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는 두족류 중 무늬오징어와 함께 맛에서 1, 2위를 다툰다. 무늬오징어가 단단하게 씹히는 식감과 단맛 두 가지로 대표된다면 한치는 식감이 부드러우면서 달고 거기에 깊은 감칠맛까지 보유하고 있다. 죽은 상태에서 맛을 본다면 여전히 식감 좋은 무늬오징어에 점수를 줄 수는 있어도 살아있는 상태로 맛본다면 한치의 깊은 맛을 따라잡기 힘들다.
한치낚시는 주로 배낚시로 즐긴다. 과거 한치는 어부들의 조업 방식으로 주로 잡고 낚시인은 ‘체험낚시’로만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5년 무렵부터 낚시법이 개발되면서 대중적인 낚시 대상으로 부각됐다. 특히 이카메탈(이카는 일본어로 오징어, 메탈은 채비 하단에 다는 메탈지그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게임이라는 한치낚시 장르가 보급되면서 6~7월 남해 선상루어의 대표 장르로 성장했다.
시즌과 낚시터
한치는 바다 수온이 18~21도로 오를 때 어군이 형성된다.
제주 우도 근해를 거쳐 부산 앞바다로 빠지는 쿠로시오 해류가 18도로 수온이 올라가는 5월 초부터 시즌이 열린다고 보면 된다. 이후 21도 수준까지 상승하는 7월까지가 한치 배낚시의 피크 시즌이다. 이후 22도 이상으로 더 오르게 되면 한치가 육지 쪽으로 올라붙게 돼 배낚시 조황은 떨어진다.
8월부터는 갈치가 들어오면서 한치 어군이 이동하는 것이 그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또 갈치 낚싯배들의 집어등으로 어군이 분산되는 것도 시즌이 마감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7월을 한치 배낚시의 끝물로 본다.
한치 낚시터는 제주도, 부산, 진해, 통영권으로 나눌 수 있다. 제주도는 시즌이 되면 거의 모든 출항지에서 낚싯배가 뜬다. 활황기에는 연안에서 20분 안쪽 거리에 포인트가 형성된다. 부산에서는 용호항, 가덕도항, 그 외 경남지역에서는 진해, 통영, 고성 등에서 한치 낚싯배가 출항한다. 부산에서는 나무섬과 형제섬. 진해에서는 안경섬과 홍도 일대가 출조권역이다. 통영과 고성에서는 멀리 국도, 좌사리도 해
역으로 출조한다. 한치가 연안으로 붙는 8월부터는 경북 포항, 영덕은 물론 북쪽의 삼척지역 방파제와 갯바위에서도 루어에 한치가 낚인다.
장비
한치 배낚시는 짧고 유연한 릴대와 수심층을 파악할 수 있는 베이트릴이 필요하다. 한치는 일반 어류와 달리 촉수로 불리는 먹이팔을 뻗어 루어를 당기거나 감싸기 때문에 입질이 시원하지 않다. 그래서 전용대를 써야 한다.
낚싯대는 한치 전용 베이트대가 좋다. 허리는 약간 강하고 초리는 부드러운 게 좋은데 사실 이런 제원의 릴대라면 어떤 제품을 써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배낚시에서 쓰기 좋은 길이의 한치낚싯대와 비슷한 낚싯대는 드문 편이다.
보통 2대를 쓰는데 손잡이가 짧은 대는 계속해서 루어를 흔들며 낚시하는 액션용, 하나는 받침대에 꽂아 두고 저절로(?)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거치용으로 쓴다.
베이트릴은 가격대와 상관없이 수심측정을 할 수 있는 릴을 구입해야 한다. 한치는 낚이는 수심층에서 계속 낚이기 때문에 그 수심층을 알아야 조과를 거둘 수 있다. 먼저 낚은 사람이 30m라고 외치면 동일 수심으로 채비를 내려 낚시를 해야 하므로 수심 카운터가 달린 릴은 필수다.
한치는 큰 힘을 쓰는 녀석들이 아니기 때문에 비싼 고급 릴은 필요 없다. 내구성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크게 고장 나는 장비가 아니므로 자신의 경제력에 맞춰 구입하면 되겠다.
거치식 낚싯대에는 전동릴도 많이 쓴다. 전동릴은 가벼운 소형을 쓰면 알맞다.
집어등을 켜고 한치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인.
사진과 같은 초저녁보다는 완전히 어두워진 후부터 입질이 활발하다.
채비
한치는 힘이 센 대상이 아니므로 원줄은 0.8~1호의 가는 PE라인을 쓰면 충분하다. 더 굵으면 조류 저항만 커지기 때문에 불필요하다. 따라서 굳이 고가의 원줄은 필요 없다.
한치낚시용 채비는 별도의 목줄 없이 한 벌짜리 전용 채비를 쓴다. 우럭낚시용 기둥줄처럼, 한치채비도 맨 아래에는 봉돌, 중간에는 루어인 스테를 달 수 있는 스냅도래가 달려 있으니 이 기성 제품을 구입해 쓰면 되겠다.
에기처럼 생긴 작은 루어를 스테라고 한다. 보통 스테는 몸체에 납이 내장되어 있지 않다. 물속에 들어가면 조류에 따라 날리기도 하고 조류가 약하면 늘어져 있기도 한다. 색상별, 무늬별로 다양한 제품이 있으며 낚시 당일의 수온과 날씨 등에 따라 잘 먹히는 제품이 있다.
