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산 위로 덮인 안개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동출한 조영익 씨가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대 펴는 도중 30.5cm를 올린 홍순진 씨.
도암댐의 상류 구간에 해당하는 낚시터
내비에 찍히는 거리는 약 200km인데 2시간 반이나 걸린다는 걸 보니 고속도로에 휴가 차량이 많은 듯 했다. 필자보다 조금 일찍 출발한 홍순진 씨는 아침 7시 무렵 현장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30분 후 “진흙탕에 차가 빠졌다”며 견인 로프를 챙겨오라고 했다. 부지런히 달려가 차를 빼준 후 함께 상류로 이동했다.
지인이 알려준 곳으로 가니 주차하기 좋은 공터와 포인트가 나왔다. 도암댐 전체로 볼 때는 상류에 해당하는 구간으로 용평 시내와 골프장을 거쳐 흘러드는 삼현동천 줄기였다.
이곳에서 비탈길을 내려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왼쪽 하류로 내려가면 수심이 얕고 유속이 있으며 오른쪽 상류권으로 올라가면 필자 일행이 도착한 곳이 나왔다. 현지인도 이곳을 주로 찾는다고 했다. 아쉽게도 도암댐에서 유일하게 낚시가 가능한 자리였다.
그곳에는 파라솔 두 개가 설치돼 있었다. 한 분은 동해시에서 오셨다고 하고 한 분은 강릉시에 사는데 저녁 무렵 도착하여 밤낚시를 하시고 아침에 퇴근을 하신다고 했다. 그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조금 상류쪽에 홍순진 씨와 내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조영익 씨는 현지인 두 분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건너편은 암벽이 수직을 이루고 있는 급경사이며 물이 돌아나가는 자리라 수심이 꽤나 깊어 보였다. 우리가 자리한 곳은 모래둔덕인데 물 쪽으로 한 발짝만 더 들어가면 뻘이었다. 하지만 뻘이 그다지 깊지는 않아 그곳에 좌대를 펴고 텐트를 올려 3박 일정을 보낼 편안한 자리를 만들었다.
앞쪽으로 말풀과 비슷한 수초가 있어 주변으로 찌를 세워보니 70cm 정도로 수심이 얕았다. 조금 긴 대를 던지면 2m 전후의 깊은 수심을 보였다. 하지만 수심 편차가 너무 심해 찌를 세울 때마다 찌 높이가 달라져 애를 먹었다.
몇 번을 던지며 포인트를 찾아 3.2칸부터 4.2칸까지 모두 9대를 편성하였다. 대 펴는 중에 입질은 계속 들어왔지만 챔질하면 빈바늘만 나왔다. 그때마다 옥수수가 말끔하게 없어졌다.
가끔씩 불거지(수컷 피라미)와 모래무지만 걸려 나왔다.
이곳의 바닥 지형은 모래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였고 그로 인해 바닥이 굴곡을 이루는 것 같았다. 현지인들은 글루텐과 곡물 떡밥을 미끼로 사용했지만 필자는 반응을 보기 위해 옥수수를 먼저 사용하기로 했다.
홍순진 씨에게 연타로 찾아온 38.5cm 붕어
대편성 중 옆자리의 홍순진 씨 쪽에서 날카로운 챔질 소리가 들렸다. 이내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저항하는 것으로 보아 씨알 좋은 붕어가 나오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설마 이 대낮에 붕어가 나올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뜰채에 담긴 붕어를 보고 나서야 대물 붕어가 이렇게 쉽게 나오나 싶어 대박을 맞을 꿈에 부풀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 대에 옥수수를 달아 던져 놓고 두 대째 편성 중 처음 던져 놓은 미끼에 대물 붕어가 낚였기 때문이다.
계측자에 오른 붕어는 39.5cm. 4짜에는 약간 미치지 못하는 붕어였지만 우리에게 대단한 희망을 주는 붕어였다. 이곳을 알려준 지인의 말에 의하면 허리급 붕어까지는 그런대로 나오며 주종은 8~9치라는 말을 들었었기에 의외의 대물에 기대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물 붕어 한 수를 낚고 대편성을 마치고 나니 이내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다. 타프를 치고 그늘을 만들어 3일 동안 머물 본부석을 준비하였다. 서울보다 기온이 6도 정도 낮다는 말처럼 그늘에만 앉아 있으면 그리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텐트 안에 있으니 선풍기 없이도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쾌적했다.
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점에 홍순진 씨가 또 다시 강한 챔질을 하였다. 이내 낚싯줄 우는 소리와 동시에 큰 물보라가 일었다. 그렇게 나온 붕어는 첫수와 비슷한 38.5cm의 대물 붕어였다. 큰 붕어가 연타로 나오면서 초대물에 대한 희망은 끝없이 높아지고 있었다.
6월부터 10월까지가 도암댐 붕어낚시 시즌
도암댐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의 계곡을 막아 건설한 것으로 송천이라는 하천을 막아 생긴 산 속 호수이다.
도암댐 물은 도수터널(15.6km)을 통해 강릉시 남대천으로 보내진다. 즉 취수탑을 통해 들어온 물은 자연의 순리를 벗어나 터널을 통해 동해로 흐르게 되고, 그렇지 않은 물은 정선과 영월을 지나 남한강을 통해 서해로 흐르는 것이 원래의 물길이다.
