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출조를 꿈꾸는 낚시인들의 최대 장애물은 역시 비용이다. 패키지 상품의 경우 2박3일 상품이 75만원, 3박4일 상품이 80만원이 넘고 여기에 별도 지불인 밑밥값을 포함하면 100만원을 상회한다. 그래서 일부 낚시인들은 현지 렌터카를 빌려 낚시 하거나 갯바위 야영도 많이 시도했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현지민들의 민원이 증가하게 됐고, 모처럼 대마도로 출조해 눈치 보고 낚시할 필요가 있냐는 자조론까지 생겨나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도보낚시를 전문으로 가이드 하는 민숙이 속속 생겨 나면서 가성비낚시를 원하는 낚시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대마도 히타카츠의 사스나 등대 포인트로 진입 중인 촬영팀.
우리들민숙에서 10분 거리로, 낮에도 마릿수 조과가 좋은 곳이다.
사스나 등대 포인트 진입로 초입. 좁은 길에 승합차를 주차 후 10분 정도 도보로 이동한다.
1박 1만2천엔에 숙식&가이드 하는 우리들펜션
지난 3월 초 대마도를 다녀온 에프마켓 석수점 윤상만 대표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히타카츠에 있는 도보낚시 전문 민숙을 통해 낚시를 다녀왔는데 비용과 조과 모두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얘기였다.
윤상만 대표가 이용한 민숙집은 히타카츠 사스나에 있는 우리들펜션. 펜션에서 숙식하는 낚시인들을 도보 포인트에 데려다 주고 낚시가 끝나면 다시 픽업해 오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대마도를 자주 찾는 도보낚시인들에게는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
소문대로 비용이 저렴했다. 1인 기준 1박에 조식, 석식+포인트 안내 포함 1만2천엔을 받고 있었다.(밑밥값은 별도) 그렇다고 오로지 도보낚시만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낚싯배로 출조하고 싶거나 선상낚시를 원할 때는 현지 선장과 연결은 물론 항구까지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 이 모든 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있다.
09시40분 출항 여객선 생겨 아침 첫 기차로 부산행
나는 대마도를 찾을 때마다 늘 낚싯배를 타고 나가는 취재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우리들펜션을 통한 도보낚시 취재를 해보기로 했다. 이에 윤상만 대표와 일정을 짰고 부인인 에프마켓 원숙현 이사도 동행했다.
3월의 마지막 날인 3월 31일 새벽, 광명역에서 05시32분에 출발하는 KTX를 타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최근 대아고속해운의 씨플라워호가 대마도 노선에 다시 투입되면서 수도권 낚시인들의 출조가 한결 편리해졌다. 기존에 운항 중이던 팬스타크루즈의 쓰시마링크호가 아침 8시40분, 스타라인의 니나호가 아침 9시에 대마도로 출발하기 때문에 출조 당일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여객선 시간을 맞추기에는 너무 빠듯했다. 그러나 대아고속해운의 씨플라호는 아침 9시40분에 출항하기에 첫 기차를 타고 내려와도 여유가 많았다.
출조 전 느긋하게 즐기는 쇼핑의 여유
부산을 출발한 지 1시간 10여분만에 히타카츠항에 도착하자 우리들펜션의 최용운 대표가 픽업을 나와 있었다. 최용운 대표는 원래 부산이 고향이고, 현재는 함양에서 농사를 지으며 낚시민숙을 병행하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다른 사람에게 민숙집을 임대했으나 코로나 이후로는 최 대표가 직접 운영을 맡고 있다.
우리는 민숙집으로 가기 전에 현지 마트를 들러 일정 중 먹고 마실 먹거리를 구입했다. 낚싯배를 타고 나갈 것이 아니므로 출조 시간에 제약이 없어 여유롭게 쇼핑을 했다. 점심은 민숙집 인근의 숨은 돈가스 맛집 ‘라포레’에서 해결하기로 했으나 하필 재료가 소진돼 영업이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마트에서 산 초밥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한편 요즘은 엔화 환율이 많이 내린 이유도 있지만 현지 물가가 너무 싸 깜짝 놀랐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돈가스 도시락이 고작 우리 돈 4천원이었고 족히 2만원은 넘을 듯한 초밥 세트도 고작 7~8천원이면 사먹을 수 있었다.
본섬 포인트에서 맞닥뜨린 난제들
오전 11시30분경 히타카츠항에 도착해 쇼핑을 마친 후 점심까지 먹고 나니 어느새 2시. 민숙집의 승합차를 타고 첫날 낚시에 나섰다.
처음 찾아간 곳은 히타카츠항에서 고작 5분 거리에 있는 토노사키 헬기장 포인트라는 곳이었다. 야트막한 산 정상에 헬기장이 있었고 이곳에 주차 후 포인트까지 15분 정도 걸어가는 코스였다. 헬기장 주변으로 울창한 숲이 형성돼 있었는데 이 부근 둘레길 풍광이 좋아 관광코스로도 유명했다.
