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 금지제의 눈 오는 아침 풍경. 한 폭의 겨울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38.2cm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한겨울에 만난 귀한 손님이었다.
해마다 겨울이면 전남권을 찾아 열흘 정도 일정으로 낚시를 즐기고 온다. 12월부터 2월 초까지 그렇게 세 번을 다녀오면 힘든 겨울이 지나간다. 이번 조행은 지난 12월 21일에 출발, 영암과 무안 그리고 전북 부안까지 둘러보고 12월 31일에 귀가하였다.
첫 목적지인 영암권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240여 개의 크고 작은 저수지가 있었다.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양장리수로와 학산천 그리고 미암수로 같은 유명 수로도 많아 군침을 흘렸다.
새벽에 집을 나서 전남 광주에 사는 지인이 추천한 영암의 행군제에 처음 도착하니 아담한 저수지에 6동의 텐트가 설치돼 있었다. 강풍이 불고 있었고 앉을만한 자리마다 텐트가 설치돼 있어 마땅한 포인트를 찾을 수 없었다. 행군제를 빠져나와 소류지 몇 곳을 더 둘러보고 소개 받은 덕림제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물색이 너무 좋았고 포인트 앞으로 뗏장수초까지 발달해 있었다. 무엇보다 북서풍을 등바람으로 맞고 낚시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2박 낚시를 했지만 6~7치 붕어만 글루텐을 탐하고 나왔다. 옥수수에는 입질이 뜸했다. 반면 동출한 강민승 씨는 37, 38cm 2마리를 올렸다. 이 정도면 4짜 대물 붕어도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은 후 일단 철수했다. 이번 출조는 2박 일정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재팀이 낚시한 좌안 하류 골자리.

월척 조과를 자랑하는 강민승 씨.
드론으로 촬영한 금지제.
62cm 대물 배스 낚인 대물 붕어터
다음 코스로 찾아간 곳은 금지제. 지도상으로 포인트를 살펴보니 겨울 북서풍에 포인트가 완벽하게 의지됐다. 12월 23일 오전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도로도 잘 포장되어 있어 주차가 편했고 무엇보다 연안으로 뗏장수초가 길게 띠를 이루고 있어 포인트 여건이 뛰어났다. 특히 강한 북서풍에도 양수장 건물이 바람을 막아주고 ‘차 대고 5보’ 이내라 짐 많은 필자로서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금지제는 행정구역상 제방 우측과 제방 좌측 하류권은 영암군 시종면 금지리에, 상류권은 신북면 월지리에 속한다. 1944년 착공해 1945년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이다. 길이 242m, 높이 5m 규모. 영암에서는 그런대로 큰 저수지인 8만평 규모의 평지지다. 저수지 퇴수로는 시종천으로 흐른 후 삼포천에서 다시 영산강과 합류해 바다로 향한다.
낚싯대 1대만 들고 수심을 체크해 보니 상류권이 1~1.2m, 양수장 뒤쪽으로는 1.4m 정도의 수심이 나왔다. 겨울에는 조금이라도 수심이 깊은 곳이 나을 듯해 양수장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은 뗏장수초가 양쪽 옆으로 잘 발달해 있어 짧은 대부터 긴 대까지 모두 사용이 가능한 곳이었다.
좌대를 편성하고 텐트를 올려 준비를 마친 후 3.2칸부터 4.2칸까지 모두 11대를 편성했다. 양쪽 옆으로는 뗏장수초에 바짝 붙여 짧은 대를 편성하고 가운데는 맨바닥이라 조금 긴 대를 편성했다. 미끼는 옥수수와 옥수수어분글루텐. 그리고 한 대 건너 한 대씩 옥수수와 글루텐을 달았다. 밤에는 옥수수보다는 글루텐 비중을 높여보기로 하였다.
대편성 중 살짝 올렸다 끌고 가는 입질을 받아 챔질해 보니 옥수수에 반갑지 않은 블루길이 올라왔다. 이곳은 블루길과 배스가 모두 서식해 배서들도 자주 찾는 곳이라고. 62cm의 배스까지 낚인 곳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낮에는 이렇다 할 입질이 없어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밤낚시를 준비했다. 케미를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옆자리의 강민승 씨 쪽에서 강한 챔질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큰 물소리가 나며 만만치 않은 대물이 걸렸음을 알 수 있었다.
한참의 씨름 끝에 대물은 뗏장수초를 감아 채비가 터지고 말았다. 그 난리통에 잠시 붕어의 얼굴이 보였는데 틀림없는 4짜로 보였다. 비록 놓치기는 했지만 대물 붕어가 낚인다는 것을 확인하고 필자도 집중해 보았지만 밤이 깊도록 헛챔질만 몇 번 했을 뿐이었다.
4짜는 놓치고 38.2cm 포획 성공
전날 덕림제에서 밤낚시에 집중하느라 잠이 부족했던 탓에 온수보일러가 돌아가는 침낭 속에서 푹 자고 새벽 2시 무렵 일어났다. 낚시 다니면서 처음으로, 기록적으로 무려 6시간이나 잠을 잤다.
텐트 문을 열어 보니 찌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대를 들어보니 28.5cm의 준척 붕어가 매달려 있었다. 첫수가 자동빵이었지만 붕어가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한 터라 아침 입질을 기대하기로 했다.
바람도 없고 그런대로 기온도 높아 낚시하기에는 너무 좋은 아침이었다. 하지만 입질은 없었다. 아침 8시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전 9시가 지날 즈음 오른쪽 옥수수 미끼에 반응이 왔다. 집중하며 바라보고 있으니 천천히 찌가 솟아올라 절정에서 챔질했다. 처음에는 그리 힘을 쓰지 않아 잔챙이로 생각했다. 그러나 중간쯤 끌려 나오던 녀석이 갑자기 힘을 쓰며 옆 낚싯대 2대를 감아버렸다. “나 대물이야!”라고 외치는 듯했다. 옆 낚싯대를 감아 버리는 바람에 어렵게 뜰채에 담고 보니 ‘이건 4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계측자에 올리니 아쉽게도 4짜에는 못 미치는 38.2cm의 대물붕어였다. 이 붕어가 나온 후 낮에도 낚시를 이어갔지만 더 이상 붕어는 낚이지 않았다.
낮에는 입질이 없어 상류권 포인트를 살펴보았다. 중류권으로도 뗏장수초가 잘 형성되어 있어 좋은 포인트로 보였다. 최상류 왼쪽 골자리로는 연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곳이 금지제의 최고 포인트라고 한다. 농로를 따라 끝까지 들어갈 수 있었고 논둑 앞으로 연줄기 제거 작업을 해 놓은 몇 자리가 보였다. 이곳이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4짜가 자주 출현하는 곳이라고 한다. 제방 왼쪽 외에 오른쪽으로도 좋은 포인트가 많다고 들었는데 겨울철 북서풍에 노출되는 곳이기에 잘 찾지 않는다는 게 지인의 설명이었다.

