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와 김오중 씨가 자리한 좌안 하류 마름밭. 차를 대고 약간만 이동하면 낚시할 수 있어 매우 편한 자리였다.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는 김오중(왼쪽) 씨와 필자.
필자가 철수할 무렵 들어와 수중전을 펼친 조석근 씨도 밤새 많은 월척을 올렸다.
드론으로 촬영한 필자의 낚시 포인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필자는 혼자 촬영하고 낚시하다보니 동출인에게 신경 써주기 힘들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이 상황을 이해하는 친한 지인들이 아니면 거의 동출을 하지 않는다. 응원 차 왔다며 오래 얘기하고, 먹을 것도 챙겨 오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들이 오히려 촬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죄송할 따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달빛소류지의 광팬임을 자처하며 낚시점 곳곳을 수소문해 결국 필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찐구독자’가 연락을 해왔다. 그 수소문 과정을 얘기 듣고 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동출을 결정했다. 이왕 찐구독자와의 동출이 결정됐다면 좋은 추억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출조지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유력한 동출지로 눈에 들어온 것이 지난 10월 9일에 찾은 광주 평동지였다.
충주에서 온 구독자 김오중 씨와 동출
평동지는 배스, 블루길, 살치, 잉어가 고루 서식하는 터 센 저수지이나 한 번 붕어가 붙기 시작하면 떼붕어가 터져 나오고 호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때도 있지만 길지 않으며, 호황은 12월 초반까지 이어질 때가 많아 가을 대물붕어를 노리는 낚시인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는 곳이다.
10월 중순 현재 평동지는 마름으로 덮였던 수면에 급속히 구멍이 열리고 물색도 탁해졌다. 마름이 바람 방향에 따라 한 쪽으로 몰려 서서히 가라앉는 중이다. 붕어가 마름에 걸려도 같이 딸려 나올 정도로 줄기의 힘이 약해졌다.
취재일 평동지는 마지막 배수를 하고 있었지만 배수를 비웃듯 엄청난 활성도를 보이고 있었다. 주 미끼는 글루텐과 옥수수인데 자리마다 그때그때 잘 먹히는 미끼가 있으니 잘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옥수수만 고집하다가 꽝을 치는 경우도 있으니 옥수수 계열 글루텐을 꼭 써보자. 반대로 살치 성화가 심하거나 잉어가 잘 붙는 날엔 글루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한편 동출에 나선 김오중 씨는 충주에서 황칠백숙집을 운영 중이며 분점을 몇 개나 낼 정도로 장사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수십 년 동안 낚시를 취미로 해오며 틈날 때마다 낚시 유튜브를 시청하는 열혈 꾼이었다.
배수 상황이었으나 마름밭 탁한 물빛에 매료
10월 9일 목요일 오후 2시경 평동지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김오중 씨는 제방에서 한 대만 펴고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오중 씨는 아버지뻘의 조사님이셨다. 반갑게 인사한 뒤 빠르게 포인트를 둘러보았다.
일단 배수가 진행 중인 상황이 불안했지만 좌안 중류의 마름밭의 탁한 물색을 보고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이곳에 포인트를 정하기로 했다.
김오중 씨는 처음에는 제방에 짐을 풀어놨다가 필자가 있는 마름밭으로 이동했다. 평소 깊은 수심의 포인트를 좋아한다는 김오중 씨는 이렇게 수심 얕은 마름밭에서의 낚시는 상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10월 중순을 향해 가는 지금 시기의 최고 포인트는 마름 자연구멍이다. 낚시터에 도착해 이런 곳이 보이면 꼭 이곳을 노려보는 게 좋다.
우리가 자리한 이 포인트에서는 5칸대 이상을 펴면 마름을 넘길 수 있었고 짧은 대로는 마름구멍에 바로 찌를 세울 수 있는 여건이었다. 마름의 중간 지점 수심은 70~80cm, 마름을 넘기면 1m가량이 나왔다. 배수 중인 점을 감안해 대부분 낚싯대는 마름을 넘겼고 짧은 대 몇 대만 마름 구멍을 노렸다. 긴 대에는 옥수수, 짧은 대에는 글루텐을 달았다. 필자는 8대, 김오중 씨는 6대로 대편성을 마무리하였다.
필자가 붕어를 낚아낸 포인트. 표기한 3대의 낚싯대로 가장 많은 붕어를 낚아냈다.
