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31회)
기어시스템의 변화 – ‘메이드 인 재팬’의 경우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생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프랑스의 미첼(MITCHELL)과 스웨덴의 ABU 등 유럽제 스피닝릴의 전성시대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낚시 시장에는 일본제 스피닝릴이 서서히 침투하고 있었다. 낮은 생산단가와 쓸만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의 릴 공장에서는 이미 셰익스피어(Shakespeare), 플루거(Pfluger) 등 미국의 유명 상표를 붙인 ‘메이드 인 재팬’ 스피닝릴이 포장을 마치고 수출을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일본제 스피닝릴은 세계 스피닝릴 시장의 점유율만 높여갔던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기술개발이 뒷받침되고 있었는데, 스피닝릴을 구동하는 기어시스템마저 ‘메이드 인 재팬’으로 변화시키기에 이르렀다.
1966년 오모리제작소(大森製作所)가 최초로 개발한 믹스된 기어시스템, 하이포이드 페이스기어(hypoid face gear)를 탑재한 ‘마이크로7DX’.
1960년 이후 일본산 스피닝릴 확산 시작
일본제 스피닝릴이 전 세계를 잠식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일본의 릴 제조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는 것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단련된 기술력에 값싼 노동력이 더해지면서 쓸만한 품질의 릴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은 1931년에 최초로 상업용으로 릴을 생산, 판매했다고 할 정도인데, 섬나라 특성 때문인지 낚시도구의 발달과 개발에 열정이 유별난 것은 예로부터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피닝릴에 최적인 기어시스템을 개발한 것이 바로 일본의 릴 메이커였다.
1952년에 사이타마(埼玉)현에서 창업한 중소기업 ‘오모리제작소(大森製作所)’는 숙련된 기술력으로 미국의 ‘셰익스피어’, ‘플루거’ 등의 스피닝릴을 대리 생산해 수출하고 있었다. 내수품에는 ‘다이아몬드 릴’이라는 상표를 붙여 유통했다. 1960년에 들어 미국 시장을 휩쓸던 유럽제 스피닝릴은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미첼 시리즈와 스웨덴의 ABU카디날 시리즈. 미첼의 스피닝릴은 베벨기어(일부 스파이럴 베벨기어)를 사용하였고 ABU카디날 스피닝릴은 웜기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두 가지 구동 방식은 모두 고가의 생산설비와 정밀성을 요구하는 기술력이 필요해 생산성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중소기업으로서는 이윤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오모리제작소는 웜기어로 작동하는 스피닝릴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으나, 생산단가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여 낚시도구 전용의 새로운 기어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제조단가가 비싼 베벨기어(좌)와 스파이럴 베벨기어(중앙). 성능이 나빠도 제조단가가 저렴한 페이스기어(우).
하이포이드기어(좌)와 스피닝릴에 사용하는 하이포이드 페이스기어(우)의 일러스트.
기어의 중심축이 어긋나게 배치된 것은 비슷하지만, 각각 기어 단면형태가 다르다.
미국 수출모델 ‘Shakespeare SIGMA035’ 스피닝릴의 내부.
역시 하이포이드 페이스기어를 볼수 있다. 1979년 제품.
스피닝릴 전용 기어의 등장
1966년에 오모리제작소가 처음 개발한 스피닝릴 전용 기어시스템은 연재의 지난 기사에서 여러 차례 ‘하이포이드 페이스기어(hypoid face gear)’라고 불렀다. 그 기어시스템이 오늘날 대부분의 스피닝릴 메이커가 채용하고 있는 바로 그 기어다. 현재 시마노, 다이와는 물론 세계 대부분의 릴 메이커가 오모리제작소가 처음 개발한 이 기어를 사용하여 스피닝릴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실은 이 ‘하이포이드 페이스기어’라는 명칭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 이름도 붙어 있지 않은 완전한 ‘스피닝릴 전용’ 기어다. 명칭의 유래는 자동차의 변속기어에 사용하고 있는 ‘하이포이드기어(hypoid gear)’에서 빌려온 것으로 일본의 낚시인 일부가 적당히 가져다 붙인 이름이다. 하이포이드기어는 스파이럴 베벨기어(spiral bevel gear)의 축 중심을 어긋나게 배치한 것으로 자동차용 변속기의 감속기어에 사용하는 바로 그것이다.