15분 정도 잘 닦인 오솔길을 따라 가다가 갯바위 바로 직전에 있는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자 포인트가 나왔다. 높은 위치에서 보니 맑은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수심은 깊어야 5~6m로 보였고 전방 30~40m 지점까지 여밭이었다. 해창이 되면 깊은 곳에 있던 고기들이 얕은 여밭으로 올라붙을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날은 조황이 좋지 못했다. 낮인데다가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원투 찌낚시를 하면 쓸만한 씨알 몇 수는 건질 줄 알았으나 이날은 거의 몰황 수준이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꼽혔다. 첫째 최근 대마도 수온이 너무 낮아 고기들의 활성이 최저로 떨어진 점, 둘째 수심 얕고 물 맑은 본섬 여밭 특성상 파도가 없으면 입질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첫째 원인은 그렇다 쳐도, 물 맑은 본섬 여밭 포인트라 파도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말에 약간 혼란이 왔다.
요즘은 바다 날씨가 너무 나빠 가급적이면 잔잔한 날을 택해 출조하는데 파도가 높아야 조황이 좋다고? 바로 이 이율배반적인 명제는 대마도 도보낚시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과였다. 일단 낚싯배를 타고 부속섬 또는 여치기 포인트로 들어가지 않는 한 본섬낚시는 여러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필 상대마도 히타카츠 본섬 연안은 대부분 수심이 얕아 낮낚시에 취약한 여건이다.
둘째 날 오전에 찾은 사스나 등대 포인트, 오후에 찾은 니시스야 포인트도 여건은 비슷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골 도보낚시인들 사이에서는 해창낚시와 밤낚시를 ‘큰 고기를 많이 낚을 수 있는 필수 요건’으로 인식 중이었다. 그러다보니 오전과 낮에는 민숙집에서 푹쉬거나 쇼핑을 즐기고, 점심 무렵 맛있는 식사를 사 먹은 후 갯바위로 나서고 있었다.
보통은 서너 시에 현장에 도착해 해 질 무렵까지의 해창낚시한 뒤 완전히 어두워지면 전지찌 채비로 바꿔 밤낚시를 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 밤낚시는 적어도 밤 9시에서 10시까지는 필수이며 상황에 따라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낚시를 이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낚시를 해야 4짜가 넘는 굵은 벵에돔을 마릿수로 올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평소 제주도 여치기낚시 경험이 많은 낚시인이라면 “벵에돔은 해창 때 씨알이 굵고 마릿수도 좋다. 막상 어두워지면 큰 씨알이 낚이긴 해도 입질 확률이 크게 떨어지므로 그때까지 고생하며 낚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나 역시 그런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도라면 맞는 말이지만 대마도는 확실히 여건이 다르다. 워낙 벵에돔 자원이 풍부하다보니 전지찌로 낚시하는 한밤중에도 꾸준히 입질이 들어오고 씨알도 출중하다. 쓸만한 씨알이 낚이는 당일 조과의 90%가 밤낚시에 올라온다고 보면 된다.
도보낚시가 적성에 맞는 낚시인에게만 강추
이틀 동안 우리는 밤낚시는 하지 않았고 해창낚시만 한 터라 40cm가 넘는 벵에돔은 낚지 못했다. 그러나 매일 먹을 횟감은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었다. 그 원동력(?)은 낮에는 최대한 멀리 장타를 날리고 밑밥도 그에 맞춰 주는 것이었는데 확실히 낮낚시로 근거리를 노려 대물을 노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우리들펜션을 통해 출조할 낚시인들이라면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참고하길 바란다.
●기본적으로 도보낚시에 익숙한 낚시인일 것
차에서 내려 15분 이내 도착하고 길도 편한 포인트도 있지만 반대로 길이 험한 코스도 존재한다. 따라서 평소 ‘나는 아무리 손맛이 좋아도 걷는 낚시는 못 한다’는 사람에게는 비추다.
●원투 찌낚시에 능하고 밤낚시 경험도 풍부한 낚시인일 것
앞서 설명한 대로 낮에는 큰 씨알을 걸기 어렵다. 결국 낮에는 멀리 치는 게 필수이므로 원줄도, 목줄도 모두 가늘게 쓰고 밑밥도 35m 이상 정투할 수 있는 원투 찌낚시에 능해야 한다. 아울러 밤이 되면 전지찌로 교체해 낚시하는 밤낚시에도 익숙해야 한다. 평소 벵에돔 야간 찌낚시 경험이 없던 사람이라면 힘이 들 수 있다.
●조과보다 여유있는 낚시와 쇼핑이 우선인 낚시인일 것
우리들펜션 단골 대부분은 밤낚시 후 아침부터 점심까지는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민숙에서 늦게까지 늦잠을 자거나 의견을 통일해 쇼핑 또는 온천욕을 다녀오는 사람이 많다.
