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를 글루텐에서 옥수수로 바꾸자 4짜 붕어가 걸려들었다. 천류 운명 4.8칸 대로 40.5cm 붕어를 걸어 파이팅을 벌이는 필자.
40.5cm 붕어 계측 장면.
40.5cm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한여름 대낮에 4짜를 만나니 너무 반갑고 신기했다.
연일 폭염 경보와 외부활동 자제를 당부하는 문자가 오고있다. 1년 내내 쉬지 않고 낚시를 즐기는 필자도 올해 더위는 더욱 악랄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찍 찾아왔고 기세가 강렬하다. 그리고 붕어 또한 입을 닫아 버렸다. 어딜 가든 꽝 또는 잔챙이 붕어, 운 좋으면 월척급 낱마리로 힘든 낚시를 이어가던 중 작년 여름에 떼월척을 낚았던 완도호가 떠올랐다.
작년에 운 좋게 붕어가 잘 나온 것인지 아니면 원래 완도호에서 여름낚시가 잘 되는 것인지 검증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번에도 붕어가 잘 나온다면 완도호를 확실한 여름낚시터로 낚시춘추 애독자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좀 더 신중한 분석을 위해 작년에는 오후에 가서 밤낚시 후 아침 일찍 철수했지만 이번에는 새벽 일찍 출발해 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글루텐 넣자마자 솟구치는 붕어들
7월 1일 새벽 5시에 집을 나와 6시40분경 완도호에 도착. 검증을 하러 왔으니 이왕이면 낚시를 안 해봤던 포인트를 찾았다. 여러 포인트를 둘러보던 중 배수장 옆의 본류와 연결되는 짧은 수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뭔가 마름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키며 도망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빡빡하지 않은, 적당한 마름과 약간의 부들 그리고 고기의 파장까지. 더 이상 둘러볼 필요도 없이 포인트로 결정하고 자리를 잡
았다.
평균 수심이 80cm, 깊은 곳이 90cm가 나왔다. 곧바로 글루텐을 비볐다. 마름 주변부터 3대째 펴고 있는데 왼쪽 짧은 대의 찌가 예쁘게 올라왔다. 챔질해보니 8치 붕어. 그 후로 글루텐을 넣기 바쁘게 8, 9치가 번갈아가며 올라왔다.
아침 입질이 매우 활발했고 9치만 되어도 대의 휨새가 엄청나서 월척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본격 여름 시즌이 시작된 이후 부족했던 손맛을 월척 힘 뺨치는 8, 9치로 10여수 이상 낚아내자 너무 재미 있었다.
그때 건너편 연안 가까이 던져 놓은 천류사의 운명 5.6칸대의 찌가 옆으로 게걸음을 치고 있었다. 황급히 챔질하니 36cm가 올라왔다. 그 후로도 입질은 지속됐으나 해가 중천에 뜰 때부터는 짧은 대보다는 긴 대를 중심으로 입질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마름 쪽에 편 대들은 입질이 활발했으나 이상하게 부들 가까이 붙인 대에는 입질이 없었다. 작년 여름에도 같은 현상이었다. 이 같은 점으로 볼 때 최소한 완도
여름낚시에서는 부들 포인트는 피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였다.
오후 2시10분에 올라온 40.5cm 붕어
한낮이 되자 아침보다는 입질이 뜸해졌지만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다. 역시 8, 9치급이 가장 잘 낚이는 씨알이었다. 오후 1시30분경. 이번에는 마름 사이를 노린 좌측 짧은 대의 찌가 그림처럼 올라왔다. 34cm짜리 붕어였다. 8, 9치급 잔챙이 속에서 월척을 뽑아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손맛은 충분히 봤기에 좀 더 굵은 씨알을 낚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끼를 옥수수로 바꾸고 짧은 대 몇 대는 접은 후 긴 대를 몇 대 더 폈다.
오후 2시10분경. 맹탕에 펴놓은 운명 4.8칸 대의 찌가 살짝 들리더니 옆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챔질 순간 엄청난 힘이 전달됐다. 상당한 크기의 붕어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맹탕에 수심까지 얕아서인지 입질이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손맛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조심조심 붕어를 뜰채에 담아 꺼내보니 지금 시기에는 보기 힘든 엄청난 크기의 붕어가 아닌가! 그것도 가장 더운 오후 2시10분 한낮에 말이다. 계측해보니 40.5cm.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이튿날 출조한 흥양붕어TV 이민성 씨도 초대박
그 후로 오후 2시45분에 36.5cm, 2시48분에 38cm가 나오며 대흥분의 낚시가 이어졌다. 한여름에 이렇게 잘나오는 곳이 또 있을까? 봄에도 이 정도 조과는 대박인데 한여름에 이런 대물이 쏟아지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손맛을 충분히 봤고 검증도 끝났으니 오후 4시경 천천히 정리를 시작하였다. 4짜 1마리, 허리급 3마리, 월척 1마리, 8치와 9치 20수 이상의 엄청난 조과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고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귀가 후 유튜버 흥양붕어TV 이민성 운영자에게 전화해보니 강진 금사지에서 촬영 중이었다. 완도호 소식을 전하며 “새벽까지 입질이 없으면 완도호로 아침장을 보러갈 것‘을 권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에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새벽에 금사지에서 완도호로 이동한 이민성 씨의 목소리였다. 허리급 마릿수에 월척까지, 세상에 이렇게 잘 나올 수 있나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완도호 상류권. 필자와 흥양붕어TV 운영자 이민성 씨가 낚시한 곳을 표기했다.
상류 배수장 옆 수로에 자리를 잡은 필자.
드론으로 촬영한 완도호 전경. 이번 취재로 한여름에 굵은 붕어를 배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름 주변에 세운 찌들. 여름 완도호에서는 부들보다는 마름 옆을 노리는 게 유리했다.
이민성 씨가 올린 38cm 붕어.
흥양붕어TV 이민성 씨가 낮낚시로 거둔 조과. 38cm 3마리 포함 허리급 10수, 월척 4수를 낚았다.
옥수수를 물고 나온 38cm 붕어. 글루텐에는 끝없는 마릿수 조과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