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도 고래여에서 77cm 돌돔을 낚아 돌돔 한국 기록을 경신한 이재화 씨. 철수 직전에 기념사진을 찍었다.
2025년 9월 5일, 운명의 다랑도 고래여에 상륙
지난 9월 4일, 광주광역시 서구 매월동에 위치한 출조 전문점 마루피싱을 통해 돌돔 출조를 예약했으나 높은 너울로 취소가 되었다. 하루 늦춘 9월 5일 금요일로 예약 변경 후 출조 준비를 하는데 마루피싱 정종수 대표님으로부터 “궂은 날씨 탓에 성게 작업이 안 돼 미끼가 없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행히 수소문 끝에 1인당 성게 3kg, 전복 500g을 어렵게 구해 출조할 수 있었다.
마루피싱 정종수 대표님, 이근종 님, 그리고 필자 3명이 단출하게 차를 타고 고흥 녹동항으로 향했다. 이날 우리가 이용할 선박은 녹동항의 대박호. 류태중 선장님의 배였다.
목적한 포인트는 녹동 근해인 다랑도의 고래여. 베테랑이신 정종수 대표님이 선정한 포인트였다.
새벽 2시경 포인트에 도착한 우리는 3명이 모두 함께 내려 하루낚시를 즐겨보기로 했다. 고래여 1번자리에 필자, 2번자리에 이근종 님, 3번자리에 정종수 대표님이 자리를 잡았다. 짐 정리가 끝나자 정종수 대표님이 내 자리로 와 공략 지점과 들썰물 방향을 설명하신 뒤 본인 자리로 돌아가셨다.
이날 사용한 나의 장비와 채비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낚싯대는 광양로타리낚시점에서 출시한 신제품 돌돔대 그랜드몬스터, 릴은 다이와 겐파오50, 원줄은 카오스 티라노 블랙18호, 봉돌은 70호, 바늘 채비는 마루피싱 정종수 대표님이 직접 만든 와이어 3단차바늘이었다.
이재화 씨가 77cm 돌돔을 낚았던 다랑도 고래여 1번포인트. 77cm 돌돔은 여전히 어두운 새벽 4시경에 입질했다.
돌돔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47리터짜리 대장쿨러에 물을 담아 보관했다.
녹동항으로 철수해 계측한 사진. 꼬리지느러미가 79cm를 가리키고 있으나 계측자의 오류가 발견돼 77cm(잠정기록)로 정정됐다.
최종 공인 기록은 12월에 열리는 한국낚시최대어상심사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새벽 4시에 들이닥친 정체불명의 입질
낚싯대 거치대와 끝보기 케미까지 쌍포로 준비를 마친 뒤, 전방 우측 발앞과 40~50m 거리 안쪽의 바닥 지형을 30분 가량 찍어봤다. 그때가 대략 새벽 3시30분. 이후 잠시 휴식 타임을 가졌다. 그 사이 장비 세팅을 마친 정종수 대표님이 내 자리로 놀러왔다. 이때, 들물 타임인데도 조류가 썰물 방향으로 묵직하게 흘렀다. 조류를 살피던 정종수 대표님이 뭔가 감이 오는지 “어두운 새벽에도 한방이 있으니 유의하라”고 조언한 후 부족한 잠을 자러 가셨다.
나는 일단 낚싯대 한 대만 채비를 세팅한 후 우측 발 앞 35m 지점에 던져 넣었다. 그런 후 이근종 님 자리로 놀러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새벽 4시경이 됐을 때 이근종 님의 초릿대에 통통 치는 입질이 들어왔다. ‘어라 진짜 입질이 오네?’ 곧바로 내 자리로 돌아온 뒤 긴장한 채 대기했다. 와이어 3단차바늘에 성게 한 알. ‘전복 깍뚜기’ 한 개를 꿴 후 새벽에 찍어놓았던 35m 지점에 캐스팅 후 의자에 앉아 성게 가시를 정리했다.
그리고, 고작 1분도 안되 내 낚시 인생 최고의 순간이 찾아오고 말았다. 예신도 없이 거치해 둔 돌돔대가 수면으로 박히는 게 아닌가! 겐파오50릴의 70% 수준까지 잠가 놓았던 드랙이 인정사정 없이 풀려나갔다.
빛보다 빠른 스피드로 달려가 낚싯대를 뽑은 후 버텨보는데 힘이 상상 이상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파워에 ‘미터 급 참돔이나 혹돔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내 돌돔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배를 깔고 버티는 특유의 움직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초반 스퍼트는 잘 버텼지만 더 이상 리드를 빼앗겨선 안 되겠다는 판단에 드랙을 최대치로 잠갔다. 릴 카운터상 20m 정도 당겨 들였을 때 녀석이 두 번째 힘을 쓰며 다시 우측 수중여 방향으로 20m나 달아났다.
