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바라본 어은지. 인근 포항지와 관흥지의 유명세에 가린 곳으로 붕어자원이 무궁무진하다.
제방에선 낱마리에 그쳤던 이광윤 회원이 아침에 상류로 옮기자마자 37cm 월척을 낚아냈다.
겨울이 깊어가면서 호남에도 한파주의보는 피해가지 않았다. 초대형 저수지를 제외하고 모든 낚시터에 살얼음이 잡혀 대를 드리우기가 수월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주말이면 출조지를 정해야 하는데 마땅한 곳 찾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겨울철이면 으레 만만하게 생각해왔던 고흥의 해창만수로 또한 수로 공사로 인해 저수위가 지속돼 찌 세우기조차 힘들었다. 여기저기 출조지를 알아보던 중 장흥 회진면에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집 주변 수동마을을 지나가는데 마을 앞 저수지에 제방을 따라 낚시텐트가 열 댓 개나 보인다”라고 알려왔다. 수동마을 앞이라면 어은지를 말하는 게 틀림없었다. 어은지는 수동2지로도 불리는데 필자가 두 차례 화보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렸던 곳으로 붕어 자원이 많은 곳이다.
안타까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장흥지역 출조 후 귀갓길에 겪은 일로써, 포인트를 둘러보기 위해 제방을 따라 지나가던 중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80대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농수로에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겨우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계절이 2월 말이라 동사 위험이 있었다. 즉시 119에 신고 후 병원으로 후송되는 것을 보고 귀가 했었다. 당시는 농사철이 아니라 주민들이 들녘에 나다닐 때가 아니었다.
물칸 낚시로 잉어를 올린 필자. 최대한 벽에 붙였던 채비에 입질이 빨랐다.
입질 없는 낮 시간에 물칸을 찾아 낚시를 즐기고 있는 필자. 무넘기를 통해 넘어온 붕어들이 바글거렸다.
어은지의 서쪽 제방 포인트. 수위가 64% 수준에 머물자 낚시인들이 깊은 제방권으로 몰렸다.
철수에 앞서 조과를 자랑하는 낚시인들. 왼쪽부터 김진상, 이광윤, 김신조 회원이다.
어은지 상류에서 아침 낚시를 즐기고 있는 낚시인. 유독 상류에서는 낮에 입질이 잦았다.
낮에는 꿈쩍도 않다가 밤에 찌불쇼
주말까지는 아직 며칠이 남은 상황이라 동생한테 모니터링을 시켰다. 그랬더니 평일에도 낚시인들이 많다는 전갈이 왔다. 그렇다면 ‘분명 조황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출조를 감행하기로 했다.
화보팀이 어은지를 찾은 날짜가 지난 12월 19일. 현장 상황을 보고 2박3일 일정으로 낚시하기로 하고 회원들에게 어은지 주소를 날렸다. 출조일은 금요일이라 퇴근 후 오후 5시경 어은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넘기 주변에 주차할 곳을 찾았고 인근에 소 축사 주인께 공손히 인사하며 주차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몇 해 전 119에 실려 가셨던 어르신의 안부를 물었더니 얼마 전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가슴이 찡했다.
제방에 오르니 남쪽 제방이 낚시인들로 가극 차 빈틈이 없었다. 그 중에 대구에서 먼저 내려 온 화보 팀의 이광윤 회원도 있었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무넘기 주변을 둘러보는데 낯익은 지인이 보였다. 화순에서 온 광주 은하낚시회 노승우 회장이었다. 그는 이미 밤낚시 채비를 마치고 케미를 꺾고 있었다. 노승우 회장은 “나는 장흥 지역 낚시터 중 어은지를 매우 좋아합니다. 출조 때마다 숫한 월척을 낚아낸 바 있죠. 특히 붕어 자원이 많아 빈작이 없는 게 장점입니다. 최근에는 유독 밤낚시에만 27~29cm의 준척급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낮 낚시는 안 되냐고 물었더니 “웬일인지 낮에는 꿈쩍도 안 하더니 거짓말처럼 어두워지면 폭발적 입질이 시작됩니다. 가장 잘 먹히는 미끼는 글루텐입니다”라고 말했다.