밤새 좌대 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

밤새 추위를 달래준 난로.
김길수 씨의 포인트.

시종면에 있는 공중목욕탕.
겨울에도 꾸준히 낚이는 붕어들
오전 10시에 인근 목욕탕을 찾아갔다. 약 5km 거리라 가까웠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입욕료는 아주 저렴한 2천원이었다. 경로는 1천원이었지만 현지인이 아니라 할인이 안된다고 해서 2천원을 지불하였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새로 지은 듯 깨끗했고 사우나 시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이용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주 화, 수, 토, 일요일에만 운영한다.
목욕을 마치고 중국집에 들러 짬뽕 한 그릇을 먹은 후 주변 저수지를 탐색해 보았다. 인근에 있는 태간제를 찾아보니 연안으로 둘레길을 만들어 놓아 접근이 어려웠다.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도로에서는 낚시가 가능했지만 뗏장수초가 가득해 빈구멍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릴낚시를 하시는 현지인이 있어 조황을 물어보니 작년에 수십 마리의 4짜 붕어를 낚았다고 한다. 올해는 달랑 한 마리밖에 못 낚았다며 부진한 조황을 한탄했다. 그 외에 동방제와 봉호제 등을 둘러보며 다음 출조지를 가늠해 보았다.
다시 금지제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지만 입질은 없었고 우려했던 강한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였다. 그 무렵 해남의 금자천을 찾아갔던 김길수 씨가 찾아와 합류해 일행은 3명이 되었다.
금지제에서의 두 번째 밤낚시에 돌입했다. 밤에도 강풍이 불었지만 우리 포인트에는 뒷바람이라 잔잔하기만 했다. 밤낚시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입질이 왔다. 28cm의 준척이었다.
초저녁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새벽 1시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때 드디어 턱걸이 월척이 낚였다. 역시 미끼는 글루텐. 이후 새벽에 턱걸이 월척 2마리가 추가로 나왔으나 더 이상은 입질 없이 날이 밝고 말았다. 첫날 2마리, 둘째 날은 총 5마리가 나왔다. 잦은 입질은 아니었지만 한겨울에 이 정도면 준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만인 12월 31일에 귀가
2박 일정을 마치고 이동을 하려고 했지만 이날부터 강한 바람과 많은 눈이 예보돼 철수를 미루기로 했다. 대신 일행들과 인근 나주권 저수지를 살펴보았다. 10km 안쪽에 있는 봉덕제와 도마제 그리고 이월제를 찾아가 보았다. 도마제는 공사 때문에 접근이 어려웠고 이월제를 다음 출조지로 낙점한 후 금지제로 돌아왔다.
오후가 되면서 비는 눈으로 바뀌어 강한 북서풍을 타고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뒷바람이라 낚시에는 지장이 없을 듯했다. 그 와중에도 28cm급 붕어 2마리를 낚아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또 다른 저수지를 탐사하기 위해 철수하기로 했다.
한편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낚시인은 속초에서 무려 6시간을 달려 이곳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가 무안에서 4짜 2마리와 월척 등으로 10마리를 낚고 철수한다며 나에게 낚시터를 소개해주었다. 귀가 얇은 필자는 4짜라는 말에 무안으로 출발했고 병산제, 수양지 그리고 부안의 조류지까지 거쳐 탐사낚시를 마친 후 12월 31일에 귀가했다.
이번 출조에서 필자는 영암권만 해도 낚시하기 좋은 곳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들은 다음 출조에 찾기로 하고 이번 겨울 첫 남도 출조를 마쳤다.

필자와 강민승 씨가 금지제에서 낚아낸 붕어들.

금지제의 초저녁 풍경.

꿀맛 같았던 저녁식사.
필자의 포인트. 수초가 많아 겨울 포인트로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