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광장

사이드메뉴
이전으로
찾기
[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118] 비가 오면 수질이 나빠지는 하천 – 비점오염원의 영향
2025년 07월
공유

[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118]  


비가 오면 수질이 나빠지는 하천 –

비점오염원의 영향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과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여름철 비가 내리면 필자의 연구실은 긴급 출동 준비로 분주해지곤 했다. 강우 시 하천 수질 조사를 위해 밤이건 낮이건 비 내리는 시간에 맞춰 현장에 나가야 했기에, 지금도 졸업생들은 비만 오면 긴장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며 졸업 후에도 그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도 있다.

비 오는 날 조사를 나가는 이유는 탁수로 하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비가 오면 수질이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좋아질 것이라 답하지만, 일부 도시 하천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농촌하천에서는 비 온 뒤에 탁수가 발생하며 수질이 나빠지고, 저수지는 탁수로 채워진다.



경사진 밭. 토양침식이 쉬워 탁수를 발생하는 중요한 비점오염원이다. (사진; 김범철)


밭에 뿌린 퇴비는 인을 많이 함유하여 탁수의 인 농도가 높다. (사진; 김범철)



비점오염원은 정화시설로 처리하기 어려워

수질오염원은 점오염원(point source)과 비점오염원(nonpoint source)으로 분류한다. 공장폐수나 하수처럼 한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배출되는 것은 점오염원, 도로·밭처럼 넓은 지역에서 비 올 때만 유출되는 것은 비점오염원 또는 면오염원이라 부른다.

점오염원은 일정량이 발생하므로 처리시설을 통해 정화하기 쉬우나, 비점오염원은 비가 올 때만 대량 유출되므로 정화시설로 처리하기가 어렵다.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침전저류지를 조성해 유출수를 일시 저장·침전시킨 뒤 방류하는 방식인데, 우리나라처럼 강우 집중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저수지 크기의 대규모 저류지가 필요하므로 토지가 비싼 지역에서는 설치가 쉽지 않다. 현재 탁수 발생 지역에 있는 저수지들은 의도치 않게 탁수를 정화하여 하류의 수질을 보호하는 침전저류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점오염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밭이다.

밭은 작물이 잘 자라도록 부드럽게 경운하기 때문에 산림과 달리 비가 오면 쉽게 침식된다. 게다가 밭에서 사용하는 퇴비에는 인(P)이 풍부한 가축 분뇨와 부식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수질을 악화시킨다. 인은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비료 성분이지만, 하천과 호수에서는 플랑크톤을 과잉 증식시키는 원인이 되어 수질오염 관리의 주요 타겟이다. 우리는 육상에서는 식물이 많이 자라기를 바라지만 호수에서는 반대로 플랑크톤이 적게 자라기를 바라는 상충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토양 표면에 잘 흡착되는 인은 퇴비·비료를 뿌린 밭에서 유출된 흙탕물에 다량 포함되어 있다. 이 탁수가 부영양화와 녹조현상을 유발하므로 인 저감은 수질관리의 핵심이지만 실질적인 저감은 쉽지 않다. 퇴비에 포함된 부식질도 문제가 된다. 부식질은 식물이 분해된 후 미생물이 쉽게 분해하지 못하는 물질이 남은 것인데, 수생태계에는 무해하며 농사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벤젠고리 화합물이 많아서 정수장에서 염소 소독제와 반응해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을 만들 수 있으므로 상수원에서는 중요한 수질지표로 사용된다. 낙엽이 많이 쌓인 산림이나 퇴비를 많이 사용하는 밭, 습지 등은 모두 부식질 유출원이 될 수 있다.


도시에서는 빗물을 지하로 유도해 비점원 오염 줄여

농경지 비점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사진 밭을 산림이나 과수원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토양 침식은 경사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사진 임야에서 불법 경작도 이루어지고 있어 이를 중단하는 것이 시급하다. 동시에 축산총량제를 도입해 전국적으로 과잉 발생하는 인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대책도 필요하다.

비점오염원에서 발생한 탁수와 인은 수생태계를 크게 위협한다. 큰 입자의 토사는 하천 바닥에 쌓이며, 부착조류가 사는 자갈 위를 덮고 틈을 메워 수서곤충이 서식할 수 없게 된다. 수서곤충이 줄면 이를 먹는 어류도 사라지고, 돌 틈에 산란하는 어류의 알도 부화하지 못한다. 결국 흙탕물이 반복되면 하천 생태계는 심각하게 훼손된다.

작은 입자의 미세토사는 호수로 흘러 들어가 호수생태계 악화를 일으킨다. 농경지에서 유출된 탁수는 인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호수의 부영양화 및 녹조현상을 일으킨다. 부영양화로 인한 조류 증가는 심수층의 산소를 고갈시켜 동물 서식을 방해하고, 유해남조류에 의한 녹조현상을 유발하여 독소로 인한 동물 피해를 일으킨다. 우리나라처럼 장마철에 폭우가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홍수 이후 비점오염원에서 흙탕물이 대량 발생하고, 이어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양상이 반복된다.

도시의 지표면도 비점오염원이다. 비 온 뒤 도로 표면이 깨끗해지는 것은 자동차 타이어 분진이나 대기오염물질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위 오염물은 짧은 시간 내에 하수구로 유입되며, 유량이 증가하면 하수구 바닥 오염물도 함께 배출되어 강우 초기에 수질이 급격히 악화된다. 도시 하천에서는 강우 초기에 비점원 오염이 집중되어 수질이 나빠지다가 몇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맑아지는 ‘초기세척효과’가 나타난다. 이때 오염물질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물속 산소가 고갈되어 내성이 약한 수중 생물들은 생존이 어렵다.

도시에서는 투수성 도로포장, 빗물 침투 수로, 침투성 저류지 등을 통해 빗물의 지하 침투를 유도하면 비점원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저영향개발기법(LID)이라고 하는데 유출량을 줄일 수 있고, 토양의 흡착능력에 의해 수질을 개선하고, 지하수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 하수처리장에서는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빗물을 일시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처리하는 방법도 병행할 수 있다.

비가 와도 탁수가 발생하지 않고 녹조현상이 생기지 않는 호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폭우가 내린 후 비점오염원으로부터 탁수가 유출되어 혼탁해진 소양호 상류부. (사진; 김범철)


하수처리장. 하수는 대표적인 점오염원이며 일정량이 배출되어 처리장에서 처리하기 쉽다.



※ 낚시광장의 낚시춘추 및 Angler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무단 복제, 전송, 배포 등) 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애독자 Quiz

매월 30가지 특별한 상품이 팡팡~~

낚시춘추 애독자Quiz에 지금 참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