자로 잰듯한 9치급의 폭주
무넘기를 좌측에 두고 석축에 동일레져의 전투좌대를 펼쳤다. 수위는 만수위의 63%. 많은 배수가 되었고 수심이 찌 두 개 길이에 불과한 80~90cm였다.
3칸부터 6칸까지 한 대 한대 펴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았던 노승우 회장의 자리에서 “쒸~잉”하며 챔질 소리가 나 돌아보니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진 게 보였다. 제법 큰 씨알의 붕어 같았다. 뜰채에 담겨진 붕어는 28cm급이었다.
그 사이, 필자의 낚싯대에도 언제 입질이 왔었는지 찌가 사선으로 누워 끌려가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챔질하자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째는 힘이 허리급 월척 수준의 대단한 파워였다. 그러나 한참의 실랑이 끝에 올라온 녀석은 29cm에 불과했다. 보통의 낚시터와는 다르게 붕어의 힘이 대단했다. 배스 유입 후 붕어의 체고 또한 높아진 듯 보였다.
겨울 날씨이지만 바람이 전혀 없어 장판으로 볼 정도로 수면이 고요했다. 첫 붕어를 빵 좋은 준척급로 만났고 낚싯대 4대를 펴기도 전에 5마리를 살림망에 담을 수 있었다. 노승우 회장 이야기대로 밤에 폭발적으로 입질을 해줬다.
이미 붕어가 연안으로 붙었다는 판단을 내리고 별도의 집어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글루텐 환(丸)을 바늘에 크게 뭉쳐 단 것과 작게 단 것은 입질 표현은 확연히 달랐다. 글루텐 환이 작을수록 찌올림이 깔끔했다. 아무래도 하절기에 마름이 자생하던 지역이다 보니 지저분한 바닥이 원인 같았다.
밤 8시. 김진산 회원이 도착해 필자 우측에 자리를 했다. 늦게 도착한 그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계속되는 소나기 입질에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저녁식사 할 틈도 주지 않는 붕어의 입질은 계속 되었다. 그러나 씨알이 아쉬웠다. 대부분 24~28cm가 주류였다.
남쪽 제방에 자리한 광주 낚시인들이 허리급 붕어를 낱마리로 낚았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에 우리 자리에서도 ‘한번 정도는 월척이 낚이겠지’하며 찌를 응시해봤지만 낚이는 붕어는 모두 자로 잰 듯한 씨알들.
상류에서 이광윤 회원이 낚아낸 37cm 월척. 대체로 글루텐이 잘 먹혔지만 이 녀석은 지렁이에 낚였다.
취재일 필자가 사용한 채비.
예상 밖 호황에 1박 더 연장
밤 11시. 야식을 겸한 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회원들이 본부석으로 모였다. 남쪽 제방에 자리한 이광희 회원은 “마릿수 좋고, 붕어 힘도 좋고, 붕어도 어찌나 예쁘게 생겼는지 낚시의 묘미를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입이 귀에 걸린 듯 즐거워했다. 늦게 도착했던 김진상 회원도 열 댓 마리의 붕어를 낚았지만 모두가 고만고만한 사이즈의 준척급 붕어였다.
밤 12시. 다시 자리로 돌아왔더니 두 개의 찌가 엉켜 있었다. 낚아내 보니 이번에는 사이즈가 조금 큰 29cm 붕어였다. 한겨울 낚시치고는 마릿수가 좋았다. 붕어의 활성도 또한 좋았다.
입질은 이른 아침인 7시까지 이어졌다. 밤새 쏟아지는 입질에 한숨 못자고 뜬눈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살림망에 50마리에 육박한 붕어가 들어 있었고 낮 케미로 바꿀 즈음부터는 입질이 거짓말처럼 완전히 끊겼다. 필자뿐 아니라 남쪽 제방의 낚시인들도 입질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유독 입질이 지속되는 곳은 상류였다. 상류는 밤에는 붕어가 드문드문 낚이던 지역이었으나 오히려 아침과 오전 시간에는 입질이 활발해 의아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남쪽 제방 쪽으로 가봤다. 모두들 살림망을 가득 채웠는지 붕어의 파닥임이 요란했다. 대구에서 온 이광윤 회원은 낮낚시를 즐기기 위해 상류로 포인트를 이동하느라 분주했다.
