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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현장] 태안 격비도 겨울 농어 시즌 마감한 줄 알았더니 살아있네!
202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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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현장]

태안 격비도 겨울 농어

시즌 마감한 줄 알았더니 살아있네!

이영규 기자



지난 11월 중순 초겨울 추위가 한창이던 시기에 예정에 없던 겨울 농어 루어낚시를 다녀왔다. 나는 10년 전만 해도 매년 11월 중순이 되면 겨울 농어를 낚기 위해 출조에 나서곤 했는데 그 이유는 겨울 농어 특유의 파괴적인 힘과 맛 때문이었다.



선두에 선 낚시인들이 수중여 부근으로 루어를 날려 보내고 있다.

뻘물이 밀려드는 상황에서도 왕성한 입질이 들어왔다.


군산에서 온 황현우 씨가 방금 올린 농어를 자랑하고 있다.



많은 낚시인들이 농어라고 하면 여름 고기로 인식하고 늦가을만 되도 시즌이 끝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서해 겨울 농어는 1월을 넘겨서까지도 잘 낚이며 길게는 1월 중순까지도 시즌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먼 원도에서만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근해권에서도 충분히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마릿수 확률에서 원도가 근해를 앞설 뿐이며 씨알은 오히려 근해권이 앞서거나 원도와 별 반 차이가 나질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27년 전인 1998년 11월 20일에 안면도 근해인 외파수도에서 80~85cm급 농어를 여러 마리 올린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나는 총 5번의 입질을 받았지만 3마리는 놓치고 말았다. 3마리 모두 부시리를 연상시키는 괴력을 발휘했고 모두 쇼크라인과 원줄이 갯바위에 쓸리며 놓쳤다. 그런 점에서 볼 때 90cm는 족히 넘는 놈들로 추측됐다.

당시 낚은 80cm 중반급 농어의 배를 갈라보니 배도라치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그 시기에 유독 배도라치가 먹이고기가 되는 것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그 양이 엄청나서 깜짝 놀랐다. 당시 낚은 농어들은 넙치농어를 연상케 할 정도로 체고가 대단했고 영양상태도 좋았다.


폭풍의 바다 뚫고 격렬비열도로 진격

올해도 11월 중순을 넘기자 슬슬 서해 겨울 농어낚시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 조황 확인 차 전화한 안면도 팀루비나호 김선민 선장으로부터 반가운 제안을 받았다. 악천후로 출조가 없는 날이라 혼자 조업 출항을 나설 예정이라며 동행해 볼 생각이 없냐는 얘기였다.

무조건 동행하겠다고 말한 뒤 서둘러 채비를 챙겼다. 이튿날 아침 출조라 지그헤드도 새로 구입하고 웜도 신형을 갖췄다. 요즘 유행하는 웜이 뭔지 몰라 군산의 낚시 후배에게 전화하자 “형님 저도 끼워주면 안될까요? 조업 출항이니 낚은 고기는 모두 선장님 드리면 되지 않을까요?”라는 답변이 들려왔다. 그렇게 나와 군산 후배 황현우, 김선민 선장 세 명만 출조하는 취재 일정을 잡게 됐다.

이튿날 아침 7시 안면도 영목포구에 집결해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바다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내가 갖고 있는 해상예보 앱에는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부는 상황. 조금만 더 바람이 강해지면 주의보 발효로 출항이 어려울 수준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까운 중거리권으로 나설 줄 알았는데 김선민 선장의 선택은 원도, 그 중에서도 태안에서 가장 먼 격렬비열도였다. 김선민 선장은 “지금 시기에는 외연도와 격비도가 주 출조 코스입니다. 그런데 최근 조황은 격비도가 앞섭니다. 또 오늘처럼 거친 날씨라면 격비도에서 좋은 조황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팀루비나호가 격비도 길목에 있는 병풍도로 향하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이 절경이다.


기자가 사용한 지그헤드 채비.


기자가 낚아낸 농어. 엔에스의 버뮤다 S-902L 로드를 사용했다.


안면도 영목항에서 농어 루어낚시를 출조하는 팀루비나호. 날씨만 좋으면 1월 초까지도 출조한다.



포말 속에 웅크린 격비도 농어들

몇 년 전 7.9톤급에서 9.77톤으로 업글된 팀루비나호는 거침없이 파도를 가르며 격비도로 향했다. 잘 빠진 선체 덕분에 높은 파도에도 배는 안정적이었다. 1시간 정도 달리다 도착한 곳은 격비로 가는 길목인 우배도 부근. 이곳에서 몇 차례 루어를 던져봤지만 물때가 맞지 않는지 별다른 입질은 없었다.

