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라바는 원래 일본의 배낚시 어구에서 발전한 루어지만 2008년부터 한국에 상륙하여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일본의 어부들은 붉게 칠한 둥근 납덩어리에 여러 가닥의 화려한 술을 붙인 원시적인 루어로 참돔을 낚았는데 초기엔 ‘타이카부라’라고 불렀다. 이 타이카부라를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 조구메이커에서 개량하고 깔끔하게 디자인 해 팔기 시작하면서 일본 낚시인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타이라바는 인기 높은 바다 루어낚시 장르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2008년 6월 군산 고군산군도에서 첫 타이라바 탐사낚시가 성공을 거두면서 삽시간에 보령, 인천, 제주 해역으로까지 확산되었다. 특히 서해 군산과 보령에서는 감성돔낚시보다 더 인기 높은 장르로 각광받고 있다.
타이라바낚시는 기법 도입 초기 당시 러버지깅, 참돔지깅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타이라바란 이름으로 굳어졌다.
타이라바는 단순히 루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바라를 사용한 낚시를 뜻하는 낚시용어가 되었다. 타이라바는 도미를 일컫는 일본어 ‘다이(타이)’와 고무를 뜻하는 영어 러버의 일본식 발음인 ‘라바’를 합성해 만들었다.
[시즌과 낚시터]
주요 타이라바 낚시터는 서해의 군산, 보령, 인천 그리고 제주도 서귀포 일대가 손꼽히며 남해안의 여수 먼 바다와 부산 먼 바다가 포인트다.
서해는 5월 중순~11월 초순에 활발하게 타이라바가 이루어지며 겨울이 되면 수온이 10도 밑으로 떨어져 낚시가 어려워진다. 한편 제주도는 따뜻한 수온 덕에 타이라바 시즌이 4월부터 12월까지로 서해보다 긴 편이다.
서해에서 참돔이 가장 굵게 낚이는 시기는 5월 중순~6월 중순의 산란기 무렵으로 이때는 80cm 이상급도 흔하게 낚인다. 한편 30~40cm 참돔이 주로 낚이는 마릿수 피크는 9월~10월이다.
[장비]
낚싯대
6ft 전후의 타이라바 전용대를 쓴다. 허리까지 유연하게 휘어지는 부드러운 휨새의 낚싯대가 유리하다. 특히 초리 부분이 매우 유연해야 초기 입질 때 부드럽게 휘어져 참돔이 이물감을 못 느낀다. 파워는 라이트 정도가 적합한데 이 정도 강도면 미터급을 제압하는 데도 큰 문제가 없다. 타이라바 전용대가 유연한 것은 참돔의 미약한 초기 입질을 받아내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참돔은 미끼를 흡입하는 고기가 아니라 이빨로 부숴 먹는 고기다. 바닥에 붙은 조개나 게 등을 부숴 먹는 데는 익숙하지만 수중에 떠 있는 무거운 루어를 단숨에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타이라바를 살짝 물었다 놓을 때가 많다. 이때 낚싯대가 너무 강하면 타이라바가 입 속으로 잘 빨려들지 않고 물었다가도 이물감에 바로 내뱉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유연한 초릿대를 갖춘 전용대가 유리한 것이다. 또 선상에서는 갯바위와 달리 대형 참돔도 연질대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릴
타이라바는 베이트릴을 주로 이용한다. 스피닝릴로도 타이라바를 할 수는 있지만 효율성에서 베이트릴에 뒤진다. 특히 루어가 바닥을 찍은 뒤 감아올리는 과정에서 베이트릴은 바로 핸들만 돌려버리면 루어가 올라오지만 스피닝릴은 베일을 닫고 감아야 돼 한 단계 과정이 추가된다. 바닥이 험한 곳에서는 이 짧은 시간에 루어가 바닥에 걸리기도 한다.
또 재차 원줄을 풀어줄 때도 베이트릴은 낚싯대와 릴을 쥔 손으로 클러치레버만 누르면 줄이 풀려 내려가지만 스피닝릴은 다른 한 손으로 베일을 다시 젖혀야 되는 불편함이 있다. 겨우 한 단계 과정이 추가되는 것이지만 잦은 반복이 이루어지는 타이라바의 특성상 실제로 느끼는 불편함은 매우 크다.
