온 39.5cm 붕어
새벽 2시 무렵. 야식을 마친 회원들이 차로 들어가 눈을 붙이려고 해 필자도 차로 향했다. 그러나 모처럼의 겨울 밤낚시 손맛이 그리워 다시 낚시자리로 향했다. 가스난로에 추위를 녹이며 새우와 옥수수를 병행하며 새벽낚시를 이어가는데 동사리 등쌀에 미끼를 옥수수로 모두 바꿔 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 3시30분 무렵이 되자 한동안 고요하던 저수지에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텐트가 찌그러지고 낚싯대도 뒤엉켜 낚시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자칫 장비가 모두 날아갈까 걱정돼 차로 가지도 못한 채 텐트를 붙들고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새벽 6시가 되자 바람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그때 맞은편 회원들이 차에서 나와 아침낚시를 하기위해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필자 왼쪽에는 구본일 회원이 앉아 다시 마릿수 입질을 받기 시작했는데 잠시 뒤 깜짝 놀랄 소리가 들려왔다. “4짜다!”라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서둘러 계측을 해보니 아쉽게도 39.5cm급 붕어였다. 4짜에는 아쉽게도 못 미쳤지만 토종붕어만 서식하는 곳에서, 그것도 한겨울에 올린 대물 붕어라 대단하게 여겨졌다.
오전 9시가 되자 또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이에 회원들은 낚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모두 아침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씩을 나눈 후 계측시간을 가졌다. 1위는 역시 39.5cm급 대물붕어를 낚은 여운일 회원의 차지였다. 여운일 회원은 마릿수 손맛까지 본 터라 기쁨이 두 배였다고 말했다. 시상식을 마친 뒤 단체사진 촬영을 끝으로 납회를 마무리했다.
내비 입력 경남 거제시 거제면 옥산리 304
납회 출조에서 입상한 회원들이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본일, 이창호, 황선호, 여운일 회원이다.
제방 맞은편에 자리를 잡은 구본일 회원이 준척급 붕어를 끌어내는 장면.
회원들이 올린 50마리 이상의 붕어. 사진 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낮에 월척과 중치급 붕어를 마릿수로 올린 황선호 회원이
잠시 살림망을 꺼내어 조과를 확인하는 모습.
낚시 도중 가족과 함께 모두 모여 저녁식사를 즐기는 樂피싱조우회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