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입문자교실
호래기낚시
낚시춘추 편집부
호래기(반원니꼴뚜기)는 경남의 진해·통영·마산·거제도·남해도 지역에서 주로 낚이는 작은 오징어다. 호래기 서식처는 더 넓을 것으로 보이지만 호래기낚시가 성행하는 곳은 이와 같이 한정적이다. 그러다보니 전국적인 명성을 얻지는 못하고 있지만 맛이 좋기 때문에 남해동부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낚는 재미도 먹는 재미 못지않다. 호래기낚시는 민물새우를 미끼로 쓰는 생미끼 대낚시와 작은 에기를 이용한 호래기 에깅으로 즐긴다. 낚싯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접근성이 좋은 어촌마을 방파제에서 쉽게 낚을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최고의 생활낚시로 꼽고 있다.
시즌과 낚시터
호래기를 겨울 어종으로 아는 낚시인이 많지만 실제로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꾸준히 낚인다. 보통 10월 중순부터 5월까지 낚이며 피크는 1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다. 지역에 따라 호황을 보이는 시기가 약간씩 다른데, 진해·통영권의 시즌이 가장 길며 남해도와 거제도는 11월부터 3월까지 집중적으로 낚이다 시즌을 마감한다.
낚시터는 남해안에 골고루 분포해 있다. 진해는 가덕도, 명동, 진해항 전역, 마산은 구산면 일대의 마을 방파제가 좋다. 통영은 미륵도와 한산도 전역, 주로 마을 방파제가 포인트며 거제는 지세포, 구조라, 대포, 근포, 도장포가 유명하다. 남해는 대지포, 노구, 항도, 초전, 상주 등 남해도 남동쪽에 포인트가 많다. 최근에는 남해동부권에서도 호래기가 자주 출현하고 있는데 부산의 기장권과 해운대, 경주 전역에서 호래기가 낚인다. 한때 경북 울진과 서해 고군산군도 일대에도 호래기가 출현해 화제가 되어 앞으로 포인트 확대가 더 기대되는 장르다.
장비
민장대
4~7m 길이에 약간 빳빳한 대가 좋다. 낭창거리는 대로는 미끼를 정확히 던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낚싯대의 길이는 포인트에 맞춰 선택한다. 가까운 곳을 노리거나 선착장 같이 복잡한 곳에서 채비를 정확히 던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짧은 것을 쓰고 멀리 노릴 때는 긴 것을 사용한다. 낚시인들은 짧은 것과 긴 것 두 대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루어낚싯대
볼락루어 전용대를 많이 쓰며 M이나 ML 파워의 쏘가리, 배스용 루어대도 즐겨 쓴다. 되도록 가벼운 것이 좋은데, 가벼운 낚싯대가 가는 채비를 다루기 좋고 약한 입질도 간파하기 쉽기 때문이다. 단, 채비를 원투하거나 루어에 액션을 많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로드의 강도나 휨새 등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릴낚싯대
감성돔낚시에 쓰는 5.3m 릴낚싯대를 선호하는 낚시인들도 있다. 그러나 가벼운 채비를 멀리 날릴 수 있는 요령이 있고 호래기의 입질을 능숙하게 알아채는 낚시인들이 주로 쓴다. 릴낚싯대는 민장대 낚시와 루어낚시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채비를 다루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릴
무겁지 않은 소형 릴이면 어떤 것을 써도 무난하다.
채비
원줄
호래기는 작아서 굵은 원줄은 필요 없다. 민장대라면 2호 내외를 쓰고 루어낚시는 합사 0.4~0.8호를 쓴다. 합사를 써야 가벼운 소형 에기를 멀리 날릴 수 있고 원줄이 물에 뜨기 때문에 입질을 파악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케미컬라이트
민장대 채비의 목줄에 4mm 케미컬라이트를 4~6개 달아 준다. 가라앉는 케미컬라이트의 움직임 변화로 입질을 파악한다.
호래기용 바늘
민물새우를 꿸 때는 전용바늘이 필요하다. 볼락바늘을 여러 개 묶어 갈고리 형태로 만든 것으로 현지 낚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호래기가 민물새우를 다리로 감쌀 때 바늘에 걸리게 되어 있다.
미끼
민물새우
대개 민물새우는 민장대와 릴찌낚시에 달지만 루어대에 달아 쓰는 낚시인들도 있다. 민물새우는 민물낚시점이나 호래기낚시터가 있는 바닷가 낚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소모량이 많지 않으므로 많이 구입할 필요는 없고 되도록 큰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어린아이 새끼손가락만한 민물새우를 골라 쓰기도 한다. 미끼가 크면 호래기의 눈에 잘 띄어 입질을 받기 쉽다.
호래기용 에기
호래기 전용 0.5호~1.5호 에기를 사용한다. 일반 에기와 마찬가지로 물속에서 천천히 가라앉으며 호래기를 유인한다. 한치 배낚시용으로 만들어진 ‘옵빠이스테’도 많이 쓴다. 스테엔 납이 달려 있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싱커를 달아서 채비를 꾸려야 한다.
호래기 루어낚시에 사용하는 소형 스테.