미세 입질을 감지해야 되는 정밀성에서 베일 암과 핸들이 크게 도는 스피닝릴보다 스풀 자체가 회전하며 원줄이 감기는 베이트릴의 정밀성이 앞서는 것도 장점이다. 단 베이트릴은 염분에 강한 바다 전용을 사용해야 한다. 민물용을 사용하면 염분이 베어링을 부식시켜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
0.8~1.5호 합사가 250m 이상 감기는 5점대 기어비 베이트릴을 구입한다. 5.8:1의 기어비가 일반적인데 이는 핸들을 한 바퀴 돌릴 때 릴 안의 메인 기어(샤프트)가 5.8회 회전한다는 뜻이다. 최근엔 5점대 릴 외에 7점대의 고기어비 릴도 함께 사용하는 추세다. 고기어비 릴의 장점은 저기어비 릴에 비해 낚싯줄을 빨리 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심이 100m에 이를 정도로 깊은 낚시터, 길게 늘어진 여윳줄의 회수 등 채비를 빨리 감아야 할 상황에서 고기어비 릴을 사용한다.
[채비]
원줄
가늘고 강한 PE라인을 쓴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를수록 가는 줄이 유리하다. 만약 수심이 20~30m로 얕다면 1.5호라도 문제가 없지만 50~60m라면 1호가 적합하다. 원줄이 굵을수록 조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원줄이 조류 영향을 많이 받으면 루어가 목표한 곳보다 먼 곳에 떨어지므로 입질 지점을 정확히 공략하는 데 불편하다. 따라서 초심자 수준을 벗어나면 1호를 보편적으로 쓴다.
쇼크리더
PE라인 원줄은 인장강도는 좋지만 여쓸림 등 마찰에는 취약하므로 별도의 쇼크리더를 연결해 쓴다. 참돔은 바닥층에서 잘 낚이므로 만약 쇼크리더 없이 PE라인 원줄에 바로 타이라바를 묶으면 암초에 쓸려 터질 위험이 높다. 쇼크리더는 카본사 3~4호(16~20파운드)가 적합하며 길이는 3m 정도가 알맞다.
미끼
타이라바는 배스낚시용 러버지그와 유사하게 생겼다. 봉돌 역할을 하는 헤드와 천 조각을 길게 늘어뜨린 형태의 넥타이, 고무 소재의 스커트로 구성되어 있다. 타이라바의 헤드와 바늘 채비가 붙어 있는 고정식이 있고 타이라바와 바늘 채비가 떨어져 있는 유동식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유동식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유동식의 장점은 헤드와 바늘 채비가 떨어져 있어 참돔이 입질할 때 헤드의 무게을 적게 느껴 이물감이 적다는 것이다. 밑걸림이 심한 여밭이나 침선에서는 걸림이 적은 고정식을 많이 쓴다.
무게는 30~150g으로 다양한데 수심에 맞춰 써야 한다. 수심이 30~40m라면 타이라바는 50~80g, 수심이 50m라면 80~150g이 적당하다. 수심 외에 조류의 강약에 맞춰서도 무게를 달리 써준다. 만약 수심에 맞는 적정 무게를 선택했는데도 타이라바가 바닥에 닿는 느낌을 못 느낀다면 조류가 센 상태이므로 더 무거운 타이라바로 교체해가는 게 원칙이다.
