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강원도 공현진 대구라바
리허설은 끝났다, 금어기 이후가 찐 대물 시즌
이영규 기자
대구낚시가 1월 16일을 기해 금어기에 돌입했다. 금어기 이전 강원도 배낚시는 ‘대구낚시가 다했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풍족한 조과를 배출했고 대구라바가 완전히 정착한 계기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대구 배낚시는 임원, 삼척, 강릉 등지에서만 활발했지만 이번 겨울에는 공현진에도 전문선이 여러 척 생겨나는 등 대구라바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대구라바, 정말 쉽고 재밌습니다.” 서울에서 온 박승규 씨가
대구라바로 올린 80cm급 대구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박승규 씨의 파이팅. 공현진 미르호 최지환 선장이 뜰채 지원에 나섰다.
낚시춘추 2월호가 발행된 직후인 1월 16일은 대구낚시가 금어기에 돌입하는 시기로 2월 15일까지 약 한달 여간 낚시가 금지된다. 그럼에도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그간의 상황을 정리함과 동시에 금어기 이후 시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단 금어기 이전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이번 겨울 시즌은 역대 최고의 호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현진 뿐 아니라 강릉, 동해, 울진 등지에서도 하루 1인당 많게는 10~15마리 이상씩 올리는 호황이 잦았다. 씨알도 굵어 잘아도 50~60cm가 주종이었고 70~90cm도 자주 섞여 올라왔다.
올 겨울 들어 매주 대구라바를 출조한 히트라바 대표 이성기 씨는 “원래 겨울이 되면 강원도 대구라바와 남해안 심해 갑오징어낚시를 병행해 출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겨울은 대구 조황이 워낙 뛰어나 금어기 직전까지 대구라바를 출조했다. 회원들이 조황 기복이 심한 갑오징어보다는 손맛 확실한 대구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히트라바 이성기 대표가 고안한 스토퍼 채비의 위력
지난 12월 14일 공현진으로 대구라바 취재에 나섰던 나는 실전파 대구라바 고수로 알려진 이성기를 만나게 됐다. 원래 이성기 씨는 ‘뼈 속까지 찌낚시꾼’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할 정도로 갯바위 감성돔낚시에 심취했던 사람이다.
이성기 씨가 낚시춘추에 처음 등장한 것도 10년 전 신안 가거도 감성돔낚시가 처음이었다. 그랬던 그가 현재는 배낚시로 장르를 ‘전향’, 사철 다양한 어종을 노리는 배낚시 전문가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히트라바라는 브랜드로 대구, 부시리, 참돔용 메탈과 용품 등을 출시하고 있는데 실전에서 아주 잘 먹혀 낚시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취재일 조황은 생각보다 썩 좋지 못했다. 평균 씨알은 굵었지만 1인당 많아야 3~5마리일 정도로 마릿수가 저조했다. 그나마 전날은 아예 몰황이었다고 하는데 다행히 우리가 출조한 날부터 조황이 회복되는 분위기였다. 이날 나는 70cm와 80cm 등 큰 놈으로만 입질을 받아 모처럼 든든한 손맛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배 후미에 자리한 한 낚시인이 혼자서만 연타로 입질을 받아내 눈길을 끌었다. 그가 바로 히트라바 대표 이성기 씨였고 그의 채비에서 독특한 소품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바다 구멍찌낚시에서 찌멈춤봉으로 불리는 스토퍼였다. 이성기 씨는 헤드 위 30cm 지점에 스토퍼를 고정해 낚시했는데 가장 큰 역할은 폴링 입질에 대한 대비였다. 이성기 씨의 설명이다.
“대구는 바닥에서 입질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5m 이상까지도 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바닥에 닿기 전에 입질하는 폴링 바이트가 잦은 어종이죠. 그런데 대다수 낚시인들이 폴링 바이트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툭 하는 착지 느낌이 들면 그제야 리트리브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스토퍼를 하나 달아주면 루어 착지 전에 들어오는 폴링 바이트를 쉽게 잡아낼 수 있습니다. 대구가 루어를 물면 하강하던 무거운 헤드가 스토퍼에 걸리면서 강하게 바늘을 끌어내리기 때문이죠. 이때의 충격으로 살짝 박혀있던 바늘이 대구 입에 확실하게 박히는 원리입니다.”
설 걸린 폴링바이트도 확실하게 훅셋 가능
이성기 씨의 설명을 보강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 대구라바 채비는 무거운 헤드가 유동식으로 원줄에 연결돼 있어 하강 도중 대구가 바늘 부위를 물어도 헤드는 원줄을 타고 계속 바닥으로 내려가기만 한다. 따라서 대구가 바늘을 살짝 물었어도 별다른 느낌이 전달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경우는 대구가 뭔가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게 돼 입질이 예민할 경우 물었던 바늘을 뱉어낼 위험이 높아진다.(바닥을 찍고 올렸을 때 바로 입질이 오면 흔히 받아먹었다고 표현하는데 실제로는 이미 폴링 바이트 된 상태였을 확률이 높다) 반면 스토퍼를 고정하면 대구의 폴링 바이트 시 하강하던 헤드가 걸려 멈추게 되고, 그 헤드 무게로 바늘이 대구 입에 확실하게 박히게 만드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물론 스토퍼를 고정했다고 해서 폴링 바이트가 100% 완벽한 걸림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낚시인도 그만큼 신중하게 폴링 바이트에 대비하여 한다. 즉 타이라바의 낙하 느낌이 방금 전과 다르다거나 바닥을 찍는 느낌에 이질감이 드는 등의 변화에 민감해져야 한다.