30분을 더 항해해 격비도에 도착했다. 여름에 보던 호수 같은 격비도 바다와 현재 바라보는 거친 격비도 바다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겨울에도 와보긴 했지만 폭풍주의보급 날씨에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나 팀루비나호의 운동장처럼 넓은 갑판 덕분에 안심이 됐다. 이 선수 쪽 갑판에서는 많게는 10명까지도 낚시할 수 있다고. 그런 널찍한 운동장을 우리 셋이 전세 내 쓰고 있으니 너무나 쾌적했다.

배가 동격비도의 떨어진 여에 도착하자 첫 캐스팅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 정도 파도와 물색이면 농어가 덜컥 털컥 물어야 하건만 좀처럼 입질이 없었다. 그러자 김선민 선장이 “루어를 최대한 갯바위 벽면에 붙여야 합니다. 여름에는 대충 근처에 던져도 농어가 물지만 지금은 포말 속에 숨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라며 핀포인트 공략을 주문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약간 흘려들었다. 핀포인트 공략이야 농어 루어낚시의 기본인 데다가 이 정도 소란스러운 여건이라면 농어가 활발하게 루어를 받아먹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선민 선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루어가 갯바위 벽면을 맞고 떨어질 정도로 접근시킨 루어에는 입질이 잘 왔지만 2m 이상만 떨어지면 거의 입질이 없었다. 처음에는 몇몇 포인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여겼으나 이날 거의 모든 포인트에서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뻘물 영향도 지대했다. 평소 루어낚시 도중 뻘물이 지면 그 포인트는 빼고 공략하거나 별 기대를 갖지 않았었다. 그러나 김선민 선장은 뻘물이 지는 포인트를 주로 공략했고, 아직 뻘물이 밀려들지 않아 불리하다는 포인트에서는 정말 입질 받기 힘들었다.



황현우 씨가 농어를 걸자 김선민 선장이 뜰채질 지원에 나서는 장면.


혼자서 뜰채질까지 완벽히 마무리하고 있는 김선민 선장. 조업 출조로 다져진 스킬?


김선민 선장이 올린 73cm급 농어.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그동안 서해 농어 루어낚시 패턴에 변화가 온 것인가? 아니면 내가 몰랐던 겨울 서해 원도권 농어 루어낚시의 특징인 것인가? 또 그게 아니라면 격비도에 한정된 상황별 특징인 것인가….

아무튼 이날 우리는 격비도의 여러 포인트를 돌며 30마리 이상의 농어를 낚았고 씨알은 모두 70cm 이상이었다. 다른 계절 70cm급이라면 길쭉하기만 해 별 볼품 없을 녀석들이지만 이날 올라온 녀석들은 모두 살이 디룩디룩 찐 돼지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1마리 끌어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짜증이 날 정도였다.

나의 파이팅을 본 김선민 선장이 자기 장비를 건네어 주며 드랙을 당겨보라고 했다. 순간 깜짝 놀랐다. 부시리낚시도 아니고…. 드랙을 얼마나 세게 잠갔는지 거의 풀리지 않았다.

김선민 선장은 “겨울 농어는 힘이 장사여서 드랙을 최대한 잠그고 파이팅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연타로 낚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속전속결을 위해 루어대도 7피트짜리를 쓰고 있어요. 그래야 남의 뜰채 도움 없이 농어를 끌어낼 수 있어 속전속결에 유리합니다”라고 말했다.


작년 시즌에는 1월 20일까지 출조

귀항 후 낚은 농어 대부분은 이튿날 위판을 위해 수족관으로 옮겨졌다. 맛 좋고 귀한 겨울 농어는 1kg에 2만원 꼴로 위판 된다고 한다. 후배와 나는 살이 제법 오른 농어 한 마리씩만 얻어 회를 떠 갔다. 살이 찐 농어라 75cm 1마리만으로 4인 가족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예상대로 겨울 농어는 회가 쫀쫀하고 맛도 깨끗했다. 보통은 오뉴월 농어가 맛있다고 하지

만 그 맛과는 또 다른 ‘신선한 감칠맛’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서해 농어 루어낚시는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

김선민 선장은 작년 시즌에는 1월 20일까지 농어를 낚았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나간 후에도 무려 한 달가량의 찬스가 남아있는 셈이니 농어 루어낚시를 좋아하는 낚시인이라면 한 번 쯤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문의 팀루비나호 010-5514-1317


기자가 올린 75cm급 농어. 살이 오를 대로 올라있었다.


취재일 낚은 격비 농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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