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씨가 취재 이튿날 새벽에 낚은 무늬오징어.
거제도 에깅 취재에 나선 박상욱(좌, 야마시타 필드스탭), 강문석(테일워크 필드스탭) 씨.
지난 10월 1일 에깅 취재를 위해 찾아간 거제도 양화방파제 옆 양식장. 주변 수심이 깊고 조류 소통이 좋아 에깅 포인트로 인기 있다.
올해 가을 무늬오징어 조황은 시쳇말로 ‘대환장파티’다. 9월 초에는 동해 전역에서 무늬오징어가 낚였지만 중순이 되자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남해는 냉수 유입으로 인해 조과가 계속 저조했는데, 화창한 날씨가 지속되면 남해 먼바다 선상 에깅에서 조과가 쏟아져 나왔지만 반짝 호황에 그치곤 했다. 무늬오징어 사촌격(?)인 한치는 아예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다 지난 9월 28일, 야마시타 필드스탭 박상욱 씨에게 “울산 서생면에 있는 간절곶에서 무늬오징어가 폭발적인 조황을 보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상욱 씨는 재빨리 현장 취재에 성공했고 현장에서 무늬오징어 9마리를 낚았다. 하지만 그 다음날이 되니 간절곶뿐 아니라 서생 일대의 갯바위와 방파제는 낚시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나는 다른 취재지를 물색해야 했다.
조류 멈추니 입질도 뚝!
간절곶이 호황을 보이기 전부터 점찍은 곳은 거제도 해금강 일대. 낚싯배를 타고 갯바위에 내리면 빠른 조류가 흐르고 수심 10~15m의 깊은 포인트가 많다. 최근 들어 얕은 연안에서 조과가 저조하니 깊은 곳을 노릴 심산이었다. 마침 박상욱 씨도 낚시인을 피해 거제도를 물색하고 있었고 테일워크 필드스탭으로 활동하는 강문석 씨 역시 거제도 양화, 구조라, 해금강이 좋겠다며 함께 출조에 나섰다.
10월 1일 오후 6시. 부산에서 박상욱, 강문석 씨를 만나 거제도 남쪽으로 향했다. 첫 포인트로 들른 곳은 거제도 양화방파제. 이곳은 방파제와 이어진 연안에 커다란 양식장(현재는 폐업)이 들어서 있는데, 양식장 위에서 에깅을 한다. 규모가 큰 양식장이라 발판이 좋고 여러 명 낚시할 수 있다.
포인트 안쪽까지 진입하니 바닥에는 마르지 않은 무늬오징어 먹물이 보여 쉽게 조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했다.
양식장 주변 수심은 8m내외며 발앞에는 석축이 깔려 있어 3m 내외로 얕아진다. 에기를 최대한 멀리 캐스팅한 후 석축이 끝나는 브레이크라인을 공략하면 무늬오징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이후 조류가 거의 흐르지 않고 썰물이라 수위도 점점 내려갔다. 거제도 남쪽은 끝썰물에 큰 무늬오징어가 낚이는 곳이 많아 수위는 별 상관이 없었으나 조류가 흐르지 않으니 지루한 낚시가 이어졌다.
박상욱 씨가 야마시타 에기왕K 도키도키마린 컬러로 입질을 받았지만 너무 짧게 끝나버려 챔질에 실패했다.
포인트 마다 ‘스킨 해루질꾼’ 득시글
우리는 조류가 흐르는 포인트를 찾아 이동하기로 했다. 수위가 내려가도 조류가 잘 흐르는 구조라 뒷등으로 옮겼는데 이미 낚시인들이 포인트 탐색을 끝내고 철수하고 있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는데, 포인트로 들어가 캐스팅하니 구조라 뒷등 역시 조류가 흐르지 않았다. 더구나 야간에 스킨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을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다. 언제부터인지 거제, 남해, 여수, 부산, 제주도 연안에는 ‘야간 스킨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이번 취재 때는 가는 곳마다 만날 수 있었다. 불법 유무를 확인할 방법이 없고 스킨 해루질 동호회에서도 불법행위를 하지 말자고 경고하고 있으니 그냥 두고 보는 수밖에 없었다.
박상욱 씨는 “상황이 좋지 않으니 차라리 거제도 옥림에 있는 무늬오징어 산란 포인트로 이동합시다. 봄에 부화해 몸집은 불린 개체들이 2차 산란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고 말했는데, 강문석 씨가 포인트를 옮기길 반대했다. 그는 우선 산란 무늬오징어를 보호하자는 입장이었고, 산란 무늬오징어를 노리는 것 역시 지루한 낚시가 계속된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거제도 내 가을 에깅 포인트를 더 둘러봤지만 결국 입질을 받지 못했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이튿날 동이 트기 전에 강문석 씨는 회사로 출근해 취재를 함께 하지 못했고 나와 박상욱 씨가 거제도 동부면 일대를 탐색했다. 새벽 5시부터 옥림, 매미성 등 봄철 산란 포인트를 찾아 나섰는데 해초가 남아있는 얕은 곳을 노리니 500g 내외의 무늬오징어를 낚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 연속으로 입질도 받았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투명한 무늬오징어 몸통으로 알을 품은 것이 보였다.
3~4개월 어린 무늬오징어도 산란 참여
박상욱 씨는 “무늬오징어는 연안에 개체가 줄어들면 3~4개월 자란 어린 것들도 산란에 참여합니다. 보통은 6개월 전후 개체가 산란하고 죽으며, 개체가 많은 곳에서는 산란에 참여하지 않고 1년을 꽉 채워서 살기에 2kg 내외로 자라기도 합니다. 어린 무늬오징어가 일찍 산란에 참여한다는 것은 거제도 내에 개체가 많이 줄었다는 방증입니다. 봄에도, 여름에도 심지어 가을에도 알을 품은 무늬오징어를 낚는 게 미안하니 철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거제도를 돌면서 느낀 점은 연안 에깅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너머 과잉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는 것이다. 낮에는 수십 척의 낚싯배가 팁런과 캐스팅 게임으로 연안을 탐색하고 밤에는 워킹 낚시인과 다이버까지 나서니 개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늬오징어는 1년생이다. 멸치나 주꾸미처럼 무더기로 산란하고 무더기로 태어나면 어느 정도 개체를 유지할 수 있지만 무늬오징어는 마치 감성돔처럼 특정 연안에 산란하고 부화 여건이 맞아야 개체를 유지할 수 있다. 부화해도 대부분 먹잇감이 되거나 굶어 죽는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가을, 초겨울 팁런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가끔은 무늬오징어 개체 유지를 위해 알을 품은 암컷 정도는 방생하는 미덕을 가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비 입력 망치리 744-12(양화방파제)
취재 이튿날 새벽 거제 옥림방파제에서 무늬오징어를 낚은 박상욱 씨.
거제도 망치리에 있는 양화방파제 양식장. 난간에 서서 낚시하며 발판이 높으므로 뜰채가 필수다.
취재 당일 빈손으로 철수했다 이튿날 선상 에깅을 나가 조과 사진을 보내온 강문석 씨. 통영 매물도에서 낚았다.
박상욱 씨가 추천한 야마시타 신형 에기. 좌측 2개는 에기왕K 신형 컬러이며 우측 3개는 에기왕K 서치 슈퍼 섈로우 타입이다.
거제 옥림방파제에서 낚은 무늬오징어를 보여주는 박상욱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