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17 양일간 중국 길림성 메하구시에서 이색 배스낚시가 열렸다. ‘2025 지린은행배 매하구 국제루어대회’로 명명된 이 대회는 양식 배스를 방류해 대회를 연 것으로, 중국 전역에서 16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도심 속 15만평짜리 인공호수에 7천만 원어치의 양식 배스를 방류했으며 마릿수는 1만5천 마리에 달한다. 양식 배스를 풀어 국제루어낚시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일 것으로 보여 그 현장을 스케치해보았다.
하이롱호수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선수들의 낚시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생소한 모습에 비가 오는 중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인천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한 선수단. 가운데는 선수단을 인솔한 NS 김정구 대표.
NS 장현일 프로스탭이 연타로 배스를 걸어내는 장면.
지금껏 수많은 배스낚시 대회를 취재했지만 이번 취재만큼 독특한 대회는 처음일 것 같다. 지난 8월 16~17일 양일간 열린 ‘2025 지린은행배 매하구 국제루어대회’는 중국 길림성의 작은 도시인 매하구시에서 열렸다. 매하구시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로 NS의 중국 현지법인인 매하어구가 있는 도시이다. 아마도 낚시인들이 매하구시라는 지명을 들어본 것은 NS 관련 기사나 방송을 통한 것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소도시에서 전국 규모의 큰 대회가 열린 계기는 이렇다. 최근 매하구시는 지난 몇 년에 걸쳐 도시를 대폭 정비하면서, 위생과 질서 면에서 여느 대도시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대회 기간에 매하구시에 머무는 동안 촬영팀과 한국 선수들 모두 너무나 청결한 도시, 시민들의 질서의식에 깜짝 놀랐다. 불과 몇 달 전 다녀온 천진과 위해보다도 더 수준이 높아보였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전임 시장의 강도 높은 질서와 위생 계몽(?) 정책을 잘 계승한 현 류티에 시장의 노력 때문이라는 게 현지 반응이었다. 4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시장에 당선된 류티에 시장은 매하구시를 더욱 발전시키고 홍보할 여러 방안을 찾던 중, 3개월 전 매하어구를 방문한 NS 김정구 대표로부터 배스낚시대회 개최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게 됐다고. 평소 루어낚시를 좋아하고 취미로 갖고 있는 류티에 시장은 중국 젊은 낚시인들이 루어낚시에 심취하고 있다는 점을 착안, 김정구 회장의 건의를 즉각 실행에 옮기게 됐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매하구시에는 배스가 서식하는 호수나 강이 없었던 것. 이에 그 누구도 상상 못한 기획을 준비했다. 하이롱호라고 불리는 15만 평짜리 인공호수에 양식 배스 1만5천만 마리를 방류해 대회를 치르기로 한 것이다. 금액으로는 한화 7천만 원어치다.
중국에서 배스는 식용으로 인기 높은 양식 어종
여기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중국의 현실을 또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양식업에 있어 이미 세계적 수준인 중국에서는 배스가 고급 식용어로 각광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양식되는 양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이번 대회 때 방류된 배스들의 평균 씨알은 30cm전후 급이었는데 아무래도 ‘식용에 적당한 사이즈’가 아니었나 싶다. 양식 배스들은 대회 5일 전 전격적으로 방류돼 ‘현지적응’을 마쳤다.
과연 사료만 받아먹던 양식 배스들은 루어에 반응을 보일 것인가? 루어에 반응을 보인다면 어떤 패턴으로 입질을 할 것인가? 등등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벤트에 관심이 쏠렸다.
참고로 이번 대회의 모든 비용과 상금은 대회 주최자인 메하구시 측에서 지급했다. 함께 열린 지역 맥주축제와 더불어 이번 이벤트에 들어간 총 비용은 8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1등 상금이 한화 2천 만원에 달하다보니 중국 남쪽 지역에서도 선수들이 찾아왔다. 운전해 오는 데만 이틀이 걸렸다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이번 낚시대회에서 NS는 상품과 모자를 후원했다. 중국 각지에서 참가한 160명의 선수가 전원 NS 모자를 쓰고 대회에 참가한다는 점에서 NS는 큰 홍보 효과를 누렸다는 평이다. 실제로 낚시대회 행사장에는 중국의 유력 방송사는 물론 낚시전문 방송사, 구독자 1천500만 명 이상인 인플루언서 등도 찾아와 대회 소식을 전했는데 대회 관련 소식이 틱톡을 비롯한 다양한 SNS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국 전역에 중계됐다.