히트라바 이성기 대표가 고안해낸 일명 스토퍼 채비는 큰 비용 들지 않는 아주 단순한 시스템이다. 없는 것 보다는 낫고, 있다고 해서 채비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니 한 번쯤 시도해보길 바란다.
이번 겨울은 영등 시즌에도 활발한 입질 기대돼
2월 15일을 기해 금어기가 끝나면 대구 낚시는 혹한기 시즌에 접어들게 된다. 연중 해수온이 가장 낮은, 흔히 말하는 영등시즌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때는 바다 날씨가 거칠고 수온도 낮아 그만큼 마릿수가 떨어진다. 대신 80cm 이상의 대형급 위주로 낚이기 때문에 몇 마리만 낚아도 쿨러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패턴에도 적잖은 변화가 진행 중이다. 평균 해수온이 상승한 영향 때문인지 불과 4~5년 전만 해도 금어기 이후에는 강원 북부 고성권 조황은 떨어지고 삼척, 울진 등의 남쪽 바다 조황이 앞선다는 설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금어기 이후로도 강원도 북쪽 바다의 조황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다만 1월 중순 현재 공현진 낚싯배 대다수가 어구가자미 출조로 돌아선 상황이다. 대구 조황이 떨어졌다기 보다는 일단 금어기에 돌입한 데다가, 어구가자미낚시가 대구라바 보다 더 많은 손님을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초에 동해 묵호항에서 출조한 이성기 씨는 40분 이상 낚싯배를 타고 북쪽 바다로 올라가 50마리 가까운 대구를 낚았다고 전해왔다. 대구가 낚인 수심도 70~80m여서 입질 수심이 100~120m에 달했던 12월보다 훨씬 얕은 곳에서 입질을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최근의 바다가 큰 변화를 맞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대구낚시 전문가들은 “금어기가 끝나는 2월 16일부터는 과연 어떤 패턴으로 후반기 대구낚시가 전개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초겨울 시즌보다 더 화끈한 조황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게 히트라바 이성기 대표의 설명이다.
85cm짜리 대구를 끌어낸 장비. 바낙스의 카이젠Z 100B 소형 전동릴과
타이라바 전용대 티벤을 사용했다.
대구라바에 사용하는 헤드. 수심 깊은 동해에서는 150~300g대의 무거운 헤드가 필수다.
히트라바 대표 이성기 씨가 스토퍼 채비로 올린 대구를 보여주고 있다.
미르호 선미에서 70cm급 대구를 올린 송현종 씨.
히트라바 이성기 대표의 고정식 메탈 채비. 유동식 대구라바에 입질이 없을 때
‘고추장 봉돌’을 고정식으로 활용한다.
취재일 거둔 대구 조과. 씨알과 마릿수 모두 탁월했다.
히트라바 이성기 대표가 애용하는 채비들.
엔에스의 퓨리어스 라바(맨 왼쪽)는 필수로 사용하고 있다.
대구 입 주위에 박힌 바늘. 폴링 바이트에 걸린 녀석이다.
선두에서 85cm 대구를 올린 조규호 씨.
바닥스의 신형 소형 전동릴인 카이젠Z 100B. 국내 최소형 전동드릴로서 한치낚시,
외수질낚시, 심해 갑오징어낚시 등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현진 앞바다로 출조한 대구 낚싯배들.
고추장 봉돌 채비를 보여주는 히트라바 이성기 대표.
헤드 앞 30cm 지점에 스토퍼를 한 모습.
스토퍼 채비로 굵은 대구를 올린 김영훈 씨.
대구라바는 폴링게임!
느린 리트리브보다 자주 떨구는 폴링이 강력
이성기 히트라바 대표
대구라바 관련 유튜브나 방송인들의 낚시 과정을 살펴보면 거의 대다수가 리트리브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닥을 찍은 후 다양한 리트리브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대구를 유혹하는 걸 매우 강조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껏 수년간 출조하며 경험해 본 결과 마릿수 조과를 가장 크게 결정하는 것은 폴링바이트였다. 즉 바닥층 리트리브로 대구를 장시간 유혹하기 보다는 한 번이라도 더 자주 위에서 아래로 대구라바를 떨어뜨리는 게 빠르고 많은 입질을 받는 지름길이었다. 이 말은 곧 대구가 항상 바닥에 있는 것은 아니며 예상보다 높게 떠 있는 경우가 많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바닥을 찍은 후에는 아주 빠른 속도로 릴을 감아 5~6m 띄어 올린 후 바로 떨어뜨리고 또 다시 빠른 릴링으로 감아올렸다 떨어뜨리는 것을 반복한다. 확실히 이 반복 과정에 많은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