유럽제 릴 전성시대에 미첼의 스피닝릴에 주로 사용되었던 베벨기어와 스파이럴 베벨기어는 제조에 어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들을 생산하는 기계, 기어를 깎아 만드는 공작기계가 매우 고가인 데다 특정 회사제품밖에 없었다고 한다. 미첼은 1980년대에 이르러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만들기 쉽고 저렴한 ‘페이스기어(face gear)’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1966년, 오모리제작소는 바로 이 생산단가가 싸고 만들기도 쉬운 페이스기어를 이용해 마치 하이포이드기어와 같이 축 중심이 오프셋 된 형태의 기어를 만들어 내서 신모델 스피닝릴을 생산했다. 그때 모델이 미국 브랜드인 ‘셰익스피어2200(일본 내수 모델, 마이크로7DX)’. 오모리제작소는 이 새로운 기어시스템에 당시에는 특별한 이름을 붙이지 않고 그저 “믹스된 기어시스템”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전에는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기어시스템이 들어있는 이 신모델 스피닝릴은 낮은 가격과 편리한 핸들 좌우교환 기능에 더해 기어의 강도, 내구성이 우수한 것은 물론, 릴링 감이 마치 웜기어를 사용하는 고가의 스피닝릴과 다를 바 없이 매끄러운 감촉으로 인기가 높았다. 나아가 당시 미국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자랑하고 있던 프랑스 미첼의 지위를 흔들어놓을 정도였다.
1980년에는 리어드랙 스피닝릴도 개발
오모리제작소는 이렇게 스피닝릴 전용 기어시스템을 개발했으면서도 특허권을 설정하지 않고 기술 공개를 했던 것 같다. 순식간에 다른 모든 스피닝릴 메이커들이 오모리제작소의 기어시스템, 이른바 스피닝릴 전용 기어, 하이포이드 페이스기어를 모두 다 채용하여 스피닝릴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오모리제작소의 이 기어시스템은 스피닝릴의 세계표준이 되었다.
오모리제작소의 기업 로고를 들여다보면 팔각형이 그려져 있고 그 내부에 기어의 스파이럴 모양을 그려놓았는데, 바로 자신들이 개발한 기어의 형상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도 오모리제작소는 스피닝릴에 대한 기술개발을 꾸준히 하였다.
새로운 기어시스템을 개발했음에도 웜기어를 사용하는 스피닝릴도 만들었는가 하면 1980년에는 리어드랙 스피닝릴을 개발하여 전 세계 스피닝릴의 모습을 또 한 번 단숨에 바꾸기도 하였다.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개성미와 기술력을 자랑하던 오모리제작소. 낚시의 역사, 특히 스피닝릴 개발 역사에 있어서 대단한 업적을 남긴 회사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중소기업으로서의 독특함, 낚시 시장을 리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다이와, 시마노와 같은 대형 조구업체의 제품과 비슷한 제품만으로 쫓아가다가 1990년대 초반에 역사의 종지부를 찍었다.
팔각형과 기어 모양이 어우러진 오모리제작소(大森製作所)의 기업 로고.
내수 브랜드 명칭은 ‘다이아몬드 릴’이었다.
1976년에 생산한 ‘Pro Line 101’. 이미 새로운 기어시스템을 개발하고 10년이 흐른 시점에서 굳이 웜기어로 작동되는 스피닝릴을 만들었다.
오모리제작소(大森製作所)의 장인 기질을 볼 수 있는 모델.
오모리제작소(大森製作所)의 전성기 1980년에 등장한 MI-CON 스피닝릴.
이 모델로 인해 세계적으로 리어드랙 붐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