NS가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던 이유는 현지법인인 매하어구 덕분이라는 후문이다. 매하어구는 매하구시 유일의 수출기업이다 보니 현지에서 누구나 선망하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NS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매하구시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이번 대회의 메인 후원사가 됐다고 한다.
시상식에 앞서 열린 식전 행사.
전야제에 참석한 내빈들.
하이롱호수 이정석 앞에서 기념촬영한 NS 프로스탭.
중국 전역에서 참가한 160명의 선수가 경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하이롱호수에 정박 중인 카약들. 2인1조가 교대로 카약을 바꿔 타며 경기를 벌였다.
상류 다리 부근에서 배스를 낚아낸 안지연 프로스탭.
사회자가 대회가 열릴 하이롱호수 포인트를 설명 중이다.
NS 중국 현지법인인 매하어구 건물.
매하어구 낚싯대 공장을 견학 중인 프로스탭들.
중국에서는 다른 대회 때도 양식 고기 방류해
이번 대회는 2인1조가 선수를 교대하는 카약낚시로 열렸다. 1인당 최대 5마리까지 낚을 수 있으며, 총 중량으로 순위를 정했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5마리를 낚아 복귀해 개량하고 선수를 교대하는 게 유리했다. 배스는 1마리 이상은 낚아야 선수 교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력 좋은 선수들끼리 조를 구성하는 게 유리한 대회였다.
한국에서는 주최측 메하구시의 초청으로 4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대회 메인 후원사로 참여한 NS의 서정은, 안지연, 장현일 프로스탭 그리고 올해 NS 엠버서더로 지명된 이상운 씨였다.
대회가 열린 하이롱호수도 특이한 장소다. 한국으로 보자면 일산 호수공원이나 잠실 석촌호수와 비슷한 입지 여건을 갖춘 도심 속 호수공원이다. 그러나 원래 호수가 있었거나 작은 둠벙을 준설한 것이 아니라 15만평의 맨땅을 파내 만든 인공호수다.
대형 호수도 인공으로 만들고, 없는 배스도 양식산을 방류해 국제대회를 치르는 클래스. 이에 대해 NS 김정구 대표는 “중국은 가능한 일도 안 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가능한 나라이다”라고 말하며 “중국은 현재 루어낚시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장비와 채비가 간편하고 폼도 나는 루어낚시는 취미와 레저가 다양하지 않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있다. 그 중에서도 배스낚시는 최고의 인기 장르로 성장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배스가 없어 양식산을 방류해 대회를 치르는데 어떻게 배스낚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말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간단했다. 이번 사례와 마찬가지로 양식고기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4차례나 중국 내 루어낚시대회에 참가했던 안지연 프로스탭의 말이다.
“중국에서 루어대회를 할 때는 늘 고기를 방류한 뒤 대회가 진행됐다. 강준치 같은 고기가 대표적인데 중국인들은 민물고기를 먹는 걸 좋아하다보니 양식량도 대단할 것으로 추측한다.”