타아리바의 색상도 조과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무난한 색상은 붉은색 계열이다. 그 외에도 샤트루즈(형광 옐로우), 녹색과 붉은 색이 섞인 것, 붉은 색과 흰색이 섞인 것 등이 쓰인다. 타이라바는 머리를 제외한 여러 부위를 교체해 쓸 수 있도록 출시되고 있다. 따라서 녹슨 바늘이나 떨어진 술 등을 새 것으로 교환해 쓰면 되며, 신품이라도 바늘의 종류나 크기, 스커트의 색상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튜닝해서 쓸 수 있다. 타이라바는 넥타이와 스커트의 움직임이 마치 홍갯지렁이나 청갯지렁이를 연상시켜 이 특이한 형태가 참돔의 식욕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한편 타이라바와 같은 시기에 출시돼 타이라바의 인기에 편승하여 전파된 루어가 ‘인치쿠’다. 길고 무거운 봉돌에 꼴뚜기 루어가 연결된 형태인 인치쿠는 참돔 외에도 우럭, 광어, 양태, 쥐노래미 등 다양한 육식어를 낚을 수 있어 타이라바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낚시방법]
낚시를 시작하라는 선장의 신호가 떨어지면 타이라바를 투입한다. 요령은 베이트릴의 클러치레버를 눌러 스풀을 프리 상태로 만들어 수직으로 입수시키는 것이다. 참돔지그가 바닥에 닿으면 ‘툭’하는 느낌과 함께 원줄이 느슨해지는데 곧바로 릴의 핸들을 감으며 리트리브를 개시한다. 참돔은 위에서부터 떨어져 내려오는 타이라바에도 관심을 보이므로 바닥에 착지한 직후 첫 리트리브 때 입질이 들어올 때가 많다. 바닥에 닿은 타이라바를 그냥 두면 수중여에 걸리므로 루어를 가라앉히는 동안 늘 집중해 타이라바가 바닥에 닿으면 곧바로 감아올리는 게 원칙이다.
릴링 요령은 ‘아무 기교 없이 그냥 감는’ 게 기본이다. 일정한 속도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한데 2초에 1m 가량 감겨 올라 올 정도의 속도가 알맞다. 그런데 감는 속도는 조류 세기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조류가 빠를 때는 원줄과 타이라바가 강하게 밀리므로 여기에 릴링까지 빠르게 하면 루어가 너무 떠 버린다. 그러므로 이때는 평소보다 느린 릴링이 유리하다. 반대로 조류가 느릴 경우에는 다소 빠른 릴링으로 참돔의 호기심을 유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좀 더 실전적인 요령을 덧붙이자면, 조류의 빠르기 정도는 손이 느끼는 릴링의 무게감으로 판단할 수 있다. 릴을 감을 때 무게감이 강하면 천천히 감고 무게감이 적으면 빨리 감는다. 릴링 때는 낚싯대 끝은 수평에서 30도 정도 세워주는 게 좋다. 타이라바를 감아올리는 리트리브 범위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기준은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고기가 어느 정도 깊이에 있는지를 어탐기를 보고 있는 선장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만약 바닥에서 5m 범위 안쪽에 참돔이 머물고 있다면 그 수심층을 공략하면 된다. 참돔은 보통 바닥 부근에 있기 때문에 바닥부터 5m 수심 사이에서 입질이 집중될 때가 많다. 그러나 멸치 같은 먹이고기가 중층에 무리를 이루고 있을 때는 좀 더 위쪽까지(평소 노리던 수심보다 5~10m 이상 높은 곳까지) 감아올리면서 탐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낚싯대가 완전히 처박힐 때까지 채면 안 돼
참돔의 입질은 ‘가끔씩 또는 지속적으로 타이라바의 술을 씹는 감촉’으로 나타난다. 더 강할 때는 낚싯대 끝을 살짝살짝 당기는 입질도 나타난다. 이것은 참돔이 타이라바를 따라오면서 뒤쪽부터 깨무는 상태인데, 이런 느낌이 와도 절대 챔질하지 말고 계속 일정한 속도로 감아올린다. 그러다보면 참돔이 완전히 물게 되고 결국에는 낚싯대가 ‘쑤우욱-’ 당겨져 들어간다. 참돔이 타이라바를 완전히 문 뒤 반전했다는 증거다. 이것이 일반적인 입질 패턴이다.
따라서 최초에 투둑거리거나 살짝 당기는 느낌이 들 때 챔질해서는 안 된다. 이 순간에 챔질하면 걸림이 안 될뿐더러 경계심을 느낀 참돔이 도망갈 확률이 높다. 따라서 조급하게 채지 말고 낚싯대가 빨려 들어가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끌려들어간 낚싯대를 천천히 세운다는 느낌으로 챔질하는 게 좋다. 굳이 ‘휙’하고 채지 않아도 참돔의 무게와 반전 때의 스피드 때문에 완벽한 걸림이 된다.
대형 참돔은 때에 따라서는 한방에 ‘쑤욱’하고 물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도 기본은 같다. 어떤 경우라도 낚싯대에 참돔의 무게가 실렸을 때 가볍게 대를 세우면 된다.