도암댐은 대관령IC를 나와 용평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을 지나 약 20km 거리에 있다. 주변에 동계올림픽 경기장과 알펜시아리조트, 안반데기 등이 있다.
대체로 급경사 지역이 많아 포인트는 상류로 한정되며 그나마 있는 대부분의 진입로를 막아 놓아 접근이 쉽지 않다. 여름 장마로 새물이 유입될 때는 최상류권에 포인트가 형성되며 가을에는 중하류권 골자리의 수심 깊은 3m권에 포인트가 형성된다.
한편 우리가 낚시한 곳은 많은 골프장과 용평 시내를 통과한 물이 흘러드는 곳이라 수질이 그리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 물 위로 많은 부유물이 떠 있었고 낮에는 유속이 있어 낚시에 어려움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자리 잡기가 불편하고 수심이 깊어 긴 대 위주 대편성이 필요했다.
떡밥을 묽게 반죽하여 사용하면 ‘긴꼬리 붕어’가 마릿수로 나온다고 들었지만 필자는 그런 붕어를 만나지는 못했다.
그 외에 갈겨니, 돌고기, 버들치, 피라미 그리고 모래무지 등의 어종과 천연기념물인 어름치도 종종 낚였다. 이런 잡고기들은 낮에 활동이 왕성하여 미끼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특히 찌가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잠시 후 들어보면 옥수수가 없거나 껍질만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다.
미끼로 버들치와 마자 새끼를 사용하면 굵은 씨알의 붕어가 나온다고 하는데 그런 미끼를 보지 못했다. 또한 현지인 중에는 산지렁이를 잡아 미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도 현지인이 남겨놓은 산지렁이를 미끼를 사용해 보았지만 잡어가 순식간에 따먹어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도암댐은 전체적으로 붕어낚시 시즌이 짧은 편이다. 고지대라 그런지 본격적인 낚시 시즌은 6월이 되어야 가능하며 수온이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하는 10월에는 참붕어를 미끼로 사용하면 큰 씨알의 붕어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밤에는 침낭 필요할 정도로 기온 내려가
밤이 되어 옥수수어분글루텐을 반죽하여 미끼에 변화를 주었다. 어둠이 내린 이후로는 잡고기들의 성화는 뜸했다. 허나 붕어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씩 입질은 있었지만 여전히 잡고기만 나왔다. 늦은 밤까지 낚시를 이어갔지만 6치 정도의 붕어만 한 수 만날 수 있었다.
밤 11시가 되어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새벽에는 너무 추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혹시나해서 가지고 갔던 오리털 침낭을 펴고서야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이곳에 살면 열대야라는 말은 모를 것 같았다.
다음날 동이 트고 나니 구름이 산자락을 감아 돌았다. 순간 이곳이 산신령이 사는 무릉도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풍경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아침식사 후 둘째 날 낚시를 이어가며 전날과 같은 대물 붕어가 나와 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집중해 보았지만 여전히 잡어 성화만 있었다.
다시 저녁이 되어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낚시를 시작하였다. 밤이 으슥해질 무렵 멋진 찌올림 끝에 붕어가 한 수 나왔고 씨알은 29.5cm의 준척이었다. 이날 밤 홍순진 씨도 6치 정도의 붕어를 한 수 추가했을 뿐 더 이상의 붕어는 나오지 않았다. 이날 새벽도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바람막이 점퍼 정도는 꼭 있어야 했고 잠을 자려면 두꺼운 침낭은 꼭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날이 밝자 밤새 낚은 잡어들로 매운탕을 끓여 먹었다. 아침식사를 하며 3박 일정을 2박으로 줄여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기온이 낮아 한여름 피서 낚시에는 좋았지만 그늘이 없고 수질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가 않아 몸을 씻을 수는 없었다. 또한 현지인의 말에 의하면 높은 산속 호수이다 보니 급경사 지역이 많아 접근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고 그나마 진입로를 막아 놓아 물가로 갈 수가 없었다.
이번 탐사낚시 2박 일정 동안 대물 붕어 2수를 만나기는 했지만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특히 물가로의 힘든 진입 여건, 그늘의 부재, 좋지 못한 수질, 유속 등의 어려움이 따랐다.
다만 낚시가 아니라면 도암댐 주변의 경치가 너무 좋아 드라이브 코스로는 좋았다. 그리고 안반데기 고원은 밤하늘의 별을 보기 아주 좋은 곳이라고 하니 한 번쯤은 찾아 볼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날 낚은 고기 중에는 처음 보는 종류가 꽤 많았다. 전문 낚시인으로서 그동안 몰랐던 물고기가 이렇게 많았다는 걸 알고 부끄러움이 앞섰다.
내비 입력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 산 50-14(상류 방향에서 진입할 경우 내비 안내가 끝나기 200m 전에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첫날 39.5cm와 38.5cm를 연타로 올린 홍순진 씨.
드론으로 촬영한 포인트. 인근에서 이곳에서만 낚시가 가능했다.
낚시텐트 안에서 바라본 모습. 예상 외로 수질이 좋지 않았고 부유물도 많았다.
일행이 올린 조과.
드론으로 촬영한 상류권. 맨 우측 구석에 필자 일행의 낚시자리가 보인다.
드론으로 촬영한 최상류.
대관령 산간도로에 낀 안개.
대형 갈겨니로 추정되는 물고기도 걸려 나왔다.
둘째 날 저녁식사. 기력 회복을 위해 고기를 구어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