2인1조 카약낚시로 진행, 느슨한 룰 적용에 당황
한국 선수단이 현지에 도착한 첫날인 8월 14일 오후에 곧바로 프랙티스가 진행됐다. 중국 선수들은 이미 전날 또는 오전에 도착한 터라 충분한 프랙티스를 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고작 2시간 남짓 밖에 낚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험은 충분했다. 워낙 많은 배스를 방류한 터라 루어를 던지는 족족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장현일 프로스탭은 “사료를 먹여 기른 배스들이라 루어를 낮설어하고 경계심을 갖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낚시해 보니 루어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깜짝 놀랐다. 사료를 받아먹던 습성 덕분에 뭔가 떨어지면 바로 반응한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즉 개체수가 많고 반응이 너무 빠르다보니 선수 간 실력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예측이었다. 장현일 프로스탭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8월 16일 첫날 경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배스가 속출했고 비슷비슷한 씨알 탓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가 된것이다. 특히 배스의 씨알이 30cm 내외로 잘다보니 가벼운 다운샷 또는 지그헤드 채비가 주로 쓰였고 심지어 산천어나 송어를 낚는 데 적합한 소형 스피너에 반응이 빠를 정도였다.
또 하나 눈에 띄었던 점은 의외로 느슨했던 경기 룰 적용이었다. 하이롱호수의 일부 구간에 로프를 걸어놓고 카약의 진입을 금지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를 주최 측에 클레임 거는 선수도 보기 어려웠다. 카약과 카약 간의 거리 유지 따위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범퍼카처럼 카약을 밀고 들어와 포인트를 공유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한국 같았으면 수없이 실격 판정이 나올 듯한 상황이 이번 대회에서는 일상처럼 전개되면서 이에 적응 못한 한국 선수들은 혼란을 겪었다. 이런 방식의 배스낚시 대회가 처음이라 그런 건지, 워낙 상금이 세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흔히 말하는 중국 특유의 ‘만만디’ 특성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이틀간의 치열한 경기 끝에 우승자가 결정됐고 우승 조에게는 한화 2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2등 조에게는 1천만 원, 3등 조에게는 5백만 원의 상금이 주어졌으며 50강 안에 든 선수들에게도 일정 금액의 상금이 전달됐다.
야시장애서 팔고 있는 번데기와 지네, 매미 등의 각종 곤충 요리.
첫날 대회를 마친 후 찾은 야시장. 다양한 볼거리가 눈길을 끌었다.
매하구시의 민속촌을 방문한 선수단.
선수 교대와 계량을 진행하는 본부석 일대.
장현일(맨 왼쪽) 프로스탭이 중국 선수들과 뒤섞여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국내 호수공원에서도 시도해볼만 하지만…
이번 대회는 여러 면에서 특색 있는 이벤트였다. 우선 한국에서는 유해어종으로 지정된 배스가 중국에서는 고급 양식 어종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이 특별 했다. 아울러 중국에서 양식되는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대회 때마다 방류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접근성 좋은 도심 속 호수에서 치러진 대회라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선수들의 낚시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배스낚시를 간접접으로 경험하고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을 심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에도 도심 속 호수공원이 많이 산재하고 어김없이 배스가 서식 중인 곳이 많다. 이번 대회처럼 한국에서도 이벤트 대회식으로 행사를 열어보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된다. 다만 한국에서는 배스가 유해어종으로 지정돼 있다보니 낚은 후 처리에 대한 문제를 놓고 의견이 크게 갈리는 것은 문제이긴 하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토착화된 어종인 만큼 재차 방류해야 한다’는 견해를, 또 다른 쪽에서는 ‘생태계가 더욱 망가지기 전에 살처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 중이다. 실제로 유해어종 퇴치를 앞세워 몇 차례 대회가 열린 적은 있으나 결국 갈등의 고리를 풀지 못해 중단됐다.
도시 홍보와 관광객 유지를 위한 시 차원의 낚시 이벤트 개최, 도심 속 호수공원을 대회장으로 이용한 배스낚시 홍보와 원활한 접근성, 미니 카약을 이용한 2인1조 릴레이식 대회를 통한 흥미 유발 등 2025 지린은행배 매하구 국제루어낚시대회는 많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던 대회였다.
유튜브 작약꽃TV 운영자 이상운 씨의 파이팅 장면.
1등을 차지한 선수 조의 기념촬영. 맨 왼쪽이 NS 김정구 대표, 맨 오른쪽이 류티에 메하구 시장이다.
전야제장에 집결한 선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시상식에 참석한 내빈들.
상류 다리에 몰린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구경하는 관광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