낚시방법
1단계_입질 파악
호래기낚시는 어떠한 방법으로 낚든지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입질 파악이다. 민장대 낚시는 낚싯줄에 달아 놓은 케미컬라이트로 입질을 파악한다. 캐스팅 후 케미컬라이트가 달려 있는 낚싯줄이 수면에 착지하면 바늘부터 천천히 가라앉는데, 케미컬라이트가 하나씩 차례로 가라앉으면 호래기가 입질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가라앉다가 움직임이 멈추거나 케미컬라이트의 가라앉는 방향이 바뀐다면 호래기가 입질한 것이다. 호래기가 입질했다고 판단되면 채비를 살짝 들어 올린다는 기분으로 챔질을 한 후에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진다면 호래기가 걸린 것이므로 채비를 거둬들이면 된다.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대로 채비를 더 가라앉혀 본다.
한편 에깅은 케미컬라이트를 달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입질을 알아내야 한다. 먼저 수면에 떠 있는 여윳줄이 갑자기 팽팽해진다면 입질이다. 호래기가 루어를 덮친 후 바닥으로 가라앉거나 멀리 도망간다는 표시다. 활성도가 좋을 때에는 낚싯대를 통해서 호래기의 움직임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윳줄이 더 이상 풀려나가지 않을 때도 입질을 의심해 봐야 한다. 낚싯대를 살짝 들어서 호래기가 붙어 있는지 확인한다.
입질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호래기가 루어를 덮친 후 떠오르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다. 원줄만 보면 천천히 풀려 나가기 때문에 그냥 가라앉는 것과 구분하기 힘들다. 이럴 때를 대비해 간간이 챔질을 해서 호래기가 걸렸는지 무게감을 느껴보는 수밖에 없다.
2단계_액션
호래기 민장대낚시는 바늘 무게만 가지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빨리 가라앉히려고 봉돌을 달거나, 반대로 가라앉지 않으면 호래기가 입질을 하지 않는다. 인내심을 가지고 채비가 상층부터 바닥까지 전층을 탐색해 내려가도록 그냥 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호래기의 입질이 예민한 경우 바닥에 미끼가 닿아야 달려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점을 명심하고 낚시한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루어낚시는 여러 가지 응용 테크닉이 존재한다. 우선은 가라앉는 에기를 하나만 달고 시작한다. 에기를 충분히 폴링시킨 후 손목 스냅으로 낚싯대를 아래로 튕겨주는 트위칭 액션을 기본으로 하며 액션 후 일정시간(5~10초)을 기다린다. 그 후 로드를 세워 에기에 호래기가 붙었는지 무게로 감을 잡는다. 없으면 다시 트위칭 동작을 하고 입질을 기다린다.
입질이 예민하다면 에기를 좀 더 작은 것으로 바꿔본다. 호래기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입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에기도 그에 맞춰 수시로 바꿔야 한다. 입질이 예민해지면 에기의 크기를 줄이고 침강 속도도 줄여야 하며 보다 먼 곳을 노려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눈에 보일 정도의 활성을 보일 때는 가까운 곳에서 입질하며 에기를 단순히 가라앉히기보다는 큰 에기로 빠른 액션을 주는 것이 입질 받는 데 효과적이다.
에기를 두 개 달아도 좋다. 단, 에기를 두 개 달면 액션이 부자연스러워지므로 그에 따른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에기를 두 개 다는 것보다 하나만 썼을 때 더 나은 조과를 거두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에기를 두 개 달 때는 가지바늘채비를 사용하며 위에는 가라앉지 않는 스테를 달고 아래에는 가라앉는 1.5호 내외의 에기를 달아주면 된다. 스테란 갑오징어용으로 개발한 소형 에기를 말한다. 만약 호래기가 가라앉는 도중에 입질하지 않고 완전히 바닥에서만 입질한다면 가라앉지 않는 스테를 두 개 달고 아래에는 봉돌을 달아 다운샷채비로 바꿔준다. 불필요한 구간을 노리지 않고 곧장 바닥을 향하기 때문에 바닥층 호래기를 노릴 때 효과적이다.
호래기 루어낚시 2단 채비.
생미끼낚시에 사용하는 미끼인 민물새우를 호래기바늘에 꿴 모습.
집어등
요리
호래기는 대부분 통째로 먹는다. 손질할 것은 거의 없고 흐르는 물에 한 번 씻어 주기만 해도 먹을 수 있다. 가장 쉽고 맛있게 먹는 방법은 호래기 라면이다. 끓는 물에 분말스프와 호래기를 먼저 넣고 익힌 다음 면을 넣으면 된다.
다음으로 호래기 데침과 찜이 있는데 둘 다 뜨거운 열기로 익히는 것이지만 호래기 마니아들은 끊는 물에 삶는 데침보다 찜을 더 선호한다. 물에 씻은 호래기를 찜통에 넣고 찌기만하면 되는데, 야들야들한 호래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호래기 회는 손질이라고 할 것도 없이 등껍질만 벗기면 된다. 단, 다리와 몸통의 맛이 다르므로 회로 먹을 때는 분리해서 먹어야 한다. 몸통이 더 맛있다. 몸통은 따로 초밥을 만들기도 한다.
호래기로 만든 요리.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채소볶음, 술찜, 가라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