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가 빠르고 여밭이 많아 큰 전갱이가 잘 낚이는 해운대 동백섬갯바위.
멀리 보이는 다리가 광안대교다.
필자는 요즘 걱정이 하나 생겼다. 바로 일반인들이 전갱이의 맛을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예전에 전갱이라고 하면 고등어의 발 끝에도 못 미치는 별 볼일 없는 생선, 부산에서는 동네 어르신이 방파제에서 낚는 생선으로 여겼다. 나 역시 예전에는 몰랐지만 20년 전부터 루어낚시를 하면서 전갱이의 매력에 빠졌고 1년 출조 루틴 중 부시리, 무늬오징어, 볼락, 갈치, 전갱이가 반드시 포함된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를 통해 전국적으로 전갱이의 명성이 알려지며 많은 일반인들이 전갱이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여행 유튜버와 생선 전문 유튜버들이 전갱이의 회맛을 극찬하는 바람에 일반인들이 그 맛에 눈을 떠버린 것이다. 그 결과 전갱이가 잘 낚이는 포인트에는 언제나 낚시인이 인산인해. 거기에 연근해 어선들이 전갱이를 그물로 낚아 어시장에 활어로 유통하기 시작했고 부산이나 서울의 일식집에는 전갱이 요리가 빠지지 않게 되었다. 그때문인지 전갱이의 인기가 대단히 높은 부산에서는 그 흔한 전갱이가 갯바위나 방파제에서 찾기 힘들어졌다. 물론 어부의 조업이나 낚시인으로 인해 전갱이 씨가 마른 것은 아니지만 근해에서 씨알 큰 전갱이를 만나기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12g 던질찌+0.5g 지그헤드로 바닥 공략
그러나 2024년 11월부터 점점 전갱이 조황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마치 봄에 낚이는 대형 전갱이와 같은 씨알이 가을부터 낚이기 시작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평균 씨알이 28cm이며 마릿수가 조금 떨어지긴 해도 서너 마리만 낚아도 만족할 수준이었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남해안은 물론 부산 기장, 울산, 경주에 이르는 동해남부권에서도 전갱이 조황이 좋다는 것이다. 씨알은 25cm가 많으며 가끔 30cm가 넘는 씨알도 낚인다.
큰 전갱이를 낚기 위해 지난 12월 중순이후 여러 곳으로 출조했고 현지 조과를 정리해 보았다.
12월 중순 이후 처음 찾아간 곳은 부산 영도의 감지선착장(감지해변).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 던질찌 채비로 먼 포인트를 공략했다. 물때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바로 낚시를 시작했다. 7.9ft ULT 로드에 12g 자작 슬로루 싱킹 레진 던질찌를 체결 후 0.5g 지그헤드와 2인치 스트레이트웜을 장착해 먼 곳의 바닥을 노렸다.
30분이 지나도록 입질이 없어 웜의 컬러를 바꾸던 중 오렌지 컬러 웜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낚은 전갱이는 대부분 20cm 내외였고 더 작은 씨알도 더러 낚였다. 11월 이후 오히려 더 작은 씨알이 낚여 감지선착장 일대는 1월 이후에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큰 전갱이는 조류 빠른 여밭에 있다
12월 22일에 출조한 곳은 부산 오륙도선착장. 포인트는 오륙도선착장에서 우측으로 이어진 갈당으로 겨울에 안정적인 조과를 보여 주는 곳이다. 영도에서 사용한 장비와 채비를 그대로 사용해 낚은 것은 23cm 가량의 전갱이들. 캐스팅을 5번 하면 1마리가 낚였고 10마리를 낚는 데 3시간 정도 걸렸다. 영도에 비해 전갱이의 씨알이 굵어 마음에 들었지만 기대한 30cm가 낚이지 않은 것은 실망이었다.
이후 12월 25일부터 부산 해운대 동백섬 인어동상, 부산 기장 동암마을 거북바위, 울산 서생 신암마을갯바위, 서생 평동갯바위, 울산 슬도, 포항 구룡포 어항방파제를 차례로 출조했다. 마릿수가 가장 뛰어난 곳은 울산 슬도였지만 출조한 당일에 한파를 만나 너무 추워서 제대로 낚시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거의 채비를 던지자마자 입질하기 시작했고 평균 씨알은 26cm가 넘었다. 아마 한파가 지나가면 많은 낚시인들이 몰릴 것으로 보였다.
가장 굵은 씨알이 낚인 곳은 포항 구룡포 어항방파제로 30cm가 넘는 씨알이 낚인다고 해서 찾아갔으나 가장 큰 씨알은 28cm였다.
대신 한 시간 낚시해서 20마리를 낚아 매우 만족할 조과를 거두었다.
그 외 포인트에서는 22~24cm 전갱이가 10마리 정도 낚이는 수준이었다. 대부분 조과가 비슷했는데 자잘한 씨알을 노린다면 어느 곳으로 출조해도 손맛을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조금 큰 씨알은 원한다면 울산 슬도나 구룡포 어항방파제처럼 수심이 깊은 곳과 얕은 곳이 공존하며 야간에 조류가 잘 흐르는 곳이 좋아 보였다.
이런 곳에서 가까운 곳보다는 멀리 떨어져 있는 여밭을 노린다면 충분히 만족할 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던질찌 채비와 무게별로 구분한 지그헤드.
던질찌 몸체의 부력을 감안해 지그헤드 무게를 선택한다.
지난 12월 27일에 출조한 울산 슬도방파제에서 채비를 던지자 마자 낚은 26cm 전갱이.
지난 12월 30일에 출조한 구룡포 어항방파제에서 32cm 전갱이를 낚은 필자.
던질찌 채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소품들. 던질찌 몸통에 넣는 전지를 비롯해 찌고무 등이 필요하다.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던질찌. 무게, 몸통의 부력에 따라 찌몸통 길이를 조절해 사용하며 과거에는
직접 만들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기성품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라팔라 스톰의 고모쿠 웜.
포항 구룡포 어항방파제에서 거둔 전갱이 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