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후 민박집 앞에서 95cm 참돔을 들고 촬영한 필자.
4월 말, 평소 함께 동행출조를 다니는 김대규 씨와 추자도로 향했다. 대상어는 참돔, 목적지는 대한민국 최고의 낚시터 추자도였다. 부산에서 추자도까지는 정말 난코스다. 일단 차로 진도까지는 가야 추자도로 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에 진도에 도착, 낚시점에서 밑밥과 미끼를 잔뜩 준비하고 산타모니카호에 몸을 실었다.
간신히 머리만 뜰채에 들어간 대물 참돔
상추자도 신등대민박에 도착해 도시락을 챙겨들고 곧바로 바다로 향했다. 첫째 날은 추자도 수령섬 배꼽포인트에 내렸다. 밤새 차 타고 달려와 피로가 쌓인 터라 애꿎은 분노의 밑밥질로 집어를 시작했다. 그 바람에 체력이 바닥이 나 실신 직전이었다. 그렇게 첫날 낚시는 깔끔하게 꽝을 치고 민박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꽝을 쳐도 낚시는 즐겁다.
둘째 날은 전날보다 날씨가 좋았다. 상추자 직구도의 촛대바위로 향했다. 이 자리는 추자도 최고의 참돔 포인트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흥분이 됐다.
낚시 시작 후 얼마 안 되어 김대규 씨의 낚싯대가 포물선을 그렸다. “천천히!”를 외치는 와중에 낚싯대의 허리가 맥없이 펴졌다. 내가 “목줄 몇 호 썼어요?” 하고 물으니 3호를 썼다고 한다. 이에 “5호는 써야 감당됩니다. 당장 목줄 바꾸세요”하고 외쳤다.
그 후로는 입질이 없었다. 조류가 너무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계속 분노의 밑밥질을 하는데 저 멀리 도시락을 갖고 온 낚싯배가 보였다. 조과를 묻기에 “꽝을 쳐도 여기서 치겠다”고 말한 뒤 낚시를 이어갔다.
오후 2시쯤 되니 조류가 살짝 죽었다. 그때였다. 딴 곳을 보느라 입질은 못 봤는데 바다 속 무언가가 내 낚싯대를 부러뜨릴 기세로 끌고 들어갔다. 놀라서 대를 세워보니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꽉 잠궈 놓은 스풀이 엄청난 속도로 풀려나간다.
“왔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릴링을 시작했다 . 사투는 5분 정도 이어졌다. 놈이 지쳤는지 항복했다. 물속에서 뻘건 괴물이 떠올랐다. 참돔이 얼마나 큰지 뜰채에 머리가 안 들어갈 정도였다. 어찌어찌 겨우 머리만 들어간 뜰채를 조심스럽게 갯바위에 올렸다. 크기가 엄청났다.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95cm로 개인 기록 경신, 또 도전할 것
갈무리 후 계속 낚시했지만 이후로는 입질이 없었다. 철수해 큰 놈을 계측해 보니 95cm짜리 일명 ‘빠가’ 참돔이었다.
인생 기록고기였다. 신등대낚시 선장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나 또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낚은 95cm 참돔은 신등대민박 손님들의 맛있는 술안주가 되었다.
마지막 날은 상사리급만 몇 마리를 추가하고 이번 낚시를 마무리했다. 철수 후 조황을 살펴보니 추자도 전역에서 참돔이 호황이었다. 낚은 참돔을 손질하느라 바쁜 낚시인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추자도 참돔 시즌이 호황기에 접어든 건 분명해보였다. 빠른 시일 내에, 또다시 기록 경신을 위해 김대규 씨 함께 추자도에 재도전해보기로 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되므로 최대한 서두를 예정이다.
문의 신등대낚시 010-9052-3827
필자가 95cm 참돔을 올린 직구도. 기차바위에 오른 낚시인들이 참돔을 노리고 있다.
4월 말 참돔낚시 때 올라온 굵은 감성돔을 보여주는 필자.
필자와 함께 낚시를 즐겨 다니는 조우 김대규(우측) 씨.
5짜에 육박하는 4월 말의 감성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