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조한기 제주 섶섬 벵에돔낚시
한방을 잊지 못해 오늘도 찾았건만…
김성관 제주. 가마카츠 필드스탭
따뜻한 4월 중순의 오후, 제주도 어느 곳에서도 호쾌한 조황 소식이 없는 요즘은 출조를 간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이런 어한기에 잔 손맛이라도 보기 위해 섶섬을 찾았다.
서귀포 원프로피싱에 들러 밑밥을 산 뒤 먼저 섶섬으로 들어간 강병철, 박동우 프로와 합류하기로 했다. 대물에 대한 기대를 접으니 마치 봄 소풍 가는 기분이었다. 낚시점을 들르니 원성조 프로는 연맹 시합 때문에 자리를 비웠고 형수님과 강아지만 있었다.
서둘러 밑밥을 준비하고 차로 5분 거리의 보목항으로 향했다. 보목항 도착 후 볼레낭게(보리수나무를 칭하는 제주 방언)호를 타고 섶섭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오후 출조객으로 분주했을 텐데 요즘 벵에돔 소식이 없어서 그런지 한가했다.
잔챙이 입질에 지친 강병철 프로가 앉은 상태로 벵에돔을 끌어내고 있다.
조한기 특성상 25~27cm급 씨알이 주로 올라왔다.
필자 일행이 올린 벵에돔들.
학공치 떼 뚫고 미끼 내리는 것이 관건
보목항에서 섶섬까지는 배로 10분 이내로 갈 수 있다. 서귀포권에서도 가장 가까운 섬으로 선비는 3만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수시로 출조와 철수가 가능해 많은 낚시인들이 찾는다.
오늘의 포인트는 섶섬 동쪽에 있는 동모 포인트였다. 섶섬 최고의 포인트로서 대략 20명 정도가 낚시할 수 있다. 한창 시즌 때는 50cm급 긴꼬리벵에돔도 곧잘 출몰하며 대물 일반 벵에돔과 참돔도 잘 물어 낚시인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먼저 들어와 있던 박동우 프로가 마중을 나왔고 강병철 프로는 25cm급 긴꼬리벵에돔을 여러 마리 낚아놓고 있었다. 강병철 프로는 채비와 낚시 상황을 설명해 주신 후 나와 나란히 서서 낚시를 시작했다.
이날 필자가 사용한 주요 장비와 채비는 다음과 같다. 릴대는 가마카츠 어텐더3 1-530이었으며 바늘은 가마카츠 테크노구레 3호였다. 찌는 쯔리켄사의 01번. 이날 출조는 탐색 차 나온 터라 채비를 가볍게 세팅했다. 학꽁치가 수면을 새까맣게 덮고 있어 학공치층을 뚫고 채비를 내리는 것이 낚시의 관건이었다. 10m 앞에 밑밥을 주고 캐스팅한 후 크릴이 천천히 내려가도록 채비를 정렬시켰다.
잠시 후 어신찌에 미세한 움직임이 전해졌다. 그러나 첫 입질은 자리돔. 방류 후 다시 캐스팅. 밑밥을 10주걱 주고 다시 바다 상황을 주시해 봤다.
우측 벽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조류 속에서 벵에돔이 부상하는 것이 보였다. 5~6m권이었으며 크지는 않았지만 많은 양의 벵에돔이 틀림없었다. 나는 평소 쓰던 작은 크릴 대신 큰 사이즈를 골라 3호 바늘에 끼웠고 5번 봉돌을 찌스토퍼 밑 50cm에 물렸다.
학꽁치는 수면 가까이에서 섭식하는 어종이므로 상층만 뜷고 가면 된다는 신념으로 다시 캐스팅했다.
밑밥을 뿌리니 상층부에 학꽁치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래서 방심하고 있는데 잠시 뒤, 어신찌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낚싯대까지 끌려가는 입질이 들어왔다. 전형적인 대물 입질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발 앞 수중여로 파고 들어 무게감이 사라졌다. 본능적으로 낚싯대를 세워 벵에돔이 수중여에 파고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올라온 녀석은 27cm급의 긴꼬리벵에돔이었다. 그 후로 1시간가량 25cm급 벵에돔을 5마리가량 낚은 뒤 휴식을 취했다.
잠시 쉬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전날 사용했던 밑밥들이 여기저기 갯바위를 덮고 있었다. 보기에 좋지 않아 내가 낚시하던 곳 주변과 더불어 물바가지를 이용해 깔끔히 청소를 마쳤다.
잔챙이라도 여러 마리 올린 후엔 목줄 교체해야
청소를 마친 후 다시 낚시에 돌입했다. 함께 낚시한 강병철 프로에게도 연속으로 입질이 들어왔다. 올라온 녀석은 27cm급 긴꼬리벵에돔. 조류가 완만하게 흘러가자 내 어신찌에 또 한 번의 입질이 들어왔다.
이번 입질은 강력하게 원줄까지 끌고나갔다. 촤라락! 낚싯대를 세우니 무게감이 전해졌다. 오른쪽 수중여로 파고드는 게 벵에돔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탐색 차 나온 터라 1호 목줄을 쓰고 있었고 벵에돔까지 몇 마리 낚은 뒤라 목줄이 조금 불안했다. 낚싯대를 세우고 버티기를 반복하는데 순간적으로 낚싯대가 가벼워졌다. 목줄이 터진 것이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강병철 프로가 한 마디 보탰다. “아주 잘하고 있어.” 목줄을 갈지 않고 계속 낚시한 것에 대한 핀잔이었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낚싯대를 드리웠으나 더 이상은 입질이 없었다.
좌측 안쪽에서 낚시하던 박동우 프로에게도 강력한 입질이 들어왔으나 버티기를 계속하다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이처럼 섶섬에는 무시무시한 녀석들이 한방씩 목줄을 터트리는데, 목줄을 강하게 쓰면 입질 받기 힘들어 낚시인들은 늘 고민에 빠진다. 이 매력 때문에 잊지 않고 섶섬을 찾는 낚시인들이 많다.
결국 나와 박동우 프로는 벵에돔 낚시는 접고 저녁 반찬거리 학꽁치를 낚기로 했다. 개체수는 많았으나 형광등처럼 긁은 학꽁치는 없었다. 약 1시간 정도 60마리의 학꽁치 낚고 나니 비바람이 불어 철수했다. 우리 일행이 낚은 벵에돔은 20여 마리. 다가올 고사리장마 때 큰 씨알들을 데려오라고 말하면서 사진촬영 후 모두 바다로 돌려보냈다.
볼레낭게호를 타고 섶섬으로 진입하고 있다.
함께 출조한 박동우 프로의 파이팅. 큰 씨알을 걸었으나 목줄이 터져 놓치고 말았다.
취재일 조과를 보여주는 필자. 손맛만 즐기고 사진 촬영 후 방류했다.
필자가 사용한 가마카츠 어텐더3 낚싯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