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경남 고성군 두포리에 있는 군령포 연안에서 낚시인이 호래기를 노리고 집어등이 달린 채비를 날리고 있다.
“요런 녀석들이 내만으로 많이 들어왔습니다.”
민물새우 미끼로 낚은 호래기를 보여주는 박종경 씨.
호래기(표준명 반원니꼴뚜기)는 볼락과 더불어 경남권 겨울 낚시를 책임지는 대표적인 낚시 대상이었다. 몸체가 작지만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 덕에 에깅만큼 재밌는데다 먹기 편하고 맛도 좋아 수많은 ‘호래기 폐인’을 양산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개체가 급감하더니 최근 4~5년은 아예 호래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고성, 진해, 마산 등지에서 호래기가 잠깐 출현하기도 했으나 하루 이틀 몇 마리 낚이다가 상황이 종료되기 일쑤. 호래기를 노린 어부들이 뜰망 조업이 개체 감소의 원인으로 부각되었고 호래기를 먹이로 하는 갈치가 내만에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낚싯배 주변 어두운 곳을 노리는 박종경 씨. 좌대나 낚싯배에는 절대로 올라가서는 안된다.
호래기를 쌍걸이 한 허형갑 씨. 뛰어난 감각으로 출조당일 가장 많은 호래기를 낚았다.
민물새우 미끼에 걸려나온 호래기.
전하윤 씨가 호래기를 보여주고 있다.
6년 만에 맛본 호래기 라면
그러다 올해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 11월 26일 오전 10시, 마산 낚시인 박종경 씨가 “고성 두포리에서 호래기가 하룻밤에 100여 마리씩 낚인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반짝 호황이 아니냐?”고 물으니 “이틀 전에는 1인 150마리를 낚았고 지금도 계속 낚인다. 통영권에서도 낚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는 곧장 서울에서 차를 몰아 경남 고성군 두포리로 향했고 오후 8시에 두포리에 있는 군령포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박종경, 전하윤, 허형갑 씨가 오후 3시에 출조해 호래기를 80여 마리 낚아 놓은 상황. 조류가 잘 흐르지 않았지만 입질이 드문드문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허형갑 씨는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호래기 라면부터 끓였고 무려 6년 만에 그 맛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호래기낚시를 시작했다. 볼락용 로드에 소형 스피닝릴, 합사는 0.3호를 사용했고 원줄에 집어등을 연결한 후 호래기 바늘에 민물새우 미끼를 꿰어 채비를 마쳤다. 호래기 바늘은 2개를 쓰며 목줄에 단차를 주어 서로 엉키지 않게 한다. 민물새우 대신 에기를 쓰기도 하지만 아직 호래기의 활성이 좋지 않아 주로 민물새우를 미끼로 사용한다.
집어등의 역할은 호래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가라앉는 움직임으로 입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가라앉는 방향이 바뀌거나 멈추거나 혹은 집어등이 떠오르면 호래기가 입질한 것이다. 중요한 점이 있다면 캐스팅 후 채비가 물에 떨어지는 순간 늘어난 여윳줄을 감아서 라인을 팽팽하게 만들어야 채비가 꼬이지 않고 입질 파악도 쉽다.

호래기를 넣고 끓인 라면.

다리와 내장을 제거 후 만든 호래기회.
호래기를 손질하지 않고 회로 먹는 낚시인들도 있으나 껍질을 벗겨 회로 만들면 살이 아주 부드럽고 무늬오징어처럼 단맛이 난다.
호래기 바늘에 꿰어 쓰는 민물새우. 통영 시내 낚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호래기 채비에 반드시 필요한 소품들.
호래기 바늘. 목줄이 달려 있어 도래에 바로 연결해서 사용한다.
호래기 입질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집어등. 원줄에 연결해 도래를 달아주고 그 아래에 바늘을 연결한다.
정박한 배 그늘에 숨은 호래기들
나는 방파제 보안등 아래에 서서 호래기를 노렸다. 선착장에 정박한 배 아래와 접안시설 아래의 그림자 주변에서 호래기가 잘 낚였고 다른 곳은 입질이 뜸했다. 흔히 명당으로 꼽히는 선착장 콧부리에서는 입질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정박한 배 주변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멀리 노려도 입질이 들어오지만 복잡한 구조물 아래를 노리는 것이 더 확률이 높았고 집어등은 너무 밝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집어에 도움이 되었다. 집어등이 너무 밝으면 가끔 호래기가 바닥으로 가라앉는 경우가 있어 집어등을 환하게 밝히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올해 갈치는 ‘멸망’, 대신 호래기가 부활
새벽 2시까지 낚시한 결과 3명이서 100마리가 넘는 호래기를 낚을 수 있었다. 며칠 전 호황에 비하면 마릿수가 줄었지만 무려 4~5년 만에 맛보는 호황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어떻게 호래기가 다시 나타난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박종경 씨는 “올해는 내만으로 갈치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쯤이면 3지급 갈치들이 방파제로 들어와 호황을 보이고 갈치배낚시도 성행해야 하는데, 그런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작년만 해도 내만에서 낚은 갈치의 배를 가르면 적어도 두세 마리의 호래기가 들어있었는데 올해는 갈치 자체가 들어오지 않아 호래기가 많이 살아남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호래기가 다시 등장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더 반가운 소식은 현재 호래기가 통영 풍화리와 영운리를 비롯해 거제도 산달도에서도 호황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박종경 씨는 취재 후에도 계속 출조를 이어갔는데 거제 산달도에서는 에기에 호래기가 반응하며 마릿수 조과를 보였다고 전해왔다.
문의 통큰낚시 통영점 0507-1446-1189
“오랜만에 호래기가 마릿수 호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종경, 허형갑 씨가 동시에 호래기를 낚아 보여주고 있다.
낚은 호래기를 통에 담아 보여주는 박종경 씨. 적어 보이지만 100마리가 넘는 양이다.
고성 군령포에서 호래기를 노리는 낚시인들.
호래기 쌍걸이에 성공한 전하윤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