이카메탈은 봉돌대신 채비의 맨 아래에 다는 봉돌을 겸한 루어를 말한다. 생김새는 스테와 비슷하지만 꼬리 쪽에 바늘이 달려 있다. 한치가 스테도 공격하지만 아래에 달린 이카메탈에도 잘 달려들기 때문에 이카메탈은 중요하다. 이카메탈도 스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색상과 형태가 있다. 낚시 당일 여건에 맞춰 선택해 사용하면 되겠다. 보통 30~120g 무게가 출시되어 있으며 60~100g을 많이 쓴다.
낚시방법
낚싯대에 베이트릴 장착이 끝났으면 원줄을 가이드로 빼낸다. 그런 후 구입한 한치채비를 원줄 끝에 묶는다. 기성 채비는 제품에 따라 원줄과 연결하기 쉽도록 스냅도래가 달려 있는 것도 있고 그냥 둥글게 매듭만 지어진 것도 있다. 어떤 것을 써도 상관없으며 낚시 도중 원줄이 풀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기만 하면 된다.
채비는 스테와 이카메탈 2개만 다는 2단 채비, 3개 다는 3단 채비가 있다. 루어(스테, 이카메탈)를 많이 달수록 한치의 다양한 먹이욕구를 자극할 수 있어 좋지만 그만큼 조류 저항도 많이 받아 불리하다. 손 빠른 낚시인은 2단 채비만 갖고 빨리 빨리 한치를 떼어내는 걸 선호하기도 한다. 보통은 3단을 많이 쓰고 4단은 거의 쓰지 않는다.
이렇게 두 벌의 장비와 채비를 만들어 놓은 뒤 선장의 입수 신호가 떨어지면 채비를 가라 앉힌다. 공략 수심은 10~40m이며 수시로 변하는 입질층에 따라 채비 수심층을 맞춰주면 된다.
액션용과 거치용은 운용방식 달라
낚싯대는 적극적으로 흔드는 액션용과 거치용의 운용방식이 다르다. 액션용은 말 그대로 목적 수심층까지 채비가 내려가면 다양한 액션으로 입질을 유도한다. 흔드는 방식은 개인 취향이라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한치는 위, 아래로 솟구쳤던 스테의 꼬리가 아래로 축 늘어져 얌전해지는 멈춤동작에 입질이 활발하다. 따라서 무작정 흔들기만 하기보다는 흔든 후 기다리는 동작을 섞어주는 게 좋다.
거치식으로 놔둔 낚싯대는 입질이 오면 대 끝에 입질이 표현된다. 슬그머니 당기기, 타닥타닥 당기기, 초리가 펴지지 않고 계속 수그러져 있기, 갑자기 초리가 일자로 펴지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어떤 형태든 한치가 걸린 것으로 보고 챔질해서 올리면 된다.
이때 보통은 액션용 낚싯대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거치용 낚싯대를 잡으려면 다소 성가시다. 이때는 다른 손으로 전동릴의 레버를 젖혀 자동으로 끌어올리면 되므로 손을 덜 수가 있다. 그래서 거치용 릴은 전동릴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치낚시는 여느 낚시처럼 초저녁 피딩은 드물다. 초여름 기준으로 이제 막 집어등을 켠 밤 7시 무렵부터 밤 9시까지는 별 입질이 없다가 밤 10시경부터 마릿수 입질이 시작될 때가 많다. 그래서 보통은 밤 10시 이후부터 새벽 3시 사이를 최고의 피딩타임으로 본다. 따라서 초저녁부터 너무 조급하게 낚시에 몰입할 필요는 없다.
살삼봉채비에 걸려든 (살)오징어.
한치낚시 도중에는 오징어도 곧잘 걸려든다.
한치 두 마리를 낚은 낚시인.
오모리그와 제주식 살삼봉채비
오모리그
오모리(オモリ)란 일본말로 봉돌을 뜻한다. 오모리그는 원줄과 기둥줄이 연결되는 부위(도래)에 일정한 무게의 봉돌을 단 뒤 목줄을 1.5m로 길게 쓰고 그 목줄 끝에 스테나 에기를 단 형태의 채비를 말한다. 즉 봉돌은 목적수심층을 정확히 노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긴 목줄에 매달린 루어(스테, 에기)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한치의 입질을 유도하는 원리다.
오모리그에 사용하는 루어는 전용 루어가 시판 중이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활용해 쓰고 있다. 보통은 소형 에기를 닮은 루어를 달지만 2호~2.5호 크기의 작은 무늬오징어용 에기를 써도 효과는 탁월하다.
오모리그에서는 봉돌의 역할도 중요하다. 형태와 상관없이 어두운 물속에서 잘 보일 수 있는 축광 기능을 갖춘 봉돌이 유리하다. 그래서 축광 도료를 입힌 오모리그 전용 봉돌이 출시 중이며 전용 봉돌이 없다면 일반 봉돌에 축광 테이프를 부착해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살삼봉채비
살삼봉채비는 과거 제주식 한치채비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삼봉이란 오징어류를 낚을 때 쓰는 재래식 루어다. 바늘 수는 3개부터 그 이상까지 다양하지만 초창기 제품을 부르던 이름을 그대로 써서 지금도 오징어용 루어를 ‘삼봉루어’라고 통칭하고 있다.
살삼봉은 에기 형태의 루어 등에 쥐포나 학꽁치포 같은 어류 살점을 덧댄 것을 말한다. 일종의 루어+생미끼 효과를 함께 보기 위한 것으로 한치가 한 번 달라붙으면 떨어지지 않는 게 장점이다. 살삼봉에 한치가 잘 낚이는 날은 놀라운 효과를 보일 때가 많다.
보통은 2단채비에 하나는 일반 스테, 하나는 살삼봉을 달기도 하고 아예 살삼봉만 하나 달아 쓰기도 한다. 일반 스테는 자주 흔들어줘야 하지만 살삼봉은 가만히 놓아 두아도 입질이 잘 들어올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