의견이 모이면 최용운 대표가 마트와 온천까지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 즉 낚시는 횟감 정도면 충분하고 느긋하게 대마도를 즐기고 싶다는 낚시인일수록 최적이다.
●렌터카 타고 낚시하지만 숙식은 편한 곳을 원하는 경우
우리들펜션 단골 중에는 현지에서 빌린 렌터카로 낚시를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즉 상대마도뿐 아니라 하대마도까지 두루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낚시를 즐기는 것이다. 다만 잠자리만큼은 제대로 된 숙소를 원하는 낚시인, 기본적인 식사가 제공되길 원하는 낚시인들이 우리들펜션을 애용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들펜션 최용운 대표는 경남 함양에서 농사를 병행 중이라 반드시 사전 연락을 취해 출조 날짜를 맞춰야 한다. 아울러 식사의 경우 비용이 저렴한 만큼 여타 민숙에 비해서는 간소하게 제공된다.
즉 아침식사는 일본 민숙의 흔한 조식 그대로 된장국과 간소한 반찬만 제공되며 저녁식사 때 삼겹살 또는 닭볶음탕 등이 나온다. 점심식사는 출조를 나가다가 인근 맛집을 들르거나 마트 도시락으로 해결할 때가 많다.
그래서 단골 낚시인들은 자신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마트에서 다양하게 구입해 민숙 주방에서 자유롭게 요리해 먹곤 한다. 우리도 3일간 머물면서 여러 음식을 해먹었는데 나름 묘미가 있었고 숨은 맛집을 들러 다양한 일본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취재 당시였던 4월 중순까지도 대마도는 수온 상승이 더디고 조황도 부진했다. 그러나 4월 말로 접어들면 평년 수온을 회복할 것이라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설명. 그때부터는 밤 기온도 따뜻해지고 수온도 상승할 것이므로 무난한 조과가 예상되고 있다.
문의 010-5515-5250
사스나 등대 포인트에서 거둔 오전낚시 조과를 보여주는 에프마켓 석수점 원숙현 이사.
제로찌 채비로 올린 벵에돔을 보여주는 에프마겟 석수점 윤상만 대표.
지게에 밑밥통을 지고 헬기장 포인트로 도보 출조 중인 낚시인들. 여벌의 지게가 민숙에 준비돼 있다.
히타카츠항으로 마중 나온 우리들펜션의 승합차에 오르고 있는 촬영팀.
에프마켓 석수점 윤상만 대표가 사스나 등대 포인트에서 벵에돔을 히트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촬영팀이 사스나 등대 포인트에서 올린 벵에돔 조과. 주로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왔다.
사용 목줄은 엔에스의 알바트로스 VIP FC.
둘째 날 오후에 찾아간 도노사키 포인트에서 윤상만 대표가 벵에돔을 끌어내고 있다.
촬영팀보다 먼저 들어왔던 낚시인들이 철수에 앞서 낚은 고기들을 갈무리 중이다.
저수온 악조건 속에서도 굵은 벵에돔을 많이 올렸다.
도노사키 포인트에서 올린 벵에돔 조과를 보여주는 윤상만 대표와 우리들펜션 대표 최용운 씨.
해질녘까지의 조과로 밤낚시를 시도하면 더욱 굵은 씨알을 만날 수 있다.
4 히타카츠항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우리들펜션.
5 우리들펜션의 주방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는 촬영팀.
6 우리들펜션 인근의 숨은 맛집인 라포레.
7 라포레 식당의 메인 음식인 돈까스. 다진 고기가 아니라 통 돼지고기로 요리해 맛이 좋고 양도 푸짐하다.
대마도 입성 첫날 찾아간 헬기장 포인트.
지난 3월 중순 출조에서 윤상만 대표가 헬기장 포인트에서 올린 감성돔과 벵에돔 조과.
중들물 이후 이동로가 잠기는 특성상 장화가 필수인 사스나 등대 포인트.
에프마켓 윤상만 대표가 단화로 출조한 원숙현 이사를 등에 업고 철수하는 장면이다.
철수 날, 우리들펜션 최용운 대표의 배려로 삼나무 숲을 산책할 수 있었다.
헬기장 포인트에서 올린 5짜 감성돔을 보여주는 우리들펜션 최용훈 대표.
3 상대마의 유명 관광명소인 미우다 해변.
4 히타카츠 미우다에 있는 나가사노유 온천. 낚시 도중 피로를 풀기에 좋은 곳이다. 바로 옆에 유명한 미우다해변이 있다.
5 현지 마트에서 팔고 있는 다양한 활어회. 환율이 많이 내려가 저렴한 비용으로 맛볼 수 있다.
6 도노사키 포인트에서 벵에돔을 낚을 때 사용한 쯔리겐의 지티스티리머 구멍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