챔질 방법은 붕어낚시 챔질법 중 당겨서 하는 방법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낚싯대를 몸 쪽으로 짧고 간결한 동작으로 당기는 것이다. 그 폭은 크지 않은데 25cm면 적당하다.
입질 약을 때 타이라바에 갯지렁이 달면 특효
투둑거리는 예신만 들어오거나 챔질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타이라바 바늘에 갯지렁이를 서너 마리씩 달아 쓰면 입질이 한결 시원하고 걸림도 잘 된다. 타이라바 초기엔 생미끼를 꿰는 것을 터부시했으나 조과 차가 현저히 벌어지자 지금은 대중화됐다. 참돔뿐 아니라 우럭, 노래미, 광어들도 훨씬 잘 낚인다.
타이라바가 참돔의 먹이욕구를 자극하는 핵심은 하늘거리는 넥타이다. 넥타이의 길이와 숫자는 입질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혹시 넥타이를 더 길게 많이 달면 입질이 잦아지지 않을까?’ 싶어 무리하게 덧대는 경우가 있는데 결코 좋지 않다. 넥타이의 숫자와 길이는 물론 헤드 무게, 몸체 전체 길이도 밸런스를 이뤄야 되기 때문이다.
넥타이를 약간 잘라주거나 모양에 변화를 줘보면 히트루어로 변모할 수 있다. 만약 넥타이가 2개만 붙어 있는 제품이라면 1개를 더 연결해 변화를 모색해 보거나, 넥타이가 4개 짜리라면 과감히 2개를 없애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너무 많은 넥타이의 왕성한 너풀거림은 입질이 짧게 끝나는, 숏바이트의 원인이 된다. 조류에 펄럭거리는 넥타이가 일종의 위드가드(바늘 걸림을 예방하는 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늘 교체의 필요성
참돔은 활성이 좋을 땐 예신도 없이 타이라바를 덮치지만 입질만 몇 번 하고 마는 경우가 훨씬 많다. 흔히 말하는 입질이 짧은 숏바이트다. 이럴 때엔 바늘을 교체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타이라바 바늘은 대개 참돔바늘 10호 크기다. 그러나 이 크기는 중간 씨알인 50~60cm를 낚을 땐 아주 적당하지만 이보다 잘거나 크다면 숏바이트가 발생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참돔 씨알이 잘아서 숏바이트가 계속 일어난다면 바늘도 7~8호로 줄여줄 필요가 있고, 반대로 대물이 주로 올라온다면 강하고 안전하게 끌어낼 수 있는 12호 정도를 써주는 게 바람직한 튜닝법이다. 특히 값이 싼 일부 저가제품 중에는 바늘도 싸구려가 달려 나오는 제품이 있는데 60cm만 걸어도 바늘이 뻗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바늘로 교체해야 한다.
입질의 여러 형태
입질은 본신과 예신으로 나눠 나타난다. 예신 단계에서 챔질을 해서는 안 된다.
예신 1
폴링바이트. 떨어지는 루어를 공격. 톡톡 걸리는 느낌. 짧게 초리가 내려간다.
예신 2
루어가 바닥에 닿은 뒤 릴 핸들을 한 바퀴 감았을 때 많이 나타난다. 초리가 지그시 ‘토옥~’하고 내려앉는 입질. 활성도가 높을 때는 ‘주욱-’하고 초리가 내려앉는다. 이때는 챔질!
예신 3
가장 일반적인 예신. 바닥에 닿고 나서 루어를 감아 올리면 ‘톡!톡!’하고 초리가 휘어진다.
본신 1
루어의 무게로 인해 아래쪽으로 휘어있는 초리 상태. 폴링바이트에서 많이 나타나며 톡톡 예신 후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경우다.
본신 2
고활성일 경우 ‘주욱-!’ 초리가 아래쪽으로 내리 꽂는다. 저활성일 경우 ‘투우욱~ 투우욱~’ 두 번에 나눠서 올 경우가 많다.
본신 3
참돔이 루어를 문 상태. 무게감이 사라지면서 휘어져 있던 낚싯대가 ‘쭉~!’ 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