해질 무렵 짧은 대로 월척을 끌어내는 필자.
필자가 사용한 떡밥. 어분옥수수글루텐과 오레오글루텐을 미끼로 사용했다.
평동지에서 사용한 천류사의 운명 낚싯대.
새벽 4시에 찾아온 40.5cm 붕어
해질녘이 가까워질 때 쯤 짧은 대 마름구멍에서 찌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블루길이 가끔 나오는 중이었지만 그 사이에서 준척, 턱걸이 월척이 연달아 올라왔다.
‘아~ 물색이 워낙 탁하니 붕어들이 얕은 수심까지 잘 들어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좌측 빡빡한 마름구멍에 3.6칸 대 한 대를 추가로 편성하였다.
찌불을 밝히고 완전히 어두워지자 짧은 대를 편 마름 구멍에서 간간이 입질이 이어졌다. 주종은 8치부터 34cm까지로 다양한 씨알이 입질을 해주었는데 입질은 1시간 30분 안에는 꼭 찾아왔다.
김오중 씨와 나란히 앉은 나는 그동안 필자가 올렸던 영상을 보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게 낚시하였다. 김오중 씨는 1주일의 일정으로 내려왔기에 첫날은 새벽 1시까지 35cm 한 마리와 준척 두 마리를 낚은 후 휴식을 취하러 차로 들어갔고 필자는 혼자서 밤샘 낚시를 이어갔다.
글루텐에 압도적으로 입질이 많았고 마름 바깥보다는 수심은 얕아도 짧은 대(28, 30, 32칸)로 노린 마름 구멍에서 입질이 활발했다. 다만 수심이 얕아서 찌를 끝까지 시원하게는 올리지는 못하고 2~3목만 올리는 입질이 대부분이었다.
밤새 글루텐으로 집어하며 간간이 올라오는 붕어로 손맛을 즐기던 새벽 4시경, 가장 좌측에 편 낚싯대의 찌에 입질이 왔다. 마지막에 새로 뚫은 마름 구멍이었는데 아주 천천히 2목 가량을 올리는 찌올림이 포착된 것. 지금까지는 34cm가 가장 큰 붕어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가벼운 챔질을 하자 ‘퍽!’ 하는 물 튀기는 소리와 함께 마름 구멍을 파괴하는 엄청난 저항이 느껴졌다. 순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녀석이라는 것을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조심히 끌어내 뜰채에 담은 녀석은 40.5cm! 새벽 4시, 낚시인이 피로에 가장 취약한 시간에 기습적으로 올라온 4짜 붕어의 위용은 대단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살림망에 붕어를 넣자마자 떡밥질을 이어갔다.
1박 낚시로 4짜 외에 월척 6마리
잠시 후 동이 트고 김오중 씨가 다시 낚시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후로는 입질이 없었다. 그러더니 한참의 시간이 흘러 4짜가 나왔던 좁은 마름구멍에서 찌를 끝까지 밀어 올리는 숨넘
어가는 입질이 포착됐다.
챔질 순간 수심 70cm에서 점프하는 붕어! 20cm 정도 점프해 수면에서 한 바퀴 돌아 떨어지는 붕어에 깜짝 놀랐다. 아마도 필자의 챔질에 크게 놀란 듯했다. 왼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어 한
손으로 챔질하다보니 하마터면 놓칠뻔한 녀석. 엄청난 힘이 손에 느껴졌고 결국 계측자에 오른 녀석은 39cm 붕어였다.
이날은 필자와 낚시해보고 싶어 멀리서 찾아온 김오중 씨에게 대물 붕어를 낚아내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날 필자는 4짜 포함 월척 6마리에 준척 여러 마리, 김오중씨는 35cm 월척과 준척 2마리 등을 올려 손맛을 보았다. 그렇게 낚시를 마무리한 김오중 씨는 필자가 작년에 4짜 마릿수 조과를 거뒀던 불목지를 가보고 싶다며 다음 여행지로 출발했다.
내비 입력 광주 광산구 명화동 14
필자가 올린 조과. 4짜 붕어 1마리와 월척 6마리를 올렸다.
필자가 사용 중인 미라클 스토리 전자찌와 교체 봉돌 채비.
필자와 김오중 씨가 나란히 앉아 밤낚시를 준비 중이다.
새벽 4시에 올린 40.5cm 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