그때의 힘은 감당 불가! 원줄 텐션만 유지하며 높은 자리에서 우측 갯바위 끝으로 급하게 이동하며 릴을 감았다.(이 모습을 본 이근종 님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어느새 내 자리로 와 있었다)
카운터상 15m의 거리가 남아있을 즈음 녀석이 다시 숨은 여 사이로 박아버렸다. 깜짝 놀랐지만 텐션을 유지한 채 20초 정도 기다리며 낚싯대를 2~3번 툭툭 튕겨주었다. 그러자 놈이 다시 숨은여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후 다시 힘을 쓰는데 이번에는 초반보다 더 강력한 저항으로 나를 당황케 만들었다. 최후의 발악이었을까? 초릿대까지 물속에 박힌 상태로 한참을 버티자 드디어 녀석의 힘이 약간씩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7짜가 넘는 씨알에 탄성이 터졌다
‘도대체 이 녀석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카운터상 거리가 점차 좁혀지더니 드디어 놈이 수면에 올라왔다. 어른거리는 돌돔 특유의 줄무늬 실루엣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 거대한 어체를 목격한 우리는 동시에 “6짜다!”라고 소리쳤다.
이근종 님이 급하게 뜰채를 조립해 드리웠다. 그러나 프레임 지름이 50cm짜리라 돌돔의 머리만 들락날락 할 뿐 단번에 떠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이근종 님의 노련한 뜰채질로 뜰채에 담는 데 성공!
그러나 문제가 또 있었다. 녀석이 너무 무겁다보니 갯바위 벽을 따라 들어 올리는 게 불가능했다. 그제야 나는 이놈이 7짜는 넘을 것 같다는 예상이 들었다.
프레임만 들어서는 뜰채가 부러질 것 같아 이근종 님과 함께 프레임을 들고 안전지대까지 끌어올렸다. 그 순간 이근종 님이 “7짜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목소리가 너무 커서 옆에 다른 낚시인들이 있었다면 미친놈들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휴식 중이던 마루피싱 정종수 대표님이 뭔 난리냐며 황급히 우리 자리로 달려오셨다. 아마도 6짜 정도 되는 녀석을 낚은 걸로 판단하신 듯했다. 그러더니 막상 실물을 본 정종수 대표님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7짜가 훨씬 넘어 보이는 돌돔을 본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이때가 새벽 4시20분경이었고 파이팅에 소요된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늘 조행을 격려해 준 가족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뜰채에서 놈을 꺼낸 후 보니 정확히 입술 옆에 바늘이 박혀 있었다. 원줄은 20m가량 쓸려있었다. 다행히 새로 감은 줄이라 터지고 않고 잘 버텨준 것 같았다.
이렇게 큰 고기를 꿰미에 걸어두기에는 불안해 가져간 47리터 아이스박스에 넣고 기포기를 돌렸다. 날이 밝은 후 낚시를 하는 둥 마는 둥 시간을 보내다 48cm 한 마리를 추가로 낚고 낚시를 마무리했다.
돌돔낚시 두 번째 출조 만에 역대급 기록어를 올린 이 기분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찌낚시는 나름 경력이 있는 터라 한국프로낚시연맹 전서지부에서 활동하며 2022년 랭킹 3전 우승, 2024년 랭킹2전과 3전 준준우승, 2024년 종합 챔피언도 해봤지만 이번에 낚은 기록급 돌돔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출조에서 대물을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께 낚시춘추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가장 먼저 행복한 낚시를 다녀올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피곤하신데도 장비 세팅은 물론 운전까지 해주신 정종선 마루피싱 대표님, 무사히 녀석을 끌어낼 수 있도록 뜰채질을 도와주신 이근종 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황소와 같은 돌돔을 올릴 수 있도록 잘 버텨준 광양 로터리낚시의 그랜드몬스터 낚싯대에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녹동 대박호 류태중 선장님, 기록 공인받을 수 있는 낚시춘추에 제보를 도와주신 고흥 실전낚시 김지송 대표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철수길에 대박호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필자.
광주로 철수한 뒤 횟집 수족관에 보관 중인 77cm 돌돔. 같은 날 올린 48cm 돌돔이 왜소해 보인다.
다이와 겐파오50릴과 마루피싱 정종수 대표님이 만들어주신 와이어 3단차바늘 채비.
돌돔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그랜드몬스터 낚싯대.
돌돔낚시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광양로타리낚시점의 신제품 돌돔대 그랜드몬스터.
저울에 올린 77cm 돌돔. 9.8kg가 나왔다.
광주광역시 서구 매월동에 있는 마루피싱.
지름 50cm 뜰채 프레임과 비교되는 77cm 돌돔의 자태.
☞ 낚시춘추는 지난 1981년부터 한국낚시최대어상심사를 실시해 올해로 45회째를 맞는다.
이 자리에는 유명 어류학자, 어탁가, 낚시협회 임원, 조구업체 대표, 유명 낚시인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기록을 객관적으로 산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력 인사들로 구성한 최대어 심사위원단을 운영 중인 기관 또는 언론사는 낚시춘추가 유일하다. 다만 낚시춘추에서는 접수된 기록물(사진 자료 및 동영상, 어탁 등등)을 심사위원들에게 제출할 뿐 심사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이번 이재화 씨가 낚은 77cm 돌돔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 최종 길이가 결정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