오전 10시. 회원들과의 의논 끝에 하룻밤 더 낚시해 보기로 했다. 기상청 일기예보를 확인해 봤더니 바람이 오후부터 4~5m로 약간 강하게 분다고 나왔다. 철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한 겨울에 이만한 조황이 어디 있겠나 싶어 욕심을 부렸다.
밤을 꼬박 새웠던 터라 낮에 잠을 자야했다. 그러나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 상류로 포인트를 옮겼던 이광윤 회원이 37cm 월척을 낚았다며 사진을 전송해왔다. 사진 촬영을 위해 상류로 올라가던 중 무넘기의 물칸을 유심히 봤다. 물속에는 무수히 많은 붕어들이 유영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상당한 씨알의 붕어도 목격됐다. 바로 지렁이를 준비해 물칸에 대를 담가봤다. 최대한 벽에 붙여 찌를 세웠는데 20cm 정도의 붕어가 연속해서 낚였다. 그 중에는 잉어까지 도 낚였다.
바늘에 걸려나온 5백원짜리만 한 붕어 바늘
밤낚시를 대비해 오후 4시30분경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밤케미를 준비하는데 바람이 불더니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밤 6시를 넘기자 강한 북서풍으로 변했다. 그 와중에도 붕어의 입질은 시작되었다.
밤 9시가 지날 무렵부터는 바람이 태풍급으로 변모했다. 기상청 예보로는 4~5m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10m가 훨씬 넘는 바람이었다. 상류 북쪽에 높은 천관산이 있어 어느 정도 바람을 막아줄 줄 알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천관산 자락을 휘몰아친 바람은 어은지에 그대로 영향을 주었고, 어젯밤에 잔잔했던 수면에는 높은 파도가 일렁였다. 결국 긴 대는 걷고 3칸 전후의 낚싯대 4대만 남겨 놨다. 파도가 일렁였지만 입질은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새벽 3시경. 태풍급 바람에 쓰러질 듯한 텐트를 부여잡고 있는데 2.8칸 대의 찌가 갑자기 떠올라 누워 있었다. ‘바람 때문인가?’ 싶어 대를 드는데 뭔가 걸린듯하더니 옆으로 사정없이 째기 시작했다. 대를 치켜세우지도 못하다가 낚싯대가 허공을 갈랐다. 바늘이 부러진 줄 알고 확인해보니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붕어 비늘이 박혀 있었다. 어은지 붕어 중 ‘군계일학급’이 잡힐 뻔 했는데 아쉬웠다.
밤새 전쟁과도 같은 폭풍 속에서 견뎌낸 화보팀은 아침이 되자 서둘러 철수를 준비했다. 필자 혼자 낚아낸 붕어만 60마리가 넘었지만 월척은 없었다. 다행이 이광윤 회원이 낚아낸 37cm 월척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내비 입력 전남 장흥군 관산읍 외동리 971
어은지의 서쪽 제방 포인트. 수위가 64% 수준에 머물자 낚시인들이 깊은 제방권으로 몰렸다.
제방 아래 공터에 본부석을 차렸다.
취재 당일 어은지의 최고의 미끼였던 글루텐. 경원사의 오래오글루텐과 어분글루텐을 섞어 사용했다.
장흥 어은지 근황
밤낚시 잘 되고 미끼는 글루텐 잘 먹혀
1966년에 축조되었으며 7만2천 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다. 상류 천관산(해발723m)에서 흘러든 물을 담수해 수질이 좋다. 인근에 유명한 포항지가 있고 수동1지라 불리는 관흥지도 있다. 원래 어
은지는 겨울철 낚시터는 아니고 봄과 가을철에 씨알이 굵게 낚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근 겨울비가 내리지 않아 수위가 오르지 않고 6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물색이 조금만 탁해도 붕어
조황은 계속되리라 생각된다. 현재는 밤낚시가 유리하지만 따뜻한 겨울 날씨가 며칠 지속된다면 낮 낚시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미끼는 글루텐이 잘 먹히며, 배스 유입에 개의치 말고 지렁이 미끼를 활용해도 빠른 입질을 받을 수 있다.