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낚시춘추에 기고하며 부산권 무늬오징어 조황이 평년에 비해 좋지 못하다고 써왔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11월에 들어 부산 영도에서 킬로급 무늬오징어가 여러 마리 낚이며 후반 대역전극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온이 16도 내외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한 달 정도 더 길게 시즌이 유지 될 것으로 보인다.
영도 감지해변 한가운데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캐스팅하고 있는 필자.
수온이 20도 내외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에는 무늬오징어가 수심 5m 이하 섈로우 포인트로 진입한다.
올해는 가을을 건너뛰고 갑자기 겨울이 된 느낌이다. 한반도 남단인 부산에 거주하는 필자도 그렇게 느끼는데, 수도권에 거주하는 낚시인들은 아마 더 실감할 것 같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지금 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11월 6일 현재 부산 앞바다의 수온은 20도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수온이 20도 내외로 유지되면서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에깅 포인트로 꼭 한 번 확인하는 필드가 있다. 바로 수심이 얕은 섈로우 지역이다. 섈로우권은 주로 초여름에 무늬오징어의 산란터가 되거나 조류 소통이 좋은 홈통 중 수심이 얕은 곳이다. 수심 2m 내외며 에기를 운영할 정도의 수심이면 거르지 않고 에기를 던져볼 필요가 있다. 올해는 10월 초부터 궂은 날씨로 이어져 동해로는 출조가 불가능했고 그나마 부산의 영도 일대로 출조해 기회를 노렸다.

감지해변에서 800g 무늬오징어를 낚은 필자.

야마시타 에기왕K 마리아나 몬스터 컬러로 낚은 무급 무늬오징어.
야간에도 불빛이 밝은 영도 중리 초입.

중리해변에서 낚은 무늬오징어를 보여주는 필자.

중리해변으로 함께 출조한 박정운 씨가 킬로오버 무늬오징어를 낚아 인증샷을 남겼다.
구관이 명관임을 증명한 영도 감지해변
11월 4일, 저녁 6시쯤 영도 동삼동에 있는 감지해변에 도착했다. 저녁 피딩을 보려고 했지만 조금 늦었다. 감지해변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이어지는 갯바위와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갯바위가 모두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해변 앞에 방파제를 세워 파도도 막아주어 날씨가 좋지 못해도 낚시가 가능한 지역으로 변모했다.
갯바위로 진입하니 먼저 온 낚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 목적은 수심 얕은 곳의 조황을 확인해보는 것이라 수심이 얕은 감지해변 가운데 지점인 일명 자갈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감지해변 한가운데 있는 자갈마당은 수심이 얕아 장타가 필요하다. 첫 캐스팅을 멀리 날린 후 두 번 액션을 주니 무늬오징어가 이미 에기를 붙들고 있었다. 어떠한 어신도 느낄 수 없었는데, 무늬오징어의 활성이 아주 좋을 때 종종 있는 일이다. 올려보니 씨알이 무급으로 굵었다.
첫 무늬오징어를 낚은 후 30분간 입질이 없다가 비슷한 위치에서 또 무늬오징어가 올라왔다. 비교적 먼 곳에서 입질했고 이번에는 라인을 슬금슬금 가져가는 어신이 들어왔다.
세 번째 입질은 15분 정도 지난 후에 왔고 씨알은 고구마를 훌쩍 넘겼다. 1시간 동안 세 마리를 낚아내 자갈마당에서 오른쪽으로 50m 가량 이동 후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세 번 캐스팅 후 입질이 들어왔고 첫 챔질을 실패했다. 곧바로 빠르고 간결한 액션 후 로드를 들어주며 에기의 폴링 속도를 늦추니 시원하게 무늬오징어가 에기를 가져갔다. 이번에는 킬로급에 육박하는 무늬오징어가 낚였고 이후 감자급을 한 마리 더 낚은 후 상황이 종료되었다.
수심 2m 슈퍼 섈로우권에서 킬로 오버 입질
이틀 후 박정운 씨와 울산 서생으로 출조했으나 파도가 높아 포인트 진입을 포기, 다시 부산 영도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는 중리해변으로 진입했다. 중리해변은 바닥이 자갈과 사질대가 있는 해변으로 감지해변보다 규모가 크다. 무늬오징어가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니 산책하듯 걸으며 여러 곳을 탐색했다.
중리해변의 경우 멀리 던져도 수심이 3m 정도라 슈퍼 섈로우 타입 에기를 사용했고 밑걸림을 감안해 1m 정도 가라앉힌 후 액션을 시작했다. 3번째 캐스팅에 박정운 씨가 1킬로그램이 넘는 무늬오징어를 낚아냈다. 나는 계속 이동하며 1시간 후에 무급 씨알을 한 마리 낚을 수 있었다. 예상보다 조류 흐름이 좋지 못했고 야간에 스킨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빠르게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다시 감지해변으로 출조했다. 최대한 얕은 곳에 자리를 잡았고 낚시를 시작했다. 이날 역시 바다에는 야간에 스킨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바닥을 잘 공략하면 무늬오징어가 입질할 것이라 판단했다. 다이버가 조금 먼바다로 빠졌고 바다가 잠잠해지자 드디어 무늬오징어가 입질했다. 어신은 없었고 언제인지 몰라도 이미 에기를 안고 있었다. 씨알은 고구마급. 그 후 1시간 뒤에 거의 발앞에서 800g이 넘는 무늬오징어가 올라왔고 다시 1시간 후에 한 마리가 더 입질했다. 모두 랜딩에 성공. 오랜만에 연안에서 제대로 된 무늬오징어의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총 3일 동안 영도 일대로 출조한 결과 수심 5m 이상 깊은 곳에서는 조과가 떨어졌고 수심 2m 내외의 섈로우권에서 조과가 더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날씨가 더 좋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유의미한 성과라고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수온이 조금씩 떨어지겠지만 16~18도를 유지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산권 무늬오징어 시즌은 앞으로 한 달 정도 호황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비 입력 영도구 동삼동 1052-1(감지해변)
감지해변 선착장에서 운항하는 유람섬. 선착장 주변의 수심이 깊어 늦가을 에깅 포인트로 인기 있다.
감지해변 우측 갯바위로 진입한 낚시인들.

필자가 낚은 킬로급 무늬오징어.
감지해변 초입에서 촬영한 포인트. 필자는 해변 한가운데서 무늬오징어를 노렸다.

필자의 무늬오징어 히트 사진. 오랜만에 연안에서 충분한 손맛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